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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231화. 이름 첫 획의 접수인 / 보류 문장의 원본 위치 / 노래하지 않은 자의 목 일러스트

229-231화. 이름 첫 획의 접수인 / 보류 문장의 원본 위치 / 노래하지 않은 자의 목

229화. 이름 첫 획의 접수인

장부의 여백을 파고든 잉크는 살아 있는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희고 매끄러운 종이 위로 스며든 검은 선은 기묘한 곡선을 그리며 번져 나갔다. 그것은 명백히 로웬의 필체였다. 성관의 행정관으로서 수천, 수만 번의 서류에 휘갈겼던 그만의 독특한 습관—첫 획을 내리누르다 끝을 살짝 비틀어 올리는 그 기교가 종이 위에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었다.

로웬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 자신의 손은 결코 펜을 잡지 않았음에도, 눈앞의 장부는 그가 직접 서명이라도 시작한 양 당당하게 그의 정체성을 도용하고 있었다.

“……대리 작성 무효를 선언합니다.”

로웬의 목소리는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비상식적인 사태일수록 원칙과 규정만이 유일한 방패가 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의 의사가 개입되지 않은 모든 기록은 소급 적용될 수 없습니다. 또한, 이 기록물에 대한 접수 보류 규정(Stay of Acceptance)의 발동을 요구합니다. 기입의 주체가 불분명하며, 서체의 도용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는 성직자로서의 권위가 아닌, 절차를 집행하는 실무자로서의 단호함으로 장부를 압박했다. 하지만 장부는 로웬의 선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첫 획의 끝부분을 더욱 진하게 갈무리했다. 잉크는 마르지 않은 채 축축한 빛을 내뿜으며 주변으로 번져 나갔다.

그때, 장부 가까이 몸을 숙이고 있던 이네스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녀는 마치 보석의 결을 살피는 세공사처럼 아주 세밀한 부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로웬, 잠시만요. 저기 첫 획이 꺾이는 지점을 봐요.”

이네스가 가리킨 곳은 잉크가 가장 진하게 뭉친 부분이었다. 육안으로는 그저 잉크가 번진 자국처럼 보였지만, 그녀의 감각은 그 너머의 것을 포착해 냈다.

그녀의 손가락이 장부 위 허공을 천천히 훑었다.

“번진 게 아니에요. 아주 작은…… 직인 자국이에요. 너무 작아서 마치 필체의 일부처럼 숨겨져 있었지만, 이건 분명히 인위적인 압인(壓印)이에요.”

이네스의 말에 피핀이 코를 킁킁거리며 다가왔다. 평소라면 ‘회색 심부름꾼’ 특유의 비릿하고 서늘한 죽음의 냄새를 경계했을 터였다. 그러나 피핀의 표정은 공포보다는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이상해…….”

피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회색 냄새가 아니야. 이건 훨씬 더 오래된 냄새야. 아주 낡고 먼지 쌓인 성당 뒷방에서 나는…… 그런 냄새.”

피핀의 예민한 후각은 잉크의 독한 향 너머를 짚어내고 있었다. 그것은 찬송가를 부르던 어린 성가대원들의 옷깃에 배어 있을 법한, 이제는 희미해진 향유와 마른 나무의 향이었다. 거룩하지만 어딘가 서글픈, 누군가의 기억 속에 박제된 듯한 오래된 성가대의 향기.

그 향기가 진해질수록 베라의 눈앞에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림자가…….”

베라의 시선은 일행의 발치에 머물지 않았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들의 그림자가 바닥을 기어야 했지만, 지금 이 방 안의 그림자들은 주인을 잃은 채 떠돌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다른 곳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검은 실 같은 그림자들이 직인 자국을 중심으로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실들은 일행의 그림자를 옭아매는 대신, 장부의 페이지들 사이사이를 촘촘하게 꿰매듯 묶어 내려갔다. 마치 이 장부가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혹은 누군가 이 내용을 수정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거부하려는 몸짓 같았다.

“장부가 페이지를 고정하고 있어요. 우리를 가두려는 게 아니라, 이 기록 자체를 박제하려고 해요.”

