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국물 한 모금
가름이 바닥에 걸쭉한 침을 뱉었다.
“이딴 건 고블린도 안 쳐먹어.”
마몬 상회의 인장이 박힌 반지가 그의 손가락에서 번들거렸다. 푸른 용 여관 뒤뜰은 방금 전까지 오스카가 돈을 내고 치워달라던 폐기물로 가득했다. 잡뼈, 힘줄, 굳은 빵, 껍질, 젖은 나무 조각, 출처 모를 접시 찌꺼기. 구경꾼들은 코를 막은 채 멀찍이 물러나 있었다.
조나단은 대꾸하지 않았다. 이미 솥에 떨어뜨린 소 다리뼈 위로, 그는 분류해둔 잡뼈와 질긴 힘줄 몇 가닥을 더 보탰다. 살점이 거의 남지 않은 뼈였지만, 관절 사이에는 아직 기름이 붙어 있었다. 뼈들이 물속에서 서로 부딪치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페니가 꺼져가던 불길에 장작을 밀어 넣었다.
“불값 들어갑니다! 장작값, 손가락 그을린 값, 그리고 저분 침 튀긴 값까지 전부 적어둘게요!”
“입 다물고 불이나 키워.”
조나단의 말은 짧았다. 페니는 “네!” 하고 활짝 웃으며 장작을 더 밀어 넣었다. 불길이 솥 바닥을 핥기 시작했다. 푸른 용 여관 주인 오스카는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불안하게 지켜봤다. 방금 도장을 찍긴 했지만, 자기 여관 뒤뜰에서 정체 모를 국물이 끓는 광경까지 편히 넘길 배짱은 없었다.
물은 곧 끓기 시작했다.
처음 올라온 냄새는 음식과 거리가 멀었다. 겉은 이미 헹궜지만, 뼈 속에 남은 핏물과 거친 기름막은 열을 받자 그대로 솟았다. 붉고 검은 거품이 솥 가장자리로 밀려올랐다. 시큼한 비린내가 뒤뜰을 덮자 고블린 몇이 뒷걸음질 쳤다. 어린 고블린 하나는 아예 빈 그릇을 품에 안고 벽 뒤로 숨었다.
가름이 기다렸다는 듯 팔을 들었다.
“봐라! 독이다, 독! 저놈이 너희 배를 썩히려고 한다! 고블린도 안 먹을 쓰레기를 끓이면 저 꼴이 나지!”
마몬 상회 부하들이 따라 웃었다. 웃음은 크고 거칠었다. 그러나 조나단은 국자를 들고 솥 위를 훑었다. 시커먼 거품이 국자 위로 질척하게 올라왔다. 그는 그것을 옆 통에 버렸다. 다시 걷어내고, 또 버렸다. 거품이 줄어들 때까지 같은 동작이 이어졌다.
그 손놀림은 빠르고 건조했다. 더러움을 피해 도망치지 않고, 어느 선부터 버려야 하는지만 골라냈다. 조나단은 끓는 물속 뼈를 뒤집어 관절 사이에 낀 찌꺼기를 확인했다. 냄새를 맡고, 눈살을 조금 찌푸린 뒤, 더 깊은 곳의 힘줄을 국자로 눌렀다.
“이 물은 못 쓴다.”
“못 쓴다면서 왜 끓였냐?” 가름이 비웃었다.
조나단이 처음으로 그를 봤다.
“더러운 걸 빼려고. 네놈들은 그걸 국물이라고 팔겠지만.”
가름의 얼굴이 굳었다. 조나단은 솥을 기울였다. 검붉은 물이 땅으로 쏟아졌다. 악취가 한 번 크게 피어오른 뒤 배수로 쪽으로 흘러갔다.
“미친놈! 저 귀한 물을!”
구경꾼 사이에서 탄식이 터졌다. 빈민가에서 물 한 통은 싸지 않았다. 우물까지 내려가 줄을 서야 했고, 늦으면 진흙 섞인 물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 물을 한 솥 가득 끓여놓고 그대로 버리다니. 고블린들의 눈에는 사치처럼 보였다.
