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기비를 받는 식당
페니가 펼쳐 든 양피지는 ‘쓰레기 수거 약속문’이라는 거창한 이름과 달리, 내용은 단순했다. 조나단이 원한 것도 그 단순함이었다.
첫 줄을 적은 뒤, 둘은 곧장 푸른 용 여관의 뒷골목으로 왔다. 전날 도축장 수레와 함께 악취를 풍기던 바로 그 여관이었다.
“냄새 나는 물건을 돈 받고 가져가겠다는 약속문이에요.”
페니의 명랑한 목소리가 푸른 용 여관의 뒷골목에 울렸다. 코를 마비시킬 듯한 시큼한 음식물 쓰레기 냄새와, 그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쥐들의 날카로운 소음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만이 유일하게 맑고 활기찼다.
푸른 용 여관 주인 오스카는 자신의 통통한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양피지를 훑었다. 그의 눈가엔 피로가 짙게 서려 있었다. 이 지긋지긋한 쓰레기 더미는 그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매일 새벽 주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와 짐승 뼈, 손님들이 마시다 남긴 술과 깨진 병들. 마몬 상회 수거꾼들은 한 달에 은화 스무 닢이라는 거금을 꼬박꼬박 받아 가면서도, 하는 짓은 개판이었다. 비 오는 날은 질척거린다며 웃돈을 요구했고, 축제 기간이라 양이 많으면 다음 날 오겠다며 배를 쨌다. 치우고 간 자리는 언제나 역겨운 국물이 흥건했고, 파리와 쥐떼만 더욱 들끓게 만들었다.
“돈을 받고 가져가겠다? 그게 무슨 해괴한 소리요, 아가씨. 세상 어느 장사치가 돈을 주면서 물건을 가져가나?”
오스카의 목소리에는 오래 당한 사람의 불신이 묻어났다.
“세상에 없던 장사니까 저희가 하는 거죠!” 페니가 자신만만하게 받아쳤다. “그리고 저희는 돈을 드리는 게 아니에요. 오스카 아저씨가 내는 돈을 줄여드리겠다는 거죠.”
페니가 앙증맞은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셈을 시작했다.
“지금 마몬에 한 달 은화 스무 닢, 맞으시죠? 저희는 딱 열여덟 닢만 받겠습니다. 그것도 매일, 약속한 시간에 와서 깔끔하게 치워드리는 약속으로요.”
오스카의 눈이 의심으로 가늘어졌다. 한 달에 은화 두 닢, 일 년이면 스물네 닢. 여관의 일 년 치 고급 포도주 재고와 맞먹는 돈이었다. 그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여도 이상하지 않을 금액. 하지만 그래서 더 수상했다.
“꼬리가 있겠지. 그렇게 좋은 말을 거저 내밀 리가.”
“물론이죠! 하지만 아주 간단한 꼬리예요.” 페니가 생긋 웃으며 약속문의 첫 구절을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콕 짚었다. “먼저, 쓰레기를 버리는 분은 저희에게 치우는 값을 냅니다. 방금 말씀드린 바로 그 금액, 달마다 은화 열여덟 닢이죠.”
오스카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당연한 소리였다.
“그리고, 저희는 버려진 물건을 ‘전부’ 가져갑니다.” 페니는 ‘전부’라는 단어에 힘을 주었다. “채소 찌꺼기든, 소 뼈다귀든, 상한 포도주든, 깨진 접시 조각이든. 남김없이 싹 다요.”
“...그것도 당연한 소리 아닌가? 쓰레기를 가져가라고 부르는 거니까. 남기면 그게 더 문제지.” 오스카가 투덜거렸다. 마몬 놈들은 무거운 뼈나 치우기 힘든 것들은 슬쩍 남겨두고 가기 일쑤였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조나단이 나섰다. 그의 차갑고 무감정한 시선이 뒷골목 구석에 거대한 산을 이룬 쓰레기 더미를 향했다.
“가장 중요한 걸 말해, 페니.”
“네, 대장! 마지막 줄이 제일 비싼 줄이랍니다.” 페니가 한층 목소리를 높여 주변의 이목을 끌었다. “저희가 가져간 물건을 어떻게 쓰든, 여관 쪽에서는 토를 달지 않습니다. 그걸 삶아서 뼈 국물을 내든, 말려서 땔감으로 쓰든, 갈아서 가루로 만들든, 아니면 저기 강물에 내다 버리든 그 뒤는 전부 저희 마음대로라는 뜻이에요.”
