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 국물의 가격
새벽의 냉기가 주방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 아직 동이 트려면 멀었다. 여관 주인과 그의 아들 토미는 어젯밤 조나단이 그어놓은 분필 선 앞에 서 있었다. 그들 앞에는 나무통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어젯밤의 광기 어린 분류 작업이 끝난 후, 처음으로 마주하는 현실이었다. 여관 주인은 제발 모든 게 꿈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통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첫 번째 통. 손님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 냅킨, 정체 모를 찌꺼기들이 뒤섞인 채였다. 역한 시큼함이 코를 찔렀다. 조나단은 통을 발로 툭 차 문가로 밀어냈다.
“이건 폐기다. 손님 입에 닿은 건 돈이 아니라 벌금거리야.”
그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타협도 없었다. 여관 주인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늘 아깝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은 버려야 했던 것들. 저걸 다시 주방으로 들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문제는 나머지 두 통이었다.
두 번째 통에는 딱딱하게 마른 빵 뒤축, 채소를 다듬고 남은 심지와 껍질, 뼈와 힘줄 같은 주방의 ‘자투리’들이 담겨 있었다. 젖은 쓰레기와 섞이지 않으니 냄새는 한결 나았다. 세 번째 통은 깨끗하게 씻어 말린 그릇들이었다.
“이걸로 뭘 어쩌겠다는 겁니까?” 여관 주인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불신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그때 페니가 품에서 양피지 한 장을 꺼내 탁자에 펼쳤다. ‘아침 국물 시험 판매서’. 큼직한 제목 아래로 세부 항목들이 나타났다.
“자, 그럼 조건을 정리해 볼까요?”
페니는 깃펜을 들고 쾌활하게 항목을 채워나갔다.
1. 목표: 아침 국물 20그릇 판매.
2. 제한 시간: 3분짜리 모래시계 하나.
3. 원액 사용: 0통.
4. 실패 조건: 시간 내 미달성 시, 사용된 모든 재료비는 조나단 측이 부담한다.
5. 성공 조건: 달성 시, 여관 주인은 당일 아침 국물 매출의 20%를 자문료로 지급한다.
여관 주인의 눈이 마지막 항목에서 커졌다. 매출의 20퍼센트. 저 쓰레기 같은 것들로 만든 국물을 팔아서, 그중 20퍼센트를 떼어줘야 한다고?
“이건 강도나 다름없잖소!”
“실패하면 우리가 돈을 내는데, 왜 강도지?”
조나단이 코웃음 쳤다. 그는 두 번째 통에서 뼈 몇 개를 집어 들었다.
“네 장부에서 제일 맛있는 건, 저 안에 있다고 어젯밤 말했을 텐데. 그걸 공짜로 알려주는 가격치고는 싼 편이야. 네가 멀건 국물 팔아서 놓치는 손님들 손해에 비하면.”
그는 여관 주인의 말을 잘랐다. 더 이상의 반박은 무의미하다는 듯, 화덕으로 몸을 돌렸다. 여관 주인은 페니가 양피지에 그려 넣은 ‘기울어진 저울’ 문양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가 매달 사야 하는 원액 통에 새겨진 것과 똑같은 문양이었다.
“정말로… 이걸 판다고?”
조나단은 솥을 화덕에 올리며 답했다.
“네 원액보다 덜 역겨우면, 팔린다.”
***
“멍청하게 오래 끓이지 마.”
조나단은 여관 주인이 장작을 더 넣으려는 것을 손으로 막았다.
“그건 요리가 아니라 장작 태우는 짓이야.”
그는 자투리 통에서 뼈와 지방 덩어리들을 꺼내 뜨겁게 달궈진 솥에 던져 넣었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약한 냄새가 아니라 고소한 기름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여관 주인과 아들 토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늘 버리던 것에서 이런 냄새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조나단은 솥을 살짝 기울여 녹아 나온 기름을 한쪽에 모았다. 거기에 딱딱한 채소 심지와 껍질들을 넣고 빠르게 볶았다. 불 조절 같은 건 없었다. 그저 가장 센 불에 모든 걸 볶아낼 뿐.
“절차는 단순해야 돼. 너희 아들도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그는 토미를 향해 턱짓했다.
“잘 봐. 뜨거운 솥에 뼈랑 기름 넣고, 노릇해지면 채소 넣고. 전부 볶아지면 물 붓고.”
조나단의 손놀림은 거침없었다. 주방의 자투리들이 타기 직전까지 볶아지자, 그는 큰 물통을 들어 솥에 콸콸 쏟아부었다. 뜨거운 솥이 울부짖으며 증기를 뿜어냈다.
