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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되찾는 망치

정비 수로 아래 첫 보강칸은 넓지 않았다.

왼쪽 벽에는 허리 높이 공구 선반이 세 겹으로 박혔다. 맨 위에는 자루가 짧은 집게와 못뽑이가 놓였고, 가운데에는 기름때가 말라붙은 쐐기와 줄자가 걸렸으며, 맨 아래에는 젖은 헝겊과 부러진 손잡이들이 검은 물에 반쯤 잠겨 있었다. 바닥에는 물길을 가르는 홈 세 줄이 나란히 뻗었다. 가운데 홈은 넓고 얕았고, 양옆 홈은 발목 하나가 걸릴 만큼 좁고 깊었다. 정면 벽에는 검게 탄 병기 턱받이와 끊어진 사슬걸이가 걸렸고, 오른쪽 작업판 아래에서는 지워진 흰 칠 사이로 `반출 전 보정`, `재기동 후 상행 금지`라는 글자가 끊겨 보였다.

세라는 정면 돌턱을 막았다. 왼쪽 어깨는 우리가 들어온 낮은 문 쪽을 향했고, 오른발은 가운데 홈을 비켜 밟았다. 브론은 작업판 앞에 무릎을 낮췄다. 미리엘은 선반 밑 젖은 헝겊을 골라 벽글씨 쪽으로 손을 뻗었고, 리에트는 뒤쪽 통로와 천장 틈에 번갈아 귀를 기울였다. 위에서는 병기 발소리가 따라붙고, 아래 물속에서는 일정한 울림이 되받아 올라왔다. 누군가 이 칸 안쪽 장치를 아직도 돌리고 있었다.

나는 품 안의 첫 벌이 물에 닿지 않게 팔꿈치를 붙였다. 왕가 문양 반지와 공동 명령서 조각은 세라 품에 있지 않았다. 지금 그것들은 내 옷 안쪽에서 얇은 천에 감겨 있었다. 세라는 일부러 빈 품을 드러내지 않았다. 브론은 심핵 조각을 몸 가까이에 두고, 미리엘은 명부 조각을 젖지 않게 품 안쪽에 밀었다. 우리는 물건을 한곳에 모으지 않았다. 도리안은 하나를 고르게 만드는 적이다. 한 손에 모이는 순간, 그 손은 곧 표적이 된다.

"앞턱은 네가 잡아."

나는 세라를 보지 않은 채 말했다.

"브론은 작업판. 미리엘은 벽줄. 리에트는 위 박자부터 다시 들어. 나는 물길과 문을 본다."

세라는 대답 대신 검집 끝으로 돌턱을 눌렀다. 짧은 금속음이 물 위에 퍼졌다. 브론은 병기 목 안쪽에서 뜯어 온 심핵 조각을 꺼냈다. 수정편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더 차가워진 듯했다. 그는 그것을 작업판 가장자리의 끊긴 홈에 맞댔다. 곧바로 떼지 않았다. 손끝이 홈 둘레를 더듬는 속도가 늦어졌다.

"이거, 완성판 자리가 아니야."

"뭐가 보여?"

"먹이는 칸보다 늦추는 칸이 먼저 보여. 병기를 키우는 손동작 순서가 아니라, 돌아가는 걸 일부러 삐끗하게 만드는 손동작 순서야."

미리엘이 젖은 헝겊으로 작업판 아래를 닦았다. 검은 때가 밀리자 흐릿한 끝 번호가 살아났다. `기동`, `구속`, `안정화`, `회수`. 네 단어는 따로 적힌 절차가 아니었다. 같은 번호 밑에 묶인 단계였다. 사람을 다루던 문장과 병기를 다루던 문장이 이곳에서는 한 칸을 나눠 썼다.

리에트가 고개를 기울였다.

"위쪽 세 박자. 사람 발 아냐. 병기만 먼저 내려와."

그녀의 손가락이 활시위 위에서 아주 조금 움직였다.

