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 발령권
비상 발령권
삭제 불가라는 판정은
안전보다 공포를 먼저 불렀다.
파면심사실 회의가 끝난 그날 오후부터,
황실 인사원 복도에서
카시안을 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처음엔 기이한 문제 직원이었고,
그다음엔 오래된 계약 피해자였고,
이제는 제국이 자기 손으로도
자르지 못하는 존재가 됐다.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이해하는 대신
더 무서워했다.
아델린은 하루 종일
서류만 상대했다.
남서 3구역 열람 제한 요청,
카시안 관련 현장 반응 대조 요구,
결계국 추가 자료 제출 공문,
감찰조정팀 사실확인 통보.
문장들은 정중했지만
방향은 하나였다.
직원번호 0001을
더 이상 인사팀 단독 관리 아래
두어선 안 된다는 쪽.
그녀는 세 번째 반려 인장을 찍고 나서야
손목에 묵직한 통증이 남아 있다는 걸
느꼈다.
문이 열리며
도로시가 들어왔다.
평소처럼 가벼운 걸음이 아니었다.
손에 든 서류 봉투 세 개 모두가
붉은 띠로 묶여 있었다.
“팀장님.”
그녀는 웃지도 않고 말했다.
“이번엔 좀 진짜로 나쁩니다.”
아델린은
바로 손을 뻗었다.
첫 번째 봉투는
남서 구역 압수 조치 명령.
두 번째는
유령직위 정리반 인원 차출 통보.
세 번째는 더 짧았다.
결계 안정 비상 발령권 행사 통지.
발령 명의.
비상 조달청 차관 대행.
아델린의 눈이 멈췄다.
비상 조달청 차관.
죽지 않고 남아 있던
오래된 유령직위.
전시 조달 명령이
아직도 자동 승인된다는 그 자리를,
라우렌스가 결국 꺼내 들었다.
도로시가 낮게 말했다.
“서류 자체는
적법해 보여요.
적어도 겉으로는.”
“겉으로는 늘 그렇죠.”
아델린은 통지서를
끝까지 읽었다.
남서 구역과 관련된 물자,
문서,
현장 인원은 전부
결계 안정 임시 대응반에
우선 귀속.
필요 시 관련 조사 인원을
타 부서로 임시 전용 가능.
고위 위험 계약 보유자는
별도 안전 관리 체계로 이관 가능.
인사권을 대놓고 빼앗는 문구는 없었다.
대신 전용,
안정,
이관 같은 말이
안전하게 배열돼 있었다.
늘 그렇듯
사람을 옮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람을 옮긴다고
쓰지 않는 것이다.
“누가 들고 왔습니까.”
“대시종장실 전달관이요.”
도로시가 대답했다.
“그리고 웃는 얼굴이더라고요.
그게 제일 싫었어요.”
카시안은 창가에 기대 서서
서류를 듣고만 있다가
낮게 말했다.
“예상보다 빨랐군요.”
아델린은 그를 돌아봤다.
“예상하고 있었습니까.”
“삭제가 불가로 나오면,
다음은 통제권입니다.
죽일 수 없으면
가둬 두거나 빼앗죠.”
그 문장은
너무 평온하게 나왔다.
오래전부터 여러 번 겪어 본 사람의
목소리였다.
아델린은 손가락으로
발령 통지 맨 아래를 짚었다.
서명란은 공용 인장이 아니라
오래된 조달 인장으로 닫혀 있었다.
정식 인사 발령권이 아니면서도,
비상시 물자와 인력을
한데 전용할 수 있는
애매한 권한.
“인사팀 인원까지
건드릴 수는 없습니다.”
도로시가
작게 헛웃음을 냈다.
“저도 그렇게 믿고 싶은데,
보조 조항을 보시면
마음이 불편해질 거예요.”
그녀가 통지서 뒷장을 펼쳤다.
현장 운영상 필수 인력은
물자 관리 대상에 준하여
임시 배속할 수 있음.
“사람을 물자처럼 쓰겠다는군요.”
아델린이 말했다.
“네.
대체로 요즘 황궁 트렌드죠.”
아델린은 대꾸하지 않았다.
잠깐 침묵한 뒤,
새 종이를 한 장 끌어왔다.
비상 발령권 행사
적법성 이의 제기.
“도로시 씨.
정리반 인원 차출 중지 요청
초안 작성하세요.
유령직위 사건은
인사팀이 계속 주도한다고 명시합니다.”
“네.”
“카시안.”
그가 시선을 들었다.
“당신 관련 안전 관리 이관은
보류 요청을 넣겠습니다.”
카시안은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보류가 아니라
수락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도로시 손이 멈췄다.
아델린은 천천히
그를 바라봤다.
