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웅의 문이 열리다
하늘이 찢어졌다.
2044년,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
60년 주기의 대운이 처음으로 되돌아간 날.
서울 상공에 거대한 균열이 벌어지더니,
그 틈 사이로 코드가 쏟아졌다.
0과 1로 이루어진 검은 폭우.
디지털 빗방울이 아스팔트를 때릴 때마다
땅이 파르르 경련했다.
그것이 금속에 닿자 쇳덩이들이 일어섰다.
가로등이 허리를 꺾고 두 다리로 서더니,
자동차가 등판을 찢으며 팔을 만들었다.
전봇대가 뼈대를 세우고 사람 형상으로 걸어 나왔다.
강시였다.
이마에 제어부적 홀로그램을 띄운
금속 강시들이 도심을 짓밟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비명이 터졌다.
도망치는 사람들의 신발이 젖은 아스팔트 위에서 미끄러졌고,
누군가는 넘어진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차선 중앙으로 굴러들어 갔다.
사이렌 소리가 늦게 따라붙었다.
그 짧은 지연이 더 끔찍했다.
"1진 결계, 북문 고정해!"
"부적 더 태워! 틈이 다시 벌어진다!"
그 앞에 사람들이 섰다.
부적을 태우는 손. 결계를 치는 손.
검을 드는 손.
그리고 맨주먹으로 금속 흉갑을 부수는 손.
이후 영웅이라고 불리게 된 사람들.
그들의 진법이 균열을 붙잡았고,
그들의 무공이 시간을 벌었고,
그들의 봉인이 하늘의 상처를 꿰맸다.
하늘을 덮던 검은 비가 한 겹씩 얇아질 때마다
사람들은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살아남았다는 안도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공포가
같은 얼굴에 겹쳐 있었다.
불꽃과 잔해 사이로,
갓 태어난 아이의 울음소리가
두 군데에서 동시에 터졌다.
한 아이는 울었다.
다른 아이도 울었다.
어느 쪽이 누구인지,
아직은 아무도 몰랐다.
17년 뒤,
그 아이들이 문을 연다.
갑자대란의 잔해 위에 세워진 학교.
2061년 3월, 율도고등학교 정문 앞에
홍은명이 서 있었다.
고개를 들었다.
정문부터 정상이 아니다.
석축 위에 올라간 문루(門樓)는
조선시대 궁궐 양식인데,
그 위로 반투명한 홀로그램 방어막이
겹겹이 떠 있다.
돌과 코드의 결합.
500년 된 뼈대에 21세기 피부를 씌운 학교.
교문 안쪽 공기는 바깥과 달랐다.
약한 향 냄새와 금속 냄새가 섞였고,
어딘가에서 낮은 주파수의 진동이
발바닥을 통해 은근히 올라왔다.
결계가 살아서 숨 쉬고 있다는 증거였다.
참도(參道)를 걸으면서
은명의 시선이 번갈아 움직였다.
고목 줄기에 박힌 센서 노드,
나뭇잎 사이에서 깜빡이는 푸른 빛,
교복 위에 가문 문장이 새겨진 넥타이를 한 학생들.
참도 양옆 바닥에는
얇은 금속선이 격자처럼 박혀 있었다.
평범한 배수로가 아니라
결계 회로를 땅에 숨겨 둔 형태.
눈으로는 장식 같아도,
기파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저 선 하나하나가 살아 있다는 걸 안다.
은명은 무심한 얼굴로 지나쳤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학교 전체 지형도가 그려지고 있었다.
정문, 강당, 기숙사, 훈련장.
어디가 병목이고 어디가 우회로인지.
시선이 멈춘 곳.
드론 두 대를 띄우고 걸어오는 중국계 여학생.
은명의 눈이 한 번 스쳤다.
드론의 비행 패턴이 일정하다. 전술 드론.
손에 든 태블릿 화면에는
학급 편성표가 떠 있었다.
제갈 린. 중국. 제갈공명 64대손.
학생회 부회장.
신입인데 부회장?
은명의 손가락이 잠깐 멈췄다가 넘어간다.
아르준 싱. 인도.
조준 아이콘이 이름 옆에서 깜빡였다.
위노나. 북미 원주민.
토템 드론 표식이 프로필 옆에 떴다.
그리고.
전태산. 한국. 전씨세가.
은명의 손가락이 멈췄다.
맹약에 따라 교환된 또 한 명.