"실무자 발은 뒤에 멈춰 있어. 병기와 같은 박자가 아니야. 도리안이 사람을 아끼는 게 아니라, 우리 반응을 먼저 보는 거야."

나는 정면 벽의 사슬걸이를 봤다. 한쪽 걸이에는 가는 금속 가루가 붙었고, 다른 쪽에는 오래된 기름이 새까맣게 눌었다. 병기를 매달아 둔 자리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박자로 돌아가려는 것을 잡아채 멈추던 자리로도 읽혔다. 이 방은 병기를 더 세게 만드는 곳이 아니었다. 완성품으로 넘어가기 전, 그 박자를 일부러 망가뜨리던 곳이었다.

브론이 선반 아래로 손을 넣었다. 물속에서 녹슨 고정링 조각 하나가 딸려 나왔다. 그는 그것을 심핵 조각 옆에 세워 맞대더니 짧게 숨을 들이켰다.

"같은 순간에 맞물리지 않게 만든 흔적이야."

미리엘이 벽면의 지워진 줄을 더 세게 문질렀다. 검은 때 아래에서 세 단어가 먼저 살아났다.

`완성보다 지연.`

짧은 메모였다. 하지만 그 메모가 칸 전체의 뜻을 바꿨다. 여기서 일한 손들은 병기를 제대로 넘기려던 손만은 아니었다. 끝내 완성품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늦춘 손이 있었다.

브론의 얼굴이 굳었다. 기쁨이 먼저 오지 않았다. 오래도록 수치로만 눌러 둔 이름이 다른 쪽으로 뒤집힐 때, 사람은 바로 웃지 못한다. 그는 심핵 조각과 고정링을 양손에 나눠 들고 한참을 내려다봤다.

"우리 집이 만든 게 아니고."

그는 말끝을 삼켰다가 다시 꺼냈다.

"끝까지 늦춘 거야."

정면 수로에서 쇠집게가 물을 긁었다. 병기 둘이 낮은 문턱을 지나 이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하나는 턱 아래 집게를 벌렸고, 다른 하나는 긴 앞다리 관절을 접었다 폈다. 짐승처럼 생긴 검은 골격이었지만 움직임은 짐승답지 않았다. 사람을 물어뜯기보다 종이와 금속판을 먼저 끊어 낼 모양새였다.

나는 칸 폭을 쟀다. 세라가 앞턱을 잡으면 병기는 하나씩밖에 못 들어온다. 리에트가 관절 박자를 늦추면 둘이 동시에 밀고 들어오지 못한다. 미리엘은 글줄을 살리고, 브론은 손동작 순서를 읽는다. 내 일은 그 사이에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미끼로 내보일지 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이기는 법은 적을 모두 눕히는 일이 아니었다. 읽은 순서를 젖지 않게 챙겨 다음 칸까지 살아가는 일이었다.

"브론. 읽는 순서만 살려."

내가 말했다.

"부수는 건 나중이야."

브론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대신 작업판 그을음을 손등으로 밀어 냈다. 검은 때가 벗겨진 자리에 끊긴 선이 더 드러났다. `심핵 3절`, `반박자 끊기`, `좌우 동시 금지`. 조금 전 수정편 안쪽에서 본 문장이 여기서는 손동작 순서로 남아 있었다.

세라가 앞턱을 눌렀다.

"온다."

첫 병기가 어깨를 들이밀었다. 정면으로 들이받지 않고 세라와 작업판 사이 빈칸을 먼저 잰다. 세라는 물러서지 않았다. 왼팔을 들어 검집으로 병기 턱을 비껴 누르며 각을 틀었다. 병기 머리가 작업판 쪽으로 돌아가는 순간, 리에트의 화살이 목 관절 안쪽을 긁고 지나갔다. 깊게 박히지 않았다. 대신 고개가 돌아가는 박자 하나를 망가뜨렸다.

브론은 그 틈에 해체대 쪽으로 몸을 낮췄다.

