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브레가르 성 앞 평원에는 아침 안개가 낮게 깔려 있었다.
양쪽 군대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은 귀족 연합군.
다른 한쪽은 뷔스프의 바람군.
이제 막 태어난 국가의 첫 번째 전쟁이었다.
귀족 군대는 질서정연했다.
철갑을 입은 기사들이 전열 앞에 서 있었고, 그 뒤에는 창병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 중앙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레온 발켄.
왕국 최고의 기사 중 한 명이었고, 발토르의 후계자로 불리던 남자였다.
그는 평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들이 새로운 나라라고?”
옆에 있던 귀족이 말했다.
“도적들이지요.”
레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는 멀리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페이지였다.
“저건 군대다.”
반대편.
카사르가 바람군을 정렬시키고 있었다.
“창 앞으로.”
“방패 들어.”
도란이 농민 병사들을 격려했다.
“겁먹지 마!”
“기사도 피 흘린다!”
마레는 언덕 위에서 궁수들을 정렬하고 있었다.
“첫 번째 화살은 말이다.”
피크는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오늘 역사에 남겠네.”
엘리아가 말했다.
“역사는 언제나 피로 쓰인다.”
페이지는 조용히 평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레온이 말을 몰고 앞으로 나왔다.
그는 검을 들지 않았다.
대신 크게 말했다.
“페이지!”
페이지도 앞으로 걸어 나왔다.
두 군대 사이.
조용한 평원.
레온이 말했다.
“왕국을 무너뜨렸다고 해서 세상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나?”
페이지가 말했다.
“세상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
레온은 비웃었다.
“그래서 도적들이 나라를 만든다?”
페이지가 말했다.
“사람들이 만든다.”
레온이 검을 뽑았다.
“그럼 증명해라.”
전투가 시작되었다.
귀족 기사들이 돌진했다.
땅이 울렸다.
카사르가 외쳤다.
“전열 유지!”
창들이 앞으로 향했다.
쾅—
첫 충돌.
몇몇 창이 기사 갑옷에 부딪혔다.
몇몇 병사가 쓰러졌다.
도란이 소리쳤다.
“뒤로 물러나지 마!”
마레가 외쳤다.
“지금!”
화살이 쏟아졌다.
기사들이 흔들렸다.
피크가 웃었다.
“좋아.”
하지만 레온은 달랐다.
그는 말을 몰고 전열을 뚫었다.
검이 번쩍였다.
한 병사가 쓰러졌다.
또 한 명.
그리고 또.
그의 검은 무서운 속도였다.
카사르가 중얼거렸다.
“괴물이군.”
도란이 말했다.
“막아야 해!”
그때.
페이지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레온과 페이지가 마주 섰다.
레온이 말했다.
“발토르를 죽인 남자.”
페이지가 말했다.
“그도 기사였다.”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왔다.”
그리고 돌진했다.
검이 번쩍였다.
쨍—
첫 충돌.
페이지의 팔이 흔들렸다.
레온이 말했다.
“강하다.”
그리고 다시 공격했다.
이번에는 더 빠르게.
페이지는 가까스로 막았다.
하지만.
레온의 검술은 발토르보다 거칠고 공격적이었다.
쨍—
쨍—
쨍—
검이 계속 부딪혔다.
평원이 조용해졌다.
두 군대가 잠시 싸움을 멈추고 그들을 보고 있었다.
레온이 말했다.
“넌 왕이 아니다.”
페이지가 말했다.
“나는 왕이 아니다.”
레온이 웃었다.
“그럼 왜 싸우지?”
페이지가 말했다.
“사람들이 싸우고 있으니까.”
레온이 말했다.
“귀족이 없으면 세상은 무너진다.”
페이지가 말했다.
“귀족 때문에 무너졌다.”
레온의 눈이 좁아졌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공격을 준비했다.
검이 번쩍였다.
레온의 전력.
페이지의 몸이 움직였다.
별의 지식.
전투의 흐름.
순간.
페이지는 레온의 빈틈을 보았다.
그리고.
검이 들어갔다.
쨍—
레온의 검이 튕겨 나갔다.
그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웃었다.
“…그래.”
그는 무릎을 꿇었다.
“왕국은 끝났군.”
페이지가 말했다.
“귀족도.”
레온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래도…”
“…강한 나라를 만들어라.”
그리고 쓰러졌다.
귀족 군대는 무너졌다.
몇몇은 도망쳤다.
몇몇은 무기를 버렸다.
브레가르 성의 문이 열렸다.
도란이 숨을 내쉬었다.
“끝났다.”
피크가 웃었다.
“또 하나 끝났네.”
카사르는 평원을 바라보았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엘리아가 조용히 말했다.
“새로운 적은 항상 생긴다.”
페이지는 브레가르 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
바람이 평원을 스쳤다.
그리고.
뷔스프의 깃발이 처음으로 성벽 위에 올라갔다.
이 전투 이후.
귀족 세력은 거의 사라졌다.
뷔스프는 대륙에서 가장 새로운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대륙의 다른 왕국들이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