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뚫린다
뚫린다
"와라.
내 쪽 시험부터 끝내자."
태산이 가드를 올렸다.
파성호위진(破城護衛陣) 돌진 자세.
오른발 축, 왼팔 전면.
금강불괴가 피부 아래에서
단단하게 올라오는 감각.
100%.
전신 방어.
익숙한 무게.
GANG-CP가 반응했다.
삼각 천공 장치의 회전이
한 단계 더 빨라지며
저음의 충전음이 완성형에 도달했다.
태산은 한 발짝 더 내딛었다.
이 거리면 직권 한 방이
코어까지 도달한다.
발이 땅을 박찼다.
충격이 골반을 타고
허리를 지나 어깨로 올라왔다.
그 끝에서 ── 주먹이 뻗었다.
금강불괴 100%를 실은 직권.
공기가 먼저 갈라졌다.
같은 순간,
GANG-CP의 삼각 장치 세 면이
동시에 펼쳐졌다.
소리가 사라졌다.
아니, 소리보다 빠른 것이 왔다.
관통파(貫通波).
태산의 주먹이 GANG-CP에
도달하기 직전,
좌측 어깨에 뭔가가 박혔다.
박혔다는 표현도 틀렸다.
뚫렸다.
금강불괴가 ── 뚫렸다.
태산의 주먹이 멈춘 건
충격 때문이 아니었다.
정보 처리가 늦었다.
'뚫리지 않는 것'이 뚫렸다는 사실을
뇌가 받아들이는 데
0.5초가 걸렸다.
그 0.5초 동안
태산의 몸이 반 보 밀렸다.
피가 왼쪽 어깨에서
교복 소매를 타고 내려왔다.
뜨거운 것이 아니라
차가운 감각.
"...뚫렸다?
금강불괴가?"
천기의 음성이
태블릿에서 흘러나왔다.
차분하고 정돈된 목소리.
전투 중이라는 긴박함이
한 톨도 섞여 있지 않았다.
"아프시죠?
이게 시험이에요."
태산의 이가 물렸다.
시선이 흔들리지 않았다.
GANG-CP의 삼각 장치가
이미 두 번째 충전을 시작하고 있었다.
……세 방향.
삼각 장치의 세 면이
각각 다른 각도에서 파동을 쏜다.
한 점으로 수렴하는 게 아니라
관통 지점을 세 후보에서 골라 찍는 구조.
예측이 안 돼.
태산은 뒤로 물러났다.
잔상분격(殘像分擊)의 보법으로
측면 사선을 잡았다.
첫 번째 관통파가 왼쪽 공간을 갈랐다.
회피.
두 번째가 우측 하단을 노렸다.
간발의 차이.
세 번째가 ──
우측 팔뚝을 스쳤다.
찰과.
작지만 선명한 통증이
팔 전체에 쫙 퍼졌다.
금강불괴를 걸고 있는 상태에서
스치는 것만으로 피부가 열렸다.
"태산! 거리 벌려!"
남궁현의 목소리가
뒤에서 날아왔다.
짧고 단호한 명령.
태산은 세 걸음을 후퇴하며
좌측 어깨를 움켜쥐었다.
핏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왔다.
왼쪽 어깨 관통상.
우측 팔뚝 찰과.
금강불괴를 100% 올린 상태에서
이 피해.
……무적이 아니었다.
금강불괴는 절대방어가 아니었어.
태산의 입술이 떨렸다.
공포가 아니었다.
아직 공포까지는 오지 않았다.
지금 느끼는 건
세상이 한 바퀴 돌아가는 것 같은
어지러움이었다.
18년간 믿어왔던 전제가 무너졌다.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지 않았다.
……그러면 방법을 바꿔.
뚫리면 끝이 아니라,
뚫리고도 이기면 되잖아.
GANG-CP의 삼각 장치가
세 번째 회전을 시작했다.
충전음이 공기를 눌렀다.
태산은 주먹을 쥐었다.
붕대 아래에서 열이 다시 올라왔다.
통증이 아니라
결심이 체온을 올리고 있었다.
*
남궁현은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왼손이 떨리고 있었다.
늘 그렇듯,
감추는 기색은 없었다.
제자가 피를 흘리고 있다.
교관인 자기가
들어가야 할 타이밍이
이미 지났을 수도 있다.
그런데 ── 멈추지 않았다.
태산의 눈이 바뀌었다.
