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이 글은 내 글인가
생성형 AI는 왜 생성형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이유야 단순하다. AI가 이제는 텍스트나 이미지 형태의 산물을 직접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럼 ‘직접’ 만들어낸다는 것의 의미는 뭘까?
우리가 보통 ‘직접’ 무언가를 만들었다고 할 때, 가령 글을 썼다고 할 때, 아이디어를 내가 떠올렸고 문장을 내가 손으로 썼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것은 저작과 창조를 손의 노동으로 줄여버린 이해일 뿐이다. 그럼 뭐 거의 사할이 인용이고 피어리뷰로 피드백 한바퀴 돌리는 내 논문은 내가 직접 만든 게 아닌건가.
생성형 AI가 문장을 직접 생산한다는 건 어떤가? 겉보기엔 분명 대충 쓴 내 프롬프트에 열심히 그럴듯한 결과를 토해냈다. 이 문장들은 내가 하나하나 조합한 것이 아니고 글의 방향성도 완벽히 맞지 않다. 그렇다면 이 글은 이 놈의 것인가.
먼저 아이디어적으로의 직접성이 뭘까. 단순히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어떤 문제를 내가 발견했고, 어떤 질문을 세울지 선택했으며, 그 질문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결정했다는 데에 있다. 창조란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무엇을 문제로 삼을지 정하는 선택과 그 선택을 밀고 나가는 의도의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다.
AI의 생성물도 표면적으로는 창조처럼 보일 수 있다. 혹자는 (인간이 행하는) 창조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무언가 위에 얹는 것이라며 AI의 생산 행위 또한 그 작동방식에 빗대어 창조라고 주장한다. 다만 그건 창조성의 일부 조건인 새로움과 유용성일 뿐이고, 이 과정에서 인간이 행하는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설정하는 과정, 즉 의도성과 진정성이 간과된다. 바로 이 지점이 AI와 인간의 차이를 만든다.
(물론 이 점을 연구자들이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며 내 연구 역시 여기 걸쳐 있다. 이건 언젠가 다음 기회에..)
따라서 생성형 AI가 문장을 직접 생산했다는 사실이 저작자의 역할을 곧바로 이동시키지 않는다.이 글을 작성하는 데에 들인 내 판단과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을 채택한 의도와 그 결과에 대해 감당하는 책임의 구조가 이 글을 내 글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참고:
Boden, M. A. (2009). Computer models of creativity. Ai Magazine, 30(3), 23-23.
Runco, M. A. (2023). AI can only produce artificial creativity. Journal of Creativity, 33(3), 100063.
Ivcevic, Z., & Grandinetti, M. (2024). Artificial intelligence as a tool for creativity. Journal of Creativity, 34(2), 1000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