조나단은 그 탄식을 무시했다. 첫 물은 그대로 버렸다. 그는 뼈와 힘줄을 건져 깨끗한 통에 넣었다. 페니가 새 물을 부어주자, 조나단은 손으로 문질러 씻었다. 검은 찌꺼기가 떨어져 나가고, 뽀얀 뼈 표면이 드러났다. 힘줄은 물속에서 몇 번 더 흔들렸다. 손끝에 미끄럽게 붙던 찌꺼기가 사라질 때까지였다.
병든 고블린 하나가 그 광경을 가만히 봤다. 그는 평소 같으면 아무 폐기물이나 먼저 집어삼키는 부류였다. 하지만 조나단이 버린 통 안의 거품과 다시 씻긴 뼈를 번갈아 보더니, 품에 숨겨둔 곰팡이 빵 조각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위험한 것과 먹을 수 있는 것 사이에 선이 있다는 걸 처음 본 얼굴이었다.
조나단은 가마솥을 다시 세웠다. 맑은 물이 들어갔다. 방금 씻은 뼈와 힘줄이 다시 잠겼다. 이번에는 바싹 마른 빵 조각을 꺼냈다. 돌처럼 딱딱한 껍질이었다. 그는 그것을 천 조각 위에 놓고 작은 돌로 두드렸다. 빵은 굵은 가루로 부서졌다. 먼지처럼 날리는 가루가 아니라, 물을 만나면 살짝 풀어질 정도의 거친 조각이었다.
다음은 채소 뿌리였다. 시든 잎은 버렸지만, 흙을 털어낸 뿌리와 향이 남은 껍질은 따로 모아두었다. 조나단은 그것들을 작은 천주머니에 넣었다. 빵가루도 조금 들어갔다. 입구를 묶은 주머니가 솥 안으로 떨어졌다.
“빵까지 버리는 거냐?” 오스카가 묻자 조나단이 짧게 답했다.
“버리는 게 아니야. 빈 맛을 붙잡는 거다.”
“빈 맛?”
“물 같은 국물을 물 같지 않게 만드는 손잡이지. 이해 못 하면 가게 접어.”
오스카는 입을 다물었다. 푸른 용 여관 주인으로 살며 수많은 손님을 먹였지만, 말라붙은 빵 조각을 이런 식으로 보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불이 다시 세졌다. 이번 냄새는 달랐다. 처음의 피비린내가 사라지고, 뼈에서 나온 묵직한 향이 천천히 올라왔다. 힘줄이 열을 먹으며 국물에 미끄러운 윤기를 풀었다. 채소 뿌리의 은은한 향은 비린 끝을 눌렀고, 말린 빵의 고소함이 국물 가장자리에 붙었다. 번듯함과 거리가 멀어도, 빈 배가 먼저 알아먹을 냄새였다.
포만죽 배식대 앞 고블린들이 먼저 고개를 돌렸다.
멍하니 죽 그릇을 받아들던 고블린들이 고개를 돌렸다. 어린 고블린은 빈 그릇을 안은 채 코만 내밀었다. 수레를 끌던 일꾼 고블린은 어깨에 멘 밧줄을 내려놓지도 못한 채 숨을 들이마셨다. 병든 고블린은 벽에 기댄 몸을 조금 일으켰다. 포만죽 솥 앞에 있던 오크 배식꾼은 국자를 든 채 얼어붙었다.
가름이 고함을 질렀다.
“뭘 봐! 돌아가! 저건 사기다! 저 인간이 네놈들한테 공짜로 뭘 줄 것 같으냐!”
그 말에 고블린 몇이 움찔했다. 공짜라는 말은 늘 덫이었다. 이 골목에서 공짜로 받은 것은 나중에 두 배, 세 배로 되돌아왔다. 포만죽 식권도 그랬다. 오늘 배를 채우면 내일 손목에 더 진한 도장이 찍혔다.
