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접속하는 날
이전에 이 의자에 앉은 사람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 사실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나다. 그가 마지막으로 보낸 신호의 파형을, 의식이 해체되는 속도를, 신경이 하나씩 침묵하는 그래프를 — 새벽 네 시의 분석실에서, 커피가 식는 것도 모른 채 읽은 사람이 나니까.
등이 접속 의자에 닿았다.
차갑다. 가죽 아래 냉각관이 박혀 있어서, 앉는 순간 척추를 따라 한기가 스며든다. 여름에도 이 방은 춥다. 지하 38미터, 텍사스 연구단지 최심층. 항온항습 시스템이 실내 온도를 섭씨 17.4도에 맞추고 있다. BSI — 뇌-시뮬레이터 인터페이스가 요구하는 최적 온도다. 기계를 위한 온도. 사람을 위한 온도가 아니다.
뒤통수 아래로 금속 핀이 내려왔다. 경추 제1번에서 제5번까지, 미세한 니들이 정렬되면서 두개골 안쪽이 울렸다. 쇠붙이가 뼈를 긁는 진동이 아니라, 그보다 더 안쪽 — 뇌간 가까이에서 공명하는 기분 나쁜 울림이다. 기술자가 마지막 고정 볼트를 잠갔다. 기계팔이 내 머리 양쪽에서 정위치를 확인하는 소리. 딸깍. 딸깍. 체크리스트를 읽는 단조로운 음성이 잠시 이어지더니, 기술자가 물러섰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방화문이 닫히는 둔탁한 소리.
그리고 — 정적.
소독약과 배양액이 뒤섞인 공기가 코끝을 스쳤다. 오존의 날카로운 기운이 그 밑에 깔려 있다. 텍사스 연구단지 지하의 공기는 언제나 이 냄새가 난다. 13년을 드나들면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아니다. 목구멍 안쪽이 바짝 말라 있다. 천장의 무영등이 하얗게 쏟아지는 빛 아래, 의자에 고정된 채 누워 있으면 수술대 위에 올라간 기분이다.
아니 — 수술대가 맞을지도 모른다. 돌아오지 못하면 그냥 사체가 되는 거니까.
스피커가 켜지는 미세한 잡음.
"감각 순차 해제 시퀀스, 4초 후 개시."
투르에르의 목소리다. 관제실에서 모니터 벽을 사이에 두고 말하는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면 이상하게 납작해진다. 감정이 잘리고, 정보만 남는다. 늘 그렇다. 투르에르는 자기 감정을 목소리에서 지우는 데 능숙한 사람이다. 아니, 능숙한 게 아니라 — 그가 가장 두려울 때 목소리가 가장 평탄해진다는 것을, 나는 12년 동안 곁에서 지켜보며 배웠다.
지금, 그의 목소리는 완벽하게 평탄하다.
"이상 감지 시 즉각 철수한다."
즉각 철수.
12년 전, 이 방에서 투르에르가 같은 문장을 말했을 것이다. 얀 스키막스에게. 당시 투르에르의 목소리도 이렇게 평탄했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그 확신의 대가를 아직 치르기 전이었으니까.
스키막스는 들어갔다. 에코스라는 이름의 시뮬레이션 세계로. 그리고 11년을 그 안에서 보냈다. 외부 시간으로 11년, 내부 시간으로 — 얼마였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알 수 있는 것은 결과뿐이다. 2122년, 접속이 강제로 차단됐을 때 의자 위에 남은 것.
나는 그 BSI 데이터를 분석한 사람이다.
의식이 소거되는 패턴을 읽었다. 신경 다발이 상위 피질에서부터 하나씩 꺼져가는 로그를, 감각 피질이 마지막까지 저항하다가 무너지는 곡선을 — 삼백 페이지가 넘는 분석 리포트로 정리했다. 새벽 네 시. 분석실의 조명을 끄고 데이터만 띄워놓으면, 모니터의 푸른 빛이 벽을 물들인다. 스키막스의 마지막 11분을 나는 그 빛 속에서 3,200번 이상 재생했다.
3,200번. 내 개인 로그에 찍힌 정확한 숫자다.
그래서 안다. 이 의자가 사람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완충 프로토콜이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어디인지를. 그리고 그 한계 너머에서 사람의 의식이 어떻게 풀려나가는지를.
아는데도 여기 앉아 있다.
손바닥이 축축하다. 팔걸이의 금속 표면에 땀자국이 번졌다. 내 신경은 이 순간을 위해 오래전에 '조정'되었다. 세밀하게. 정밀하게.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를 설계한 사람은 호기심이라는 형질을 극대화했고, 패턴을 찾는 능력을 강화했으며, 미해결 문제 앞에서 멈추지 못하는 성향을 내 신경 구조에 새겨 넣었다.