마지막으로 그가 집어 든 것은 마른 빵 뒤축이었다. 그는 빵을 두 손으로 힘껏 부숴 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걸 국물에 흩뿌렸다.
“이건 왜 넣는 겁니까?”
토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맹물처럼 넘어가는 국물은 손님이 기억 못 해. 빵가루가 국물에 달라붙어서 입안에 뭔가가 남았다는 느낌을 주는 거다. 그리고 약간의 포만감도.”
조나단은 소금을 한 줌 뿌려 넣고는 나무 국자로 솥을 한번 휘저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솥 안에서는 멀건 원액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진하고 고소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단순히 오래 끓여서 우려낸 깊은 맛은 아니었다. 짧은 시간에 기름과 열로 억지로 뽑아낸, 짧은 시간에 끌어낸 거친 감칠맛이었다.
“자, 이제부터 네 아들 일이다.”
조나단은 토미에게 국자를 쥐여주었다.
조나단은 솥 옆에 놓인 작은 3분짜리 모래시계를 가리켰다.
“이걸 뒤집으면 모래가 전부 아래로 떨어진다. 그 안에 스무 그릇을 내보내는 게 네 목표다.”
그는 토미의 손에 들린 국자를 툭 쳤다.
“연습이다. 손님이 오기 전에 몸에 익혀야 한다. 내가 보여준 순서, 기억하나?”
토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나단은 턱짓으로 솥을 가리켰다.
“해봐라. 첫 번째 그릇부터.”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토미는 마른침을 삼키고 첫 번째 그릇에 손을 뻗었다. 나무 그릇을 잡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릇을 배식대로 옮기기도 전에 조나단이 그의 손을 낚아챘다.
“엄지로 그릇 안쪽을 잡지 마라. 손님 입이 닿는 곳이다. 그 정도도 못 보면 그릇 닦을 자격도 없어.”
토미는 황급히 손가락 위치를 바로잡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국물을 펐지만, 긴장한 탓에 국자가 그릇 가장자리에 부딪혔다. 쨍,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소리 내지 마라. 손님은 밥 먹으러 왔지, 네가 그릇 깨는 소리 들으러 온 게 아니야.”
조나단의 질책은 서늘하고 건조했다.
“다시.”
두 번째 시도. 이번에는 그릇을 부드럽게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국자로 건더기를 건져 올리는 순간, 마음이 급해 너무 많은 양을 담고 말았다. 국물이 그릇 밖으로 넘실거리며 조리대를 더럽혔다.
“멍청한 놈. 정량을 지켜라. 자선 사업 하냐? 넘친 만큼 다음 손님 그릇이 비어.”
조나단은 행주로 조리대를 닦으며 혀를 찼다. 그는 토미가 흘린 것을 직접 치웠지만, 그 행동에는 위로가 없었다. 지저분한 조리대가 다음 그릇을 늦추기 전에 치웠을 뿐이었다.
“다시. 손님 앞에서 이 꼴이면 네 아버지 장부가 또 썩는다.”
세 번째. 토미는 심호흡을 했다. 그릇을 잡고, 소리 없이, 정확히 정량의 국물을 담고, 마른 빵 한 조각을 옆에 놓았다. 그리고 조나단이 시킨 대로 배식구로 그릇을 밀었다. 동작이 처음보다 덜 흔들렸다. 조나단은 말없이 그릇을 받아들고,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한 번 더.”
그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고 다시 명령했다.
“생각하지 않아도 손이 먼저 움직일 때까지 반복해라.”
“손님 오면, 저 분필선 안에서만 움직여. 그릇 꺼내고, 국물 담고, 빵 한 조각 얹어서 내주기. 아버지는 돈만 받아. 헷갈리면 네 손이 느린 거야.”
토미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여관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고, 길드에 등록하려는 초보자 모험가 몇몇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어? 오늘 아침은 냄새가 좀 다른데?”
한 모험가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그들의 시선이 주방 쪽으로 향했다.
***
“뭐야, 이거. 쓰레기 국물이라도 파는 거요?”
첫 손님은 주방 앞까지 와서 솥을 들여다보며 비웃었다. 여관 주인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원액 통 쪽으로 뒷걸음질 쳤다. 저 통이라도 따서 평소처럼 장사해야 한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조나단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수금이나 해.”
그리고는 탁자 위의 3분짜리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고운 모래가 잘록한 허리를 통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시험 판매가 시작된 것이다.