그제야 오스카의 얼굴에서 미심쩍은 표정이 경멸로 바뀌었다. 이건 순진한 사람 등쳐먹는 사기꾼들이었다.
“허! 이 사람들 보게! 지금 장난하는 거요? 돈은 돈대로 받아 가면서,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쓸 권리까지 몽땅 가져가시겠다? 이런 날강도가 있나!”
그의 목소리가 커지자, 처음엔 곁눈질만 하던 옆 가게 상인들과 행인 몇몇이 아예 발걸음을 멈추고 몰려들었다. 이 지저분한 뒷골목에서 쓰레기 처리 문제는 모두의 공통된 골칫거리였기 때문이다.
“저 오스카 말이 맞소! 돈을 냈으면 그냥 치우고 가면 될 일이지, 그 뒤에 뭘 하겠다는 거요!” 구경꾼 중 하나가 소리치며 오스카를 거들었다.
오스카의 격한 반응과 구경꾼들의 동요에도 조나단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는 썩은 양배추 잎사귀가 질척하게 널린 바닥을 비싼 가죽 구두 끝으로 툭, 찼다. 역한 시궁창 냄새가 확 풍겼지만 그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당신은 저것들을 돈 내고 버린다. 우리는 그 돈을 깎아주겠다는데, 버린 물건을 쓸 권리까지 계속 쥐고 있고 싶다고? 양심도 저 쓰레기 더미에 섞어 버렸나. 원한다면 쓸 권리를 가지시오. 대신 우리는 값을 깎아줄 이유가 없지. 마몬보다 비싼 값을 부를 수도 있고.”
얼음장 같은 조나단의 말에 오스카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더 분했다. 버리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자신의 물건이 아니었다. 그걸 누가 주워다 팔아먹든, 끓여 먹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돈까지 지불하면서 그 권리까지 글로 못 박아 넘긴다는 말이 어쩐지 괘씸하고 바보가 되는 기분이었다.
험악해진 분위기를 감지한 페니가 능숙하게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아이고, 오스카 아저씨. 대장님 말씀이 좀 차가워서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구경하시는 분들도 잘 들어보세요.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 장사예요. 버린 뒤에 주인이 바뀌는 것뿐이죠!”
페니는 오스카의 팔을 살짝 잡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해보세요. 저희가 이걸 가져가서 뭘 하겠어요? 그냥은 쓸모없는 쓰레기잖아요. 이걸 쓸모 있게 만들려면 사람 손이 가고, 시간이 들고, 요령도 필요하단 말이에요. 저희는 바로 그 ‘쓸모 있게 만드는 수고’를 감수하는 거고요, 그 대신 아저씨가 내는 ‘버리는 값’을 깎아주는 거예요. 깔끔하죠?”
그녀는 오스카가 반박할 틈도 주지 않고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약속문 하나 만드는 데도 얼마나 많은 값이 들었는지 아세요? 저랑 대장님이 여기까지 온 발품값, 이 지독한 냄새 참는 코 고생값, 그리고 나중에 딴소리 못 하게 허점 막아둔 제 ‘글값’까지! 이걸 다 합치면 은화 두 닢 할인은 거저나 마찬가지랍니다!”
페니가 ‘딴소리 막는 글값’이라는 낯선 말에 힘을 주자, 오스카는 물론이고 구경꾼들 사이에서도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 글자를 알고, 뭔가 어려운 말을 쓴다는 건 그 자체로 권위였다.
페니는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쐐기를 박았다. “물론, 한 달에 은화 열여덟 닢은 기본값일 뿐이에요. 귀찮은 일에는 당연히 값이 더 붙는답니다.”
“또? 더 붙는 값?” 오스카가 기가 막힌다는 듯 되물었다.
“그럼요! 장사 하루 이틀 하시는 것도 아니면서.” 페니가 천연덕스럽게 받아쳤다. “예를 들어,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서 쓰레기가 물에 젖어 두 배로 무거워지는 날은 ‘비 맞은 수레값’이 붙고요. 도축장에서 돼지라도 잡아서 유난히 냄새가 심한 내장이나 무거운 뼈가 많이 나오는 날은 ‘코 막는 값’이 더 붙고요. 물론, 한밤중에 급히 치워달라고 부르시면 ‘한밤중 발품값’도 있고요.”
