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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본 척 일러스트

# 못 본 척

못 본 척

점심시간 직전,

B반 복도 끝에서

전서린의 발걸음이 멈췄다.

1학년 둘이 벽에 등을 붙인 채

가해 학생 셋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야,

그 표정 뭐야.

선배 말이 우습냐?"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서린의 눈이 가늘어졌다.

숨이 짧아졌다.

손끝에서 도력이

미세하게 떨렸다.

못 본 척은 못 해요.

그녀가 앞으로 한 걸음 나왔다.

"멈춰요.

지금 당장."

가해 학생 하나가

비웃으며 돌아봤다.

"뭔데,

너는?"

서린은 답 대신

손바닥을 들었다.

기린환술 계열 도력이

얇은 막처럼 번졌다.

폭주둔갑(暴走遁甲) 직전 단계.

완전 전개는 아니지만,

복도 공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형광등이 한 번 깜빡였다.

가해 학생 표정이 굳었다.

"야,

잠깐...

그거 도술이잖아."

서린이 다시 외쳤다.

"멈추라니까요!"

그 순간,

복도 모서리에서

선도부 순찰조가 뛰어왔다.

맨 앞은 무사이브라힘.

황금빛 눈동자가

상황을 한 번에 훑었다.

무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도술 해제.

전원 정지."

서린이 이를 악물었다.

"먼저 때린 건 저쪽인데요!"

무사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동기와 별개로

복도 도술 사용은

규정 위반입니다."

가해 학생들도 바로 반박했다.

"저희도 피해자예요!

갑자기 도술 켰다니까요!"

"선도부님,

이건 너무 위험했어요!"

피해 학생 둘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만 숙였다.

상황은 단순 가해/피해를 넘어

규율 위반 판정으로 번졌다.

서린은 주먹을 쥔 채

도력을 겨우 눌렀다.

"전... 지키려고 했어요."

무사는 짧게 답했다.

"의도는 기록하겠습니다.

하지만 절차도 기록합니다."

오후,

선도부 사무실 앞.

태산은 소식을 듣자마자

복도를 가로질러 뛰어왔다.

문 앞에서 숨을 고르고,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서린이 처분 전,

경위부터 보자."

무사는 책상 앞에 선 채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위는 기록됐습니다.

문제는 기준 적용입니다."

태산이 책상 위 기록지를 훑었다.

가해 학생 경고,

전서린 복도 도술 사용 위반,

선도부 임시 판정 대기.

태산이 눈썹을 좁혔다.

"규칙이 약자를 못 지키면

무슨 의미야?"

무사가 바로 받았다.

"규칙이 없으면

더 많은 약자가 다칩니다."

"지금은 규칙이

가해자 방패처럼 보이잖아."

"그래서 저는

양쪽을 동시에 기록합니다.

감정이 아니라

재현 가능한 기준으로."

태산이 한 걸음 다가섰다.

"기준이 늦으면

사람이 먼저 다친다."

무사도 물러서지 않았다.

"기준이 무너지면

다음 사람이 더 크게 다칩니다."

사무실 공기가 팽팽해졌다.

서린은 한쪽 의자 끝에 앉아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둘 다 맞는 말인데,

둘이 정면으로 부딪히면

누가 이겨도 누군가는 부서진다.

무사는 서류를 접고

공식 톤으로 말했다.

"선배의 발언은

선도부 판단에 대한

도전으로 기록하겠습니다."

태산이 짧게 숨을 뱉었다.

"도전이 아니라,

후배 책임이야."

무사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

서류 하단에 적었다.

후배 보호 목적 개입 주장.

말끝이 겹칠 즈음,

복도 끝에서 남궁현이 들어왔다.

문턱에서 상황을 한 번 보고

짧게 말했다.

"다들 교관실로."

방과 후,

B반 교관실.

남궁현은 태산, 무사, 서린을

한 줄로 세웠다.