보강칸 안쪽 해체대는 허리 높이였다. 쇠받침 둘이 사다리꼴로 박혔고, 뒤벽에는 짧은 망치가 걸리던 자리와 세모 물빼기 구멍이 한 줄로 이어졌다. 벽에는 `한 손 확인 금지`, `둘째 절 후 좌측 잠금`, `상행 전 재호출 금지`가 반쯤 지워졌다. 사람을 살리는 방이 아니라, 제멋대로 다시 돌아가려는 것을 붙잡아 두는 방이었다.

브론은 해체대 위에 심핵 조각과 고정링 조각을 나란히 놓았다. 미리엘은 지워진 문장을 옆에서 끊어 읽었다. 나는 정면 병기 움직임과 브론 손끝을 함께 봤다. 브론이 지금 남겨야 할 것은 해설이 아니다. 다음 칸에서도 같은 박자를 다시 끊게 해 줄 타격 순서다. 순서가 남으면, 우리가 밀려도 장치를 다시 멈출 기회가 생긴다.

"첫 절은 낮게."

브론이 자기 손을 따라 중얼거렸다.

"둘째 절은 바로 잇지 말고 반 박자 늦게. 좌측 먼저 잠가. 우측은 같이 건드리지 마."

그는 해체대 위, 기름 먹은 헝겊 안쪽에 금속 부스러기로 선을 긋기 시작했다. 그림은 거칠었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심핵 3절 -> 반박자 -> 좌측 고정 -> 우측 지연`이 젖은 천 위에서 또렷한 흐름으로 살아났다. 첫 절은 심핵 겉면을 깨뜨리는 타격이 아니라 울림만 안쪽으로 밀어 넣는 낮은 충격. 둘째 절은 바로 잇지 않고 병기 쪽 기동음이 한 번 되받아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이는 충격. 셋째 절은 좌우를 함께 울리지 않고 한쪽을 먼저 죽여 다른 한쪽이 제 박자를 잃게 만드는 충격이었다.

미리엘은 브론이 적은 메모가 젖지 않게 빈 못통을 뒤집어 임시 받침으로 세웠다. 그녀의 손은 글을 읽는 손과 물을 막는 손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브론이 긋는 줄을 따라가고, 다른 하나는 명부 조각을 물 밖으로 들어 올렸다. 앞에서는 칼과 화살이 병기를 막았고, 뒤에서는 젖지 않게 지키는 손과 접지 않고 들고 나갈 손이 싸우고 있었다. 도리안은 물건 하나를 고르게 만들려 했다. 우리는 손을 여러 개로 나눴다.

둘째 병기가 좁은 틈으로 어깨를 밀었다. 이번 놈은 집게보다 앞다리 관절이 길었다. 작업대 옆 자루와 조각을 쓸어 담으려는 움직임이었다. 리에트의 화살이 발목 아래를 스쳤다. 금속판 밑을 긁고 튄 화살은 병기 발을 반 칸 미끄러뜨렸다. 세라는 첫 놈 턱을 눌러 세운 채 곧바로 몸을 틀어 둘째 놈이 해체대 쪽으로 파고들지 못하게 앞줄을 한 겹 더 만들었다.

세라가 막고, 리에트가 끊었다. 둘의 박자는 겹치지 않았다. 세라는 몸으로 길을 좁혔고, 리에트는 그 좁아진 길 안에서 움직임 하나를 늦췄다. 그 틈에 브론 손이 멈추지 않았다.

"도리안은 우릴 여기서 죽이려는 게 전부가 아니야."

리에트가 말했다.

"브론 손을 이 자리까지 끌고 왔어. 무엇을 먼저 내려놓는지 보려는 거야."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도리안은 병기를 미끼로 쓴다. 위쪽 사람들은 아직 발을 늦추고 있다. 둘 다 우리에게 하나만 고르라고 압박한다. 복구본을 들 것인가, 심핵 조각을 들 것인가, 첫 벌 증거를 지킬 것인가. 하나만 붙들면 나머지가 물에 잠긴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가 아니라 순서를 정해야 했다.

