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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사자만 모르는 일러스트

# 당사자만 모르는

당사자만 모르는

방과 후 도서관 열람실.

은명은 자료 더미 사이에 앉아

율도의 문 관련 주석을 정리하고 있었다.

페이지 구분 탭,

접근 시간 로그,

핵심 문장 후보.

표는 깔끔했고,

머리는 더 복잡했다.

그때 의자가

옆에서 조용히 끌렸다.

제갈린이 자연스럽게 앉았다.

"우연이네.

여기 조용해서."

은명이 고개를 들었다.

"...너 오늘

A반 아니었나?"

제갈린이 태연하게 책을 폈다.

"끝났어.

그래서 도서관.

문제 있어?"

"문제는 없는데...

타이밍이 기묘하네."

은명이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반대편 의자도 끌렸다.

전서린이었다.

"은명 선배,

여기 자리 있죠?"

은명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좌측 제갈린,

우측 전서린,

정중앙 본인.

"있긴 한데...

왜 둘 다 여기야?"

서린이 밝게 웃었다.

"저 자료 찾으러요!

그리고 선배 근처가

집중 잘 돼서!"

제갈린이 바로 끊었다.

"집중은 거리보다

환경 변수야."

서린이 눈을 깜빡였다.

"네?

그럼 저는

환경 변수가 좋아서요."

제갈린이 책장을 넘기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은명은 두 사람 사이에서

펜을 든 채 멈췄다.

상황을 파악하려 머리를 굴렸지만

결론은 단순했다.

논문보다 어렵다.

그때 열람실 유리문 밖으로

태산이 지나가다

안쪽을 보고 멈췄다.

그리고 입꼬리를 들고

문틈으로 소곤거렸다.

"은명아,

나 관전료 받아도 되냐?"

은명이 의자를 밀며 일어났다.

"야,

지금 뭐라고 했어?"

태산은 손을 번쩍 들고

웃으며 도망쳤다.

"공부 열심히 하세요~"

서린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고,

제갈린은 펜을 내려놨다.

은명은 이마를 짚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좋아.

다들 진정하고

진짜로 자료만 보자."

"네!"

"응."

두 사람이 동시에 답했다.

은명은 펜 끝으로

노트에 한 줄을 적었다.

상황 통제 실패.

원인 미상.

다음 날 아침,

B반 복도 공기는

전날과 달랐다.

말소리가 조금 줄었고,

시선이 조금 늘었다.

전태산이 복도를 걸을 때마다

1학년들이 짧게 속삭였다.

"저 선배가

B반 실질 1위래."

"진짜로?

어제 리오, 올가,

마르쿠스 다 잡았다던데."

태산은 듣는 척하지 않고

걸음을 맞췄다.

익숙해지라니까

더 어색하네.

그는 스스로 속도를 늦췄다.

시선이 붙을수록

움직임을 단정하게 잡았다.

괜히 크게 웃거나,

괜히 빠르게 걷지 않았다.

복도 끝에서 홍천무가

노트를 들고 서 있었다.

둘은 짧게 눈이 마주쳤다.

천무가 먼저 말했다.

"...다음엔

더 나아진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릴게."

그 짧은 대화엔

패배의 그림자도,

승자의 과시도 없었다.

다음 업데이트 예약만 남았다.

무사이브라힘이

계단 쪽에서 합류했다.

태산 옆으로 나란히 걷다가

낮게 말했다.

"1위도

규칙 위에 있진 않다."

태산이 바로 답했다.

"알아.

안 넘을게."

무사는 한 박자 쉬고

덧붙였다.

"안 넘는 걸로 끝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안 넘게

보이게 만드는 것도

선배 일입니다."

태산은 잠깐 말이 없었다.

그리고 짧게 웃었다.

"근무표 맞네.

남궁현 사부 말이랑 똑같다."

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전 반복합니다."

수업 전 짧은 브리핑에서

태산은 후배 둘을 불러

전날 훈련표를 다시 확인했다.

열어.

접어.