“이유를 설명하세요.”
카시안은 어깨를
벽에서 떼었다.
“팀장님 쪽에 계속 붙어 있으면,
저를 통제하지 못한다고
몰아가기 쉬워집니다.
안전 관리 체계로 옮겨 두면
적어도 겉으로는 분리되겠죠.”
그는 늘 그렇듯
계산적인 문장으로 말했다.
하지만 아델린은
그 안에서 다른 냄새를 맡았다.
이건 단순한 전략 검토가 아니었다.
물러날 구실을 찾는 사람의 문장이었다.
“안 됩니다.”
“팀장님.”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실제로는 피곤이 너무 깊어
더 단단하게 들리는 쪽에 가까웠다.
도로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일단 두 분 다 진정하고,
저희는 지금
법조문을 욕해야 할 때인 것 같은데요.”
그러나 이미 늦었다.
문이 다시 열리고,
이번에는 기디온 마르체가 직접 들어왔다.
그는 평소처럼 깔끔한 제복 차림이었고,
표정은 중립적이려 애쓴 사람의
얼굴이었다.
“팀장님.
잠시 말씀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하죠.”
기디온은 시선을 한 번
카시안에게 주었다가
다시 아델린에게 돌렸다.
“좋습니다.
감찰조정팀에 진정 세 건이 들어왔습니다.
남서 구역 무단 진입,
고위 위험 계약 보유자에 대한 편향적 관리,
파면심사실 안건 관련 자료 독점.”
도로시가 작게 중얼거렸다.
“속도도 빠르셔라.”
기디온은 못 들은 척
말을 이었다.
“정식 조사로 가면,
인사팀장 권한 범위부터
다시 검토됩니다.”
아델린이 물었다.
“누가 넣었습니까.”
“첫 번째는 익명.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대시종장실 참고 의견 첨부.”
예상 안쪽이었다.
기디온은 봉인된 서류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이것도.”
아델린이 열어 보니,
결계 안정 임시 대응반 명단이었다.
반장 이름은 없었다.
대신 감독 라인 끝에
익숙한 직함이 적혀 있었다.
대시종장 직속
특별 조정.
아델린이
건조하게 말했다.
“직접 하긴 싫고,
직속으로는 하고 싶다는 뜻이군요.”
기디온 입꼬리가
아주 짧게 움직였다.
“그쪽 문장은 늘 우아하죠.”
그는 곧 다시
진지해졌다.
“팀장님,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지금 밖에선
당신이 0001 건에
과도하게 매여 있다고 봅니다.
감정이든,
집착이든,
특혜든
이름은 여러 가지겠죠.”
카시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말을 꺼내기 전에
아델린이 먼저 말했다.
“그래서.”
“그래서 저쪽은
당신 권한을 나누려 합니다.
남서 구역 조사,
고대 계약 대조,
현장 열람 승인.
이 셋 중 하나만 뺏어도
흐름이 꺾이니까요.”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기디온은 잠깐
망설였다.
“저는 아직
결과를 보는 쪽입니다.
다만 충고는 하죠.
오늘 안에 먼저
반격 문서를 올리십시오.
아니면 내일 아침엔
방어가 아니라 해명부터 하게 될 겁니다.”
그는 더 머무르지 않고
나갔다.
문이 닫힌 뒤
도로시가 한숨을 쉬었다.
“저 사람,
도움 주는 척하면서
늘 심장을 쥐어짜네요.”
“그래도 이번엔
도움이 됐습니다.”
아델린은 곧장
새 문서를 펼쳤다.
비상 조달청 차관 직위
현행 적법성 검토.
비상 발령권 행사 범위
제한 의견서.
고위 계약 보유자 강제 이관
반대 사유서.
카시안은 그녀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걸
보고도 당장 말하지 않았다.
대신 도로시가 잠시 밖으로 나간 뒤에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
“손이 떨립니다.”
아델린은
시선도 들지 않았다.
“살아 있습니다.”
“그건 좋은 징후라기보다
피로 누적 같은데.”
“지금은 같은 말입니다.”
그녀는 계속 썼다.
문장은 빨랐고 정확했다.
그러나 펜 끝이 종이에 닿는 각도가
평소보다 더 날카로웠다.
두통이 다시 올라오고 있었다.
카시안이 책상 앞으로
다가왔다.
“팀장님.”
“말하세요.”
“정말로 저를 넘기는 편이 낫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아델린의 손이 멈췄다.
“그 말을 다시 하면.”
“위협입니까.”
“경고입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건 당신을 지키겠다는
무책임한 고집이 아닙니다.
라우렌스 헤일에게
사건 주도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판단이에요.”
카시안은 한 박자 늦게
답했다.