미리엘이 해체대 철판 하나를 들어 복구본 앞에 세웠다. 병기가 튀기는 물이 문장에 닿지 않도록 세운 가림막이었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젖은 명부 쪽 줄을 눌렀다. 브론이 긋는 선과 자기가 보전하는 종이가 한자리에서 어긋나지 않도록 맞춘 것이다.

"끝 번호가 같은 줄로 이어져요."

그녀가 숨을 짧게 끊어 말했다.

"사람 관리랑 병기 기동이 한 번호 안에 묶였어요. 이름만 비웠지, 손은 그대로 남았어요."

브론이 해체대 뒤벽 한 귀퉁이를 손톱으로 긁었다. `완성보다 지연` 바로 아래, 거의 지워진 금속 긁힘이 남아 있었다. 그는 그 자리를 엄지로 더듬더니 이를 악물었다.

"이건 우리 집 손이야."

이번에는 중얼거림이 아니었다.

"끝내 넘기지 않으려고 남긴 손이야."

정면 수로 너머에서 낮은 웃음이 울렸다. 도리안이었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만 흑철 문짝 안쪽에서 물과 쇠를 타고 번졌다.

"이제야 네 집 말을 읽는군."

세라 눈썹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는 목소리 쪽을 겨누지 않았다. 병기 앞다리를 더 세게 밀어 문짝 쪽으로 비틀었다. 도발에 대답할 시간이 아니었다. 지금은 틈을 지키는 쪽이 먼저였다.

"나와서 말해."

세라가 짧게 뱉었다.

도리안의 웃음이 낮아졌다.

"내가 나갈 필요가 있나. 네가 뭘 버리는지만 보면 되는데."

그 말과 함께 보강칸 뒤쪽 삼중 잠금문이 울렸다.

안쪽으로 이어진 좁은 통로 끝에 흑철 문짝이 반쯤 내려와 있었다. 왼쪽은 병기 어깨가 겨우 들이밀 만큼 좁았고, 오른쪽에는 작업자 출입문과 작은 벽감이 붙었다. 문 앞 바닥에는 `작업자 승인`, `군수 승인`, `왕가 승인` 세 줄이 서로 다른 글씨체로 남았다. 나는 그 셋을 보는 순간 품 안 반지를 떠올렸다. 이 문은 자물쇠만 달린 문이 아니다. 승인 줄 자체가 기동과 맞물린 문이다.

병기 둘은 우리를 찢으려 하기보다 그 문 앞으로 몰았다. 세라가 앞턱을 붙들고, 브론이 해체대를 지키고, 미리엘이 복구본을 가리고, 리에트가 관절 박자를 끊고, 내가 빈칸을 재는 사이 딱 한 줄만 열어 둔 채 밀어왔다. 도리안은 우리가 그 문 앞에서 무엇을 먼저 지킬지 보려 했다.

나는 오른쪽 벽감을 봤다. 낡은 망치 보관틀 하나가 비어 있었다. 다른 자리와 달리 그 아래쪽에는 먼지가 고르게 쌓이지 않았다. 누군가 최근에 꺼냈다가, 다시 안쪽 깊이 밀어 넣은 흔적이었다.

"브론. 오른쪽 벽감."

브론은 곧장 고개를 돌렸다. 세라가 검집으로 첫 병기 턱을 비스듬히 눌러 문짝 쪽에 걸었다. 리에트가 두 번째 화살을 발목 관절 틈에 꽂았다. 깊지 않았다. 하지만 둘째 놈 몸이 문 쪽으로 접히는 박자 하나를 늦췄다. 나는 반걸음 앞으로 나가 놈들 시선을 내 쪽으로 끌었다. 그 찰나 브론이 벽감 속으로 손을 넣었다.

잠깐 뒤, 짧은 손망치 하나가 그의 손에 잡혔다.

작고 낡았다. 장식은 없었다. 대신 손잡이 안쪽 금속판에 카르트 표식이 남았고, 그 아래 거의 닳아 간 각인이 빛을 받았다.