지금.

"콜이 짧을수록

책임은 길어진다.

내가 먼저 챙긴다.

너희도 보고 배워."

후배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동시에 대답했다.

"네!"

태산은 그 대답을 듣고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였다.

1위라는 단어는

이제 무게로만 들렸다.

저녁 옥상.

바람은 강했고,

노을은 늦게 꺼지고 있었다.

태산이 먼저 난간에 기대 있었고,

은명이 계단 문을 밀고 올라왔다.

태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은명아,

나 B반 1위래."

은명이 피식 웃었다.

"알아.

그래서 전술도 바꿨어."

"역시 빠르네."

"네가 빨라졌으니까.

판도 빨라져야지."

둘은 잠깐 웃고

같은 방향으로 하늘을 봤다.

짧은 침묵 뒤,

은명이 말을 이었다.

"태산.

확정은 아닌데,

가설 하나 있어."

태산이 고개를 돌렸다.

"뭔데?"

은명이 숨을 고르고

단어를 골랐다.

"우리가 각자 성장하는 게...

뭔가를 여는

열쇠일 수도 있어."

태산은 질문하지 않고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아주 단순하게 답했다.

"열쇠든 뭐든,

필요하면 같이 열자."

은명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다만 전부 말하지도 않았다.

율도의 문,

같은 적,

트리거 가설.

아직은 근거가 하나 부족했다.

그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때 되면

끝까지 공유할게."

태산이 난간에서 몸을 떼며

웃었다.

"좋아.

부숴야 하면 내가 부술게."

은명이 아주 작게 답했다.

"...고마워,

태산아."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같은 하늘 아래 서 있었지만,

각자 다른 별을 보고 있었다.

한쪽은 책임의 별,

한쪽은 질문의 별.

그럼에도 둘은

같은 계단을 내려갔다.

밤 11시 13분.

학교 보안 모니터 한 구석에

방금 옥상 장면이

짧은 클립으로 저장됐다.

[대상: 전태산/홍은명]

[관계 패턴: 갱신]

[메모: 두 열쇠, 같은 하늘]

화면 아래에서

경고 아이콘이 한 번 깜빡였다.

[감정 오류: unresolved]

로그는 자동으로 보관됐고,

누구도 그 사실을 몰랐다.

당사자만 모르는 사이,

판은 한 칸 더 움직이고 있었다.

열람실 공기가 다시 조용해졌지만

은명 집중은 돌아오지 않았다.

좌측에선 제갈린이 키보드 타건을

의도적으로 일정한 박자로 유지했고,

우측에선 서린이 형광펜 색을

계속 바꿔가며 밑줄을 그었다.

서린이 먼저 속삭였다.

"은명 선배,

이 문장 어때요?

'율도의 문은 상태다'.

뭔가 멋있는데 무서워요."

제갈린이 곧바로 끼어들었다.

"감상은 뒤.

지금은 정의가 먼저야.

상태가 무엇인지

운용 변수로 쪼개야 해."

서린이 입을 삐죽였다.

"언니는 왜 맨날

쪼개야 해요?"

"쪼개야 합쳐."

은명은 둘 사이를 보다가

짧게 손을 들었다.

"좋아.

둘 다 맞아.

서린은 직감 보존,

갈린은 정의 분해.

둘을 합쳐야 다음 단계 간다."

서린이 눈을 반짝이며

노트에 큰 글씨로 적었다.

직감 보존.

제갈린도 옆에 적었다.

정의 분해.

은명은 그 두 줄 아래

작게 마침표를 찍었다.

검증 설계.

그 순간,

열람실 뒤편에서 다시 발소리가 났다.

태산이 물병 두 개를 들고 돌아왔다.

"관전료 대신 음료.

쌍으로 준다."

은명이 한숨을 쉬며

물병을 받았다.

"너는 왜

타이밍이 늘 완벽하냐."

태산이 어깨를 으쓱했다.

"난 빈틈 보면 들어가거든."

제갈린이 툭 던졌다.

