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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공통 저자?

[바이오솔루션팀 연구 검증 시스템(Bio-Solution Verification System) v1.0] 우리가 구축한 이 시스템의 핵심 아키텍처는 다음과 같다. 첫째, 평가 지표의 정량화 및 테이블화 (Scoring Table). 기존의 정성적 평가를 배제하고, 심사 기준을 100% 점수화하여 매트릭스 형태로 구조화했다. 이를 통해 심사위원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를 원천 차단하고 오직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성만을 확보했다. 둘째, 알고리즘 기반 전문 심사위원 매칭 (Auto-Matching). 전체 심사위원 풀(Pool)에서 해당 논문의 키워드와 전문 분야가 정확히 일치하는 인원만을 시스템이 자동으로 선별하여 배정한다. 비전문가의 간섭이나 파벌에 의한 청탁이 불가능한 구조다. 셋째, 월드 시뮬레이션 기반 신뢰도 검증 (Pre-Validation). 심사 전, 월드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가상 테스트를 선행한다. 이 결과값과 신뢰도 점수를 심사위원에게 사전 제공함으로써, '이론상 완벽함'이 아닌 '실현 가능성'을 평가의 핵심 척도로 삼는다. 넷째, 실시간 이상 감지 및 재심사 클로즈드 루프 (Closed Loop). 전문 연구 검증팀을 별로도 편성하여 심사 과정을 모니터링한다.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심사 내용 간의 오차를 실시간으로 비교 분석, 이상 징후가 발견되는 즉시 경고를 띄우고 재심사 프로세스로 강제 전환되는 순환 구조를 완성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와... 이게 되네?" 이소연 과장이 모니터를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녀의 화면에는 **[금일 검증 완료 건수: 14건 / 반려: 3건 / 승인: 11건]**이라는 아름다운 숫자가 떠 있었다. 나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으며 커피를 홀짝였다. 달콤했다. 이것이 '시스템의 맛'이다. 중앙연구소 박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가산점 기준'에 만족했고, 기획실은 '데이터 기반의 효율성으로 투자 금액과 회수'에 흡족해했다. 현장팀은 '사전 시뮬레이션 검증 결과 체크해서 돌려봤어?' 한마디면 조용해졌다. 모두가 만족하는 시스템. 심사 전 시뮬레이션 정보 제공으로 현장팀의 불만도 잠재웠다. "진짜 솔루션 팀 맞네, 우리. 이름값 한다, 진짜." 한 팀장이 콧노래를 부르며 결재 서류에 전자 서명을 승인했다. 키보드의 경쾌한 소리가 사무실을 울렸다. "팀장님, 오늘 점심은 법카로 초밥 어떻습니까? 예산도 남았는데." 정민재가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콜! 가자! 오늘 내가 쏜다! 아우! 다음부터는 우리 본 업무를 하고 있어야 핑계가 안될텐데..." "최상무님 앞에서 이야기 했어도 그냥 시켰잖아요. 소용없을거예요." 이소연 과장이 웃으며 답했다. 평소라면 "미쳤냐?"고 했을 한 팀장이 흔쾌히 지갑을 꺼냈다. 사무실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이 완벽한 평화. 나는 이 순간을 위해 그 고생을 했나 보다. 오후 일과는 단순했다. [과거 연구 자료의 디지털 데이터베이스화 작업]. 쉽게 말해서, 먼지 쌓인 옛날 서류들을 스캔해서 시스템에 입력하는 노가다였다. 하지만 시스템이 알아서 분류하고 태깅까지 해주니, 나는 그저 진행 상황만 지켜보면 됐다. "준혁 씨, 나 먼저 퇴근해도 돼? 오늘 필라테스 예약 있어서." 이소연 과장이 가방을 챙기며 물었다. "가세요. 어차피 자동화 돌려놔서 제가 할 것도 없습니다." "오, 역시 능력자! 내일 봐!" 동료들이 하나둘씩 퇴근했다. 사무실에는 타닥거리는 서버 소음과 나 혼자만 남았다. 