`완성품 반출 전 마지막 타격은 작업자가 책임진다.`

브론의 눈빛이 달라졌다. 값 나가는 고철을 집은 장비공의 눈이 아니었다. 자기 이름이 남은 도구를 다시 쥔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는 곧장 망치를 휘두르지 않았다. 손잡이를 한 번 돌려 잡고, 가문 표식이 손바닥 안쪽에 닿는지 확인했다. 이름을 증명하는 도구를 보이는 쪽에 세우지 않았다. 먼저 자기 손 안쪽으로 눌렀다.

도리안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래. 이제 네 손으로 고르겠지."

삼중 잠금문 중앙에는 둥근 핵 고정환이 박혔다. 양옆에는 기동 끌차 흔적이, 아래에는 검은 물이 빨려 들어가는 배수 홈이, 위에는 오래된 해체받침 자국이 남았다. 정비 수로 전체의 진동이 그 고정환 하나로 모였다 흩어지는 느낌이었다.

브론은 즉석 복구본과 심핵 조각을 번갈아 봤다. 망치를 쥔 손을 한 번만 고쳐 잡았다.

"첫 절은 낮게."

그가 말했다.

"둘째 절은 반 박자 늦게. 셋째 절은 좌우를 같이 치지 않는다."

나는 그 순서를 곧장 전투 지시로 바꿨다.

"세라, 첫 타격 뒤 반 칸만 더 버텨. 리에트는 둘째 절에 오른쪽 관절. 미리엘은 복구본 낮춰. 브론 손만 안 가리게."

짧은 지시가 칸 안의 자리를 다시 짰다. 세라는 왼쪽 어깨로 첫 병기를 문짝 앞에 비틀어 세우고, 둘째 놈이 해체대 쪽으로 뻗으려는 길을 몸으로 잘랐다. 리에트는 활을 더 짧게 쥐어 좁은 틈에 맞는 각도로 바꿨다. 미리엘은 쇳판 가리개를 손바닥 너비만큼 낮췄다. 물이 문장 위로 튀면 끝이지만, 그 판이 너무 높으면 브론이 자기 타격 각을 잃는다. 그녀는 그 간격을 손가락 두 마디 너비로 맞춘 채 버텼다.

나는 문 중앙 고정환과 병기 발밑 홈, 세라 발끝 위치를 번갈아 보며 속으로 박자를 셌다. 하나는 막고, 하나는 늦추고, 하나는 읽고, 하나는 지킨다. 누가 무엇을 맡는지가 말이 아니라 자리로 고정되자, 좁은 기동실 앞의 공기가 한 줄로 묶였다.

브론이 첫 번째 타격을 내렸다.

부수는 소리가 아니었다. 낮고 둔한 울림이 고정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금속판이 짧게 떨렸고, 병기 기동음 하나가 맞물리던 박자에서 조금 밀렸다.

둘째 타격은 한 박자 늦었다.

그 짧은 늦음 사이 세라가 병기 턱을 더 깊게 걸어 잠갔고, 리에트 화살이 오른쪽 관절 홈을 스치며 지나갔다. 병기 둘은 동시에 들이밀지 못하고 서로 어깨를 부딪쳤다.

셋째 타격은 좌우를 함께 건드리지 않았다. 브론은 망치 끝을 비스듬히 눌러 고정환 한쪽만 울렸다. 그 순간 문 안쪽 어딘가에서 잠금음이 스스로 비틀리며 엇갈렸다.

문짝이 깨지는 대신 잠금이 자기 박자를 잃었다. 병기 둘의 기동음도 반 박자 늦었다. 조금 전까지 우리를 몰아오던 울림이 처음으로 서로 발을 밟았다.

문 너머에서 도리안 숨소리가 짧게 샜다. 짜증인지 놀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하나는 분명했다. 브론이 도면만 읽은 게 아니라, 끝내 완성되지 못하게 만든 손의 박자를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걸 도리안도 알아차렸다.

브론은 숨을 길게 들이쉬지 않았다. 그럴 틈도 없었다. 하지만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적을 때려눕힌 흥분이 아니었다. 자기 집은 끝내 이 병기를 완성품으로 넘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손으로 증명한 사람의 눈이었다.

