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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일러스트

7화

발토르가 이끄는 기사단이 물러난 뒤, 키톱산에는 이상할 정도로 고요한 며칠이 이어졌다.

전투는 끝났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모스수스토는 기사단과 정면으로 싸웠고,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 승리는 완전한 승리가 아니었다.

카사르는 훈련장을 돌며 사람들을 다시 정비하고 있었다.

도란은 부상자를 돌보고 있었다.

마레는 도시에서 들어온 소문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피크는 막사 구석에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페이지는.

혼자였다.

밤.

키톱산의 능선 위.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었다.

페이지는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그 샘물을 마신 날의 감각이 다시 떠올랐다.

세상의 구조가 보이는 느낌.

사람들의 행동이 이해되는 감각.

전쟁의 흐름이 읽히는 직감.

그것은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

페이지는 중얼거렸다.

“대체… 뭐지.”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별.”

페이지가 몸을 돌렸다.

거기에는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여자는 검은 망토를 입고 있었다.

나이는 페이지와 비슷해 보였지만, 눈빛은 묘하게 차분했다.

마치 오래된 것을 많이 본 사람처럼.

페이지가 물었다.

“누구야?”

여자가 말했다.

“엘리아.”

“여긴 어떻게 왔지?”

엘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엘리아가 말했다.

“그 별을 마셨지.”

페이지의 몸이 굳었다.

“어떻게…?”

엘리아가 조용히 말했다.

“키톱산 샘.”

“푸른 빛.”

“하늘에서 떨어진 별.”

페이지의 심장이 조금 빨리 뛰기 시작했다.

“너… 그걸 알아?”

엘리아가 말했다.

“알아.”

페이지가 한 걸음 다가갔다.

“그게 뭐지?”

엘리아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지식.”

페이지가 눈을 찌푸렸다.

“지식?”

엘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오래된 지식.”

잠시 후.

피크, 마레, 카사르도 능선으로 올라왔다.

피크가 말했다.

“누군데?”

엘리아가 그들을 바라봤다.

“바람의 기사단.”

마레가 눈을 가늘게 떴다.

“우릴 아네.”

엘리아가 말했다.

“세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으니까.”

피크가 물었다.

“그래서 넌 누군데?”

엘리아는 조용히 말했다.

“별을 연구하는 사람.”

피크가 웃었다.

“연구자라.”

엘리아는 페이지를 바라봤다.

“그 샘에 떨어진 건 별이 아니다.”

페이지가 물었다.

“그럼 뭐지?”

엘리아가 말했다.

“고대 문명의 기록.”

모두가 조용해졌다.

도란이 중얼거렸다.

“고대… 문명?”

엘리아는 하늘을 바라봤다.

“이 대륙에는 오래전에 지금보다 훨씬 발전한 문명이 있었다.”

“그들은 지식을 별처럼 저장했다.”

피크가 물었다.

“그래서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엘리아가 말했다.

“전쟁.”

“문명이 멸망할 때, 기록들이 흩어졌다.”

페이지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엘리아가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너는 그걸 마셨다.”

페이지가 말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된 건가.”

엘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지금…”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수백 년의 지식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는 거야.”

피크가 휘파람을 불었다.

“그래서 네가 그렇게 똑똑해진 거구나.”

마레가 말했다.

“잠깐.”

“그럼…”

엘리아를 바라봤다.

“이 힘 때문에 사람들이 페이지를 따르는 거야?”

엘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리고 말했다.

“그건 별 때문이 아니다.”

모두의 시선이 페이지에게 향했다.

엘리아가 말했다.

“사람들이 따르는 건…”

“…페이지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카사르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넌 우리 편이냐.”

엘리아가 말했다.

“나는 기록을 찾고 있다.”

피크가 물었다.

“뭐 기록?”

엘리아가 말했다.

“고대 문명의 남은 것들.”

마레가 웃었다.

“우리랑 같은 이유네.”

엘리아가 물었다.

“너희 이유는?”

피크가 말했다.

“세상을 뒤집는 거.”

엘리아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럼 같이 가겠다.”

도란이 중얼거렸다.

“별 연구자가 혁명군이라…”

피크가 웃었다.

“좋아.”

“바람의 기사단에 또 괴물이 들어왔네.”

그날 밤 이후.

엘리아는 키톱산에 남았다.

그녀는 페이지와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

전쟁.

정치.

왕국의 구조.

그리고.

고대 문명.

페이지는 점점 깨닫고 있었다.

별의 힘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눈이었다.

그리고 그 눈으로 보면.

벨로리아 왕국은 이미 오래전에 무너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며칠 뒤.

마레가 또 도시에서 돌아왔다.

이번에는 얼굴이 굳어 있었다.

피크가 물었다.

“또 무슨 소문이야?”

마레가 말했다.

“왕국이 움직이고 있어.”

카사르가 물었다.

“기사단?”

마레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군대.”

막사가 조용해졌다.

마레가 말했다.

“왕국이 대규모 토벌군을 준비 중이야.”

도란이 중얼거렸다.

“얼마나?”

마레가 말했다.

“…삼천.”

피크가 웃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웃음이 짧았다.

“좋아.”

“이제 진짜 전쟁이다.”

페이지는 조용히 바람이 부는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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