얼굴은 한 번도 본 적 없었지만
이름만은 17년 내내 들어왔다.
전씨세가에서 넘어온 아이.
자기 이름과 맞물려 늘 불리던 이름.
문서 속 활자가 아니라
현실의 사람으로 마주칠 순간이
오늘이라는 사실이 조금 늦게 실감났다.
은명은 태블릿을 닫고 정문을 지났다.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오늘은 시작치고 너무 많은 이름을 만났다.
은명이 참도를 빠져나갈 무렵,
반대쪽에서 환한 목소리가 터졌다.
"좋다!"
전태산이 가방을 한쪽 어깨에 건 채
느긋하게 걸어왔다.
정문 앞에서 잠깐 멈추더니,
문루를 올려보고 씩 웃었다.
"야, 이거 진짜 성 같은 거 아냐?"
옆에 있던 학생이 어색하게 대답했다.
"……네, 그렇죠."
초면이었다.
근데 태산은 초면인 걸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다.
"너 어디에서 왔어? 나 한국. 전태산!"
"……영국이요. 아서 펜드래곤 2세."
태산의 눈이 반짝였다.
"오, 아서 왕 후손이야?
대박. 그 빛나는 검 진짜 있어?"
아서는 눈을 깜빡였다.
이런 직선적인 반응은 처음인 모양이었다.
"……엑스칼리버 말인가?
그건 가문의 유물이라 학교에 가져오지는"
"에이, 아쉽다. 나중에 보여줘!"
태산의 손바닥이 아서의 등을 탁 쳤다.
무심코 친 것인데, 아서의 몸이 반 보 밀렸다.
아서의 눈이 달라졌다.
이 녀석, 힘이 보통이 아니다.
태산은 그런 눈치를 전혀 못 채고
이미 다른 학생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국적 상관없이 눈 마주치면 말을 걸고,
대답이 돌아오든 안 오든 혼자서 웃었다.
홍씨세가에서 17년을 자라며
예법과 절도를 지겹도록 배웠는데,
남는 건 이런 버릇뿐.
그때, 뒤에서 압력이 왔다.
공기가 미세하게 무거워지더니,
몸을 쓰는 놈만이 풍기는 특유의 밀도가 번졌다.
태산이 고개를 돌렸다.
키 178. 갈색 피부.
교복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올린 채,
맨정강이가 대놓고 드러나 있었다.
정강이 표면에 미세한 흉터들이 그물처럼 널려 있었다.
무에타이 식으로 정강이를 때려 굳힌 흔적.
쁘아카오. 태국. 나이 카놈 톰의 후손.
"너."
쁘아카오가 태산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냄새가 난다. 강한 녀석의 냄새가."
태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주먹이 저절로 쥐어졌다.
"하하, 뭐야 이 형. 좋아 나도 막 흥분되는데?"
두 사람 사이로 조용한 열기가 흘렀다.
주변 학생 몇 명이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누군가 통신기를 올려 들었다가
옆 친구의 팔꿈치에 맞고 내렸다.
입학 첫날부터 사고가 나면
교관 눈에 바로 찍힌다는 걸
다들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쁘아카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기억하겠다, 한국."
"아 나 이름 있어. 전태산!"
쁘아카오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기억하겠다, 전태산."
쁘아카오가 지나간 뒤,
태산은 주먹을 펴며 강당으로 향했다.
손바닥이 살짝 젖어 있었다.
강한 놈을 만나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강당 입구에서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키 172. 호리호리한 체형.
검은 머리카락 아래로
날카로운 눈이 태산을 한 번 훑고 지나갔다.
쁘아카오와는 달랐다.
위압감이 아니라 뭔가 재는 느낌.
태산은 별 생각 없이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뒤통수에 남은 시선을 느꼈지만
돌아보진 않았다.
수백 명의 웅성거림이 강당을 채우고 있었다.
신입생들이 좌석을 메우고 있었고,
무대 위에는 대형 홀로그램 스크린이 떠 있었다.
의자마다 개인 식별 코드가
홀로그램으로 떠 있어서,
앉는 순간 이름과 국적이 자동 반영된다.
은명은 그 구조를 알아챘고,
태산은 그냥 앉았다.
무대 위로 한 남자가 올라왔다.
레오나르도 빈치. 교무주임.
다빈치의 후예답게 깔끔하게 다듬어진
수염과 옅은 미소가 인상적이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환영한다, 영웅의 후손들."
마이크 없이 말했는데,
목소리가 강당 구석까지 또렷하게 울렸다.
