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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일러스트

4화

키톱산에는 이른 아침 안개가 자주 깔렸다.

그날도 그랬다.

산 능선 위로 희미한 안개가 흐르고 있었고, 나무 사이로 차가운 공기가 스며들었다. 막사 사이에서는 아직도 몇몇 사람들이 불씨를 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의 공기는 평소와 달랐다.

긴장.

누구도 크게 말하지 않았다.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왕국의 군대가 온다.

막사 중앙의 훈련장.

카사르는 이미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있었다.

“창을 들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창을 들었다.

“방패 올려.”

방패가 동시에 올라갔다.

카사르는 천천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겁나는 놈은 지금 내려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카사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도란은 농민 출신 사람들을 따로 모아 훈련시키고 있었다.

“창은 멀리서 찌르는 거다!”

“휘두르지 마!”

한 젊은 농민이 물었다.

“저 기사들은 갑옷을 입었잖아요.”

도란이 말했다.

“그래서 창이 있는 거야.”

그는 창끝을 아래로 가리켰다.

“다리.”

마레는 언덕 위 바위에 앉아 있었다.

그녀 옆에는 활을 든 사람들이 서 있었다.

대부분 사냥꾼들이었다.

마레가 말했다.

“기사는 얼굴이 아니라 틈을 노려.”

한 사냥꾼이 웃었다.

“사슴이랑 비슷하네.”

마레도 웃었다.

“사슴보다 느릴 거야.”

피크는 산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옆에 페이지가 서 있었다.

멀리서 작은 점들이 보였다.

군대였다.

피크가 말했다.

“온다.”

페이지가 조용히 물었다.

“몇 명 같아?”

피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삼백.”

잠시 침묵.

피크가 말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왕국 기사단은 질서정연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앞에는 기사들이 있었고, 뒤에는 보병들이 있었다.

갑옷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기사단의 깃발이 바람에 흔들렸다.

검은 사자 문장.

벨로리아 왕국의 기사단.

그 선두에는 한 기사가 말을 타고 있었다.

기사 알드릭.

왕국 기사단의 중대장이었다.

그는 산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기군.”

옆에 있던 병사가 물었다.

“반란군 말입니까?”

알드릭이 웃었다.

“반란군이라기보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도적 떼지.”

병사들이 웃었다.

키톱산 능선.

카사르가 손을 들었다.

“조용.”

모두 숨을 죽였다.

기사단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산길은 좁았다.

두 사람이 겨우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카사르가 페이지를 바라보았다.

“지금이다.”

페이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단이 산길 중간쯤 올라왔을 때.

위에서 돌이 굴러 떨어졌다.

쿵—

콰르르르—

거대한 바위들이 산길로 굴러 떨어졌다.

기사들이 놀라 소리쳤다.

“함정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앞쪽 길이 막혔다.

뒤쪽에서도 돌이 굴러 떨어졌다.

기사단은 좁은 길에 갇혔다.

그 순간.

마레가 외쳤다.

“지금!”

화살이 쏟아졌다.

슉—

슉—

슉—

기사단이 방패를 들었다.

하지만 위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막기 어려웠다.

몇몇 보병들이 쓰러졌다.

알드릭이 소리쳤다.

“전열 유지!”

하지만 그때.

카사르가 외쳤다.

“전진!”

모스수스토 사람들이 산 위에서 내려왔다.

창과 방패를 든 사람들이었다.

도란이 앞에서 외쳤다.

“창!”

창들이 동시에 내려왔다.

좁은 산길에서는 기사들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전투는 생각보다 짧았다.

좁은 길, 위에서 쏟아지는 화살, 그리고 돌.

왕국 기사단은 처음부터 불리했다.

알드릭이 검을 휘둘렀다.

그는 숙련된 기사였다.

한 농민을 쓰러뜨렸다.

그리고 또 한 명.

그때 페이지가 앞으로 나왔다.

카사르가 말했다.

“저 기사다.”

페이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드릭이 그를 바라보았다.

“네가 두목인가.”

페이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알드릭이 말했다.

“반란은 끝이다.”

그리고 돌진했다.

검이 내려왔다.

페이지의 몸이 움직였다.

카사르에게서 배운 대로.

옆으로.

그리고 창을 찔렀다.

창끝이 갑옷 틈에 들어갔다.

알드릭의 눈이 커졌다.

그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무너졌다.

전투가 멈췄다.

잠시 후.

산길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왕국 기사단은 패배했다.

피크가 숨을 내쉬었다.

“이겼네.”

도란은 믿기지 않는 얼굴이었다.

“우리가…?”

마레가 말했다.

“그래.”

카사르는 쓰러진 기사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 돌아갈 수 없다.”

페이지는 산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멀리 수도가 보였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그래.”

피크가 웃었다.

“이제 왕국도 알겠지.”

바람이 산을 스쳤다.

그리고 그 바람 속에서

모스수스토의 이름이 처음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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