문짝이 안쪽으로 손 하나 들어갈 만큼 벌어졌다.

"지금."

나는 브론 어깨를 밀었다.

세라가 앞줄을 잡은 채 틈을 벌렸고, 리에트는 병기 시야를 한 번 더 끊었다. 미리엘은 복구본과 쇳판 가리개를 동시에 안쪽으로 넘겼다. 우리는 문 안쪽 복구칸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안쪽 칸은 더 차갑고 조용했다.

한쪽 벽에는 작업자 이름을 긁어 지운 금속판이 겹겹이 걸렸다. 가운데 낮은 받침대 위에는 심핵 고정링, 끊어진 승인 패, 젖은 작업자 명부 조각이 나란히 놓였다. 바닥은 얕게 젖었는데 받침대 위만 이상하게 말랐다. 누군가 최근까지 이 자리를 다시 건드린 흔적이었다. 이 칸은 숨겨진 보물방이 아니었다. 이름을 빼고, 승인만 남기고, 손의 흔적을 나중에 다시 지우기 위한 작업 자리였다.

브론은 가장 먼저 이름 금속판 쪽으로 갔다. 무턱대고 뜯지 않았다. 모서리 눌림과 걸쇠 방향을 보고 어느 쪽부터 들어야 부서지지 않는지 먼저 읽었다. 첫 번째 금속판이 들릴 때, 뒤쪽에 더 흐린 각인이 나타났다. 카르트 계열 표식이었다. 폐기 전에 이름부터 긁어 지운 흔적이 노골적으로 남았다.

"우연히 지운 게 아니야."

브론이 말했다.

"해체 손부터 기록에서 뺀 거야."

미리엘은 받침대 위 명부 조각을 펼쳤다. 젖은 종이가 손끝에 달라붙으려 했지만, 그녀는 찢어지지 않을 각도만 골라 조심스럽게 폈다.

"완성 전 지연 승인. 왕가 입회 후 상행. 직계 작업자명 삭제 보류."

그녀가 끊어 읽을수록 칸 안 공기가 더 차게 식었다. 카르트 이름은 단순한 몰락 가문 표식이 아니었다. 먼저 지워야 했던 작업자 이름으로 남아 있었다. 누군가는 병기를 올리기 전에 그 손을 기록에서 빼려 했고, 누군가는 끝까지 삭제 보류라는 말로 아주 작은 틈을 남겼다.

세라는 문틈 쪽에서 검집을 세웠다. 그녀는 명부를 보지 않았다. 대신 병기 둘의 그림자가 문밖에서 얼마나 빨리 다시 움직이는지 봤다. 전열은 그 장면을 오래 바라볼 권리가 없다. 누군가가 안쪽에서 이름을 되찾는 동안, 누군가는 바깥에서 그 이름이 다시 지워지지 않게 버텨야 한다.

리에트는 천장 쪽에 귀를 붙였다.

"사람 발이 가까워져. 병기보다 느리지만, 망설임이 줄었어."

"위쪽 실무자들?"

"둘은 겁먹었고 하나는 시킨 대로 움직여. 셋 다 멈출 수는 있어. 죽이지 않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리안은 병기와 문으로 압박하고, 위쪽 사람들은 자기 이름이 드러날까 두려워 우리 뒤를 닫는다. 둘은 같은 편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같다. 우리가 하나에 매달리는 순간 나머지를 삼킨다.

나는 받침대 중앙의 심핵 고정링으로 시선을 옮겼다. 고정링 안쪽에는 매끈한 인장홈이 파였다. 장식이 아니라 무언가를 끼워 돌려야 하는 자리였다. 홈 크기, 깊이, 안쪽 깎인 각도까지. 품 안 첫 벌에 든 왕가 서명 반지가 떠오르는 순간, 나는 한 걸음 더 가까이 갔다.

