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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53화 합본. 검은 우산 수선점에서 종소리 없는 세탁장까지 일러스트

151-153화 합본. 검은 우산 수선점에서 종소리 없는 세탁장까지

151화. 검은 우산 수선점의 바늘

축축한 골목의 끝, 빗물이 허공에서 튀는 곳에 낡은 나무 문패가 걸린 가게가 있었다.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문패는 위태롭게 흔들렸다. 한 면에는 '수선(修繕)', 다른 면에는 '수정(修正)'이라는 글자가 흐릿하게 새겨져 있었다. 로웬은 문패를 한참 올려다보았다. 수선은 낡은 것을 고치는 행위이지만, 수정은 그 본질을 바꾸는 일이었다. 그 둘 사이에서 진실은 얼마나 쉽게 휘어질 수 있을까.

낡은 상점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오래된 천 냄새가 섞인 공기가 일행을 맞았다. 내부는 조명 하나 없이 어두웠고, 작업대 위에는 이리저리 쌓인 우산 천 조각들이 너저분하게 놓여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 마치 제자리를 찾은 듯, 젖은 장갑 한 짝이 놓이자 희미한 빛이 일었다. 빛은 우산 천 조각 위로 번져 나가며 젖은 장갑의 이력을 영상처럼 띄웠다.

「루미가 한 겨울밤, 심부름꾼에게 빵과 함께 건넨 낡은 장갑.」

그 문장이 흐릿하게 떠오르자마자,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검은 바늘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였다. 날렵하게 솟아오른 바늘은 망설임 없이 천 위로 떠오른 문장을 덧꿰매려 했다. 바늘 끝이 스치는 곳마다 문장은 비틀리고 뒤틀리며 새로운 형태로 변모했다.

「루미가 한 겨울밤, 성자에게 바친 유품.」

그렇게 고쳐 쓰인 문장은 명백한 조작이었다. 바늘은 장갑의 원래 이력을 지우고, 그것을 ‘성자에게 바친 유품’이라는 성물(聖物)의 역사로 둔갑시키려 했다. 바늘의 움직임에는 이전에 보았던 검은 우산망의 끈질긴 의지가 느껴졌다.

“수선과 조작은 다릅니다.”

로웬의 목소리가 어두운 공간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그는 단호하게 바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것은 수선이 아니라, 기록을 비틀어 존재를 변질시키려는 조작입니다. 우리는 이 바늘을 성유물로 접수하지 않을 겁니다.”

로웬의 말에 바늘은 순간 움찔하는 듯 멈칫했다. 그러나 이내 다시 움직이려 하자, 모르그가 작업대로 다가섰다. 그는 바늘귀에 걸려 있던 검은 실의 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검은 실의 성분은 장갑 영수증 뒷면에 쓰인 잉크와 동일합니다. 그리고 여기, 수선점 장부의 삭제선 위에도 같은 잉크 자국이 남아있죠.”

모르그의 차분한 목소리는 바늘의 움직임에 논리적인 무게를 더하는 듯했다. 그는 장부의 여기저기 그어진 삭제선들을 유심히 살폈다. 무언가를 지우고 덧쓰려 한 흔적이 분명했다.

그때, 피핀이 코를 킁킁거리며 주변을 맴돌았다.

“어? 여기 식은 빵 냄새랑… 젖은 실, 그리고 오래된 가죽 냄새가 나는데? 흐음, 아무래도 이 냄새는… 반송 바구니 쪽에서 나는 것 같아요.”

피핀은 특유의 날카로운 후각으로 가게 안쪽 구석에 놓인 낡은 등나무 바구니를 찾아냈다. 바구니 안에는 찢어진 천 조각들과 함께 바싹 마른 빵 부스러기가 몇 개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는 배고픈 유머를 삼키듯 짧게 으음, 하고 콧소리를 냈다.