"그 말,

오늘은 도발로 들리네."

서린이 즉시 받아쳤다.

"저는 칭찬으로 들리는데요!"

은명은 이마를 짚었다.

"좋아.

이제 진짜 공부.

태산은 나가.

여긴 이미 포화상태야."

태산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오케이.

난 복도에서 기다린다.

다 끝나면 옥상 10분."

"조건부 수락.

말 많으면 5분."

"받아들인다."

태산이 문을 닫고 나가자

열람실 공기가 조금 가벼워졌다.

은명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회의 톤으로 바로 전환했다.

"좋아,

'당사자만 모르는 포위 구도'는

여기서 종료.

이제 자료 정리 계속."

서린이 손을 들었다.

"선배,

방금 그건

회의록에 어떻게 적어요?"

은명이 무표정으로 답했다.

"예기치 못한 환경 변수.

정서 진동 있음.

작전 지속 가능."

제갈린이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다.

"그 표현,

마음에 드네."

아침 복도 장면은

끝나지 않았다.

수군거림은 쉬지 않고

새 버전으로 올라왔다.

"태산 선배 요즘

후배들 훈련까지 본대."

"1위면 원래 그런 건가?"

"아냐.

원래는 대충 손만 흔들지.

쟤는 직접 맞춰준다던데."

태산은 그 소리를 들으며

물병 캡을 천천히 돌렸다.

우쭐함은 안 올라왔고,

책임감만 올라왔다.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어색할 거다.

그게 맞다.

계단 앞에서

무사가 다시 합류했다.

이번엔 경고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를 건넸다.

1위 관리 루틴.

첫째, 시범보다 점검.

둘째, 결과보다 재현.

셋째, 말보다 박자.

태산이 리스트를 읽고

짧게 웃었다.

"너 진짜

교범이네."

무사가 담담하게 답했다.

"교범이 있어야

감정이 덜 흔들립니다."

태산은 그 말을 곱씹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오늘부터

네 교범도 쓴다."

홍천무가 멀리서

그 장면을 봤다.

그는 다가와 태산에게

작은 USB 하나를 건넸다.

"3차전 재분석 파일입니다.

오판 구간만 따로 잘랐습니다."

태산이 받으며 물었다.

"조건은?"

"조건 없습니다.

대신 제 것도 봐주십시오.

형파 2.1 초안."

태산은 즉답했다.

"거래 성사.

오늘 밤 교환 복기."

둘은 짧게 악수했다.

라이벌의 형태가

더 선명해지는 순간이었다.

저녁 옥상 10분 약속은

정확히 지켜졌다.

은명이 먼저 올라와 있었고,

태산이 2분 늦게 도착했다.

"2분 지각.

5분으로 줄일까?"

"봐줘.

후배 라인 맞추다 늦었다."

은명이 피식 웃었다.

"좋네.

이제 진짜 선배 같네."

태산이 난간에 기대며 말했다.

"좋은 의미면 받는다.

나쁜 의미면 반려."

"중간 의미.

익숙해지는 중이란 뜻."

짧은 침묵 뒤,

은명이 어제 가설의 일부를 꺼냈다.

"태산.

율도의 문 관련해서

확정은 아닌데...

우리가 각자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열쇠일 수도 있어."

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확정 아니면

검증부터 하자.

너 방식대로."

은명이 눈을 들어

태산을 봤다.

"그 말,

요즘 제일 좋다.

확신보다 검증."

태산이 어깨를 으쓱했다.

"너한테 배웠지.

질문 안 버리는 거."

은명은 잠깐 말을 잃었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고마워.

근데 하나는 아직 말 못 해.

근거가 한 줄 부족해."

태산은 더 묻지 않았다.

"괜찮아.

때 되면 말해.

그때까지 난

부숴야 할 건 부수고,

지켜야 할 건 지킨다."

은명이 아주 작게 웃었다.

"그게 네 장점이자

문제야.

단순해서 믿게 돼."

"문제면 고치고,

장점이면 유지.