굳이 반지를 꺼내 끼워 볼 필요는 없었다. 맞물리는 방식이 눈에 보였다. 이건 결재 표식이 아니다. 손가락으로 눌러 돌려 기동을 허락하는 자리다.

"반지는 서명용이 아니었어."

내가 낮게 말했다.

세라가 바로 고개를 돌렸고, 미리엘 손도 명부 위에서 멈췄다. 나는 고정링 안쪽 홈을 손끝으로 짚었다.

"직접 돌리는 승인 키였어."

짧은 침묵이 칸 안에 내려앉았다. 밖에서는 늦춰진 병기 기동음이 멀게 울렸고, 물방울 하나가 금속판 끝에서 떨어졌다.

브론은 떼어 낸 이름 금속판을 손바닥 위에 뒤집었다. 지워진 자리 아래 남은 카르트 흔적이 젖은 빛에 번들거렸다. 그는 다른 손으로 가문 망치를 더 꽉 쥐었다. 수치가 아니라 계승할 이름을 처음 붙든 사람처럼 보였다.

문 너머 어둠 속에서 도리안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번엔 웃음이 없었다.

"봤군."

나는 그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건 도발에 대답하는 일이 아니라, 여기서 가져갈 것을 정하는 일이었다. 이 칸에 오래 머물수록 위쪽 사람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병기는 늦춰졌을 뿐 멈추지 않았다. 물은 받침대 아래에서 조금씩 차올랐다.

"브론, 고정링. 이름판은 두 장만. 망치는 놓지 마."

"알았어."

"미리엘, 명부 조각이랑 지연 승인 줄. 젖지 않게 묶어. 복구본은 접지 말고 판처럼 들고."

"할게요."

"세라, 문. 리에트는 위 박자 다시 들어. 사람 발이 먼저 붙으면 말해."

세라는 이미 반쯤 몸을 돌렸다. 리에트는 벌어진 문틈 너머에서 병기 발소리와 사람 발소리가 어디서 갈라지는지 다시 들었다. 브론은 왼손에 고정링을 끼우고, 이름 금속판 두 장은 팔뚝 안쪽에 눌러 세운 채 즉석 복구본을 다른 손 아래로 끼워 넣었다. 미리엘은 젖은 명부 아래 마른 천을 먼저 깔고 조각을 접어 넣었다.

나는 손이 움직일 순서를 한 번 더 정했다. 고정링은 쇳소리가 덜 나게 브론 허리끈 안쪽으로 밀어 넣게 했다. 이름 금속판 두 장은 서로 맞부딪혀 글자가 벗겨지지 않도록 젖은 천 조각을 사이에 끼웠다. 즉석 복구본은 접지 않았다. 접는 순간 타격 순서가 꺾여 번질 수 있었다. 브론 팔 아래에 판자처럼 끼운 채 나가야 했다. 미리엘이 챙긴 명부 조각은 마른 천으로 한 번 감싼 뒤 다시 젖은 천 바깥으로 덧묶었다. 안쪽 종이는 말라야 살아남고, 바깥 표면은 젖어 있어야 물길을 스칠 때 찢기지 않는다.

세라는 문턱을 먼저 보고, 리에트는 위쪽 사람 발이 따라붙는지부터 들었다. 나는 맨 마지막에 나가기로 했다. 품 안의 반지와 첫 벌 증거가 물속에서 한 번 더 엉키지 않게, 브론이 들고 나가는 고정링과 내 몸 사이의 거리를 반 팔 길이쯤 둬야 했다. 많이 들면 무너진다. 한 손에 몰면 부딪혀 망가진다. 이 칸에서 건진 것들은 수보다 순서가 중요했다.

브론은 짧게 숨을 뱉었다. 왼팔 안쪽에는 고정링의 차가운 무게가, 오른손 아래에는 헝겊 복구본의 눅눅한 감촉이, 팔뚝에 눌린 이름 금속판 아래에는 얇은 모서리가 차례로 닿아 있었다. 모두 따로 놓으면 잃는다. 한 손에 몰면 깨진다. 그는 몸을 약간 왼쪽으로 틀어 물길이 먼저 고정링 쪽을 치게 만들고, 복구본은 배와 팔 사이 가장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리에트가 문밖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람 둘. 병기보다 느려. 아직 문 바깥이야."