바로 그 순간, 정지했던 검은 바늘들이 다시 일제히 움직였다. 수많은 바늘들이 무서운 기세로 튀어 올라 영수증과 우산 천 조각을 꿰뚫으려 했다. 마치 자신들의 '작업'을 방해하는 모든 증거를 파괴하려는 듯했다. 그러나 이네스가 한 발 더 빨랐다. 그녀는 날카로운 칼날 대신 칼집 고리를 이용해 바늘이 꿰뚫으려던 검은 실들을 능숙하게 걸어 당겼다. 칼집 고리에 걸린 실들은 허공에서 팽팽하게 당겨졌고, 바늘들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네스의 움직임은 빠르고 정확했으며,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베라는 그 모든 상황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기록했다. 그녀는 휴대용 기록기에 검은 바늘이 덧대려 했던 숭배 문장과 장갑의 원문 이력, 그리고 장갑을 벗어 준 심부름꾼의 추위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까지 세분하여 정리했다. 모든 것을 분리하고, 비교하고, 기록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었다.

로웬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주머니에서 작은 금속 딱지를 꺼냈다. 그는 그 딱지를 검은 바늘 한 무리의 정중앙에 붙였다.

“성물화도, 압수도 아닌 ‘검수 보류’입니다. 검은 우산의 조작 기능은 이 딱지 안에서 당분간 정지될 겁니다.”

로웬의 손길이 닿자 딱지는 바늘에 착 달라붙었다. 딱지가 빛을 발하자 바늘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딱지는 마치 이질적인 존재처럼 보였다.

모두의 시선이 피핀이 찾아낸 반송 바구니로 향했다. 바구니 바닥에는 다른 천 조각들과 뒤섞여 있던 낡은 나무판이 있었다. 모르그가 조심스럽게 나무판을 꺼내자, 그 위에 희미한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돌려받지 못한 두 번째 장갑 — 검은 우산 장부 보관인에게 전달.」

그리고 그 아래에는 새로운 단서가 이어졌다.

「열한 번째 배달: 장부 보관인의 젖은 서명 확인.」

두 번째 장갑, 그리고 장부 보관인. 로웬은 굳은 바늘이 박힌 작업대를 한 번 더 돌아보았다. 진실은 수선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수정되어 영원히 사라질 뻔했을까. 다음 발걸음은 젖은 서명 속에서 드러날 장부 보관인의 그림자를 쫓는 것이 될 터였다.

152화. 장부 보관인의 젖은 서명

수선점 바닥의 반송 바구니 아래에 숨겨진 낡은 쪽지는 물에 젖어 글자가 번진 채였다. 그 낡은 종이가 가리키는 곳은, 반쯤 열린 수선점 뒤편의 낡은 나무 계단이었다. 계단은 마치 누군가 급하게 뛰어 내려가기라도 한 듯 삐걱이는 소리를 냈다. 아래로 이어지는 길은 눅눅한 습기와 곰팡이 냄새로 가득했다. 로웬은 조용히 계단을 밟았다. 뒤따라 내려오는 발걸음은 저마다 다른 소리를 냈다. 모르그의 단단한 구두 소리, 피핀의 가벼운 운동화 소리, 이네스의 소리 없는 그림자, 베라의 절도 있는 발걸음.

계단 끝은 예상대로 작은 장부실로 이어졌다. 창문 하나 없는 공간은 흐릿한 램프 불빛에 의존하고 있었다. 공기는 축축했고, 선반 가득 쌓인 낡은 장부들은 습기를 머금어 퀴퀴한 종이 냄새를 풍겼다. 먼지 쌓인 테이블 위, 펼쳐진 채 놓인 두꺼운 장부 하나가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곳이로군.” 로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어딘가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장부 한쪽에는 돌려받지 못한 두 번째 장갑 — 검은 우산 장부 보관인에게 전달이라는 문구가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는 수령자 서명란이 비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잉크가 흥건하게 번진 서명이 있었다. 마치 빗물에 젖은 듯, 혹은 눈물에 얼룩진 듯 뭉개진 글씨.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 젖은 서명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잉크의 물길은 로웬의 이름이 적힌 공간으로 흘러들더니,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점차 희미한 글자들이 떠오르려 했다. 성자 위임장.

