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모스수스토라는 이름이 생긴 뒤에도,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벨로리아 왕국의 수도 레티아는 여전히 시끄러웠고, 세금은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걷혔으며, 귀족들의 연회는 밤마다 이어졌다.
왕궁에서는 음악이 울렸고, 거리에서는 사람들이 굶고 있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주 작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움직인다.
모스수스토도 그랬다.
처음 몇 주 동안은 그저 사람을 모으는 것뿐이었다.
마구간은 점점 비좁아졌다.
처음 스무 명이던 사람들이 어느새 마흔 명이 되었고, 곧 쉰 명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이 늘어날수록 문제가 생겼다.
하루 저녁, 마구간 안에서는 언성이 높아졌다.
도란이 탁자를 내려쳤다.
“이러다 다 잡힌다!”
카사르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왜냐고?”
도란은 마구간 안을 둘러보았다.
“사람이 너무 많아. 누가 입을 잘못 놀리기라도 하면 끝이야.”
마레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피크가 술병을 흔들며 말했다.
“그래서?”
마레가 말했다.
“여긴 수도야.”
그녀의 눈이 차가워졌다.
“귀족들, 기사들, 교단… 전부 여기 있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카사르가 말했다.
“그럼 떠나야겠군.”
페이지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맞아.”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페이지는 바닥에 놓인 지도를 펼쳤다.
그는 요즘 계속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벨로리아 왕국의 길, 산맥, 강, 마을의 위치까지 거의 외울 정도였다.
그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여기.”
피크가 눈을 가늘게 떴다.
“키톱산?”
도란이 인상을 찌푸렸다.
“거긴 황무지야.”
카사르가 말했다.
“그래서 좋다.”
마레가 물었다.
“왜?”
카사르는 짧게 말했다.
“군대가 움직이기 어렵다.”
페이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길이 적어.”
피크가 웃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숨기 좋다는 거네.”
마레가 팔짱을 풀었다.
“요새를 만들겠다는 거야?”
페이지가 말했다.
“그래.”
잠시 침묵.
도란이 중얼거렸다.
“마구간에서 혁명을 시작했더니, 이제 산으로 들어가네.”
피크가 웃었다.
“혁명은 원래 산에서 시작하는 거야.”
키톱산은 수도에서 사흘 거리였다.
이름만 산이지 사실은 험한 바위 능선이 이어진 곳이었다. 숲이 빽빽했고, 좁은 길이 몇 개뿐이었다.
귀족들은 이곳을 쓸모없는 땅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버려진 곳이었다.
하지만 페이지에게는 달랐다.
그는 산을 올라가며 말했다.
“여기야.”
카사르가 주위를 살폈다.
능선 위에 작은 평지가 있었다.
뒤에는 절벽이 있었고, 앞쪽은 좁은 길 하나로만 올라올 수 있었다.
카사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어하기 좋군.”
마레가 말했다.
“물은?”
페이지가 손가락으로 아래쪽을 가리켰다.
“계곡.”
도란이 말했다.
“농사는?”
페이지가 말했다.
“산 아래 마을이 있어.”
피크가 휘파람을 불었다.
“완벽하네.”
그리고 그날부터 키톱산 위에는 작은 마을 같은 것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말 초라했다.
나무를 베어 막사를 만들고, 돌을 쌓아 담을 세웠다.
마레와 몇몇 사람들은 도시로 내려가 물자와 소식을 가져왔다.
도란은 농민들을 설득했다.
카사르는 사람들을 훈련시켰다.
그리고 페이지는 하루 대부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도왔다.
그는 나무를 나르고, 돌을 쌓고, 밤에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날 밤, 피크가 그를 옆에서 보다가 말했다.
“왕 같은 짓은 안 하는군.”
페이지가 웃었다.
“나는 왕이 아니야.”
피크가 말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널 따르잖아.”
페이지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는 산 아래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도 레티아였다.
멀리서 보면 평화로운 도시였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살고 있었다.
페이지가 말했다.
“나는 왕이 되고 싶은 게 아니야.”
피크가 물었다.
“그럼 뭐?”
페이지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세상이 조금 덜 더러운 곳이 되면 좋겠어.”
피크가 웃었다.
“그게 더 어려워.”
몇 달이 지났다.
키톱산 위의 막사들은 점점 많아졌다.
나무 담장은 돌벽으로 바뀌었다.
훈련장은 넓어졌다.
그리고 사람들도 늘어났다.
백 명.
이백 명.
삼백 명.
모스수스토는 더 이상 작은 모임이 아니었다.
그들은 하나의 군대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마레가 급히 산으로 올라왔다.
숨이 거칠었다.
카사르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마레가 말했다.
“왕국이 알아챘어.”
마구간 안이 조용해졌다.
페이지가 물었다.
“누가?”
마레가 말했다.
“기사단.”
피크가 혀를 찼다.
“빠르네.”
마레가 말을 이었다.
“토벌군이 준비 중이야.”
도란이 욕을 했다.
“젠장.”
카사르가 조용히 말했다.
“몇 명?”
마레가 말했다.
“삼백.”
막사 안이 조용해졌다.
피크가 웃었다.
“좋아.”
도란이 소리쳤다.
“뭐가 좋아!”
피크가 말했다.
“이제 진짜 혁명이 시작되거든.”
모두의 시선이 페이지에게 향했다.
페이지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말했다.
“우리는 도망치지 않는다.”
카사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페이지가 말했다.
“이 산이 우리의 첫 번째 요새다.”
그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잠시 멈췄다.
“…모스수스토는 처음으로 싸울 것이다.”
바람이 산을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