베라의 경고가 떨어지기 무섭게, 장부의 페이지가 바람도 없는데 거칠게 펄럭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장부를 덮어버리려는 듯했다.

그 순간, 묵직한 진동이 책상을 울렸다.

모르그였다. 그는 거구의 몸을 낮추어 억센 팔로 책상 다리를 움켜쥐었다. 단순히 붙잡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의 육중한 무게가 실린 압력이 책상을 바닥에 고정시켰고, 장부의 변칙적인 움직임을 억눌렀다.

쿠구궁, 하는 소리와 함께 장부의 페이지 넘김이 멈췄다. 모르그의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고, 책상은 비명을 지르며 버텨냈다.

“할 거면…… 빨리 해.”

모르그의 짧은 재촉에 로웬이 다시 장부를 응시했다.

모르그가 페이지를 고정한 덕분에, 잉크의 번짐이 잦아들며 이네스가 발견했던 그 작은 직인 자국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잉크 속에 숨어 있던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하나둘씩 제 자리를 찾아갔다.

그것은 단순한 문양이 아니었다. 아주 미세한 글자들이 원형을 그리며 나열되어 있었다.

로웬의 눈동자가 그 작은 문장들을 쫓았다. 잉크가 직인의 결을 따라 흐르더니, 마침내 감춰져 있던 한 줄의 문장이 수면 위로 떠오르듯 명확하게 형태를 드러냈다.

[침묵 서약 원본 열람 보류]

그것은 누구의 허가도, 누구의 거부도 아닌, 세계가 기록에 걸어 잠근 차가운 자물쇠였다.

230화. 보류 문장의 원본 위치

로웬은 직인 자국 위로 떠오른 문장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침묵 서약 원본 열람 보류’. 보통의 탐색자라면 신의 계시나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좌절했겠지만, 그는 평생을 서류와 절차 속에서 살아온 행정가였다.

“열람 보류라….”

로웬이 나지막이 읊조리며 장부의 귀퉁이를 툭툭 쳤다. 그는 당황하는 대신, 오히려 이 상황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네스, 지금 즉시 이 구역의 기록물 접수 중단을 선언하세요. 상급 문서고의 직인이 직접 ‘보류’를 명시했다는 건,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열람 및 복사 절차가 행정적 예외 상태에 빠졌다는 뜻입니다.”

이네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보류라면 우리가 더 이상 조사할 수 없다는 뜻 아니에요?”

“반대입니다. 보류라는 판정이 내려진 이상, 외부의 그 누구도—설령 그것이 교단의 조사관이라 할지라도—원본의 상태를 확정 짓기 전까지는 이 장부를 강제로 압수하거나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는 뜻이죠. 우리는 지금 이 ‘보류’라는 방패 뒤에서 시간을 벌 겁니다.”

로웬의 말대로였다. 그는 성자나 예언자의 권능이 아닌, 지극히 실무적인 절차의 허점을 파고들어 일행에게 안전한 울타리를 쳐주었다.

그 순간, 장부의 페이지 사이에 엉겨 붙어 있던 검은 실들이 기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뜨개질이라도 하듯, 실들은 서로 엉키고 설키며 하나의 거대한 도식(圖式)을 그려냈다.

“이거… 꼭 배치도 같지 않아요?”

베라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실들이 얽혀 만들어낸 형상은 단순한 문양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예배당 중앙을 향해 반원형으로 늘어선 좌석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이네스가 장부에 찍힌 직인을 다시 살피더니, 자신의 수첩에 그려둔 성가대석 배치도를 대조해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맞아요. 직인의 바깥쪽 원형에 새겨진 미세한 눈금들이… 옛 성가대석의 좌석 번호와 정확히 일치해요. 낡아서 지금은 쓰이지 않는 번호 체계지만, 기록상으로는 분명히 존재했던 번호들이에요.”

“그렇다면 이 실들이 가리키는 건 특정 위치겠군요.”

로웬이 고개를 끄덕일 때, 옆에서 코를 킁킁거리던 피핀이 인상을 찌푸리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이상해요. 아까부터 향 냄새가 나는데, 이 방 안쪽에서 나는 게 아니에요.”