로웬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손을 뻗어 장부에 닿으려다 멈칫했다.

“서명은 대신하지 않습니다.”

그의 낮은 목소리가 젖은 장부실을 울렸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적혀야 할 공간에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대신, 고요히 장부의 흐름을 지켜볼 뿐이었다. 젖은 서명은 마치 로웬의 거절에 당황이라도 한 듯 잠시 주춤하더니, 이내 더욱 격렬하게 주변 글자들을 삼키려 들었다.

모르그가 재빨리 장부 가까이 다가섰다. 그의 손에는 작은 돋보기와 필기도구가 들려 있었다. “장부 번호, 영수증 번호, 그리고 장갑 섬유의 수선 번호까지. 모든 것을 대조해야 합니다. 조작의 흔적을 찾아내야 해.” 그의 눈은 장부의 빼곡한 숫자와 글자를 훑었다.

피핀은 코를 킁킁거렸다. “이 눅눅한 가죽 냄새랑 식은 빵 냄새 아래에… 뭔가 다른 게 있어요. 익숙한데… 그래, 이거 반송 도장 냄새예요! 전에도 맡아본 적 있어요, 배달 사고 났을 때.” 피핀은 잠시 입맛을 다셨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먹는 것에 대한 언급은 짧게 지나갔다.

번지는 잉크는 이미 장부의 원문을 위협하고 있었다. 이네스는 칼날을 뽑으려는 듯 손잡이를 잡았지만, 이내 멈칫했다. 그녀는 칼집을 조용히 뽑아 번져나가는 잉크 물길 위를 지그시 눌렀다. 칼날의 날카로움이 아닌 칼집의 둔탁한 면이 번지는 잉크를 억누르며 더 이상의 침범을 막았다. 잉크는 칼집 아래에서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지만, 더 이상 옆으로 퍼지지는 못했다.

베라는 그 모든 과정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그녀의 작은 수첩에는 벌써 빼곡하게 정보가 적히고 있었다. “책임 전가 비용… 이네스의 칼집 사용에 따른 잉크 번짐 방지 효과… 실제 친절 비용으로 분리 기록합니다.” 그녀는 중얼거리며 자신의 방식으로 상황을 분석했다.

로웬은 이네스가 막아선 잉크 옆에, 준비해둔 도장을 찍었다. ‘수령자 확인 전 반송 보류’. 붉은 도장이 젖은 장부 위에 선명하게 찍혔다. 그 순간, 놀랍게도 붉은 잉크가 서서히 스며들며 번지던 먹물 흔적을 밀어냈다. 그리고 도장 아래에서 흐릿하게 숨겨져 있던 새로운 글귀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 번째 장갑 수령 장소: 종소리 없는 세탁장.

그와 동시에 로웬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새로운 문구가 떠올랐다.

열두 번째 배달: 종소리 없는 세탁장의 물자국 확인.

다음 목적지가 선명해졌다. 종소리 없는 세탁장. 그곳에는 또 어떤 단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젖은 서명은 여전히 축축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지만, 더 이상 글자를 탐하려 들지 않았다.

153화. 종소리 없는 세탁장의 물자국

낡은 간판 아래, ‘종소리 없는 세탁장’이라는 이름이 퇴색한 글씨로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이름 그대로 세탁장 입구에는 녹슬고 거대한 종이 걸려 있었으나, 그 종을 매달고 있던 굵은 밧줄은 한참 전에 끊어진 듯 바닥에 축 늘어져 있었다. 로웬 일행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 세탁장 안에서는 눅눅하고 축축한 비누 냄새가 끈적하게 배어 나왔다. 마치 모든 것이 물에 흠뻑 젖어 그대로 고여버린 듯한 분위기였다.

"이곳이로군요. 두 번째 장갑의 수령 장소." 로웬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다. 세탁장 내부는 엉성하게 걸린 세탁물들로 가득했다. 천장에는 물방울이 맺혀 간간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 물방울이 떨어지는 횟수 하나하나가 마치 세탁물 수령을 확인하는 기록처럼 느껴졌다. 벽면에는 희미하게 숫자가 매겨진 물방울 자국들이 얼룩처럼 남아 있었다.

