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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도 못 판다 일러스트

맛있어도 못 판다

새벽의 냉기가 주방을 감쌌다. 여관 주인과 그의 아들, 그리고 페니가 조나단을 싸늘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어젯밤의 그 쓰레기통 앞에 서 있었다. 정확히는 이제 쓰레기통이 아니게 될 통이었다.

“내일 아침, 이 쓰레기로 저 통보다 빠르고 싼 국물을 만든다.”

그 선언은 미친 소리처럼 들렸다. 여관 주인은 코웃음을 쳤지만, 어젯밤 조나단이 보여준 기묘한 설득력 때문에 차마 대놓고 욕을 하지는 못했다. 일곱 살 난 아들 녀석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나단과 통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조나단은 통을 발로 툭 차서 주방 한쪽 구석으로 밀어버렸다.

“그전에, 네 새벽 장사를 직접 봐야겠다. 얼마나 한심하게 돌아가는지.”

그의 말은 여관 주인의 자존심을 긁었지만, 반박할 수는 없었다. 새벽 장사는 그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으니까.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곧 손님들이 들이닥칠 테니.”

동이 트기 전의 주방은 이미 붐볐다. 성벽 위의 종이 아니라, 저 멀리 모험가 길드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신호였다. 그 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손님들이 여관 안으로 밀려들었다.

“여기 멀건 국 하나!”

“빵하고 국물! 빨리!”

허름한 가죽 갑옷을 걸친 모험가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길드 게시판에 좋은 의뢰가 붙기 전에 배를 채우는 것이었다. 시간은 금이고, 여기서 지체하는 1분 1초가 그들에게는 돈이었다.

주방은 아수라장이었다. 여관 주인의 아들이 위태롭게 화덕과 국물 솥을 오갔다. 커다란 솥 하나에 멀건 야채 국물이 전부. 아이는 국자로 국물을 퍼서 그릇에 담고, 딱딱한 빵 한 조각을 곁들여 내놓는 게 일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벅찼다.

“아, 뜨거!”

아이가 뜨거운 그릇을 놓칠 뻔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릇을 받아들려던 모험가는 인상을 팍 썼다.

“이봐, 좀 빨리빨리 못 해? 이러다 길드 접수 늦겠다고!”

“죄, 죄송합니다!”

여관 주인은 카운터에서 돈을 받으며 진땀을 흘렸다. 그는 계산과 서빙 보조를 동시에 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쪽에서는 설거지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갔고, 다른 한쪽에서는 손님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조나단은 팔짱을 낀 채 그 모든 광경을 묵묵히 지켜봤다. 그의 시선은 주방의 동선, 아이의 움직임, 그릇의 위치, 그리고 손님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페니는 옆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들고 뭔가를 부지런히 받아 적었다.

“하나, 둘… 어이쿠, 저 손님 그냥 나가네. 국물 한 그릇이면 3코퍼, 빵까지 5코퍼. 아침에만 최소 스무 명은 놓치는 것 같은데. 그럼 하루 100코퍼, 한 달이면 30실버….”

그녀의 입에서는 돈 세는 소리가 경쾌하게 흘러나왔다. 마치 즐거운 노래라도 부르는 것 같았다.

“젠장, 저놈의 길드는 왜 맨날 동 트자마자 접수를 받아서….”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 여관 주인은 텅 빈 테이블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스무 명은 족히 넘는 손님들이 기다리다 지쳐 그냥 나가버린 뒤였다.

아침 러시가 지나간 주방은 엉망이었다.

조나단은 팔짱을 낀 채 내부를 훑었다. 손님들이 떠난 식당 홀에는 주인을 잃은 그릇들이 흉하게 널려 있었다. 국물은 반쯤 남았고, 빵은 한 입 베어 문 채 굳어가고 있었다. 그나마도 제값 내고 먹은 손님들의 그릇은 일부였다. 계산대 위에는 미처 수금하지 못한 동전 서너 닢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자리를 박차고 나간 손님들이 주문하며 던져놓은 돈이었다.

주방 안쪽은 더 가관이었다. 설거지를 기다리는 그릇들이 위태로운 탑을 쌓고 있었고, 바닥은 엎질러진 물과 음식물 찌꺼기로 질척였다. 여관 주인의 어린 아들은 퉁퉁 불어터진 빨간 손을 부여잡고 훌쩍이고 있었다. 뜨거운 물에 연신 손을 담그며 그릇을 나르다 보니 생긴 상처였다.

