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바르엔 협곡 전투 이후, 대륙의 지도는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았다.
하르젠 왕국의 군대가 무너졌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퍼졌다.
상인들이 전했고, 여행자들이 퍼뜨렸고, 도망친 병사들이 증언했다.
이제 대륙의 사람들은 한 이름을 알고 있었다.
뷔스프.
그리고 그 나라를 만든 사람들.
모스수스토, 바람의 기사단.
레티아.
뷔스프의 수도가 된 도시.
왕궁은 이제 완전히 다른 장소가 되어 있었다.
연회장이었던 곳은 군사 회의실이 되었고, 귀족들의 방은 행정관들의 사무실이 되었다.
그리고 중앙 대전에는 여전히 왕좌가 없었다.
대신 둥근 탁자가 있었다.
바람의 의회.
페이지, 피크, 마레, 카사르, 도란, 엘리아가 그곳에 앉아 있었다.
마레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르젠 왕국.”
그녀는 지도를 가리켰다.
“왕이 죽은 뒤 내전이 시작됐어.”
피크가 웃었다.
“예상대로네.”
카사르가 말했다.
“우리를 공격할 여유는 없겠군.”
도란이 물었다.
“그럼 끝난 거야?”
엘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녀는 지도 남쪽을 가리켰다.
칼테라 왕국.
“상인 왕국.”
피크가 말했다.
“돈 좋아하는 나라.”
마레가 말했다.
“이미 우리와 거래를 시작했어.”
도란이 눈을 크게 떴다.
“적 아니야?”
피크가 웃었다.
“돈 앞에서는 적도 친구가 돼.”
페이지는 조용히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말했다.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카사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페이지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왕국이 아니다.”
잠시 침묵.
그리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사람들의 나라다.”
그때.
문이 열렸다.
전령 하나가 급히 들어왔다.
“보고입니다!”
마레가 물었다.
“어디서?”
“동쪽입니다.”
마레가 지도 위를 바라봤다.
동쪽에는 거대한 왕국이 있었다.
드라칸 제국.
대륙에서 가장 강한 군사 국가였다.
전령이 말했다.
“드라칸 제국이 군대를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막사가 조용해졌다.
도란이 중얼거렸다.
“…또야?”
피크가 웃었다.
“대륙이 우리를 시험하는 거지.”
엘리아가 말했다.
“드라칸은 다르다.”
카사르가 물었다.
“왜?”
엘리아가 조용히 말했다.
“그들은 전쟁으로 태어난 나라다.”
동쪽 국경.
드라칸 제국의 군대가 행군하고 있었다.
수만 명의 병사.
강철 갑옷.
거대한 공성 기계.
그 중앙에는 검은 갑옷을 입은 장군이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아르켄 드라크.
드라칸 제국의 최고 장군이었다.
그는 지도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뷔스프.”
장군 하나가 말했다.
“혁명 국가입니다.”
아르켄이 말했다.
“그래서 위험하다.”
잠시 침묵.
그리고 말했다.
“혁명은 항상 제국과 충돌한다.”
레티아.
바람의 의회.
피크가 웃으며 말했다.
“좋아.”
“이제 진짜 대륙 전쟁이네.”
도란이 말했다.
“우리 아직 나라 만든 지 얼마 안 됐는데.”
카사르가 말했다.
“그래도 싸운다.”
마레가 말했다.
“정보망을 더 넓히자.”
엘리아가 조용히 말했다.
“드라칸은 지금까지와 다르다.”
페이지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시는 평화로웠다.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그래도.”
잠시 침묵.
그리고 말했다.
“이 나라를 지킨다.”
바람이 왕궁 위를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