“한밤중? 만약 불이라도 나서 급히 치워야 하면 어쩔 거요!” 오스카가 어떻게든 흠을 잡아보려 소리쳤다.
“어머, 그건 다르죠!” 페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불이 나면 불 끄는 사람부터 부르셔야죠. 그래도 저희가 밤중에 뛰어가야 한다면, 금화 한 닢부터랍니다, 아저씨.”
페니의 막힘없는 대답에 오스카는 입을 떡 벌렸다. 구경꾼들 사이에서는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 꼬마 아가씨는 도저히 말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녀가 읊는 추가 값들은 듣도 보도 못했지만, 하나같이 자신들이 기존 수거꾼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바로 그 문제점들을 정확히 찌르고 있었다.
오스카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콧수염만 배배 꼬고 있을 때였다. 골목 저편, 어두운 그늘 속에서 마몬 상회의 인장이 새겨진 조끼를 입은 수거꾼 하나가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험악한 수거꾼이었다. 그는 땅에 ‘퉷’ 하고 침을 뱉더니, 옆에 있던 부하에게 뭐라 낮게 속삭였다. 그의 눈빛은 노골적인 적의와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자신의 밥그릇을 넘보는 성가신 놈을 발견한 굶주린 늑대처럼.
그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지만, 조나단과 페니의 등 뒤에 서늘하고 끈질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첫 약속은 아직 도장도 찍지 못했는데, 골목 끝에는 벌써 돈 냄새를 맡은 적이 들러붙어 있었다.
조나단은 오스카의 흔들리는 눈빛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매일 수거하겠다. 지금보다 낮은 가격에.”
“매일?”
주인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지긋지긋한 악취와 꼬여드는 벌레들. 특히 여름이 다가올수록 쓰레기더미에서 피어오르는 열기와 역한 냄새는 여관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기존의 수거꾼들은 일주일에 두 번, 그것도 제멋대로 시간을 어기기 일쑤였다.
“그렇다. 당신은 값을 줄이고, 나는 쓰레기를 얻는다. 서로 손해가 아니다.”
“쓰레기를 가져가서 뭘 하려고…?”
의심스러운 눈초리에도 조나단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무심하게 답했다.
“그건 내 사정이다. 당신은 깨끗해진 뒷마당과 덜 새는 돈만 보면 된다. 단 하나. 우리가 가져간 뒤에는 전부 우리 마음대로다.”
주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솔깃했다. 꽤 솔깃했다. 매일같이 쓰레기를 치워주는데, 내는 돈까지 줄어든다니. 어차피 버리는 것들, 그걸 가져가서 뭘 하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는 마몬 상회의 수거꾼들이 부릴 텃세가 잠시 마음에 걸렸지만, 눈앞의 이익이 더 크게 다가왔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오스카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페니가 품에서 양피지 한 뭉치와 작은 잉크병, 깃펜을 꺼내 들었다. 그녀는 능숙한 솜씨로 술통 위를 닦아낸 뒤 양피지를 펼쳤다.
“자자, 그럼 약속을 종이에 박아둬야죠! 이름은 ‘조나단과 페니의 깔끔 수거’로 하고요.”
페니의 깃펜이 사각거리며 양피지 위를 미끄러졌다. 그녀는 또박또박한 글씨로 약속의 핵심을 적어 내려갔다. 매일 해가 중천에 뜨기 전 수거할 것. 치우는 값은 한 달에 은화 열여덟 닢만 받을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장도 굵게 적었다. ‘가져간 뒤 삶든 말리든 태우든 조나단과 페니가 마음대로 한다.’
주인은 페니가 적어 내려가는 내용을 꼼꼼히 살폈다. 어려운 말은 없었다. 글을 모르는 주방장도 옆에서 읽어주면 알아들을 문장이었다. 페니는 마지막으로 이름을 쓰는 칸을 만들고는 주인에게 깃펜을 내밀었다.
“여기에 이름을 쓰시고, 글이 어려우시면 도장을 찍어주세요.”
주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카운터 뒤에서 자신의 작은 인장을 가져와 잉크를 묻혔다. 그는 조심스럽게 페니가 가리킨 곳에 인장을 찍었다. ‘꽝’ 하고 찍힌 붉은 도장 자국은 첫 약속이 맺어졌다는 뜻이었다.
“여기 약속한 금액입니다!”
페니는 주인이 내민 동전 주머니를 받아들고 가볍게 흔들었다. 짤랑거리는 금속음은 세상 그 어떤 음악보다도 달콤하게 들렸다.