페니는 이 아수라장 속에서도 이상할 만큼 쾌활했다. 그녀는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며 중얼거렸다. “세어보니 스물두 명이 그냥 나갔어요. 한 사람당 국물 한 그릇씩만 팔았어도 은화 두 닢은 족히 넘게 벌었을 텐데. 빵까지 주문한 사람이 절반이라고 치면… 아이고, 아까워라. 게다가 다음에 안 올 손님까지 치면… 와, 빠져나간 돈이 줄줄 새네요!” 그녀의 목소리는 신나는 시장 좌판의 상인처럼 활기찼다.

조나단은 그런 페니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카운터를 가로막은 빵 바구니, 그릇을 씻는 물통과 국솥 사이의 먼 거리가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조나단이 말했다.

“모든 게 잘못된 위치에 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음식을 파는 게 아니라, 주방 안에서 길을 잃고 있는 거야.”

“네놈의 멀건 국은 맛이 없어서 안 팔리는 게 아니야. 그냥 빨라서 팔리는 거지. 그런데 그마저도 제대로 못 하니 손님을 놓치는 거고.”

“시끄럽다! 네가 뭘 안다고!”

여관 주인이 버럭 소리쳤다. 그는 조나단의 지적에 찔렸지만, 순순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도 시도해 봤어! 진짜 제대로 된 스튜를 팔아보려고! 돼지 뼈랑 소 뼈를 푹 고아서, 야채도 듬뿍 넣고! 맛? 끝내줬지. 냄새부터가 달랐다고!”

그는 과거의 실패를 떠올리며 울분을 토했다.

“그런데 어떻게 됐는지 아나? 망했어! 한 그릇에 50코퍼나 받았는데도 팔수록 손해였다. 아침부터 화덕에 장작을 얼마나 퍼부었는지 몰라. 그거 끓이느라 우리 아들 손도 데었다. 냄새 맡고 온 손님들도 두세 명뿐이었고, 그마저도 기다리다 지쳐서 가버렸지. 그릇 회수도 안 되고, 그냥 다 엉망진창이었다고!”

그날의 실패는 숫자로도 남아 있었다. 여관 주인은 기억을 더듬듯 손가락을 접었다.

“장작 네 단. 평소보다 두 배였어. 고기값은 말할 것도 없고. 큰 그릇을 써야 푸짐해 보인다 싶어서 새 그릇도 꺼냈지. 그런데 손님들이 들고 나간 그릇 셋은 돌아오지도 않았다. 뒤쫓아갈 사람? 없었어. 내가 주방을 비우면 솥이 타고, 아이가 나가면 카운터가 막히니까.”

그는 카운터 아래를 발끝으로 찼다. 흠집 난 나무통 안에는 깨진 그릇 조각 몇 개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기다리던 놈들은 냄새 좋다고 떠들다가도 5분 지나니까 욕을 하고 나갔어. 그중 하나는 돈도 안 내고 빵만 들고 갔다. 팔린 건 네 그릇. 남은 건 냄비 절반. 저녁까지 버티려고 했는데, 기름이 굳고 채소가 퍼져서 더 못 팔았어.”

조나단은 그 말을 끊지 않았다. 여관 주인이 변명을 끝까지 뱉게 놔뒀다. 변명이 끝나야 계산이 시작됐다.

“그러니까 냄새는 좋았고, 맛도 나쁘지 않았고, 손님도 있었는데 망했다는 거지.”

“그렇다니까!”

“그럼 음식이 아니라 파는 방식이 썩은 거야.”

맛있게 만들면 뭐 하나. 이 좁아터진 주방과 한정된 인력으로는 그 맛있는 스튜를 제시간에 내놓을 수가 없는데.

조나단은 그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대로다.”

의외의 수긍에 여관 주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맛있어도 줄을 막으면 그건 그냥 쓰레기야. 네 스튜가 망한 건 맛 때문이 아니야. 팔 순서를 말아먹었기 때문이지.”

조나단은 주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서 요리 자랑할 생각은 버려. 이 주방에서 중요한 건 딱 세 가지다.”

그는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첫째, 추가 인력은 없다. 네 아들 하나, 그게 전부야.”

“둘째, 추가 비용도 없다. 장작이든 재료든 더 사 올 생각 마라. 일단 저기 있는 쓰레기부터 다 쓰고 생각한다.”

그의 손가락이 아까 구석으로 밀어둔 통을 가리켰다.

“셋째, 시간은 3분을 넘기지 마라.”

조나단은 카운터에 놓인 낡은 3분짜리 모래시계를 턱으로 가리켰다.

“손님이 주문하고 음식을 받기까지, 저 모래가 다 떨어지면 안 된다는 소리다. 그게 이 주방에서 음식이 팔릴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야.”