설계대로 자란 셈이다. 설계대로 호기심이 강하고, 설계대로 답을 포기하지 못하고, 설계대로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정말 설계대로인 걸까. 지금 축축해진 이 손바닥은. 이를 악무는 이 턱은. 돌아오지 못한 사람의 데이터를 3,200번 재생한 이 집착은 — 형질로 쓰인 것인가, 내가 선택한 것인가.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다. 수십 번의 모의 접속을 견뎠고, 데이터는 충분히 검토했다. 투르에르가 12년에 걸쳐 개량한 완충 프로토콜은 이전과 다르다. 다르다고 믿어야 한다.
하지만 데이터는 감각이 아니다.
이를 악물었다.
"접속 개시."
핀이 신경에 물렸다.
[ BSI(뇌-시뮬레이터 인터페이스) 안전 프로토콜 가동 ]
[ 접속 대상: No.ES 207-341 '에코스' ]
[ 부드러운 동기 해제(Soft Synchronous Release) 대기 중… ]
[ 로컬 타임 연산 개시 ]
소독약 냄새가 끊겼다. 갑자기가 아니라 — 서서히, 마치 물 빠지듯 감각이 후퇴했다. 항온항습기의 저주파가 먼저 사라졌다. 그다음 등에 닿는 가죽의 감촉. 금속 핀의 압박감. 손바닥의 축축함. 하나씩, 하나씩, 세계가 벗겨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무영등의 하얀 빛이었다. 그것마저 꺼졌다.
메인 스위치를 내린 것이 아니었다. 내가 세계에서 빠진 것이었다.
암전. 완전한 무(無). 소리도, 냄새도, 감촉도, 중력조차 없는 공간. 나라는 존재가 의식 하나만 남긴 채 공중에 떠 있는 감각. 이것이 투르에르가 '동기 해제 단계'라고 부른 상태다. 모의 접속에서는 3초. 실전에서 얼마나 걸리는지는 — 해본 사람이 하나밖에 없고, 그 사람은 돌아오지 못했으니 물어볼 수가 없다.
1초. 2초. 3초.
끝나지 않는다.
[ 경고. 이질적 감각 데이터 대량 유입 ]
[ 완충 프로토콜 개입… 신경망 과부하율 47%… ]
추락했다.
끝이 없었다.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성대가 없었다. 입이 없었다. 몸이 없었다. 의식만 남은 채 바닥 없는 구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방대한 — 아니, 방대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정보가 뇌를 직접 때렸다. 위장이 뒤집히는 구역질이 올라왔다. 위장이 없는데 구역질을 느끼는 이 모순. 뇌가 이미 속기 시작한 것이다.
[ 완충 프로토콜… 신경망 과부하율 62%… 78%… ]
통증이 왔다. 눈 뒤쪽을 쇠못으로 찌르는 듯한, 날카롭고 정확한 통증. 투르에르가 12년에 걸쳐 개량한 완충 기술이 이 폭풍을 흡수하고 있는 건지, 이미 뚫린 건지 구분할 수 없었다. 모의 접속에서는 한 번도 과부하율이 40%를 넘은 적이 없다. 지금 78%. 올라가고 있다. 90%를 넘으면 자동 차단이 작동한다. 스키막스 때는 그 자동 차단이 작동하지 않았다.
괜찮다. 이건 다르다. 다르다고 —
[ 과부하율 안정화… 71%… 54%… ]
[ 관찰 객체 렌더링 완료 ]
[ 시각 피질 동기화율 99.9% ]
시야가 터졌다.
하얀 폭발. 안구가 타버리는 줄 알았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지만 — 눈꺼풀이 없었다. 이건 시각 피질에 직접 쏟아지는 정보다. 감을 수가 없다. 망막이 아니라 뇌가 보고 있다. 환하고, 지독하고, 압도적인 빛이 쏟아지다가 — 서서히, 윤곽이 생겨났다.
숨을 들이쉬었다.
폐가 불탔다.
석탄 매연이었다. 지독하고 매캐한 석탄 매연. 그 위에 기름에 절은 황동 냄새가 덮여 있었다. 기침이 목구멍을 찢으며 올라왔다. 쿨럭. 입술을 비집고 나온 기침 소리가 묘하게 낯설었다. 성대가 울리는 감각, 횡격막이 수축하는 감각, 폐포가 이물질에 반응하는 감각 — 전부 데이터로 만들어진 것이다. 데이터로 짠 허파가, 데이터로 짠 매연을 마시고, 진짜 기침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BSI의 본질이다. 뇌를 속인다. 완벽하게. 속인다는 사실을 아는 상태에서도, 몸은 — 아니, 뇌는 속는다. 속는 것을 거부할 수 없다. 이 위조와 현실의 경계, 뇌가 데이터를 감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그 경계선 — 거기서부터가 위험 구역이다.
관리 AI가 나를 이물질로 판단하면 접속이 끊긴다. 스키막스처럼. 그러면 나는 —
생각을 끊었다. 눈을, 아니 시각 피질을 굴렸다.
좁은 골목이었다.
