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벨로리아 왕국의 수도 레티아는 언제나 시끄러운 도시였다.
하지만 그 소음은 활기 때문이 아니었다.
거리에는 세금을 걷는 관리들이 돌아다녔고, 기사들은 술집에서 싸움을 벌였으며, 성직자들은 광장에서 설교를 하며 헌금을 요구했다.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다.
누군가 잘못 눈에 띄면 세금이 늘어나거나, 죄 없는 벌금을 물거나, 심하면 감옥으로 끌려갈 수도 있었다.
왕국은 오래전에 썩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 냄새가 거리 전체에 퍼져 있었다.
그날도 수도의 중앙 광장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높은 탑 앞에는 왕국 기사단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오늘은 기사 자격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수십 명의 젊은 기사 지망생들이 광장에 서 있었다.
그들 가운데 한 청년도 있었다.
이름은 페이지.
평범한 갈색 머리의 청년이었다.
그의 갑옷은 낡았고, 검도 싸구려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진지했다.
시험관인 귀족 기사가 소리쳤다.
“다음!”
페이지가 앞으로 나갔다.
시험관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이름.”
“페이지입니다.”
“가문은?”
페이지는 잠시 침묵했다.
“…없습니다.”
주변에서 작은 웃음이 터졌다.
시험관의 얼굴이 비웃는 듯 굳었다.
“평민인가.”
페이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험관이 종이를 넘겼다.
“불합격.”
페이지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아직 시험을—”
시험관이 손을 들었다.
“다음!”
다른 지망생이 앞으로 나왔다.
페이지는 멍하니 서 있었다.
주변에서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어떤 지망생은 조용히 시험관에게 작은 주머니를 건넸다.
동전 소리가 들렸다.
시험관은 미소를 지었다.
“합격.”
광장에서 웃음이 터졌다.
페이지의 손이 떨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미 몇 번이나 이런 일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같았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페이지는 광장을 떠나 성벽 근처 언덕에 서 있었다.
도시가 아래에 펼쳐져 있었다.
붉은 노을이 지붕들을 물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풍경은 아름답지 않았다.
페이지는 중얼거렸다.
“기사…”
그는 어린 시절부터 기사가 되고 싶었다.
정의를 지키는 기사.
백성을 보호하는 기사.
하지만 벨로리아 왕국에서 기사가 된다는 것은
돈과 가문이 있다는 뜻이었다.
페이지는 고개를 떨구었다.
“이제 끝인가…”
그때였다.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처음에는 별처럼 보였다.
하지만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빛나는 물체였다.
페이지는 눈을 크게 떴다.
“뭐지…”
그 물체는 언덕 뒤쪽 숲으로 떨어졌다.
쿵—
땅이 흔들렸다.
페이지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달려갔다.
숲 속에는 작은 샘터가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빛나는 돌 같은 것이 떠 있었다.
별이었다.
아니,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였다.
그것은 공중에 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페이지를 부르는 것처럼.
페이지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것은 샘물 위에 멈췄다.
그리고.
툭.
물 속으로 떨어졌다.
빛이 사라졌다.
숲은 다시 어두워졌다.
페이지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꿈인가…”
그때 갑자기 갈증이 느껴졌다.
목이 말랐다.
이상할 정도로.
페이지는 샘물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물을 한 움큼 떠 마셨다.
차가운 물이 목을 지나갔다.
그 순간.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머릿속에 무언가가 쏟아져 들어왔다.
책.
수많은 책의 내용.
전술.
정치.
철학.
검술.
역사.
세상의 지식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왔다.
페이지는 숨을 헐떡였다.
“이건…”
그는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변을 바라보았다.
세상이 달라 보였다.
숲의 구조.
땅의 경사.
바람의 방향.
모든 것이 이해되고 있었다.
페이지는 중얼거렸다.
“별…”
그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한 사람을 떠올렸다.
피크.
페이지의 유일한 친구였다.
자칭 수도사.
하지만 사실은 일자리 없는 떠돌이였다.
페이지는 달리기 시작했다.
수도의 허름한 술집.
피크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는 페이지를 보자마자 말했다.
“또 떨어졌지?”
페이지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피크.”
“응.”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
피크는 한 모금 더 마셨다.
그리고 말했다.
“또 무슨 소리야.”
페이지의 눈이 이상하게 빛나고 있었다.
“왕국은 이미 썩었어.”
피크가 웃었다.
“그건 나도 알아.”
페이지가 말했다.
“그래서…”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뒤집자.”
피크의 술잔이 멈췄다.
술집 안이 조용해졌다.
피크가 말했다.
“뭐라고?”
페이지가 조용히 말했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자.”
피크는 한참 동안 페이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너 미쳤구나.”
페이지가 말했다.
“아마도.”
잠시 침묵.
그리고 피크가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그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말했다.
“좋아.”
페이지가 놀랐다.
“정말?”
피크가 말했다.
“어차피 지금 왕국도 미쳤잖아.”
그는 일어났다.
“그럼 미친 짓 하나 더 해보자.”
페이지가 물었다.
“어떻게?”
피크가 말했다.
“사람을 모아.”
그는 웃었다.
“왕국이 싫은 사람들은 많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