테이블 위엔 사건 기록지와

선도부 규정집이 함께 놓였다.

남궁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말로 끝낼 판이 아니다.

방식으로 증명해라."

무사가 고개를 들었다.

"의미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어떤 방식입니까?"

남궁현이 단호하게 답했다.

"스파링.

책임의 방식으로 붙어."

서린 눈이 크게 흔들렸다.

"제가... 때문에요?"

남궁현은 서린 쪽을 잠깐 봤다.

"네 사건 때문에.

그리고 네 선배들 때문에."

그는 조건을 명확히 못 박았다.

"전태산 승이면

전서린 무혐의.

무사이브라힘 승이면

규정 처분 진행."

교관실 공기가

완전히 멈췄다.

승패에 실제 대가가 붙었다.

무사가 먼저 답했다.

"수락합니다."

태산도 바로 받았다.

"좋아요.

책임으로 붙죠."

서린은 입술을 깨물다

작게 말했다.

"태산 선배...

죄송해요."

태산이 고개를 저었다.

"사과는 됐어.

네가 틀린 건

마음이 아니라 방법이야.

그건 내가 고칠게."

서린 눈가가 붉어졌다.

하지만 울진 않았다.

고개를 깊게 숙였다.

"...네.

다음엔 방법까지

생각하고 움직일게요."

남궁현이 마지막으로 정리했다.

"좋다.

사건은 여기서 보류.

내일 스파링으로 결론 낸다."

교관실 문이 열리고

셋이 밖으로 나왔다.

복도 끝 불빛은 낮았고,

말소리는 거의 없었다.

무사가 먼저 태산에게 말했다.

"선배,

내일은 감정이 아니라

기준으로 갑니다."

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기준으로 붙자."

둘은 짧게 시선을 맞추고

각자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서린은 그 뒷모습을 보며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오늘의 실수는 무겁지만,

내일의 배움도 무거울 것이다.

그 둘을 버티는 게

이제 자기 몫이었다.

심야 빈 훈련장.

태산이 혼자 글러브를 조였다.

강하게 치지 않고,

짧게 세 번만 움직였다.

열어.

접어.

지금.

그리고 멈췄다.

과한 한 번은 내일의 오차가 된다.

반대편 복도 끝,

무사의 황금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한 번 빛났다.

둘의 시선이 멀리서 부딪혔다.

말은 없었다.

내일 붙는다.

방법으로.

불이 꺼졌다.

결과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사건 보고가 올라가자

복도 분위기는 빠르게 갈라졌다.

누군가는 전서린 편,

누군가는 선도부 편,

누군가는 둘 다 위험하다고 말했다.

"전서린이 안 말렸으면

더 크게 터졌겠지."

"근데 복도 도술은

규정 위반 맞잖아."

"둘 다 맞는데,

둘 다 손해네."

전서린은 그 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더 숙였다.

선의가 있으면

방법 실수는 덮일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 반대였다.

선의가 클수록

방법 책임이 더 커졌다.

선도부 사무실 대기실에서

무사는 가해/피해 양측 진술을

동일한 질문지로 다시 받았다.

언제,

누가,

무엇을,

먼저.

그는 질문 순서를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감정이 섞일수록

질문 순서는 더 고정돼야 한다는

그의 원칙 때문이었다.

전서린 차례가 오자

무사는 목소리를 낮췄다.

"전서린,

당시 도술 출력 단계

정확히 기억합니까?"

서린이 잠깐 망설였다.

"폭주둔갑 완전 전개는 아니었어요.

직전까지 올렸다가...

멈췄어요."

무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적었다.

직전 단계.

통제 유지 불완전.

서린이 이를 물고 말했다.

"그때 멈추지 않았으면

저도 알아요.

그래서 멈췄어요."

무사는 펜을 멈추고

그녀를 똑바로 봤다.

"그 판단은 중요합니다.

그래서 동기는 기록됩니다.

다만 절차 위반도

같이 기록됩니다."

