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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3화. 축복식 중 열린 문 / 성가대 대리 서명의 목소리 / 제3성부의 빈자리 일러스트

211-213화. 축복식 중 열린 문 / 성가대 대리 서명의 목소리 / 제3성부의 빈자리

211화. 축복식 중 열린 문

종이 위에 배어 나온 글자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렸다.

출입 시각: 혼례 축복식 진행 중

그 문구가 원장의 결을 따라 번져 나가는 순간, 집무실 안에는 기묘한 공명이 일었다. 그것은 소리라기보다는 진동에 가까웠다. 마치 멀리서 울리는 거대한 성당의 종소리가 종이의 질감을 타고 손끝으로 전해지는 듯한 감각이었다.

로웬은 미동도 없이 그 글자를 내려다보았다. 기록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록을 남기는 자는 거짓을 덧씌울 수 있다. 지금 로웬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철저히 은폐되려 했던 진실이 강제로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며 터뜨리는 비명이었다.

침묵을 먼저 깬 것은 피핀이었다. 코를 킁킁거리며 원장 근처로 다가온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한 냄새가 나요.”

“냄새?”

이네스의 물음에 피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동자가 갈피를 못 잡고 허공을 헤엄쳤다.

“축복식 때 피우는 진한 향료 냄새가 나는데…… 그 밑에 젖은 흙바퀴 냄새가 섞여 있어요. 그리고 아주 차갑고 소름 돋는 냄새도요. 마치 오랫동안 방치된 식은 은촛대를 만졌을 때 같은 그런 냄새요.”

피핀의 감각은 예리했다. 향료는 예식장을, 젖은 흙은 외부 혹은 지하 통로를, 그리고 식은 은 금속의 취기는 예물 창고의 삼엄한 금고를 상징했다. 세 가지 공간의 흔적이 이 종이 한 장에 동시에 얽혀 있다는 뜻이었다.

이네스가 서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혼례 축복식 진행 중이라면, 성직자부터 예물 관리 책임자까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예식장에 참석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신랑과 신부, 그리고 주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자 철칙이니까요.”

그녀의 손가락이 원장의 날짜를 짚었다.

“창고를 지켜야 할 자도, 열쇠를 관리해야 할 자도 모두가 축복의 노래를 부르고 있어야 할 시간에 금고 문이 열렸다는 건…….”

“축복을 받는 척하면서 뒤로는 주머니를 채우고 있었다는 거군요.”

베라가 주먹을 불끈 쥐며 내뱉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가장 거룩해야 할 시간에 가장 추잡한 짓을 저질렀다니. 이건 단순한 절도가 아니에요. 믿음을 기만한 겁니다.”

그때, 말없이 기록을 살피던 모르그가 소매에서 작은 수정 돋보기를 꺼내 들었다. 그는 출입 시각이 적힌 숫자 위를 면밀히 훑었다.

“로웬 경, 이것 좀 보십시오. 숫자의 획이 미세하게 겹쳐 있습니다.”

로웬이 다가가자 모르그가 지목한 부분이 보였다. 잉크의 농도가 미묘하게 달랐다.

“시간을 기록한 잉크 아래에 다른 흔적이 있습니다. 이건…… 예식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소리를 기록한 공식 일정표 위에 시각을 덧쓴 흔적입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기록의 순서를 뒤바꿨거나, 예식 시간을 방패 삼아 출입 기록을 뭉개버리려 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범인은 단순히 문을 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예식이라는 거대한 소음과 군중의 시선 속에 자신들의 행적을 녹여버리려 했다. 모두가 제단 위의 신랑과 신부를 바라보며 눈물 흘릴 때, 누군가는 어둠 속에서 차가운 금고 손잡이를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로웬은 상황을 정리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가설을 확정할 물증이었다. 누가 예식장에 없었는지, 혹은 누가 예식장에 있으면서도 그 자리에 없었는지를 증명해야 했다.

그는 다시 한번 묵직한 인장을 들었다. 이번에는 원장의 빈 공간이 아니라, 명부의 뒷장, 즉 사람들의 이름이 빽빽이 적혀 있어야 할 결재 칸을 향했다.

로웬의 목소리가 낮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서류상의 알리바이가 완벽하다면, 그 알리바이를 구성하는 연결고리를 부수면 됩니다.”

