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op Banner Ad(reader-top)
고졸채용 아이비리그 불필요? 일러스트

고졸채용 아이비리그 불필요?

AI 덕에 배움의 길이 너무 넓어지고 쉬워졌다. 어쩌면 지나치게도. 돈 들여 시간 들여 거진 9년간 대학원에 있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AI가 대학(원)에 미치는 영향을 한번 끄적여본다.

우선 먼저 설명하고 싶은 건 학부와 대학원의 차이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대학은 당연히 학부일 텐데, 다들 알다시피 수업 들으며 학점 채우고 졸업 요건 맞춰 졸업장 따가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 전공 졸업장으로 취업 요건을 충족시켜 진로로 나간다. 그런데 대학원은 포커스가 좀 다르다. 연구를 한다는 것이야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것을 어떻게 빚어내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대학원 모든 수업의 첫날 꼭 하는 것이 있다.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의 이전 전공과 현재 하고 있는 연구 과제를 간략히 소개하는 것이다. 보통 수업들은 이것만 해도 하루가 끝난다. 학기 첫 주는 같은 말을 서너 번 반복하고 끝나는 게 일상이다. 그럼 이걸 왜 할까? 첫째야 당연히 학생들끼리 관심 있는 주제를 서로 찾아 조별 과제를 시키기 위함이다. 그리고 교수에게 내 관심사를 이야기하며 나를 써주십사 어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한 학생들 스스로가 이 수업을 왜 듣는지를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마지막에서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수업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가 온다. 열심히 하냐 마냐의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수업의 절반 이상을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대부분의 시간을, 수업 중 내 연구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 한 톨을 누군가는 어떻게 해놨는지를 찾아보며 보낸다. 그리고 그 교수가 그 분야의 고수라면(피인용 수가 많다면), 수업 후 다가가 “이런 연구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이세요?”라고 묻는다. 수업은 지식을 ‘듣는’ 시간이 아니라, 내 연구를 밀어붙일 레버리지를 찾는 시간이다.

그럼 아이비리그는 어떨까? 내가 겪은 아이비리그는 일단 돈이 많다. 교수들의 논문 실적, 인맥 등에서 펀딩을 어디서든 척척 받아온다. 출처도 연구재단, 사립재단, 사기업, 지역 커뮤니티 등 엄청 다양하다. 그리고 돈이 많으니 프로젝트 수가 많고 각각이 풍부하다. 그 말인즉슨 학생 고용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부유함의 수혜가 학부까지 내려간다. 학교 Workday에 들어가면 과제 구인 공고가 수십 개씩 떠 있고, 여기서 구한 일로 논문에 이름을 올리고, 그 경험으로 대학원 진학을 노리고, 이 선순환이 상당히 활발하다.

그래서 결국 대학원이란 단순히 교육의 장이라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AI가 대학을 대체한다는 말을 그대로 믿지도 않는다. AI로 공부한다는 것들? 이미 Google Scholar로 다 하고 있었다. 논문 찾고, 요약하고, 개념 연결하고, 코드 짜고, 실험 설계 아이디어 떠올리고. AI는 이 과정을 빠르게 해준다. 그러나 “누구와 연결되는가”는 여전히 바꾸지 못한다.

끝으로 알렉스 카프의 “하버드 박사보다 고졸이 낫습니다”라는 발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발언의 요는 당연히 현장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사실 연구환경도 현장이고 연구경험도 현장경험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미 다양한 현장을 경험하고 있다. 왜냐면 펀딩 자체가 그곳에서 오니까. 사실 그 발언을 보며 처음 든 생각이 이것이었다. 그래서 경험 쌓는 데 맨몸으로 시작한 고졸이 더 유리한가, 아니면 이미 현장에서 활동하는 교수가 연결해주는 대학(원)생이 더 유리한가. 아이비리그니까 뭐 또 두들겨 맞는거지 뭐.

Advertisement
Bottom Banner Ad(reader-bottom)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해주세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