"흐음, 꽤 독특한 기록 방식이군요. 물방울 횟수로 수령 확인이라니. 습기와 시간이 기록을 지우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입니다." 베라가 수첩을 꺼내 들며 중얼거렸다.

로웬은 곧장 벽에 걸린 낡은 세탁물 명단으로 시선을 돌렸다. 손때 묻은 종이 위에는 여러 글씨가 흐릿하게 적혀 있었고, 그중 두 번째 장갑의 물자국이 서서히 흐려지고 있었다. 마치 흔적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명단에서 그 형체가 사라지려 하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로웬의 시야에 들어온 검은 우산망의 문구가 불길하게 변형되기 시작했다. '씻겨 나간 기록은 곧 자발적 봉헌이다.' 문자는 스스로 형태를 바꾸며 그렇게 속삭이는 듯했다.

"잠시만요." 로웬은 손을 들어 모두를 멈춰 세웠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단호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씻긴 것과 사라진 것은 다릅니다. 이 기록은 봉헌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지워지고 있습니다." 그는 성흔이나 봉헌 따위로 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거부했다.

"역시, 그렇게 나올 줄 알았지." 모르그가 피식 웃으며 장부 반송 도장을 확인하던 손을 멈췄다. "장부 보관인의 서명이 로웬 님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했고, 그게 여기 두 번째 장갑과 연결될 줄 알았습니다. 젖은 장부실에서 서명이 흐려진 것처럼, 여기서도 흔적을 지우려 하는군요." 그는 젖은 장부실에서 가져온 장부 반송 도장의 번호와 세탁물 명단의 번호를 대조하기 시작했다. 이내 그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보십시오. 장부 반송 도장 번호와 세탁물 번호가 정확히 한 칸 어긋나 있습니다. 의도적인 오류, 즉 조작의 증거입니다."

피핀은 코를 킁킁거렸다. "비누 냄새, 쿰쿰한 물냄새 아래 뭔가 다른 게 있어요. 흐음… 탄 빵 냄새 같기도 하고, 녹슨 종 냄새 같기도 하고… 아, 배고프다. 이 냄새들 때문에 더 배가 고픈 것 같아요." 그는 짧게 배를 문질렀다.

이네스는 로웬의 지시에 따라 젖은 천을 고정할 준비를 했다. 보통이라면 칼날을 사용했겠지만, 이곳에서는 칼집의 뭉툭한 면과 세탁집게를 사용하여 조심스럽게 천을 벽에 고정시켰다. 날카로운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베라는 이 모든 상황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씻김, 삭제, 면책, 그리고 책임 전가. 이 모든 것을 분리하여 기록하겠습니다. 단순한 기록의 유실이 아닌, 특정 의도를 가진 행위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녀의 수첩에는 각 행위의 차이점이 세분화되어 적히기 시작했다.

로웬은 망설임 없이 손에 든 도장을 세탁물 명단의 흐려지는 자국 위에 찍었다. 이번 도장의 문구는 명확했다. '오염 원인 확인 전 건조 보류.' 젖은 기록은 더 이상 지워질 수 없었다. 최소한 오염의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그때, 피핀이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게 뭐지? 종 조각…인가?" 그가 주워든 것은 녹슨 금속 조각이었다. 세탁장 입구에 걸린 녹슨 종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파편이었다. 그 조각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피핀의 눈은 낡은 선반 위에 먼지가 수북이 쌓인 작은 보관함에 닿았다. 보관함에는 희미하게 '울리지 않은 종의 보관함'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고, 그 아래에는 '물값 미납자 명단 뒤'라는 작은 문구가 덧붙여져 있었다.

로웬의 눈빛이 빛났다. "찾았습니다. 열세 번째 배달, 울리지 않은 종의 보관함 확인." 새로운 단서가 모습을 드러내자, 세탁장 안의 습하고 축축한 공기가 순식간에 활기를 띠는 듯했다. 끊어진 종줄 아래, 잊힌 소리의 비밀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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