그는 인장에 마력을 실어 단호하게 찍어 눌렀다.

혼례 축복식 참석명부 및 열쇠 반납 기록 대조 제출 요구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원장이 거칠게 요동쳤다. 마치 삼키고 싶지 않은 진실을 억지로 게워내려는 듯, 종이의 결이 뒤틀리며 새로운 페이지가 솟아올랐다. 집무실 안의 공기가 급격히 차가워졌다.

파르르 떨리던 종이 위로 잉크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정갈한 기록의 형태가 아니었다. 겹겹이 쌓인 이름들, 그리고 그 옆에 어지럽게 나열된 배치도였다.

원장이 토해낸 것은 뜻밖에도 성가대의 배치표였다. 가장 높은 곳에서 축복의 노래를 불러야 할 이들의 명단. 그리고 그 옆에는 예물 창고의 열쇠를 반납했어야 할 관리자들의 서명란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이네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 기록을 읽어 내려갔다.

“……이건?”

그녀의 손끝이 멈춘 곳에는 기괴한 불일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열쇠는 반납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반납을 확인한 서명은 관리자의 것이 아니었다.

로웬이 그 문구를 확인하자마자, 원장의 마지막 줄에 붉은 낙인처럼 글자가 새겨졌다.

반납 서명: 축복식 성가대 대리 서명

그 순간, 집무실의 열린 창문 너머로 환청 같은 찬송가가 들려오는 듯했다. 가장 맑은 목소리로 신을 찬양하던 이들의 손에, 사실은 피 묻은 열쇠가 들려 있었다는 사실이 서늘한 문장으로 완성되었다.

212화. 성가대 대리 서명의 목소리

원장이 뱉어낸 것은 단순한 종이 뭉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성가대 배치표와 열쇠 반납 서명란이 기괴하게 뒤섞인, 일종의 행정적 자백이었다. 로웬이 내민 ‘혼례 축복식 참석명부 및 열쇠 반납 기록 대조 제출 요구’의 압력에 못 이겨, 원장의 권능이 억지로 끄집어낸 진실의 파편들이 탁자 위에 흩어졌다.

가장 아랫줄, 아직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듯 선명하게 새겨진 문구가 로웬의 시선을 붙들었다.

[반납 서명: 축복식 성가대 대리 서명]

“대리 서명이라…….”

로웬이 낮게 읊조렸다. 성가대는 신성한 축복식의 화음을 완성하는 자들이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하며, 특히 축복식 직후의 열쇠 반납은 본인 확인이 필수다. 누군가 대신 서명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성가대 내부의 규율이 무너졌거나, 혹은 누군가의 부재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증거였다.

피핀이 코를 킁킁거리며 서류 근처로 다가왔다. 그녀의 감각은 언제나 서류의 행간보다 그 질감에 묻은 흔적을 먼저 읽어냈다.

“로웬, 여기서 이상한 냄새가 나요.”

피핀이 서명란에 코를 바싹 들이밀었다.

“코를 찌르는 목약(木藥) 냄새, 그리고 아주 오래된 성초의 촛농 냄새가 섞여 있어요. 아, 이건…… 낡은 악보 가죽끈 냄새도 나요. 아주 오랫동안 습기를 머금었다가 마른 것 같은 그런 퀴퀴한 냄새요.”

단순한 성가대원의 냄새가 아니었다. 그것은 성가대의 깊숙한 수납고, 혹은 환자가 머무는 병실의 냄새에 가까웠다. 이네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배치표와 대조 서류를 훑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성가대의 각 파트를 짚어나갔다.

“축복식은 정교한 화음의 산물이에요.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이 중 단 한 명만 자리를 비워도 대성당의 울림은 즉각적으로 변하죠. 만약 누군가 이탈했다면, 소리가 비었을 텐데…….”

이네스의 목소리에 의구심이 서렸다.

“현장에서 소리가 빈다는 보고는 없었어요. 그렇다면 두 가지 가능성뿐이죠. 자리를 이탈한 자의 목소리를 누군가 완벽하게 흉내 내며 두 사람 몫을 했거나, 아니면 애초에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되는 위치의 인물이 움직였거나.”