서린은 고개를 숙였지만

이번엔 반박하지 않았다.

그 문장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이미 체감했기 때문이다.

태산이 도착했을 때

무사가 서류를 덮은 이유도

그 균형 때문이었다.

감정 개입과 규정 적용을

동시에 남기려면,

언어가 과열되기 전

프레임을 고정해야 했다.

선도부 사무실 앞 논쟁은

점점 철학 충돌로 바뀌었다.

태산:

"현장에서 먼저 깨지는 건

규정집이 아니라 사람이야."

무사:

"규정이 없으면

깨지는 사람 수가 늘어납니다."

태산:

"오늘처럼 급한 판에

규정이 늦으면 어쩌는데?"

무사:

"그래서 현장 권한 내

즉시 중단 조치를 했습니다.

그리고 후속 판정은

절차로 갑니다."

태산이 한 박자 멈췄다.

즉시 중단.

그건 사실이었다.

무사가 늦었다면

서린 도술이 더 올라갔을 가능성이 컸다.

태산은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다른 지점을 찔렀다.

"좋아.

중단은 빨랐어.

근데 판정이

약자 체감과 멀어지면

다음엔 아무도

선도부를 안 믿어."

무사도 즉시 받았다.

"그래서 저는

가해/피해 항목에

동기와 맥락을 추가했습니다.

하지만 규정 위반 자체를

삭제할 순 없습니다."

둘의 대화는

서로를 무너뜨리기보다

서로의 빈칸을 지적하는 형태로 갔다.

옳음과 옳음이 충돌할 때

가장 피곤한 방식이었다.

남궁현이 개입해

교관실로 옮긴 판단은

그래서 정확했다.

복도에서 더 오래 부딪히면

둘 다 소모만 커진다.

교관실 조건 제시는

잔인하게 명확했다.

전태산 승.

전서린 무혐의.

무사이브라힘 승.

규정 처분.

서린은 그 조건을 듣고

손끝이 떨렸다.

자기 사건이

선배 둘의 가치관 대결로 올라간 순간.

그녀는 작게 말했다.

"이건 제 일인데...

왜 선배들이 대신..."

남궁현이 바로 잘랐다.

"선배는 대신 싸우는 사람이 아니다.

결과를 맡는 사람이다."

태산이 서린 쪽을 봤다.

"네 마음은 맞아.

근데 마음만 맞으면

다음에도 같은 사고 난다.

이번엔 방법까지

같이 고친다."

무사도 같은 방향으로 말했다.

"저도 같습니다.

처분이 목적이 아닙니다.

재발 방지가 목적입니다."

서린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번엔 도망 안 갈게요.

방법까지 배울게요."

그 말이 나오자

교관실 공기가 조금 풀렸다.

남궁현은 마무리로

훈련표를 꺼냈다.

"내일 스파링 룰.

시간 5분.

기술 제한 없음.

감정 과열 시 즉시 중단.

판정은 나."

무사와 태산이 동시에 답했다.

"수락합니다."

교관실 밖으로 나온 뒤,

무사는 태산에게

짧은 파일 하나를 보냈다.

제목:

선배의 책임_규정 요약.

태산은 파일을 열어

걸으면서 읽었다.

규칙 위반 적발.

즉시 중단.

사후 분리.

재발 예방.

그는 마지막 줄에서

멈췄다.

규율은 처벌의 도구가 아니라

예방의 구조.

태산은 파일 하단에

짧게 답장을 달았다.

읽음.

내일은 구조로 붙자.

무사 답장.

네.

결과보다 구조를 보겠습니다.

둘의 메시지는

대결 전야치고 이상할 만큼 건조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긴장됐다.

감정 싸움이 아니라

원칙 싸움이라는 뜻이었으니까.

밤 10시 20분,

태산은 빈 훈련장에서

동작 대신 호흡만 맞췄다.

글러브를 낀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

선배의 무게.