축축한 돌바닥. 벽면을 따라 거미줄처럼 얽힌 구리 파이프에서 희뿌연 증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배관 이음새마다 달린 황동 밸브가 간헐적으로 증기를 토해냈다. 쉬이익. 쉬이익. 규칙적인 배기음. 파이프의 구리는 오래 산화된 것처럼 초록빛 녹이 슬어 있었고, 그 사이를 작은 벌레 같은 — 아니, 벌레가 아니라 기계였다. 손가락 한 마디만 한 황동 오토마타가 파이프 표면을 기어다니며 이음새를 점검하고 있었다. 여섯 개의 다리가 파이프를 감싸 쥐고, 정밀한 동작으로 나사를 조이는 모습이 실제 곤충보다 오히려 정교했다.
고개를 들었다. 하늘이 보여야 할 자리를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건물과 건물을 가로지르는 황동 빔 위에서 기어가 맞물려 돌았고, 그 톱니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이 톱니 모양으로 잘려 돌바닥에 흩어졌다. 빛과 그림자가 기어의 회전에 따라 느릿느릿 바닥을 가로질렀다. 멀리서 증기 기관이 돌아가는 둔중한 진동이 발바닥을 통해 전해져 왔다.
골목 너머로 더 넓은 거리가 보였다. 3층, 4층 높이의 건물들. 벽돌과 석재 위에 황동 장식이 덮인 파사드. 창문마다 톱니바퀴 무늬가 조각된 차양이 달려 있고, 건물 꼭대기에서는 크고 작은 굴뚝이 줄지어 하얀 연기를 뿜고 있었다. 거리를 가로지르는 증기 관이 아치처럼 건물들을 연결하고, 그 위를 사람의 형상이 걸어가고 있었다.
사람.
이곳의 주민이다. 데이터로 태어나 데이터로 살아가는,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
1,400년.
밖에서 방관하는 동안 — 아니, '방관'이라는 말도 정확하지 않다. 밖에서는 이 세계가 이렇게 된 줄도 몰랐다. 격리된 AI가 혼자서 1,400년에 걸쳐 빚어낸 세계. 신탁으로 문명의 방향을 틀고, 금기로 지식의 범위를 제한하고, 때로는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환각을 신의 비전으로 흘려보내 — 이 세계의 톱니바퀴와 황동과 증기와 의례를 탄생시킨 존재.
그 존재가 지금 나를 보고 있을까.
나를 이물질로 판단하는 순간, 접속이 끊긴다. 12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뒤통수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생명선이 걸려 있다. 텍사스 지하 38미터의 의자까지 이어진, 데이터로 된 탯줄. 그것이 끊어지면 나는 여기서 죽는다. 이 세계가 가짜라 해도, 죽음은 진짜다.
축축한 돌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중력이 미묘하게 달랐다. 조금 가볍고, 조금 끈적였다. 무릎에서 뭔가 묵직한 감촉이 — 내려다보니 옷이 달라져 있었다. 연구단지의 접속복이 아니라, 거친 직물로 된 긴 외투. 바지 밑단은 진흙에 젖어 있고, 허리에는 가죽 벨트가 묶여 있었다. BSI가 만들어낸 관찰 객체의 외형. 이 세계에 녹아들기 위한 위장.
일어섰다.
골목 끝에서 증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황동 파이프를 기어다니던 오토마타 하나가 내 발끝에서 멈추더니, 여섯 개의 다리를 접고 돌처럼 굳었다. 나를 인식한 것인가 — 아니, 이건 자동 반응일 것이다. 아마. 데이터가 부족하다. 아직은 관찰할 수밖에 없다.
47개의 파일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UNNAMED_THREAD_001부터 047까지. 10년 동안 삭제하지 못한 이름 없는 질문들. 케이트가 중단을 명령했을 때, 나는 파일을 삭제하려고 손을 올렸다. 손가락이 키 위에서 멈추었다. 삭제하면 질문 자체가 사라진다. 나는 질문을 삭제할 수 있는 인간인가 — 아니, 인간이라는 단어가 나한테 해당되는 건지도 아직 모르겠지만.
질문은 살아남았다. 나도 살아남았다. 여기까지 왔다.
골목을 빠져나가면 증기와 황동의 도시가 펼쳐져 있을 것이다. 1,400년 동안 격리된 AI가 빚어낸, 지구의 어떤 시대와도 닮지 않은 세계. 그 안에 답이 있다. 나를 설계한 사람들이 무엇을 숨겼는지. 이 시뮬레이션이 왜 종료되지 않았는지. 그리고 스키막스가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첫발을 내디뎠다. 돌바닥에 울리는 발소리가 낯설고, 선명하고, 진짜였다.
그 순간 — 골목 위를 가로지르는 톱니바퀴 하나가 맞물림을 멈추었다. 반 박자의 정지. 다른 모든 기어는 돌고 있는데, 그것만 멈추었다.
우연이었을까.
1초. 톱니바퀴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는 그 1초를 기록했다.
✦ 작가의 말
일단 썼으니 올리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