“저는 그 판단이
틀렸다고 한 적 없습니다.”
“그런데 왜
자꾸 물러나려 합니까.”
이번엔 그가 곧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
창밖에서 늦은 오후 종이
한 번 울리고 나서야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오래 살아보면
알게 됩니다.”
“무엇을.”
“내 곁에 남은 사람이
어떤 식으로 망가지는지.”
아델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카시안은 평소보다
훨씬 덜 비튼 말투로,
거의 직선으로 이어 말했다.
“전쟁 때도 그랬고,
평화라고 부르던 시간에도 그랬습니다.
저를 붙잡고 있으려는 사람은
결국 명령에 다쳤고,
저를 풀어 주려는 사람은
계약에 다쳤어요.
이번엔 팀장님 차례가 될까 봐
싫습니다.”
그 문장은 지나치게 단정해서
오히려 더 무거웠다.
아델린은 장갑 끝을
한 번 정리했다.
중요한 판단 직전,
늘 하던 버릇이었다.
“당신 때문에
제가 무너질까 봐 걱정하는 건
알겠습니다.”
카시안의 금빛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걱정이라는 단어를
그녀가 먼저 꺼낼 줄은 몰랐던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당신을 넘기면,”
아델린이 차갑고 분명하게 말했다.
“당신이 두려워하는 방식과
내가 증오하는 방식이
같아집니다.”
짧은 침묵.
“사람을 구조에서 떼어 내는
가장 쉬운 방법이,
사람을 따로 빼내 격리하고
통제하는 거라는 걸 저는 압니다.
우리 집에 그렇게 했고,
당신에겐 더 오래
그렇게 했겠죠.”
카시안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아델린은 잠깐 숨을 골랐다.
원래라면 여기서 멈췄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녀는
필요 이상으로 자기 말을
사람 쪽으로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그렇게 정리하고 넘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카시안이 눈을 들었다.
“당신이 그런 식으로
혼자 빠지는 결론을 내리면,
제가 싫습니다.”
방 안이 아주 조용해졌다.
그 문장은 전략도,
권한도,
행정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 직접적이었다.
“그러니 이번엔
내가 고릅니다.
당신을 넘기지 않는 쪽으로.”
그녀는 다시 문서로
시선을 내렸다.
“대신 약속 하나는 지키세요.
혼자 결론 내리지 마십시오.”
카시안은 한동안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 아주 낮게 물었다.
“그 약속을 지켜도,
결국 팀장님 권한이
잘릴 수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그 단어가
방 안에 오래 남았다.
이번엔 두 사람 모두
그 말이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건 권한 싸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누구를 잃을지의 문제이기도 했다.
해가 완전히 저문 뒤,
라우렌스 헤일이 직접
인사원 별실에 나타났다.
호출도 없이 들어왔지만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다.
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는 아델린이 막 제출하려던
이의 신청서를 천천히 훑어보더니,
늘 그렇듯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참 성실하군요,
팀장.
이미 판이 기울었는데도.”
아델린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기운 판은
숫자로 다시 세우면 됩니다.”
“이번엔 숫자보다
공포가 더 빠릅니다.”
라우렌스는 방 안을
한 번 둘러봤다.
카시안은 창가 쪽에 서 있었고,
도로시는 일부러 바쁜 척
장부를 넘기고 있었다.
“삭제 불가 판정이 났다고 해서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지요.
오히려 반대 아닙니까.
제국이 자를 수 없는 검이라면,
누군가는 쥐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비상 조달청 차관
유령직위를 꺼내셨습니까.”
라우렌스의 미소가
아주 조금 깊어졌다.
“유령직위라고 단정하는 건
위험한 표현입니다.
적법하게 정리되지 않은 권한일 뿐이지요.”
“그걸 문제라고 부르는 겁니다.”
“문제와 자산은
늘 보는 위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는 너무 차분해서
더 불쾌했다.
아델린은 라우렌스 헤일 같은 사람이
왜 오래 버티는지 잘 알고 있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사람을 제자리에서 밀어낼 줄 알기 때문이다.
라우렌스는 책상 위 통지서를
손끝으로 가볍게 눌렀다.
“비상 발령권은
결계 안정과 조달 대응을 위해 존재합니다.
남서 구역 사건 이후,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무책임으로 보이겠지요.”
“당신은 대응이 아니라
회수를 하려는 겁니다.”
“회수.”
그가 그 단어를
되풀이했다.
“흥미로운 표현이군요.
마치 원래 당신 것이었다는 듯이.”
아델린은 그를
노려보지 않았다.
노려보는 건
감정 소모일 뿐이다.
“인사팀의 적법 조사권은
황제 재가 아래
제게 위임됐습니다.”
“그 위임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릅니다.”