그건 주먹 무게보다

판정 이후를 떠안는 무게에 가까웠다.

그는 바닥에 분필로

세 단어를 썼다.

보호.

규율.

재발방지.

그리고 그 아래

하나를 더 썼다.

동시 충족.

반대편 복도,

무사는 황금갑주 파일을 열어

출력 상한을 일부러 낮췄다.

내일 싸움은

압도력이 아니라 통제력을 증명해야 했다.

그는 자기 노트에 적었다.

목표:

상대를 꺾는 것보다

기준을 지키는 승리.

이상하게도,

태산이 같은 시간 비슷한 문장을

다른 노트에 쓰고 있었다.

이겨도 기준,

져도 기준.

둘은 서로 모르고,

같은 준비를 했다.

아지트로 돌아온 서린은

회의실 구석 의자에 앉아

오늘 일을 처음부터 다시 적었다.

목격.

개입.

출력 상승.

혼란.

선도부 도착.

그리고 마지막 칸.

방법 미숙.

그녀는 펜을 잠깐 멈추고

태산에게 받은 말을

옆에 옮겨 적었다.

마음이 아니라 방법.

서린은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이번엔 감정으로 덮지 않겠다고,

방법까지 같이 고치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같은 시간,

은명은 도서관 앞 벤치에서

사건 로그와 전술 로그를

한 화면에 나란히 놓았다.

표면상 별개 사건인데,

근본 질문은 닮아 있었다.

힘을 언제 쓰는가.

힘을 누구를 위해 쓰는가.

힘을 어떤 절차로 제어하는가.

그는 메모 하단에

작은 연결선을 그었다.

개인 윤리 + 규율 구조 =

지속 가능한 보호.

은명은 태산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스파링,

결과보다 기준 설명 먼저 해.

기록 내가 받는다.

태산 답장.

좋아.

끝나고 브리핑도 같이.

은명은 답장을 읽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대결은 관전이 아니라

운용 매뉴얼 업데이트에 가까웠다.

복도 끝에서

제갈린이 그 장면을 보고

다가와 물었다.

"은명,

이번 스파링도

전술 데이터에 넣을 거지?"

"응.

특히 규율 충돌 구간.

감정이 올라가도

절차가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해."

제갈린이 잠깐 침묵하다가

낮게 말했다.

"그거,

사람 사이에도 적용되네."

은명이 시선을 돌렸다.

"뭐가?"

"감정 올라가도

절차 유지.

안 그러면 다 부서지니까."

은명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짧게 웃고만 넘겼다.

"맞아.

그래서 기록이 필요하지."

밤 11시 40분,

교관실 옆 복도.

태산과 무사가 우연히 마주쳤다.

둘 다 말없이 서류를 들고 있었고,

둘 다 같은 파일 제목을 보고 있었다.

내일 경기 규정.

무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선배,

내일 제가 이겨도

전서린을 모욕할 생각은 없습니다."

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네가 악역이라고

생각 안 해.

근데 난 서린 방법을

내 방식으로 지킬 거다."

무사가 잠깐 숨을 고르고

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내일은

말이 아니라 방식으로."

"그래.

방식으로."

둘은 짧게 인사하고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긴장감은 남았지만,

적대감은 남지 않았다.

심야 보안 모니터.

천기는 옥상, 복도, 교관실 앞

세 화면을 교차 재생했다.

각 장면 아래

새 태그가 붙었다.

전서린 사건:

선의-규율 충돌.

전태산 반응:

보호 책임 우선.

무사이브라힘 반응:

절차 유지 우선.

천기는 세 태그 사이에

얇은 선을 그었다.

충돌 유형:

가치관 동종 경쟁.

경고창이 또 떴다.

[감정 오류: unresolved]

[권고: 대상과의 정서 거리 확보]

천기는 권고를 읽고

잠시 정지했다.

그리고 아주 짧게 답했다.

"보류.

거리보다 데이터 우선."