조나단은 가름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공짜는 안 준다.”
그 한마디에 고블린들의 시선이 다시 솥 앞으로 모였다.
“한 모금에 식권 조각 하나. 구리 동전 하나도 받는다. 둘 다 없으면 물 한 통. 장작 한 묶음. 줄 지키는 일도 받지.”
가름이 헛웃음을 흘렸다.
“한 모금? 한 그릇도 아니고 한 모금으로 장사를 하겠다고?”
조나단은 국자를 솥 가장자리에 걸었다.
“한 그릇 못 사는 놈한테 한 그릇을 들이미는 게 멍청한 짓이지. 네 포만죽처럼.”
주변이 조용해졌다. 고블린들은 서로의 손을 봤다. 누군가는 구리 동전 하나를 쥐고 있었다. 누군가는 찢어진 식권 조각을 손바닥 안에 숨겨두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고블린들은 우물 쪽을 돌아봤다. 물 한 통. 장작 한 묶음. 그 정도라면 해볼 수 있었다.
페니가 잽싸게 움직였다. 그녀는 분필로 땅에 하얀 선을 긋고, 낡은 나무판 하나를 세웠다.
“좋아요! 줄은 여기부터! 밀치면 줄 흐트린 값! 가름 씨처럼 시끄럽게 굴면 방해값! 처음 오신 손님께는 페니의 환한 미소가 공짜로 붙습니다. 미소는 공짜지만 두 번 보면 돈 받을 거예요!”
“네년이 뭔데 줄을 세워!”
“돈 냄새 나는 곳엔 제가 서죠. 그리고 지금 가름 씨가 제 돈 냄새를 흐리고 있거든요. 청구 들어갑니다!”
페니는 정말로 수첩을 펼쳐 무언가를 적었다. 가름의 부하 하나가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페니가 웃는 얼굴 그대로 허리의 단검 손잡이를 톡 두드리자 멈췄다. 웃음은 밝았고, 손끝은 차가웠다.
처음 줄에 선 것은 작은 고블린 아이였다. 그는 줄에 선 뒤에도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포만죽 배식대의 오크가 노려보고 있었다. 가름의 부하들도 눈을 부라렸다. 아이는 손에 쥔 식권 조각을 더 꽉 움켜쥐었다. 조각은 너무 작았다. 배식대에서는 한입도 받을 수 없는 크기였다. 오래 쥐고 있어 손때가 까맣게 묻어 있었다.
아이는 페니 앞에 와서 손을 폈다.
“이거…… 안 되면, 물통도 나를게요.”
식권 조각은 페니의 손톱보다 작았다. 페니는 그것을 받아 들고 과장되게 햇빛에 비춰봤다.
“작네요. 아주 작아요. 너무 작아서 바람값을 따로 받아야 할 정도예요.”
아이의 귀가 축 처졌다.
페니가 바로 웃었다.
“그래도 첫 손님 값은 받아야죠. 식권 조각 하나, 물 반 통. 대장님, 통과입니까?”
조나단은 아이의 팔을 봤다. 물 한 통을 들 힘은 없어 보였다. 반 통도 버거울 것이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 통. 대신 흘리면 다시.”
아이는 번개처럼 물통을 향해 달려갔다. 빈민가의 우물은 뒤뜰 아래쪽에 있었다. 작은 몸이 물통을 끌다시피 내려갔다. 기다리는 동안 줄은 더 길어졌다. 일꾼 고블린 하나는 장작 몇 개를 들고 왔다. 병든 고블린 곁의 늙은 여자는 녹슨 구리 동전 하나를 내밀었다. 또 다른 고블린은 포만죽 식권의 귀퉁이를 잘라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가름은 그 모든 손을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 손들은 포만죽 배식대 앞에서만 떨었다. 빚을 갚기 위해, 다음 식권을 받기 위해, 마몬 상회의 도장을 받기 위해 떨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솥 앞에서 떨고 있었다.