피핀의 시선이 천장 근처의 좁은 틈새로 향했다.

“위쪽이에요. 환기구 저 깊은 곳에서 연기가 내려오고 있어요. 아주 오래된, 제단에서나 쓸 법한 독한 향 냄새요.”

모두의 시선이 천장으로 쏠렸다. 기록 보관소는 사방이 막힌 공간처럼 보였지만, 공기의 흐름은 위쪽 환기구를 통해 은밀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베라는 검은 실의 끝부분을 유심히 관찰했다. 실의 말단은 로웬의 발치나 장부 자체의 그림자가 아닌, 저 멀리 구석에 놓인 빈 악보대의 그림자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다.

“로웬 님, 저길 보세요. 실의 방향이 바뀌었어요.”

악보대는 낡고 해진 채 버려져 있었지만, 그 그림자만은 비정상적으로 짙고 길게 늘어져 있었다. 마치 그림자 자체가 무언가를 붙잡고 있는 듯한 형상이었다.

“모르그, 저 위를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로웬의 물음에 모르그가 묵묵히 다가왔다. 그는 거대한 체구로 육중한 책장을 밀어내더니, 환기구 바로 아래에 책장을 단단히 고정하고 자신의 어깨를 내주었다.

“받치겠습니다. 보십시오.”

모르그의 단단한 근육이 책장을 지탱하는 사이, 로웬과 이네스가 그 위로 올라갔다. 위쪽 환기구 너머로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좁은 기록 통로가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인 한 명이 겨우 기어갈 수 있을 법한, 먼지 쌓인 비밀 통로였다.

“피핀 말이 맞았어. 향 냄새가 여기서 시작되고 있군요.”

이네스가 등불을 가까이 가져다 대자, 악보대의 그림자가 환기구 벽면에 투영되며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림자가 굴절되고 겹쳐지며,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날카로운 문장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올랐다.

로웬은 숨을 죽인 채 그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그것은 장부에 적혀 있던 ‘보류’라는 행정적 언어보다 훨씬 더 원색적이고 불길한 진실이었다.

악보대의 그림자가 일렁이며 마지막 마침표를 찍듯 문장을 완성했다.

[원본은 노래하지 않은 자의 목에 보관.]

231화. 노래하지 않은 자의 목

악보대 아래, 그림자가 일렁이며 뱉어낸 문장은 한동안 일행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원본은 노래하지 않은 자의 목에 보관’. 그 기괴하고도 노골적인 문구는 습기 찬 지하 통로의 공기를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

성가대 기록 통로. 양옆으로 촘촘하게 박힌 석재 수납함과 빛바랜 양피지 뭉치들이 늘어선 그곳으로 발을 들이며, 일행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문장의 의미를 곱씹었다. 가장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로웬이었다.

“목에 보관이라니, 보통은 신체 훼손을 떠올리겠지만 성국(聖國)의 관료적 관점으로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로웬은 벽면에 핀 곰팡이를 가볍게 털어내며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예언자 특유의 신비감 대신, 수많은 서류 뭉치를 처리해 온 실무자의 건조함이 묻어났다.

“성가대원에게 목소리는 곧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노래하지 않은 자’란 발성권을 박탈당했거나, 스스로 그것을 봉인한 자를 뜻하죠. 즉, 이 문장은 물리적인 목 안이 아니라, 그들의 증언이나 발성권 자체를 보관하는 특수한 절차를 암시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종교적 광기보다는 행정적 결벽에 가까운 해석이었다. 이네스는 로웬의 설명을 들으며 통로 벽면에 길게 늘어선 명단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전의 이름들이 빼곡히 적힌 명단은 곳곳이 삭아 문드러져 있었다.

한참 동안 벽면을 살피던 이네스의 손끝이 멈췄다.

“여기 좀 봐요. 다른 이름들과는 표기 방식이 달라요.”

이네스가 가리킨 곳에는 ‘카이델’이라는 이름 옆에 기묘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얼핏 보면 단순한 원형 같았지만, 자세히 보니 목을 감싸는 가느다란 목걸이 형태의 부호였다. 그 부호는 명단 곳곳에서 드문드문 나타났다. 공통점은 그들 모두가 성가대 활동 기록이 전무하다는 점이었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모인 집단에서 노래하지 않는 자들. 그들의 이름 옆에는 예외 없이 그 목걸이 문양이 붙어 있었다.