교관 생활 14년 동안
수백 명의 학생을 봤지만
저 눈은 처음이었다.
무너진 뒤에 세워지는 눈.
패배를 인정한 게 아니라
전제를 갈아 끼우는 눈.
남궁현의 왼손 떨림이 멈추었다.
……좋아, 태산.
네가 뭘 찾는지 지켜본다.
전투장 한쪽 끝에서
또 하나의 시선이 있었다.
홍천무.
B반 1학년.
교관 허가 없이
방어구역 경계선까지 와 있었다.
권갑을 낀 양손이
허벅지 옆에서 미동도 없었지만
눈은 GANG-CP의 삼각 장치를
해부하듯 따라가고 있었다.
……관통파의 주기가 불규칙하다.
형파(形破)로는
이 패턴의 예측이 늦는다.
천무의 시선이 태산에게로 옮겨졌다.
저 사람이 형파 없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
태산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GANG-CP와의 거리를 재고 있었다.
15m.
……전체 방어가 안 되면,
전체에 쓸 필요가 없잖아.
가설이 떠올랐다.
단순하고 무식한 가설.
100%를 전신에 퍼뜨려서
1%씩 뚫리면,
뚫리는 한 점에만
300%를 몰면 어때.
"전체가 안 되면,
뚫리는 데만 세 배."
태산이 중얼거렸다.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
GANG-CP의 삼각 장치가
충전 임계에 도달했다.
세 면의 회전 방향이
동시에 역전되는 순간 ──
발사.
관통파가 정면에서 날아왔다.
이번에는 읽었다.
장치 세 면 중
가장 먼저 역전한 면이 발사면이었다.
태산은 왼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전신의 금강불괴를 풀었다.
0.3초.
풀린 기운 전부를
좌전완 한 곳에 밀어 넣었다.
무겁다.
팔 하나가 바위가 된 것 같았다.
나머지 몸이 종잇장처럼 가벼워졌다.
관통파가 좌전완에 충돌했다.
소리가 달랐다.
아까의 관통음이 아니라
쩌렁, 하는 금속 울림.
산란.
관통파가 좌전완 표면에서
꺾여 나갔다.
파쇄되지도 않았고
흡수되지도 않았다.
굴절.
진행 방향이 비틀린 채
벽 쪽으로 빠졌다.
막았다.
"됐다!
그거다, 태산!"
남궁현의 목소리가
간결했지만 무거웠다.
교관이 아니라
무인으로서의 감탄.
태산은 좌전완을 내리며
이를 물었다.
기력이 반 이상 빠졌다.
전신 분산과 비교하면
소모 속도가 세 배였다.
……한 번 막는 데
이만큼 빠지면,
두 번째는 없어.
다음은 막으면서 동시에
때려야 해.
GANG-CP가 보정을 시작했다.
추적 알고리즘이
태산의 이동 패턴을 갱신했다.
삼각 장치의 발사 각도가
미세하게 바뀌었다.
태산은 사선으로 움직였다.
45도 측면.
비집중 부위가 노출되는 각도를
최소화하면서
짧은 페인트를 섞었다.
오른쪽으로 한 보.
GANG-CP의 추적이 따라왔다.
왼쪽으로 반 보.
보정에 0.2초 지연.
그 사이에 관통파가 스쳐 지나갔다.
등 뒤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귓볼을 때렸다.
호흡이 과부하에 걸렸다.
심박이 너무 빨랐다.
금강불괴를 집중 해제하고
재집중하는 과정에서
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집중할 수 있는 횟수가 한정돼.
그 안에 끝내야 해.
태산의 시선이
GANG-CP의 삼각 장치에 고정되었다.
장치.
관통파를 만드는 건
GANG-CP의 코어가 아니라
저 삼각 천공 장치야.
방패를 못 뚫으면,
송곳을 부순다.
태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피가 묻은 입술 사이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
GANG-CP의 관통파 충전 주기.
약 3.2초.
발사에서 다음 발사까지
인터벌 0.8초.
태산은 세 번 관측하며
숫자를 몸에 새겼다.
머리가 아니라 발이 기억하는 리듬.
충전음이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태산의 발이 땅을 박찼다.
파성호위진 돌진.
12m를 찢어가는 직선 돌파.
금강불괴를 좌전완에 몰았다.
300% 집중.
방패는 하나.
나머지 전신은 비어 있었다.
GANG-CP가 반응했다.