앞줄 학생 몇 명이 등을 세웠다.
"너희의 조부모, 혹은 부모가
17년 전 이 나라의 하늘을 봉인했다.
그 덕분에 너희와 내가 여기 서 있다."
레오나르도가 무대 위를 천천히 걸었다.
"그러나."
손짓 하나로 스크린이 바뀌었다.
『2064.
남은 기간: 3년.』
강당이 잠깐 조용해졌다.
누군가 의자를 삐걱 당기는 소리만 울렸다.
"3년?"
"졸업 전까지라는 거잖아."
"말이 준비지, 전쟁 통지네."
수군거림이 파도처럼 번졌다.
레오나르도가 다시 입을 열자 강당이 눌렸다.
"봉인은 영원하지 않다.
이계의 위협은 멈춘 게 아니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제 너희가 싸운다.
3년 안에 준비를 마쳐라."
대형 스크린 하단에 카운트다운 인터페이스가 겹쳐 떴다.
1095일.
숫자는 아무 감정도 없는데
강당 공기만 더 얇아졌다.
태산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했다.
긴장이라기보다 호기심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은명은 숫자를 봤다.
시선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안에서 뭘 계산하는지는
겉으로 알 수 없었다.
태산의 입이 움직였다.
소리는 안 났지만 입모양이 뚜렷했다.
'졸업이랑 같잖아.'
은명의 눈이 같은 숫자 위에 머물러 있었다.
등 뒤에서 속삭임이 들렸다.
"저 애, 홍씨세가 장손이래."
"진짜? 율도국 홍길동 직계?"
"A반인가? 홍씨세가면 B반 아냐?"
시선들이 은명 쪽으로 모였다.
은명은 태블릿 화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들지 않았다.
수군거림이 3초 이어지다가
반 편성 발표에 묻혔다.
강당 뒤편 전광판에는
'기초 체력 측정', '도술 적성 검사',
'반별 시범전 일정'이 순서대로 넘어갔다.
입학식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선발전의 시작이었다.
누군가는 손바닥에 땀이 맺힌 채
일정을 사진으로 찍었고,
누군가는 이미 통신기로
가문 단체방에 공유하고 있었다.
이 학교에선 발표가 곧 전장이었다.
"자, 반 편성을 발표한다."
홀로그램이 바뀌면서
두 개의 명단이 나란히 떠올랐다.
『A반 — 전술지휘·도술·정보전』
『B반 — 근접강습·피지컬·돌파』
은명의 시선이 자기 이름을 찾았다.
홍은명. A반.
반대쪽에서는 태산이 자기 이름을 찾았다.
전태산. B반.
"오, B반이다. 이쪽이 몸 쓰는 반인가 보네."
옆에 앉은 아서가 나직이 말했다.
"전태산, 너와 같은 반이군.
……잘 부탁한다."
태산이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하하, 잘 해보자 아서 왕!"
아서는 진지하게 악수를 받았다.
이번엔 밀리지 않으려는 듯 힘을 줬는데,
태산은 눈치도 못 챘다.
악수가 끝난 뒤에도
아서의 손등 힘줄이 한동안 도드라져 있었다.
태산은 이미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고,
주변 학생들만 그 미묘한 온도 차를 읽었다.
그 시각, 몇 줄 앞에서
은명의 시선이 다른 이름 위에 멈춰 있었다.
제갈 린.
이름 옆에 '학생회 부회장'이라는
직위가 붙어 있었다.
앞줄에서 누군가 숨을 들이켰다.
"신입이 부회장이라고?"
"입학 전에 이미 내정된 건가 봐."
은명이 시선을 돌리자,
그 중국계 여학생이 동시에 은명을 보고 있었다.
드론 두 대가 그녀의 양쪽 어깨 위에
고요히 떠 있다.
제갈 린의 눈이 은명의 눈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1초의 침묵이 길었다.
"홍은명. 소문보다 조용하네."
차가웠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계의 눈빛 같았다.
은명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제갈 린. 소문보다 빠르네."
제갈 린의 드론 하나가
미세하게 고도를 바꿨다. 그게 대답이었다.
입학식이 마무리되고,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통로가 북적였다.
태산이 기지개를 켜며 의자에서 일어서다가,
지나가던 누군가의 어깨에 팔꿈치가 부딪혔다.
퍽.
"아, 미안미안. 안 다쳤어, 꼬맹이?"
태산이 돌아봤다.