그때 베라가 냉철하게 끼어들었다. 그녀는 원장의 안색을 살피며 로웬에게 경고하듯 말했다.

“로웬, 성가대 전체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건 위험해. 저들이 아무리 허술해도 집단 전체가 공모했을 리는 없어. 그건 사제단과의 전면전을 의미하니까. 지금 우리가 찾아야 하는 건 ‘대리 서명’을 해야만 했던 그 단 한 명의 공백이야. 성가대라는 거대한 이름 뒤에 숨은 그 틈새를 찾아야 해.”

모르그는 돋보기를 꺼내 서명란의 필적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이 종이의 뒷면을 조심스럽게 문질렀다.

“필압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서명을 한 자는 아주 서둘렀거나, 손목의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상태였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로웬 님. 이 배치표 옆에 묻은 악보 넘김 흔적을 보십시오.”

모르그가 가리킨 곳에는 미세한 지문과 함께 종이가 구겨진 자국이 있었다.

“악보를 넘긴 흔적의 깊이와 서명할 때의 필압이 전혀 맞지 않습니다. 악보를 넘긴 자는 아주 건강하고 힘 있는 손길이었지만, 서명을 남긴 자는 손가락 끝에 힘이 없었습니다. 즉, 축복식 내내 노래를 부르며 악보를 넘긴 인물과, 식이 끝나고 열쇠를 반납하며 서명을 남긴 인물이 ‘다른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상황은 명확해지고 있었다. 누군가 성가대의 옷을 입고 식장에 들어갔다. 그는 완벽하게 성가대원의 역할을 수행했고, 식이 끝나자마자 사라졌다. 그리고 남겨진 진짜 성가대원, 혹은 그를 대신할 누군가가 힘 빠진 손으로 대리 서명을 남겨 기록을 조작한 것이다.

로웬은 원장을 똑바로 응시했다. 원장의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이제는 가설이 아니라, 물증을 확정 지을 행정적 절차가 필요했다. 로웬이 다시 한번 공증된 권한을 발동시켰다. 그의 목소리가 집무실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성가대 전체의 신원을 확인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었어야 할 ‘기록’과 ‘실제’의 괴리를 증명하겠습니다.”

로웬의 손끝에서 새로운 요구서가 형상화되었다.

“성가대 악보 대출 기록 및 축복식 중 자리 이탈 보고서 제출을 요구합니다. 특히, 각 파트별 악보의 오염도와 보관 상태에 대한 실사 기록을 대조하겠습니다.”

원장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로웬이 요구한 것은 단순한 명단이 아니었다. 악보는 성가대원의 지문과 땀, 그리고 그날의 흔적이 가장 진하게 남는 물건이다. 대출 기록과 반납된 악보의 상태를 대조하면, 누가 실제로 악보를 들고 노래를 불렀는지 단번에 드러날 터였다.

허공에 떠오른 문서들이 소용돌이치며 원장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원장은 무언가 저항하려 했으나, 로웬이 세운 ‘절차의 벽’ 앞에서는 무력했다.

이윽고, 원장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탁자 위에 마지막 기록을 토해냈다. 그것은 성가대의 각 성부별 열쇠 반납 순번이 적힌 양식이었다.

로웬과 일행의 시선이 동시에 그 문서의 하단으로 향했다.

제1성부, 반납 완료.

제2성부, 반납 완료.

그리고 이어진 다음 칸.

[열쇠 반납 순번: 제3성부 공란]

가장 화려한 화음을 쌓아 올려야 할 제3성부의 자리가, 마치 누군가 도려낸 듯 텅 비어 있었다. 그곳에 남아야 할 서명 대신, 기괴한 얼룩만이 번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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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화. 제3성부의 빈자리

원장이 내민 기록지는 서늘한 침묵 속에서 바스락거렸다. 장부의 끝머리, ‘열쇠 반납 순번’이라 적힌 칸에는 기이할 정도로 매끄러운 공백이 자리하고 있었다. 단순히 이름을 적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 칸을 비워두기 위해 주변의 간격을 조정한 듯한, 기묘한 인위성이 느껴지는 여백이었다.

로웬은 시선을 옮겨 성가대 배치표를 나란히 대조했다. 기록지의 공백과 배치표의 한 지점이 정확히 일치했다. 제3성부. 화합의 중심을 받쳐야 할 그 자리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비어 있었다.