“아침 국물, 빨리 되는 걸로 하나!”
“여기 둘!”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길드 접수 시간은 정해져 있었고, 그 전에 뭐라도 배를 채워야 했다. 평소라면 멀건 국물이 나오기까지 하염없이 기다렸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토미는 분필선 안에서 정해진 순서대로 움직였다. 조나단이 시킨 그대로였다. 선반에서 그릇을 꺼내고, 솥에서 국물을 한 국자 퍼 담고, 옆에 놓인 빵 바구니에서 빵 한 조각을 그릇에 걸쳐 내놨다. 아이의 동선에는 망설임이 줄었다.
“자, 여깄습니다!”
첫 그릇이 손님에게 건네지기까지 20초도 걸리지 않았다.
“오, 빠른데?”
국물을 받은 모험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어? 전보다 덜 밍밍한데?”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빵을 국물에 푹 적셔 입에 넣었다. 빵가루가 녹아든 국물은 마른 빵 표면에 착 달라붙어 진한 맛을 냈다.
“이거 봐라. 빵이 국물을 안 놓치네.”
그의 말에 다른 손님들도 술렁였다. “쓰레기 국물 아니냐”며 비웃던 사람들도, 3분 안에 음식이 나온다는 말에 지갑을 열었다. 맛에 대한 엄청난 감탄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분명히 만족한 기색이 있었다. 빠르다. 뜨겁다. 그리고 전에 없던 ‘씹는 맛’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릇은 쉴 새 없이 나가고 들어왔다. 여관 주인은 정신없이 동전을 받아 챙겼다. 토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분필선 안에서 자기 역할을 완수했다.
마침내, 스무 번째 그릇이 손님에게 건네졌다.
조나단이 모래시계를 손으로 덮었다. 위쪽의 모래가 아직 3분의 1이나 남아 있었다.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빈 그릇을 조리대에 탁 내려놓고 가는 손님, 말없이 동전을 던져놓고 가는 길드원. 모두의 얼굴에 시간에 쫓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사내가 빈 그릇을 내려놓으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젠장, 한 그릇 더 먹고 싶은데 길드 소집 시간 아닌가. 아쉽다.”
그는 서둘러 여관을 나섰다. 평소 같았으면 줄을 서다 시간을 허비하고 한 그릇으로 만족하거나, 아예 발길을 돌렸을 터였다.
그 옆에 있던 다른 단골손님이 여관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주인장, 오늘 국물은 그 역한 풀냄새가 안 나서 좋구먼. 맛이 아주 깔끔해졌어. 비법이라도 바꿨어?”
그는 만족스럽게 트림을 하고 동전을 내려놓았다. 여관 주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여관 문밖으로 향했다. 예전처럼 길게 늘어섰던 대기 줄은 사라지고, 손님들은 여관 안쪽 벽을 따라 네다섯 명만 서 있었다. 손님이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속도가 전보다 빨라졌다.
여관 주인은 자신의 손바닥에 놓인 동전들을 내려다보았다.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동전들이 묵직하게 잡혔다. 예전에는 카운터에 놓인 동전을 쓸어 담거나, 손님과 몇 마디 불필요한 말을 섞으며 계산하느라 시간이 지체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토미가 국물을 건네는 동안 다음 손님의 동전을 미리 받을 수 있었다. 토미가 국물을 내는 사이 여관 주인은 다음 동전을 받았다. 손님이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줄자 빈 의자가 보였다. 빈 의자가 보이자 다음 손님이 바로 앉았다. 여관 주인은 처음으로 조리대보다 손안의 동전을 먼저 봤다. 그때 페니가 기다렸다는 듯 양피지를 들었다.
***
“결과 확인 들어갑니다!”
페니의 목소리는 장사가 끝난 주방에 활기차게 울려 퍼졌다. 그녀는 양피지 시험표 옆에 숫자를 적어 내려갔다.
“원액 사용량, 0통. 추가 장작, 0개. 판매 완료, 스무 그릇. 소요 시간, 2분 8초. 대기 중 이탈 손님, 0명!”
여관 주인은 페니가 외치는 숫자를 듣고 있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자신의 손바닥에 가득한 동전 더미에 고정되어 있었다. 스무 그릇. 평소 아침 장사 내내 팔아도 겨우 채울까 말까 한 숫자였다. 그런데 그걸 단 몇 분 만에, 그것도 원가 한 푼 안 든 ‘쓰레기’로 팔아치웠다.