그는 새 메모를 열어

마지막으로 한 줄을 남겼다.

당사자만 모르는 변수,

당사자들이 스스로 증폭 중.

모니터 한 구석,

내일 스파링 일정이 자동 연동됐다.

전태산 vs 무사이브라힘.

판정: 남궁현.

대가 연동: 전서린 건.

천기는 그 일정 위에

우선순위 표식을 하나 더 찍었다.

우선순위: 높음.

그리고 화면을 끄지 않은 채

분석을 계속했다.

새벽 0시 07분,

태산은 빈 링 중앙에 서서

글러브 끈을 마지막으로 조였다.

그의 시선은 정면이 아니라

링 바닥 분필선에 머물렀다.

보호.

규율.

재발방지.

동시 충족.

그는 문장을 한 번 더 읽고

주먹을 쥐었다.

반대편 복도에서

무사의 황금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다시 한번 빛났다.

둘의 시선이

가운데 빈 공간에서 부딪혔다.

말은 없었다.

그러나 이미 합의된 문장이 있었다.

내일,

기준으로 붙는다.

훈련장 전등이 꺼졌다.

결과는 아직 비어 있고,

대가는 이미 걸려 있었다.

다음 날 첫 공지가 뜨기 전,

아지트 공용 게시판에

은명이 직접 붙인 안내문이 올라왔다.

사건 개입 기본 절차.

1. 피해 분리.

2. 즉시 호출.

3. 출력 상한 유지.

4. 사후 기록.

서린은 그 안내문 앞에서

한참 멈춰 섰다.

그리고 펜을 꺼내

아래에 작게 적었다.

5. 혼자 판단 금지.

은명이 그 문장을 보고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적보다,

수정이 먼저 나왔다는 게 중요했다.

태산은 출근하듯 복도를 지나며

그 안내문을 읽고

주머니 속 체크리스트를 꺼냈다.

선배 책임 우선.

규율 항목 체크.

감정 과열 금지.

그는 마지막 줄을 추가했다.

후배가 먼저 안전.

무사가 반대편에서 다가와

그 메모를 흘끗 보고 말했다.

"선배,

그 문장 좋습니다.

저도 제 규정집 첫 페이지에

같은 뜻으로 적겠습니다."

태산이 웃었다.

"적어.

내일 누가 이기든

그 문장은 남겨야 하니까."

은명은 그 대화를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듣다가

태블릿에 짧게 남겼다.

합의 가능 지점 발견.

보호 우선 원칙 공유.

그는 그 줄 옆에

별표를 하나 찍었다.

별표는 확신이 아니라

검증 대상 표시였다.

점심 무렵,

복도 수군거림은

대결 소문으로 바뀌었다.

"내일 스파링,

진짜 처분 걸고 붙는대."

"태산 vs 무사면

완전 스타일 정반대잖아."

"누가 이기든

학교 분위기 바뀌겠다."

서린은 그 소리를 들으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손이 떨렸지만,

이번엔 숨을 맞추며 진정했다.

도망치지 않는다.

방법으로 갚는다.

저녁 9시 50분,

태산과 은명은 약속대로

옥상에서 딱 10분만 만났다.

오늘 대화는 더 짧았다.

은명:

"내일 끝나고

결과보다 기준부터 정리하자."

태산:

"좋아.

이겨도 복기,

져도 복기."

은명:

"그리고 서린 앞에서

승자 톤 금지."

태산:

"받아들임.

선배 톤으로 간다."

둘은 말을 끝내고

같이 시계를 봤다.

정확히 10분.

더 말하지 않고 내려갔다.

심야 모니터 로그엔

새 메모가 추가됐다.

[대상: 전태산/무사이브라힘]

[충돌 성격: 규율 해석 경쟁]

[관찰 메모: 결과보다 기준]

천기는 마지막 줄에

짧게 붙였다.

내일,

누가 맞는가보다

무엇이 남는가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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