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0-312화 합본. 첫 이름 보관소의 무명 표찰에서 빈 직인까지
310화. 첫 이름 보관소의 무명 표찰
재무청 지하 최하층에 위치한 서고의 공기는 수백 년 동안 고여 있던 오래된 서류 냄새와 눅눅한 먼지로 가득했다. 벽면을 빼곡히 채운 철제 캐비닛들은 마치 거대한 묘비처럼 길게 늘어서 있었고, 천장에 매달린 마법 안내등은 푸른 불꽃을 머금은 채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바닥에 쌓인 먼지가 연기처럼 피어올랐으며, 정적만이 감도는 공간에는 이네스 일행의 발소리만이 무겁게 울려 퍼졌다.
이네스가 방금 확인한 장부의 항목을 다시금 짚어내자, 가장 안쪽 통로 끝에서 날카롭고 낮은 종소리가 울렸다.
딸랑.
소리가 시작된 곳은 ‘무명 표찰 보관함’이라는 낡은 명판이 붙은 철문 앞이었다. 녹슨 철문 위의 안내등이 갑자기 붉은빛을 내뿜으며 점멸하기 시작했다. 먼지가 두껍게 쌓인 글자들은 세월의 풍파에 깎여 거의 지워져 있었지만, 그 아래 새겨진 작은 문구 하나만은 기묘할 정도로 선명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 첫 이름 보관소 연동 구역 ]
그 문구를 확인한 관리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관리인은 뒷걸음질을 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 없습니다. 첫 이름 보관소는 실재하는 부서가 아닙니다. 재무청의 공식 기록상으로도 이미 폐쇄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곳입니다. 이곳에 그런 연동 구역이 남아 있을 리가…….”
이네스가 차가운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관리인을 응시했다.
“폐쇄 일자.”
“예?”
“해당 부서의 폐쇄 일자와 잔여 표찰의 처리 기록을 즉시 가져오세요. 실재하지 않는 부서라면 마땅히 존재해야 할 폐쇄 승인 기록도, 폐기물 처리 보고서도 남아 있어야 합니다. 행정 절차상 공백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관리인은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변명하려 했지만, 이네스의 서늘한 기세에 눌려 차마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 사이 피핀이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붉은빛이 감도는 철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문틈에 귀를 기울였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뒤로 물러섰다.
“안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려요.”
“무슨 소리인가.”
베라가 즉각 검 손잡이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피핀은 가슴팍을 부여잡은 채 창백해진 안색으로 대답했다.
“표찰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예요.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무수한 쇳조각들이, 마치 누가 먼저 밖으로 나가야 하는지 처절하게 싸우는 것처럼 들려요. 비명 같기도 하고, 굶주린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해요.”
피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거친 쇳소리를 내며 저절로 개방되었다. 문 안쪽 공간에는 손바닥만 한 은빛 표찰들이 수천, 수만 개는 됨직한 숫자로 층층이 매달려 있었다. 모든 표찰의 이름칸은 텅 비어 있었고, 빛조차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은빛 광채만을 기괴하게 내뿜고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살아 있는 벌레 떼처럼 서로를 밀치고 엉키며 요란하게 진동했다.
그때, 군집을 이루고 있던 표찰 중 하나가 탄환처럼 튀어나왔다.
무명 표찰은 허공에서 급격히 방향을 틀더니 로웬의 가슴팍을 향해 쏘아져 들어왔다. 로웬이 반응하기도 전, 베라가 한발 먼저 움직였다. 검집째 휘두른 베라의 일격이 정확하게 표찰의 궤적을 쳐냈고, 표찰은 날카로운 금속음을 내며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쨍그랑!
바닥에 떨어진 빈 표찰은 멈추지 않고 미친 듯이 몸체를 떨며 로웬의 발끝을 향해 기어갔다. 로웬의 외투 앞섶에는 표찰이 스쳐 지나간 아주 얕은 흠집이 남았는데, 그 흠집 주변으로 희미한 글자들이 형상화되려다 이내 안개처럼 흩어졌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관리인이 경악하며 숨을 삼켰다.
“이름을…… 부여받으려 한 겁니다. 저 표찰이 스스로의 주인을 정해 이름을 새기려 했어요.”