그는 맛을 보지 않았다. 하지만 손에 쥔 동전은 변명보다 무거웠다.
“이제 겨우 장사 흉내를 낸 것뿐이야.”
조나단은 칭찬 한마디 없이 차갑게 말했다. 그는 자투리 통을 가리켰다.
“어제 네가 버리려던 것들이다. 저걸로 스무 그릇을 팔았어. 원액 한 통 값이 굳었고, 장작 값도 아꼈지. 화덕을 오래 붙잡고 있지 않으니 점심 장사 준비도 빨라질 거다.”
눈앞에 남은 건 동전, 빈 그릇, 아직 꺼지지 않은 화덕이었다. 오래 끓인 고급 스튜도 아니고, 원액을 물에 탄 멀건 국물도 아니었다. 버리던 재료를 짧게 볶고, 손이 닿는 곳에 그릇을 두고, 아이가 같은 순서로 내보낸 결과였다.
여관 주인은 처음으로 맛보다 숫자를 먼저 봤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방 구석에 놓인 원액 통을 바라봤다. 기울어진 저울 문양이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 저 통이 정말 장사를 살렸을까. 아니면 매달 돈을 빼앗아 간 물건이었을까?
***
“이건 계약서가 아니라 겁주는 종이쪼가리야.”
조나단은 여관 주인이 내민 납품 계약서를 한 줄 한 줄 훑어보며 말했다. 그의 눈이 유독 한 조항에서 멈췄다.
‘최소 월 구매량 10통. 미달성 시, 향후 3개월간 공급 가격 20% 인상.’
다른 조항도 가관이었다. ‘공급된 원액 외 다른 재료를 국물 요리의 주재료로 사용할 경우, 모든 품질 보증에서 제외됨.’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지 못하게, 다른 시도를 하지 못하게 겁주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해.”
조나단은 계약서를 탁자 위에 던졌다. 여관 주인은 얼굴이 붉어졌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이 계약서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원액 없이는 장사를 할 수 없다고 스스로 믿어왔다.
“자, 그럼 정산 들어갈까요?”
페니가 끼어들었다. 그녀는 아까의 시험표에 새로운 항목들을 추가했다.
- 성공 자문료: 아침 국물 매출 200닢의 20%, 40닢.
- 납품 계약 검토: 별도 청구.
그녀는 ‘별도 청구’라는 글자 옆에 작은 하트 모양까지 그려 넣었다. 여관 주인이 기가 막혀 입을 벌렸지만, 조나단은 그를 무시하고 말했다.
“오늘 한 번 성공한 건 아무 의미 없어. 내일, 그리고 모레도 똑같이 팔 수 있어야 진짜 네 돈이 된다. 이 계약서와 싸우는 건 그다음이야.”
같은 순서로 다시 팔 수 있어야 했다. 어쩌다 얻어걸린 성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여관 주인은 조나단의 얼굴과 페니의 청구서, 그리고 구석의 원액 통을 번갈아 보았다. 그는 마침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내일도… 할 수 있겠소?”
그것은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번째 ‘질문’이었다.
***
다음 날 아침, 여관 앞은 전날보다 더 많은 손님으로 북적였다. “여기 국물 빨라졌다더라”는 소문이 퍼진 탓이었다. 여관 주인과 토미는 전날과 똑같은 방식으로, 분필선 안에서 움직이며 국물을 팔았다. 결과는 같았다.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기 전에 서른 그릇이 넘게 팔려나갔다.
여관 주인이 막 마지막 그릇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길 저편에서 익숙한 마차 한 대가 덜컹거리며 다가왔다. 마차 옆면에는 기울어진 저울 문양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원액 납품 마차가 도착한 것이다.
퉁명스러운 표정의 납품업자가 마차에서 내렸다. 그는 늘 하던 대로 새 원액 통을 어깨에 둘러메고 여관으로 들어서려 했다.
“이번 달치요.”
하지만 여관 주인은 그를 막아섰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업자와 그가 멘 원액 통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 평소처럼 “고맙소”하며 통을 받아들지 않았다. 납품업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주방 입구에 기댄 페니는 방긋 웃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무언가를 톡톡 두드렸다. 지난 이틀간의 매출, 아낀 원액 값, 그리고 새로 추가될 ‘납품 계약 검토’ 수수료 항목을 계산하는 듯했다.
조나단이 여관 주인 옆으로 다가와 나지막이 말했다.
“오늘은 국물이 팔렸다. 이제 저 통이 왜 그렇게 비쌌는지 진짜 이유를 까볼 차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