그 말이 들리자 나는 순서를 확정했다. 세라가 먼저 길을 만든다. 브론이 자료를 안고 통과한다. 미리엘은 바로 뒤에서 명부와 복구본을 가린다. 리에트는 앞칸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야를 끊는다. 나는 제일 끝에서 반지와 첫 벌 증거가 흔들리지 않게 따라붙는다. 더 안쪽 수로로 물러난 뒤에야 누가 무엇을 다시 펼칠지 정한다. 지금은 확인보다 반출이 먼저였다. 멈추면 다 젖는다.

나는 품 안의 첫 벌 쪽으로 손을 넣어 반지가 아직 제 자리에 있는지 확인했다. 차가운 테가 손가락에 닿았다.

이제 질문은 더 선명해졌다. 왜 왕가 반지가 여기 맞는가. 누가 이 승인 장치에 직접 손을 얹었는가. 그리고 이름을 지운 손과 늦춘 박자를 남긴 손은 어떻게 같은 병기고 안에서 서로 싸웠는가.

복구칸을 빠져나가기 전, 브론이 한 번 더 뒤를 돌아봤다. 벽에 겹겹이 걸린 지워진 이름판과 자기 손의 작은 가문 망치, 받침대에서 들고 나온 고정링이 한 줄로 이어진 자리였다.

그는 더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가자."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망치는 사람 목소리가 아니었다.

세라가 틈을 벌렸다. 브론이 먼저 빠져나갔다. 미리엘은 쇳판 가리개를 낮춰 복구본을 덮었고, 리에트는 화살 하나로 병기 눈앞 돌턱을 깨뜨렸다. 튄 돌조각이 병기 시야를 가렸고, 놈들의 발이 다시 서로 부딪쳤다. 나는 마지막으로 문턱을 넘으며 고정환의 어긋난 울림을 들었다. 완전히 멈춘 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소리 안에는 끊을 지점이 있었다.

우리는 더 안쪽 수로로 물러났다. 밖에서는 병기 기동음이 여전히 따라붙었지만, 아까와는 달랐다. 우리를 몰아넣는 소리가 아니라, 어디를 끊어야 하는지 가리키는 소리처럼 들렸다.

젖은 통로가 오른쪽으로 꺾이는 지점에서 우리는 한 번 더 멈췄다. 오래 멈춘 게 아니었다. 세라는 뒤를 막은 채 검집 끝으로 물높이를 재고, 리에트는 위쪽 발소리가 다시 사람 박자로 돌아오는지 들었다. 미리엘은 명부 조각을 팔 안쪽으로 더 깊이 넣었고, 브론은 고정링을 허리끈 안쪽에서 한 번 돌려 소리가 나지 않는 위치를 찾았다. 나는 복구본, 이름판, 반지 사이의 간격을 다시 벌렸다. 세 증거가 서로 닿으면 한 번에 빼앗긴다. 서로 떨어지게 들면 한 사람이 쓰러져도 나머지가 남는다.

"다음 칸에서는 반지를 먼저 대지 않는다."

내가 낮게 말했다.

"홈을 보고, 발소리를 듣고, 브론 박자를 맞춘 뒤에만 꺼낸다. 누가 왕가 이름을 미끼로 우리 손을 당기려 해도 먼저 돌리지 않아."

브론은 대답 대신 망치 자루를 짧게 눌렀다.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고, 미리엘은 명부를 쥔 팔꿈치를 몸 안쪽으로 붙였다. 리에트는 이미 다음 굽이의 그림자에 화살촉을 맞추고 있었다. 증거를 챙긴 뒤에도 우리의 자리는 흩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그 반지는 결재를 남기는 장식이 아니었다.

누군가 자기 손으로 직접 돌려 병기를 승인하던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안 채로, 우리는 더 아래로 내려가야 했다.

작가의 말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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