아이가 돌아왔다. 물은 반쯤 남아 있었다. 오는 길에 많이 흘렸는지 바지 앞섶이 축축했다. 그래도 통 바닥에는 분명 물이 남아 있었다. 아이는 숨을 헐떡이며 페니 앞에 그것을 내려놓았다.
페니는 식권 조각을 수첩 사이에 끼우고, 아이의 손등에 작은 점을 찍었다.
“첫 손님 표식입니다! 나중에 자랑하세요. 자랑값은 아직 안 받겠습니다!”
조나단은 작은 나무잔을 들었다. 국자를 솥 깊숙이 넣지 않았다. 위에 뜬 기름만 떠내지도 않았다. 바닥의 찌꺼기를 긁지도 않았다. 가운데 맑은 국물을 떠서, 나무잔에 딱 한 모금만 따랐다. 많지도 적지도 않았다. 아이가 한 번 목을 넘기면 사라질 양이었다.
아이는 잔을 두 손으로 받았다. 먼저 냄새를 맡았다. 순간 눈동자가 커졌다. 그는 바로 마시지 못했다. 너무 조심스러웠다. 좋은 냄새가 코앞에 있는데도, 제 입에 대도 되는지 눈치부터 살피는 얼굴이었다.
“마셔.”
조나단이 말했다.
아이가 잔을 기울였다.
국물이 입술에 닿았다. 뜨거움에 어깨가 움찔했다. 그래도 아이는 잔을 놓지 않았다. 목울대가 작게 움직였다. 한 모금이 넘어갔다.
말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이 먼저 반응했다. 잔을 쥔 손이 풀리지 않았다. 아이는 빈 잔을 내려놓지 못하고 한참 들여다봤다. 늘 안쪽으로 말려 있던 등이 조금 펴졌다. 움츠러든 배를 감싸던 팔이 느슨해졌다. 입가에 묻은 국물 한 방울을 혀끝으로 조심스럽게 훑었다. 그는 더 달라고 떼쓰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 그저 빈 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방금 지나간 온기를 붙잡으려 했다.
그 침묵이 포만죽 배식대의 고함보다 컸다.
조나단은 아이가 내려놓은 잔을 곧장 씻기지 않았다. 잔 안쪽에 남은 얇은 기름막을 구경꾼들이 볼 수 있게 잠시 기울였다. 물처럼 흘러내리는 죽과 달리, 국물은 나무결 사이에 희미한 윤기를 남겼다. 그것만으로도 고블린들은 알아봤다. 방금 아이가 마신 것은 배를 속이는 풀물이 아니라, 입안에 남는 무언가였다.
포만죽 배식대의 오크가 거칠게 국자를 두드렸다.
“줄 안 설 거냐! 식권 날아간다!”
그 말에 고블린 몇이 움찔했지만, 발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식권이 날아간다는 협박보다 빈 잔을 놓지 못하는 아이의 손이 더 선명했다. 아이는 뒤로 물러난 뒤에도 잔의 온기가 남은 손바닥을 자기 배에 대고 있었다. 작은 몸이 다시 굽지 않았다. 작은 변화였다. 그래도 이 골목에선 그걸 못 본 척할 놈이 없었다.
“한 모금이면 저만큼 버틴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그 말이 줄 뒤쪽으로 번졌다. 한 그릇이 아니라 한 모금. 식권 한 장이 아니라 식권 조각. 구리 동전 하나. 물 반 통. 장작 몇 개. 고블린들의 눈이 손안의 자잘한 것들로 내려갔다. 그동안 품속에서 썩어가던 조각들이 이제는 솥 앞에 내밀 수 있는 값으로 보였다.
조나단은 그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솥 옆에 작은 돌 세 개를 놓았다. 하나는 식권 조각, 하나는 동전, 하나는 일값을 뜻했다. 글을 모르는 고블린도 알아볼 수 있게, 페니가 돌 앞에 각각 찢어진 종이, 구리 동전, 작은 물통 그림을 그렸다.
“복잡하게 만들지 마. 못 알아먹으면 줄이 깨진다.”