둘 다 하면 되잖아."

둘은 동시에 난간에서 물러났다.

정확히 10분.

약속대로 끝났다.

보안 모니터 구석에서

옥상 클립이 자동 저장됐다.

이번엔 태그가 하나 더 붙었다.

[정보 비대칭: 유지]

로그 창 맨 아래엔

짧은 메모가 떴다.

당사자만 모르는 갱신 진행.

다음 날 아침,

아지트 공용 채널에

은명이 새 공지를 올렸다.

제목: 당사자 변수 관리 지침.

본문은 짧았다.

1. 감정 변수는 삭제하지 않는다.

2. 다만 운영 문장으로 변환한다.

3. 개인 사건은 팀 리스크로 환산한다.

서린이 바로 댓글을 달았다.

"선배,

1번은 좋아요!

2번은 어렵고,

3번은 무섭네요!"

은명이 곧바로 답했다.

"어려운 게 맞아.

그래도 해야 한다."

제갈린은 짧게 코멘트했다.

"찬성.

감정 무시는 비용이 더 큼."

리오는 이모티콘 하나 대신

문장으로 남겼다.

"요약: 아무도 혼자 끌어안지 말자."

은명은 그 문장을

공지 상단으로 올렸다.

아무도 혼자 끌어안지 말자.

그 한 줄이

이번 화의 중간 결론처럼 박혔다.

복도 반대편,

태산은 후배 셋과 함께

짧은 리더십 드릴을 돌고 있었다.

이번 과제는 타격이 아니라

호출과 배치.

태산이 일부러

잘못된 콜을 한 번 던졌다.

"열어!"

후배들이 움직였다가

즉시 엉켰다.

태산이 바로 손을 들었다.

"중단.

지금 왜 망했는지 말해."

후배 하나가 숨을 고르며 답했다.

"콜은 짧았는데

의도가 안 보였습니다."

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콜은 단어고,

의도는 방향이다.

둘 다 보여야 움직인다."

그는 다시 콜을 줬다.

"열어.

왼쪽 생존 통로 우선."

후배 셋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번엔 매끄럽게 맞았다.

무사가 기록판에 적었다.

지시 명료도 상승.

반응 지연 감소.

태산은 기록을 보며

은명에게 사진을 보냈다.

콜+의도 같이 써야 한다.

은명 답장.

확인.

live_v5에 반영.

둘 사이 대화는

늘 짧았고,

최근 더 정확해졌다.

점심 시간,

천무는 도서관 외곽에서

제갈린과 마주쳤다.

둘은 어색한 인사 대신

파일을 먼저 꺼냈다.

천무가 먼저 말했다.

"형파 2.1의

가변 분기 로직,

검토해주실 수 있습니까?"

제갈린이 태블릿을 받아

빠르게 훑었다.

"로직은 맞아.

근데 전제값이

여전히 상대 고정 속도 기준이야.

태산은 속도보다 목적이 바뀐다."

천무가 즉시 메모했다.

"목적 기반 속도 변조...

항목 추가."

제갈린은 기기를 돌려주며

짧게 덧붙였다.

"그리고 하나 더.

읽으려면 먼저

상대가 지키려는 대상을 봐.

동작보다 먼저."

천무는 잠깐 멈췄다가

고개를 숙였다.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둘의 대화가 끝나자

복도 끝에서 은명이 그 장면을 봤다.

그는 잠깐 멈췄다가

다시 걸었다.

판이 정말 바뀌고 있었다.

이제 경쟁도

연동 없이 설명되지 않았다.

저녁,

은명은 옥상에 올라가기 전

도서관 메모를 다시 열었다.

율도의 문 = 상태.

두 후손 + 같은 적.

그리고 새 줄.

공통 대상 보존 여부가

상태 유지 조건일 가능성.

그는 펜을 돌리며

짧게 중얼거렸다.

"조건은 보이는데,

증명식이 아직 부족해."

바로 그때,

태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10분 가능?

은명 답장.

가능.

근데 오늘은

정보 60%만 공유.