관리인의 호들갑 섞인 목소리를 로웬이 단호하게 끊어냈다. 로웬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이성적이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운명적인 이끌림 따위에는 단 한 줌의 흥미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불쾌한 규정 위반으로 간주하는 듯했다.
“이름 따위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니다.”
로웬은 베라의 발치에서 여전히 경련하고 있는 무명 표찰을 서늘한 눈으로 가리켰다.
“이 물건의 표찰 발행 번호와 최종 폐쇄 승인자를 확인해라. 당장.”
관리인의 안색은 이제 창백함을 넘어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그, 그것은 금기된 기록이라…… 함부로 열람할 수 없는…….”
“이것은 선물이나 기적이 아니라, 명백한 행정적 증거다.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언된 부서에서 발행된 물건이 이토록 실재하고 있다면, 그것은 심각한 행정적 결함이거나 누군가에 의한 의도적인 은폐다. 절차를 무시하고 유령 부서를 운영해 온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
로웬의 압도적인 기세와 논리적인 압박에 눌린 관리인은 결국 허겁지겁 메인 제어반으로 달려갔다. 관리인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시스템의 보안 코드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폐쇄된 부서의 기밀 정보를 강제로 불러오는 행위는 재무청 내부에서 파면 사유에 해당했으나, 눈앞에 선 로웬의 서슬 퍼런 안광은 그 어떤 인사 조처보다도 치명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시스템 콘솔 위로 기괴한 고대 기호들과 현대의 행정 코드가 뒤섞여 나열되기 시작했다. 서고 전체에 붉은색 경고등이 요란하게 점멸하며 잠겨 있던 데이터들이 강제로 복구되었다. 이네스와 피핀, 그리고 베라 모두가 긴장 어린 침묵 속에서 화면을 주시했다.
이윽고, 먼지 쌓인 데이터베이스의 가장 깊숙한 심부에서 단 하나의 최종 결재 문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 부서 상태: 영구 폐쇄 ]
[ 잔여 표찰: 전량 소각 및 폐기 처리 완료 ]
[ 폐쇄 승인자: 선택 전 대리인 ]
화면에 출력된 이름을 확인한 이네스의 미간이 좁혀졌다. '선택 전 대리인'이라는 기묘한 직함은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명칭이었다. 로웬은 그 글자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차갑게 읊조렸다. 모든 것은 이제 증거와 절차에 따라 심판받아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311화. 선택 전 대리인의 결재 인장
복원 명령은 생각보다 조용히 시작되었다.
콘솔 위의 빛이 한 번 깜박였고, 유리관 속에 눌어붙어 있던 검은 잉크가 천천히 원을 그렸다. 잉크는 글자가 되지 않고 도장면의 홈을 더듬었다. 오래전에 찍혔던 압력, 마른 손잡이의 기울기, 결재란 위에서 멈췄던 짧은 망설임까지 긁어내는 소리였다.
피핀은 두 귀를 양손으로 눌렀다. 소리가 크지는 않았다. 그런데 바닥 아래에서 같은 간격의 딱딱거림이 올라왔다. 무명 표찰들이 서로 부딪히며 줄을 맞추는 소리였다.
"표찰들이 움직여요. 누가 부른 것처럼."
베라는 대답 대신 로웬의 앞을 한 걸음 막았다. 그리고 다시 보관함 쪽으로 몸을 틀었다. 보관함 유리 안쪽, 이름이 비어 있던 표찰 몇 개가 로웬의 가슴 높이와 같은 줄로 미끄러져 왔다.
"붙으려고 합니다."
관리인이 낮게 말했다. "복원음에 반응하는 겁니다. 큰 의미는 없습니다."
"큰 의미가 없으면 왜 방금 문을 잠갔지?"
이네스가 관리인의 손목을 보았다. 관리인의 손가락은 콘솔 옆 잠금 손잡이를 아직 놓지 못하고 있었다.
관리인은 천천히 손을 뗐다. "폐쇄 승인자 기록은 민감합니다. 특히 선택 전 대리인 항목은 오해를 부릅니다."
로웬은 유리관 안에서 떠오르는 도장면을 바라보았다. 둥근 테두리 안쪽에는 아직 문자가 없었다. 대신 중앙이 빈 채로, 인장을 찍을 때마다 다른 권한명이 들어갈 수 있도록 홈이 비워져 있었다.