석양이 지고, 모니터 불빛만이 내 얼굴을 비췄다. 평화롭다. 이대로 정년까지... 띠링. #2. 전문 분야 (My Specialty) 그때였다. 평화로운 정적을 깨는 맑고 고운 알림음. 메신저가 아닌, 업무용 이메일 알림이었다. [알림: 전문 분야 심사 요청이 도착했습니다.] [발신: 연구 검증 시스템 (Auto-Matching)] "어? 나한테?"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통 심사 요청은 박사급 수석들에게 가기 마련인데,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나에게 매칭되었다는 게 의아했다. 나는 호기심에 메일을 열어봤다. [논문 제목: 유전자 변형으로 인한 이종(Heterogeneous) 군체의 페로몬 의사소통 영향성 분석] "......아." 제목을 보자마자 납득했다. '군체', '페로몬', '유전자 변형'. 이건 내 박사 학위 논문 주제와 키워드가 90% 이상 일치했다. 게다가 전직 군인으로서 '전술적 통신'에 대한 이해도까지 포함된 내용이었다. 시스템의 알고리즘은 생각보다 더 정교했다. 나 같은 말단 연구원의 세부 전공까지 파악해서 매칭을 시켜주다니. "어디 보자..." 나는 자세를 고쳐 앉고 논문을 읽기 시작했다. 내용은 흥미로웠다. 서로 다른 종의 곤충 유전자를 섞었을 때, 그들의 페로몬 체계가 어떻게 충돌하고 융합하는지에 대한 연구였다. 그런데 스크롤을 내리던 내 시선이 '참고 문헌(References)' 탭에서 멈췄다. [별첨 1. 초기 키메라 프로젝트 실험 데이터 (1999) - OCR 스캔본] [별첨 2. 군체 적응성 추적 보고서 (2005) - OCR 스캔본] 디지털화되지 않은, 아주 오래된 문서들이 레퍼런스로 달려 있었다. 나는 무심코 첨부 파일을 클릭했다. 오래된 종이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빛바랜 스캔 문서가 모니터에 떠올랐다. 나는 흥미롭게 문서를 읽어 내려갔다. 1999년의 기록과 2005년의 기록. 그런데, 두 문서의 통계 테이블을 비교하던 중 위화감이 들었다. "잠깐만." 나는 모니터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1999년 보고서의 '실험체 폐기 현황' 표와, 2005년 보고서의 '초기 적응 실패 개체' 표. 두 테이블의 숫자가 미묘하게 맞지 않았다. [1999년 기록] 실험체 A-082 (타이탄): [전량 폐기] (사유: 통제 불능) [2005년 기록] 실험체 A-082 (타이탄): [동면 상태 유지] (특이사항: 뇌파 반응 미약하게 잔존) "폐기했다며?" 단순한 오타일까? 아니면 행정 착오? 하지만 과학자에게 데이터의 불일치는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시스템의 '상세 검색' 기능을 켰다. 이 두 문서가 참조하고 있는 원본 로 데이터를 찾아 들어갔다. #3. 유령의 서명 검색창에 다른 논문들을 통합 검색될 수 있도록 'A-082'를 입력했다. 그러자 붉은색 글씨들이 쏟아져 나왔다. [Subject No. 82 (코드명: 타이탄)] 1999.10.24: 폐기 처분 (소각) 2002.03.15: 지하 격리실 이송 2005.11.02: 신경 안정제 투여 "이게... 말이 돼?" 내 눈을 의심했다. 소각되어 재가 되었어야 할 실험체가, 수 년이 지난 이후에 다시 실험을 받는다? 단순한 실험 실패가 아니었다. 누군가 공식적으로는 '폐기'했다고 보고하고, 이후에는 다시 등장한다. 그 이야기는 폐기 프로세스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고, 실험체가 빼돌려져 계속해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실험을 주도한 사람은 누구지? 1999년부터 지금까지, 이 비밀을 알고 있는 책임자. '최초 등록자'와 '공동 저자' 항목을 클릭했다. 레퍼런스에 등록된 사람들의 이름을 리스트로 하나씩 메모장에 적어두었다. 그러자 공통적으로 "조홍익"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누구지, 이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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