홍은명이 거기 서 있었다.
은명의 눈이 가늘어졌다.
"……꼬맹이?"
태산이 머리를 긁으며 웃었다.
"응? 아 미안, 키가 좀 작아서"
은명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키로 사람 재는 놈치고 멀쩡한 놈 못 봤는데."
185cm. 다부진 체격.
교복을 입고 있어도
덩치에서 오는 압박이 먼저 보였다.
주변 학생 몇 명이 슬쩍 걸음을 멈추고
둘의 대화를 흘겨봤다.
태산이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터졌다.
"하하! 입 세네."
은명이 돌아섰다.
"……됐으니까 비켜."
"에이, 왜 그래~ 친해지자고."
은명이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깨 너머로 한마디만 던졌다.
"시비걸어놓고 친해지자는 놈이랑은
엮이고 싶지 않아."
태산이 무심코 은명의 넥타이를 봤다.
홍씨세가 문장.
태산의 눈이 커졌다.
"야, 너 혹시"
"홍은명."
은명이 먼저 말했다. 감정 없는 목소리.
"그리고 너는 전태산이지."
태산의 표정이 멈췄다.
홍씨세가에서 자라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름.
전씨세가로 보내진 홍씨 장손.
자기가 대신 들어온 자리의 원래 주인.
"……아, 너였어?"
태산이 씩 웃었다.
근데 평소의 웃음과 미묘하게 달랐다.
눈은 웃는데 한쪽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유명한 홍씨 장손이
이렇게 작을 줄이야."
"홍씨세가에서 17년이나 자라놓고
예의는 안 배웠나 보네."
은명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화가 나서라기보다,
오래 눌러 둔 이름들이
한꺼번에 현실로 튀어나온 탓이었다.
하지만 표정은 끝까지 무표정했다.
태산이 어깨를 으쓱했다.
"하하! 무영이 형이 그랬거든.
실전에서 안 쓸 건 가르칠 필요 없다고."
은명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돌아갔다.
등 뒤에서 태산의 웃음소리가 따라왔지만
고개를 돌리진 않았다.
태산은 웃으면서 은명의 등을 봤다.
호리호리한 뒷모습. 근데 걸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강하다기보다 단단한 느낌이었다.
은명은 앞을 보면서 인상을 구겼다.
이마에 힘이 들어갔다가 천천히 풀렸다.
강당 무대 위에서
학생들의 퇴장을 내려다보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느슨한 교관복. 그 위에 걸친 낡은 한복 저고리.
반쯤 감긴 눈.
운소하. A반 담임. 도술/진법과 객원교관.
그녀의 시선이 방금 부딪힌
두 학생을 번갈아 훑었다. 은명. 태산.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옆에 서 있던 B반 담임 남궁현이 물었다.
"뭐가 재밌어?"
운소하가 팔짱을 풀며 대답했다.
"아직은 몰라. 근데 냄새가 나."
"……냄새?"
운소하는 대답 대신 하품을 했다.
남궁현이 팔짱을 껴 보였지만,
운소하의 눈 밑으로 번진 웃음은
하품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입학식이 끝나고 학생들이 웅성거리며
강당을 빠져나갔다.
교관들이 서류를 정리하고,
학생회 간부들이 신입생 안내를 시작하던 그 시각.
"야, 오늘 반 편성 봤냐?"
"봤지. A반 홍씨 장손이랑
B반 전태산 붙었대."
그 소란과 동시에, 지하 1층 서버실은
정반대의 정적에 잠겨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형광등이 미세하게 떨렸다.
서버 랙의 팬이 일정한 소음을 뿜고 있었고,
공기가 차갑고 건조했다.
모니터 16대가 나란히 놓인 벽면.
15대는 꺼져 있었다.
맨 왼쪽, 하나만이 켜져 있었다.
텍스트가 떴다. 한 줄.
『입학을 축하해요, 여러분.
天機 』
3초.
모니터가 꺼졌다.
구석의 CCTV 하나.
그 카메라의 각도가 미세하게 틀어져 있었다.
원래 서버 랙을 비추고 있어야 할 렌즈가,
강당 방향의 복도를 향하고 있었다.
카메라 하단 상태 표시등이
한 번 붉게, 한 번 파랗게 점멸했다.
학교 기본 보안 프로토콜에는 없는 신호.
누군가 외부 권한으로 접속해
시야와 기록 주기를 바꿨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지금 이 건물에서
읽어낼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