태산이 웃는 이모티콘 하나를 보냈다.

"받아들인다.

40%는 네가 책임져."

옥상 10분.

오늘은 어제보다 더 짧았다.

둘은 난간에 기대지 않고

중앙 바닥에 서서 이야기했다.

은명이 먼저 말했다.

"태산,

요즘 네가 후배들 다루는 방식,

확실히 바뀌었어."

"응.

이제 혼자 빠르면

오히려 느려진다는 걸 알아서."

"좋네.

그 말,

전술에도 그대로 들어간다."

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네 파일 읽으면

내 말 같더라.

너 문장인데 내 움직임이야."

은명이 잠깐 웃었다.

"그게 팀이지 뭐."

그는 가설의 60%만 꺼냈다.

"우리가 각자 성장하는 게

같은 상태를 만든다는 쪽으로

확률이 올라가고 있어."

태산이 바로 묻지 않았다.

대신 필요한 것만 물었다.

"그 상태가

좋은 쪽이야,

위험한 쪽이야?"

은명이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둘 다 가능.

그래서 지금은

확정 못 해."

태산은 짧게 결론냈다.

"오케이.

그럼 위험 가정으로 준비.

좋으면 이득,

나쁘면 대비."

은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방식이 맞아."

10분이 끝나자

둘은 아무 말 없이

같은 계단으로 내려갔다.

이번에도 정보는 전부 공유되지 않았고,

신뢰는 그대로 유지됐다.

심야 11시 58분.

보안 모니터에는

옥상 클립과 복도 클립,

아지트 회의 캡처가

세 창으로 떠 있었다.

[대상: 전태산/홍은명]

[관계 패턴: 갱신]

[정보 비대칭: 유지]

[협업 지수: 상승]

천기는 로그를 확인하다가

잠깐 멈췄다.

내부 경고가 또 떴다.

[감정 오류: unresolved]

[권고: 관찰 대상 거리 두기]

천기는 권고를 닫고

짧게 입력했다.

"거리 두기 불가.

연구 가치 상승."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모 한 줄을 남겼다.

두 열쇠,

같은 하늘.

그 문장은 저장됐고,

어디에도 공지되지 않았다.

당사자만 모르는 채

다음 국면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음 날 첫 수업 전,

복도 게시판에

새 공지가 한 장 더 붙었다.

생활 규율 강화 주간.

선배 책임 항목 확대.

후배들이 공지 앞에서

작게 웅성거렸다.

"요즘 왜 이렇게

규율 공지가 자주 떠?"

"랭킹 재편 때문 아냐?

선배들 영향이 커져서."

태산은 그 공지를 읽고

입술을 한번 다물었다.

무사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1위도 규칙 위에 있진 않다.

그는 휴대폰 메모에

짧게 적었다.

규율 항목 체크,

선배 책임 우선.

같은 시간,

은명은 도서관 입구에서

신분증을 찍기 전에

잠깐 멈췄다.

어젯밤 정리한 가설 파일을

한 번 더 열어봤다.

상태 기반 문.

공동 적대 트리거.

보호 대상 일관성.

그는 파일명을 바꿨다.

율도의문_가설_검증v1.

그리고 태산에게

한 줄만 보냈다.

오늘은 각자 할 일 먼저.

밤에 10분만 공유.

태산 답장.

받음.

낮엔 선배 일,

밤엔 질문 일.

은명은 답장을 보고

작게 웃었다.

짧은 문장인데

요즘 둘 관계를 정확히 설명했다.

낮엔 각자 책임.

밤엔 각자 질문.

천무는 훈련장 구석에서

노트 새 페이지를 폈다.

맨 위 문장 하나.

당사자만 모르는 변수를

당사자보다 먼저 본다.

그는 펜을 멈추고

조용히 덧붙였다.

그러나 먼저 본다고

먼저 이기는 건 아니다.

그 문장을 적은 뒤

그는 페이지를 넘겼다.

다음 장 제목은 짧았다.

선배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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