"선택 전 대리인이 사람 이름입니까?"
관리인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빈 자리입니다. 누군가가 오기 전까지, 누군가를 대신해 승인하는 권한 자리. 그뿐입니다."
"그뿐인 자리가 첫 이름 보관소를 닫았군요."
이네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인장 보관 위치. 사용 횟수. 마지막 사용 시각. 전부 띄우세요."
"열람 권한이 없습니다."
"폐쇄 승인자의 인장을 복원하라고 명령한 주체는 관리인이 아니라 바로 이 콘솔입니다. 콘솔이 보여 주지 않을 기록을 왜 복원합니까?"
관리인의 입술이 굳었다.
그 사이 피핀은 무명 표찰들의 소리를 다시 들었다. 딱, 딱, 딱. 줄을 맞춘 표찰들이 보관함 유리 안쪽에서 뒤집혔다. 빈 면에는 아무 이름도 없었다. 하지만 뒤집히는 순서가 일정했다. 오래된 배달 명단처럼 앞에서부터 하나씩, 누락된 칸을 기다리는 소리였다.
"로웬 씨 쪽으로 맞춰지고 있어요."
베라가 보관함 앞에 완전히 섰다. 베라의 어깨가 유리에 닿았다. "붙지 못하게 막겠습니다."
"떼어 내는 규정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관리인이 말했다.
"붙게 두는 규정은 안전합니까?"
베라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로웬은 손을 들어 둘의 말을 멈췄다. 유리관 속 결재 인장이 마침내 형태를 갖췄다. 손잡이는 없고 도장면만 떠 있었다. 도장면 한가운데 빈 홈이 맥박처럼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관리인. 필요한 건 계시나 이름 따위가 아니다. 이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기록이다."
로웬은 콘솔을 향해 말을 이었다. "발행 권한의 대리 기간. 승인 번호. 선택 전 대리인이 결재할 수 있었던 문서 종류. 출력해."
콘솔은 즉시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보관함 안쪽 표찰들이 일제히 멈췄다. 피핀의 귀에 딱딱거리던 소리가 끊기자, 방 전체가 더 좁아진 것처럼 느껴졌다.
[ 승인 번호: 미발행 ]
첫 줄이 떠올랐다.
이네스의 눈썹이 움직였다. "승인 번호가 없는데 폐쇄가 됐다고?"
관리인은 시선을 내렸다. "임시 결재였을 겁니다."
"임시 결재는 기간이 있어야 하지."
로웬이 말했다. "기간을 띄워."
이번에는 콘솔이 오래 버티지 못했다. 검은 잉크가 도장면의 빈 홈에서 흘러나와 화면 아래쪽으로 떨어졌다. 글자가 한 줄씩 굳었다.
[ 대리 기간: 첫 심부름 완료 전까지 ]
312화. 미발행 승인 번호의 빈 직인
철컥, 철컥.
일정한 간격으로 무거운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거대한 문서 더미 위를 오가는 결재 인장은 기계적인 정확도로 승인 번호가 찍혀야 할 칸을 타격했다. 그러나 서류 위에 남는 것은 번호가 아니라,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빈 원형의 테두리뿐이었다. 먹조차 묻지 않은 인장이 종이를 짓누를 때마다 메마른 마찰음이 서고의 정적을 깼다.
이네스가 그 기괴한 광경을 지켜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의 시선은 인장이 머물다 간 자리와, 그 옆에 떠오른 붉은 글씨의 로그 기록을 번갈아 훑었다.
“이해가 안 되는군요. 폐쇄 집행 로그는 이미 종료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절차상으로 ‘완료’ 상태라는 뜻이죠. 그런데 왜 승인 번호는 발행되지 않은 겁니까?”
이네스의 목소리는 서늘했다. 그녀는 관리인의 변명을 용납할 생각이 없다는 듯, 로그의 모순점을 손가락으로 짚어냈다.
“미발행 승인 번호와 폐쇄된 로그. 이건 공존할 수 없는 데이터입니다. 누군가 강제로 기록을 닫았거나, 아니면 번호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유령 결재라는 소리밖에 안 돼요.”