여관 주인은 할 말을 잃었다. 조나단의 말은 지독하게 현실적이어서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조나단은 모래시계를 뒤집었다가 바로 멈췄다. 모래가 반도 내려가기 전에 아이가 그릇을 찾느라 허둥댔다. 국자는 솥 안에 빠져 있었고, 빵 바구니는 카운터 끝에서 손님 팔꿈치에 밀려 떨어질 듯했다. 맛을 손댈 단계가 아니었다. 줄을 막는 물건부터 치워야 했다.

페니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수첩에 별표를 세 개나 그렸다.

“분실 위험, 화상 위험, 대기 손실! 사장님, 이건 아주 비싼 세트 메뉴네요!”

여관 주인은 이를 악물었다. 웃을 상황이 아니었지만, 페니는 정말 즐거워 보였다. 돈 새는 구멍은 그녀에게 새 수입원이었다.

“움직여.”

조나단은 마치 자기 주방인 것처럼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그는 분필 조각을 들고 바닥에 선을 긋기 시작했다. 말은 없었지만 선은 거침없었다.

“주문받는 사람은 여기. 절대 이 사각형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는 여관 주인의 아들을 그 자리에 세웠다.

“그릇은 여기. 한 걸음에 닿아야 한다.”

선반을 옮기자 깨끗한 그릇이 아이 손 높이에 쌓였다.

“국자는 이쪽에. 국솥 바로 옆이다. 그릇을 들고 한 걸음, 몸만 돌리면 바로 뜰 수 있게.”

그는 직접 시연했다. 주문, 그릇, 국물, 빵. 모든 과정이 한 걸음 안에 들어오도록 바꿨다. 맛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전부 막혔다. 여관 주인이 조심스럽게 다진 채소를 더 넣자고 제안하자, 조나단은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더 걸린다.” 두툼하게 썬 고기 덩어리를 추가하자는 말도 바로 잘렸다.

“익히는 데 오래 걸린다. 그릇마다 양도 흔들려.” 여관 주인이 멋을 위해 파라도 좀 뿌리자고 하자, 조나단은 경멸 어린 시선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이건 요리 대회가 아니야. 너는 지금 파산 직전의 장사꾼이고, 손님들은 예술 작품이 아니라 뜨끈하고 값싼 한 끼를 원할 뿐이다.” 모욕적인 말에 주인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조나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페니가 해맑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그녀는 양피지 한 장을 내밀었다.

“자, 그럼 스무 그릇 시험표예요! 여기 3분짜리 모래시계가 있고요. 모래가 다 떨어지기 전에 스무 그릇을 완벽하게 내어 가면 성공! 저희 자문료가 예쁘게 붙습니다. 실패하면요? 음, 오늘 시험에 들어간 재료비는 저희가 물어낼게요!” 그녀는 성공 시 받게 될 보수 금액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윙크했다.

조나단의 시선은 다시 새로 배치된 국솥과 그릇, 국자로 향했다. 이제 줄을 막는 물건부터 치울 차례였다.

여관 주인은 입을 떡 벌린 채 그 광경을 지켜봤다. 지난 몇 년간 매일 아침 반복되던 혼돈이 분필 선 몇 개와 자리 이동 몇 번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아이는 분필 선 안에서 빈 그릇을 집어 들고, 국자 위치까지 손을 뻗어 보았다. 전보다 두 걸음이 줄었다. 빵 바구니를 찾으러 카운터 끝까지 뛰지 않아도 됐다. 물통에 발이 걸릴 일도 줄었다.

“이 정도면 넘어지는 시간은 줄어든다.”

조나단은 그제야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칭찬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사고 날 구멍 하나를 막았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여관 주인은 그 짧은 움직임만으로도 아침 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처음 봤다. 맛보다 먼저 줄이었다. 그게 팔리는 음식의 시작이었다.

주방 동선 정리가 끝나자, 조나단은 여관 주인과 아이를 데리고 뒷마당의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어제 모아두었던, 음식물 쓰레기와 각종 잡동사니가 뒤섞여 악취를 풍기는 곳이었다.

“지금부터 이걸 분류한다.”

조나단은 코를 막는 대신, 익숙하다는 듯이 쓰레기 더미 앞에 쪼그려 앉았다.

“아저씨, 이걸 정말 써요?”

아이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평소 같으면 생각도 없이 전부 내다 버렸을 것들이다.

“전부는 아니야. 쓸 것과 버릴 걸 나눠.”