그 말이 끝나자
방 안 공기가
조금 더 차가워졌다.
라우렌스는 마치 친절한 조언이라도
건네듯 말했다.
“황제 폐하도
제국을 먼저 생각하셔야 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젊은 통치자는,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예외를 허용했다는
인상을 남기면 곤란하니까요.”
카시안의 손등 핏줄이
한 번 돋았다.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아델린은 그가 지금
어떤 결론 쪽으로 기울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만 빠지면
그녀가 덜 다칠 거라는 식의
지긋지긋한 결론.
라우렌스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였다.
“오늘 밤 안으로
대응반 발족이 완료됩니다.
팀장께는 협조를 부탁드리죠.”
“거부하면요.”
“거부는 늘
기록에 남습니다.”
그는 그 말만 남기고
나갔다.
문이 닫히자
도로시가 바로 욕을 뱉었다.
“저 인간은
목소리 볼륨이 낮을수록
더 재수 없어요.”
아델린은 이미
다음 순서를 생각하고 있었다.
“황궁 내정실로 갑니다.”
도로시가 눈을
크게 떴다.
“지금요.”
“네.
이 문서는
황제 앞에서 바로 막아야 합니다.”
카시안이 즉시 말했다.
“저는 안 가겠습니다.”
아델린이 돌아봤다.
“왜죠.”
“제가 가면 더 쉽습니다.
폐하 앞에서도
이 사안을 사람 문제가 아니라
위험 통제 문제로 보게 만들겠죠.”
그건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그러니 더 가야 합니다.”
“팀장님.”
“같이 갑니다.”
이번엔 말끝이
조금 더 단단했다.
카시안은 결국
반박하지 못했다.
황궁 내정실은
밤이 깊을수록 더 조용해졌다.
젊은 황제 에드윈 벨노아는
긴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그의 오른쪽에는
아직 결재되지 않은 문서 더미가
높게 쌓여 있었다.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시선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아델린이 제출한 이의 신청서를 읽는 동안,
그는 한 번도 말을 끊지 않았다.
끝까지 읽고 나서야
조용히 물었다.
“헤일이
비상 조달청 차관 권한까지
꺼냈나.”
“네,
폐하.”
에드윈은 피곤하게
눈을 감았다 뜨더니,
창밖을 잠깐 봤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군.”
그는 카시안 쪽으로도
시선을 돌렸다.
다만 다른 이들처럼
구조물 보듯 보진 않았다.
문제는 왕이라 해도
그 차이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는 데 있었다.
“파면심사실 결과는 들었다.
삭제 불가.”
“예.”
아델린은 짧게 답했다.
“그래서 더 위험해졌습니다.
이제 저쪽은 삭제 대신
회수로 갈 겁니다.”
에드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
그리고 그 회수는
단순히 0001을 데려가는 데서 끝나지 않겠지.
네 조사권,
열람권,
인사팀 독립성까지
묶어 치려 할 거다.”
그는 솔직했다.
그래서 더 나빴다.
아델린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막아 주십시오.”
에드윈은 바로
예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 짧은 침묵이
모든 걸 설명했다.
황제는 젊었고,
개혁 의지는 있었고,
아델린에게 기회를 줬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황제였다.
결계 진동이 이미
여러 부서에 공포를 뿌린 이상,
라우렌스는 그 공포를
정치로 바꿀 수 있다.
에드윈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네 편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아델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문장은 보통
그 다음에 나쁜 말이 온다.
“하지만 지금
상주안이 올라왔어.”
그는 책상 옆 봉인된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황실 인사팀장
한시 권한 조정안.
내용은 짧고 잔인했다.
남서 구역 관련 단독 조사권 정지.
고대 계약 독립 열람권 보류.
직원번호 0001 관련
현장 명령권 임시 회수.
아델린의 시선이
마지막 줄에 멈췄다.
황제 직속 관리 전환 검토.
에드윈이 말했다.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의가 한 번 더 열리면,
나는 이걸 끝까지 막는 대신
다른 걸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카시안은 한 발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아델린은 그의 호흡이
아주 미세하게 달라진 걸
알아차렸다.
에드윈은 피곤한 눈으로
둘을 번갈아 봤다.
“시간이 많지 않다.
헤일보다 먼저,
휴면 계약선 전체와
원문계약의 다음 조각을 가져와라.
그렇지 못하면…”
그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아델린은 조용히
서류를 내려놓았다.
싸움의 모양이
바뀌고 있었다.
이제는 단순히
진실을 찾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손 자체가
잘리기 전에
더 빨리 움직여야 했다.
에드윈의 책상 위에는
아직 서명되지 않은
권한 조정안이 놓여 있었다.
황제가 아델린의 권한 일부를
회수당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