삼각 장치의 한 면이 발광하며
관통파를 쏘았다.
태산은 좌전완으로 받았다.
산란.
파동이 꺾여 나갔다.
같은 순간 ──
태산은 금강불괴를 풀었다.
완전 해방.
0.2초.
그 0.2초 동안
태산의 몸은 방어 제로였다.
종잇장보다 얇은 시간.
그리고 ── 재집중.
이번에는 좌전완이 아니라
오른 주먹.
전신의 기운이 주먹 한 점으로 몰렸다.
금강불괴가 타격용으로 전환되는 순간,
주먹이 석재처럼 무거워졌다.
발. 골반. 허리.
어깨가 폭발적으로 회전했다.
인터벌 0.8초.
GANG-CP가 다음 관통파를
충전하기까지의 시간.
그 안에 ── 주먹이 도착했다.
"방패를 못 뚫으면,
송곳을 부순다."
직권이 삼각 천공 장치의
중앙 면에 박혔다.
쾅.
금속이 찌그러지는 소리가
방어구역 전체에 울렸다.
삼각 장치의 한 면이 함몰되며
회전축이 틀어졌다.
충전음이 끊겼다.
불규칙한 전자음이
기계 안에서 새어나왔다.
관통 기능 상실.
GANG-CP는 삼각 장치 없이는
일반 GANG-C와 다를 게 없었다.
양산형 보병.
태산은 멈추지 않았다.
유동전달경로(流動傳達經路).
홍씨세가 체술의 기본 타격 연쇄.
발에서 시작된 충격파를
주먹으로 끌어올리는 연타 구조.
1격.
GANG-CP의 우측 어깨 관절이 비틀렸다.
2격.
흉부 장갑이 갈라지며
코어 보호막이 노출되었다.
3격.
코어 직격.
GANG-CP의 전자 눈이
한 번 깜빡이고 ── 꺼졌다.
관절이 풀리며
콘크리트 바닥 위에 쓰러졌다.
딸깍거리던 소리가 멈추었다.
쇠 녹과 기름 냄새만 남았다.
"충분해, 태산.
끝내."
남궁현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이미 끝난 뒤였지만,
교관은 마무리 선언까지
자기 역할로 남겨두었다.
태산은 무너진 GANG-CP 앞에 서서
오른 주먹을 펴려 했다.
펴지지 않았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타격 충격이 전완을 타고
어깨까지 울렸다.
왼쪽 관통상에서 피가
아직 멈추지 않았다.
전신 탈진.
다리가 무거웠다.
무릎이 한 번 흔들렸지만
꿇지는 않았다.
태블릿에서
천기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여전히 정중했다.
여전히 감정이 읽히지 않았다.
"선택적 집중...
예측 밖이었어요."
짧은 공백.
"축하드려요, 전태산 님."
태산은 태블릿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시선은 부서진 삼각 장치에 고정.
"다음 것도 가져와.
뚫려도 이길 거니까."
천기의 응답은 없었다.
대신 태블릿 화면에
텍스트 한 줄이 떴다.
[전태산: 선택적 집중(NEW)
위험도 A → S
다음 프로토콜 준비]
태산은 그 글자를 읽지 못했다.
화면을 볼 여력이 없었으니까.
남궁현이 다가왔다.
가죽 조끼 주머니에서
구급 압박 패드를 꺼내
태산의 어깨에 눌렀다.
"잘 싸웠다."
짧은 말.
웃지 않았다.
하지만 누르는 손이
의무적이지 않았다.
조금 느리고, 조금 정확했다.
태산은 웃으려 했다.
입꼬리가 올라가다 말았다.
"남궁 선생님,
근데 이거 — 좀 아프긴 하네요."
남궁현이 대답 대신
패드를 한 번 더 눌렀다.
세게.
"됐고. 의무실."
태산이 비틀거리며 일어서자
멀리서 홍천무의 시선이
조용히 거두어졌다.
권갑을 낀 손이
한 번 쥐어졌다가 풀렸다.
……선택적 집중.
형파로는 예측이 늦는 기술이
전투 중에 태어났다.
천무의 입술이 움직였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방향은 정해졌다.
돌아가서 수련할 것이 생겼다.
의무실로 향하는 태산의 등 뒤로
방어구역의 형광등이
한 번 깜빡였다.
어딘가의 서버에서
데이터가 갱신되고 있었다.
조용하게.
정중하게.
다음 시험을 준비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