관리인은 대답 대신 낡은 소매로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인장의 움직임을 살폈으나, 기계는 여전히 허공을 때리듯 빈 칸만을 반복해서 찍어댈 뿐이었다.
그때, 피핀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그녀의 예민한 귀가 보관함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를 포착했다. 그것은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였지만, 일반적인 금속이나 나무의 마찰음과는 달랐다.
“……줄을 맞추고 있어.”
피핀이 나지막이 웅얼거렸다. 베라가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
“누가? 관리인 말이냐?”
“아니, 저기 보관함 안에 있는 이름표들. 이름 순서가 아니야. 이름과 이름 사이에 있는 ‘빈칸’들이 서로 자리를 맞추고 있어. 빈 공간이 넓은 쪽부터 차례대로, 찰칵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피핀의 말대로였다. 보관함 속에 무질서하게 꽂혀 있던 표찰들이 기묘한 진동을 일으키며 재배열되고 있었다. 그것은 이름이라는 실체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름이 적히지 않은 공백의 크기를 가늠하며 대열을 정비하는 광경이었다. 마치 보관함 자체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비어 있는 부분을 메우기 위해 꿈틀거리는 듯했다.
표찰 하나가 보관함 밖으로 튀어나올 듯 거세게 흔들렸다. 그 방향은 정확히 로웬을 향하고 있었다.
그 순간, 베라가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녀는 무거운 대검의 손잡이를 쥔 채 로웬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마치 보이지 않는 화살을 막아내려는 방패처럼, 그녀의 육중한 존재감이 로웬과 보관함 사이의 공간을 단절시켰다.
“물러나 있어, 로웬. 이 물건들이 네 몸에 닿게 두지 않겠다.”
베라의 단호한 태도에 표찰들은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여전히 보관함 틈새에서 비어져 나오려 애를 썼다. 보관함 앞을 막아선 베라의 등 너머로 차가운 금속음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상황이 험악해지자 관리인이 서둘러 손사래를 치며 끼어들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이건 인물에 대한 공격이 아닙니다. ‘첫 심부름 완료’ 여부는 그…… 누구라는 특정 인물명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건 보관함의 상태값일 뿐이에요! 보관함이 비어 있느냐, 채워져 있느냐에 따라 시스템이 반응하는 것이지, 결코 그분이 누군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니까요!”
관리인의 말은 비겁한 회피에 가까웠다. 그는 사태의 본질을 흐리며 책임을 보관함이라는 사물에게 전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웬은 그 비논리적인 변명을 가만히 듣고만 있지 않았다.
로웬이 베라의 어깨 너머로 관리인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은 기억을 되찾으려는 혼란이 아니라, 눈앞의 부정(不正)을 바로잡으려는 집행자의 그것에 가까웠다.
“상태값이라고 했나.”
로웬의 낮은 목소리가 공기를 진동시켰다.
“그렇다면 더더욱 명확해야겠군. 관리인, 네 말대로 이것이 시스템의 절차라면 기록의 주체를 모호하게 뭉뚱그리지 마라. 발행자가 누구인지, 수취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완료’ 처리한 주체가 누구인지를 분리해서 출력해.”
“그, 그건 제 권한 밖의 일이라…….”
“권한의 문제가 아니다. 기록의 의무지. 승인 번호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 번호를 지워버린 책임자가 누구인지라도 밝혀내라. 지금 당장.”
로웬의 요구는 서늘하면서도 정교했다. 그는 감정에 호소하거나 자신의 정체를 주장하는 대신, 관리인이 도망칠 수 없는 논리의 그물을 좁혔다. 관리인은 로웬의 압박에 못 이겨 벌벌 떠는 손으로 제어반의 다이얼을 돌렸다.
결재 인장이 멈췄다.
정적 속에서, 허공에 떠 있던 로그 기록들이 급격하게 재편되기 시작했다. 붉은 글자들이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더니, 이전보다 훨씬 구체적인 항목들로 나뉘어 출력되었다. 발행자와 수취자 항목은 여전히 깨진 글자로 가득했지만, 마지막 줄만큼은 선명하게 그 형태를 드러냈다.
이네스와 피핀, 그리고 베라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로웬의 눈동자에 비친 문구는 그들이 예상했던 그 어떤 인물의 이름도 아니었다.
[ 완료 처리자: 수취 전 보관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