“이들이 바로 ‘노래하지 않은 자’들이로군.”

모르그가 낮게 읊조리며 주변을 경계했다. 통로 끝에는 성가대원들이 생전에 입었을 법한 예복들을 보관하는 커다란 목재 함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때, 코를 킁킁거리던 피핀이 특정 함 앞으로 다가갔다. 다른 함들은 먼지와 쥐똥 냄새로 가득했지만, 유독 그 함에서는 이질적인 향이 풍겨 나오고 있었다.

“여기예요. 여기서 가장 짙은 향이 나요. 오래된 종이 냄새랑… 뭔가 타버린 것 같은 매캐한 냄새가 섞여 있어요.”

피핀이 가리킨 함은 귀퉁이가 썩어 들어간 빈 성가대복 함이었다. 피핀은 조심스럽게 함 안으로 손을 뻗더니, 그 안에 걸려 있던 낡은 성가대복의 깃 안쪽으로 코를 가져다 댔다.

“확실해요. 이 옷깃 안쪽에서 냄새가 시작되고 있어요.”

베라가 피핀의 곁으로 다가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의 시선은 단순히 옷감의 결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베라의 눈에는 평범한 이들이 볼 수 없는 흐름이 보였다.

“……검은 실이야.”

베라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성가대복의 목둘레를 따라 허공을 휘저었다.

“아주 가느다란 검은 실이 목둘레를 꿰매듯 촘촘하게 돌고 있어. 이건 단순한 바느질이 아니야. 무언가를 가두기 위한, 혹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기 위한 구속의 흔적이야.”

검은 실은 마치 살아있는 신경줄처럼 목깃 안쪽을 파고들어 있었다. 그것은 ‘노래하지 않은 자’의 목을 조르는 밧줄이자, 동시에 그들이 간직한 비밀을 밀봉하는 인장과도 같았다.

모르그가 거친 손길로 함을 열려 하자, 로웬이 그를 제지했다.

“잠깐만요, 모르그. 무력으로 부수면 안 됩니다. 이런 종류의 보관함은 파손되는 순간 내부의 기록물도 함께 소멸하도록 설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웬은 함의 이음새를 면밀히 살폈다. 그의 손가락이 복잡하게 얽힌 잠금 장치의 특정 지점을 찾아냈다. 그것은 열쇠 구멍도, 마법적인 매개체도 아니었다. 일종의 순서에 따른 압박 절차였다. 로웬은 마치 익숙한 서류철을 정리하듯, 일정한 리듬으로 세 곳의 잠금쇠를 동시에 눌렀다.

철컥.

무거운 목재 함의 뚜껑이 천천히 위로 들렸다. 수백 년간 갇혀 있던 서늘한 공기가 쏟아져 나오며 촛불을 흔들었다. 함 안에는 빛바랜 성가대복 한 벌이 정갈하게 개어 놓여 있었다.

로웬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옷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피핀과 베라가 지목했던 목깃 부분을 뒤집었다. 그곳에는 겉에서는 보이지 않던 이중 덧감이 덧대어져 있었다.

“이 안이로군.”

로웬이 덧감을 살짝 들춰내자, 그 안쪽 공간에 가느다란 양피지 조각 하나가 말려 들어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원본’의 일부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 평범한 메모는 아니었다.

로웬이 긴장된 기색으로 그 조각을 펼쳤다. 하지만 그 안에는 기대했던 긴 문장이나 정교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

그저 단 한 줄의 선이 그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선을 본 로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것은 단순한 낙서가 아니었다. 획의 굵기, 꺾이는 각도, 그리고 끝부분의 미세한 떨림까지.

그것은 로웬 자신의 이름을 쓸 때 시작되는 첫 번째 획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선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아주 오래전부터 그의 이름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가, 바로 그 첫 획에서 멈춰버린 것처럼.

어둠 속에서 다시 한번 차가운 한기가 일행의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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