“이상해요.”

피핀이 코를 킁킁거리며 배치표 근처로 다가왔다. 그는 공란 주위에 코를 박고 한참이나 냄새를 맡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젖은 리본 냄새가 나요. 아주 희미하긴 한데…… 그리고 아주 미세한 쇳가루 냄새도 섞여 있어요.”

“젖은 리본과 쇳가루라고?”

베라가 되물었지만 피핀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릿한 금속 향과 축축하게 젖은 옷감의 냄새. 그것은 성스러운 성가대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불협화음이었다.

이네스가 배치표의 제3성부 자리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음악가로서의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제3성부는 화음의 허리예요. 소프라노의 선율과 베이스의 무게를 연결하는 가장 핵심적인 중저음이죠. 만약 이 자리가 비어 있었다면, 지휘자나 다른 단원들이 모를 수가 없어요. 소리가 텅 비어버렸을 텐데, 축복식 내내 아무런 소란이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돼요.”

“그 말은 즉, 누군가 그 자리에 서 있기는 했다는 뜻이군.”

모르그가 돋보기를 꺼내 악보 대출 기록을 살폈다. 낡은 종이 위를 훑던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여기 좀 보십시오. 제3성부의 악보 대출 표시가 두 번 긁힌 흔적이 있습니다. 한 번 적었다가 지우고, 그 위에 다시 덧씌운 게 아니에요. 마치 같은 자리에 두 사람이 동시에 서명하려다 뭉개진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잉크가 번진 자국 아래로 희미하게 겹쳐진 선들이 보였다. 그것은 단순한 오기가 아니었다. 존재를 증명하려는 자와 그 존재를 감추려는 자가 한 장의 종이 위에서 사투를 벌인 흔적 같았다.

베라가 팔짱을 낀 채 차갑게 정리했다.

“사람이 빠진 게 아니야. 누군가 그 자리를 ‘빌린’ 거지. 원래 있어야 할 사람의 권한과 자리를 통째로 집어삼키고, 그 위에 껍데기만 덮어쓴 누군가가 있었던 거야.”

성가대의 완벽한 화음 속에 숨어든 침입자. 그는 제3성부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기록상으로는 자신을 완벽히 지워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긴 젖은 리본과 쇳가루의 흔적까지는 지우지 못했다.

로웬은 원장을 똑바로 응시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원장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로웬은 예언자의 신비로운 직관에 기대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눈앞의 증거와 절차를 통해 상대를 압박하는 법을 알았다.

“원장님, 이 장부는 폐기된 것이 아니니 원본이 따로 있겠군요.”

“그, 그렇습니다만…… 지금은 정리 중이라…….”

“행정 절차상 의혹이 발견된 장부는 즉시 압류 및 대조가 원칙입니다. 지금 당장 제3성부의 출석 원본과 악보 반납 확인서 전체를 제출하십시오. 대리 서명이 아닌, 반납 당시의 실시간 기록지여야 합니다.”

로웬의 어조는 단호했다. 성자식의 자비보다는 세무 조사관의 냉혹함에 가까운 압박이었다. 원장은 마른침을 삼키며 뒷걸음질 치다 결국 서고 구석의 금고를 열었다.

잠시 후, 눅눅한 종이 뭉치가 탁자 위에 놓였다. 로웬은 거침없이 종이를 넘겼다. 피핀이 맡았던 젖은 냄새가 종이 뭉치 사이에서 확 끼쳐 왔다. 마침내 로웬의 손가락이 마지막 페이지의 특정 문구에서 멈췄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악보 반납자 명단, 제3성부의 칸에는 방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붉은 인장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휘갈겨진 기록을 확인한 순간, 이네스는 비명을 삼켰고 모르그의 눈썹은 경련하듯 떨렸다.

[악보 반납자: 축복식 종료 전 사망 처리.]

반납된 악보는 있었으나, 반납한 이는 이미 죽은 상태였다. 죽은 자가 화음의 중심에 서서 노래를 부르고, 다시 돌아와 악보를 건넸다는 기괴한 증명이 장부 위에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로웬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이제 추적해야 할 대상은 살아 있는 침입자가 아니었다. 시체가 남긴 흔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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