“재료를 사기도 전에 돈부터 받다니! 이거 정말 괜찮은 장사인데요?”
페니는 재빨리 수첩을 펼쳤다. 첫 줄에 ‘푸른 용 여관, 한 달 은화 열여덟 닢’이라고 적고, 그 옆에 작은 동그라미를 세 개나 그렸다. 치우는 값, 버린 물건, 가져간 뒤 마음대로 할 몫. 세 동그라미가 한 줄로 이어지자 그녀의 입꼬리가 귀까지 올라갔다.
페니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여관 뒷문이 거칠게 열리며 불청객들이 들이닥쳤다. 딱 봐도 거친 인상의 사내들이었다. 그 중심에는 이 구역의 쓰레기 수거를 도맡아 하던 마몬 상회 수거꾼 우두머리 가름이 서 있었다. 그는 페니의 손에 들린 돈주머니와 양피지를 번갈아 보더니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이런, 이런. 우리 구역 밥그릇에 손대려면 우리한테 먼저 허락을 맡아야지, 애송이들.”
가름이 조나단을 향해 턱짓하며 말했다. 그의 양옆에 선 덩치들도 위협적으로 팔짱을 끼며 다가섰다. 하지만 조나단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가름을 없는 사람처럼 무시하고는, 등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자신의 ‘일꾼’들에게 손짓했다.
가름은 조나단의 무반응에 심기가 뒤틀렸다. 그는 발치에 나뒹구는 쓰레기더미를 구둣발로 걷어찼다. 썩은 야채와 음식물 찌꺼기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흥, 이런 구역질 나는 쓰레기를 가져다가 뭘 어쩌시겠다? 이딴 건 고블린도 안 쳐먹겠다!”
그 말이 조롱처럼 허공에 퍼졌다. 멀찍이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고블린 몇몇이 움찔하며 몸을 숨겼다.
그러나 조나단은 여전히 대꾸하지 않았다. 그가 등 뒤의 일꾼들에게 손짓하자, 일꾼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먼저 쓰레기장 주변을 깨끗하게 쓸고 정리했다. 악취가 진동하는 구역이었지만 누구 하나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이윽고 분류가 시작되었다. 일꾼들은 가름이 걷어찬 쓰레기더미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그 안에서 무언가를 골라내기 시작했다. 살점이 조금 붙어 있는 뼈다귀, 질긴 고기 힘줄, 딱딱하게 마른 빵 조각, 동물 가죽까지.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더러운 쓰레기일 뿐이었지만, 일꾼들의 손길은 귀한 약초라도 캐듯 신중했다.
골라낸 것들은 옆에 준비해 둔 깨끗한 물이 담긴 통으로 옮겨져 여러 번 헹궈졌다. 흙과 오물이 씻겨나가자, 앙상한 뼈와 빵 조각들이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한쪽에서는 이렇게 씻긴 뼈와 힘줄들을 커다란 가마솥 옆에 쌓아두기 시작했고, 다른 쪽에서는 빵을 햇볕에 말리기 위해 넓은 판 위에 널었다.
가름과 그의 부하들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쓰레기더미를 뒤져 무언가를 골라내고, 그것을 정성스럽게 씻고 말리는 모습은 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고블린들의 눈빛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그들은 조나단의 일꾼들이 날카로운 뼛조각이나 썩어서 구더기가 끓는 고깃덩어리,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험한 찌꺼기들은 따로 골라내어 다른 자루에 담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저것들은 먹을 수 없는 것, 위험한 것이라는 사실을 고블린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조나단이 자신들에게 아무거나 먹이려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조용히 싹트고 있었다.
페니는 동전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가름을 쳐다봤다. 이미 돈은 페니 손 안에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조나단은 여관 한쪽에 일꾼들이 미리 걸어둔 거대한 가마솥 앞으로 걸어갔다. 솥 안에는 맑은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가름을 힐끗 쳐다본 조나단은, 방금 막 깨끗하게 씻은 커다란 소의 다리뼈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가마솥 안으로 떨어뜨렸다.
‘풍덩!’
묵직한 소리와 함께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조나단은 아무 말 없이 부싯돌을 꺼내 들었다. 치직, 불꽃이 튀더니 가마솥 아래에 쌓아둔 장작에 불이 옮겨붙었다.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며, 거대한 솥 안의 물이 서서히 데워지기 시작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가름의 일그러진 얼굴을 붉게 비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