조나단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밀어낸 것은 손님들이 먹다 남긴 찌꺼기였다. 국물에 젖어 흐물거리는 빵 조각, 누군가 베어 문 자국이 선명한 빵, 그릇 바닥에 남은 국물과 뒤섞인 채소 조각이 한쪽으로 쓸려 갔다.

“이건 버려. 손님 입에 닿은 건 끝이야. 아깝다고 다시 쓰면 장사가 아니라 병원비 장부가 생긴다.”

아이가 움찔했다. 평소라면 전부 한 통에 쏟아 넣고 끝냈을 것들이었다. 조나단은 아이를 불러 옆에 세웠다.

“눈으로 먼저 봐. 젖었나. 물렀나. 냄새가 틀어졌나. 셋 중 하나라도 걸리면 버려.”

그는 검게 변한 양배추 잎을 집어 올렸다. 가장자리가 미끈하게 뭉개졌고 냄새도 시었다.

“이건 쓰레기.”

곧바로 다른 잎을 집었다. 겉만 마르고 심지는 단단했다. 흙만 묻었을 뿐 냄새가 틀어지지 않았다.

“이건 씻으면 쓴다. 같은 양배추라도 통에 처박는 순간 값이 달라져. 네 손이 멍청하면 재료도 쓰레기가 돼.”

여관 주인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반박하지 못했다. 지금 조나단이 나누는 기준은 허세가 아니라 눈앞에서 보이는 차이였다.

다음은 고기를 손질하고 남은 뼈와 지방이었다. 손님상에 나가지 않은, 주방 안쪽에서 바로 나온 자투리였다. 조나단은 뼈에 붙은 작은 살점과 지방의 냄새를 확인하고 따로 빼놓았다.

“이건 국물용. 오래 끓일 생각 하지 마. 겉을 볶아서 냄새만 뽑는다. 네 화덕 하나로 반나절짜리 요리 할 생각이면 다시 망해.”

딱딱해진 빵도 둘로 나뉘었다. 손님이 베어 문 빵은 버려졌고, 아예 상에 나가지 못한 빵 뒤축은 따로 쌓였다.

“마른 빵은 버리지 마. 젖은 빵은 쓰레기지만, 마른 빵은 농도가 된다. 부숴서 넣으면 멀건 국물이 그릇에 붙어.”

아이는 빵 더미를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럼 이걸… 매일 그냥 버린 거예요?”

“그래. 돈 주고 사 와서, 돈 주고 버린 거지.”

페니가 기다렸다는 듯 수첩을 펼쳤다.

“쓰레기 처리비 감소! 재료비 감소! 새 메뉴 성공 시 수수료 증가! 사장님, 축하드려요. 방금 쓰레기통에서 돈 냄새가 나기 시작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밝았다. 여관 주인은 그 밝음이 더 얄미운지 입술을 씹었다. 조나단은 페니의 호들갑을 무시하고 아이 앞에 빈 통 세 개를 끌어다 놓았다.

여관 주인은 그제야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이걸 매일 아침마다 해야 한단 말이냐?”

“아니. 아침에 하면 늦어. 장사 끝난 직후에 나눠. 젖기 전에, 냄새 틀어지기 전에, 애가 한 통에 다 쏟아붓기 전에.”

조나단은 세 통의 위치까지 정했다. 진짜 쓰레기는 뒷문 바로 옆. 국물 재료는 주방 안쪽 서늘한 곳. 마른 빵은 화덕 위 선반 아래. 손이 헷갈리지 않도록 통마다 칼자국을 하나씩 냈다.

“표시는 크게 해. 바쁠 때 글자 읽는 놈 없어. 손이 먼저 알아봐야 한다.”

“앞으로는 통을 세 개 준비해라. 진짜 버릴 것, 국물용 재료, 마른 빵. 이렇게 나눠서 담아둬.”

조나단이 아이에게 지시했다. 아이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의 눈에는 처음 보는 표정이 떠올랐다.

분류가 끝났다. 조나단은 국물용으로 분류된 재료 더미를 가리키며 선언했다.

“내일 아침, 스무 그릇을 시험한다. 똑같은 화덕, 똑같은 인력, 3분의 시간제한. 그리고 추가 비용은 없다. 오직 이것들만 가지고 만들 거다.”

여관 주인은 산더미처럼 쌓인 뼈다귀와 야채 쪼가리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저걸로 뭘 어쩌겠다는 건지,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흥, 그 쓰레기로 만든 국물을 누가 사 먹는다고.”

조나단은 비웃는 그를 돌아보며 차갑게 말했다.

“네 장부에서 제일 맛있는 건, 저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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