“네! 쉬운 장부값 추가요! 종이값, 그림값, 바보도 알아보게 만든 값!”
페니가 유쾌하게 외쳤다. 그녀는 첫 판매 기록이라는 글자를 큼직하게 적고, 그 아래에 식권 조각 하나와 물 반 통을 나란히 표시했다.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두 번째 손이 앞으로 나왔다.
줄이 움직였다. 구리 동전이 하나 나왔다. 장작 한 묶음이 나왔다. 식권 조각이 셋 더 나왔다. 병든 고블린을 대신해 늙은 여자가 물통을 들었다. 수레꾼 고블린은 굵은 손으로 밧줄을 내려놓고 말했다.
“줄 지킬 수 있다. 밀치는 놈 막는다.”
조나단은 그를 훑어봤다.
“한 국자 값은 아니다. 두 모금.”
수레꾼 고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모금. 그에게는 충분한 거래였다.
페니의 깃펜이 미친 듯이 움직였다.
“첫 매출입니다! 첫 국물 값, 식권 조각 하나. 물 반 통. 장작 한 묶음. 줄 지키는 값 두 모금. 어머, 이거 좋네요! 동전 없는 손님도 줄 세우면 돈이 됩니다. 아니, 돈 비슷한 냄새가 납니다!”
그녀는 작은 동전 주머니 옆에 식권 조각을 따로 묶었다. 구리 동전과 종이 조각, 젖은 물통 자국과 장작 가루가 한 장부 위에 나란히 놓였다. 페니는 그 모습을 보고 어깨를 들썩였다. 금화처럼 번쩍이는 건 없었지만, 빈민가 바닥을 굴러다니던 잡값들이 처음으로 장부에 제대로 적혔다. 포만죽 장부가 빚으로 묶던 손들이, 이번에는 자기 손으로 값을 골라 내고 있었다.
“비슷한 게 아니라 돈이다.”
조나단이 솥을 저었다.
“물은 다음 솥을 끓인다. 장작은 불을 잇는다. 줄 지키는 놈은 싸움을 줄인다. 식권 조각은 마몬 장부에 구멍을 낸다. 버리는 놈에게 돈을 받고, 먹는 놈에게 한 모금 값을 받는다. 이 정도도 못 알아보면 장사하지 마.”
그 말은 누구에게 한 말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오스카에게도, 가름에게도, 구경하던 상인들에게도 꽂혔다.
푸줏간 주인이 먼저 움직였다. 그는 피 묻은 앞치마를 만지작거리며 조나단 곁으로 다가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폐기물 수레 옆에서 값을 깎아달라 투덜거리던 얼굴이었다. 이제 그의 눈은 솥과 양피지 사이를 오갔다. 버리려면 돈이 나가고, 넘기면 뒤뜰이 깨끗해지고, 그 냄새가 다시 줄을 만든다. 복잡한 말이 필요 없었다. 방금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계산 대신 답을 냈다.
“여보시오. 아까 푸른 용 여관이랑 쓴 그 약속문 말이오. 우리 가게에도 뼈가 남소. 매일 남지. 치우는 값도 내고 있고.”
빵집 주인도 뒤따랐다.
“굳은 빵이랑 실패한 반죽이 많소. 마몬 수거꾼들은 무겁다고 더 받아 가는데, 당신은 얼마요?”
페니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양피지를 꺼내 흔들었다.
“두 분 다 줄 서세요! 폐기물 약속문은 선착순입니다! 냄새 약한 건 싸게, 무거운 건 무겁게, 밤중에 부르면 페니의 잠 깨운 값이 붙습니다!”
오스카의 얼굴이 묘해졌다. 방금 전까지 사기꾼이라고 의심하던 사람들이, 이제 같은 양피지를 달라고 다가오고 있었다. 자기 뒤뜰의 쓰레기 더미에서 냄새가 바뀌고, 그 냄새 앞에 줄이 생겼다. 돈을 내고 버리던 것이 다시 돈을 낳고 있었다.
가름은 마몬 인장이 박힌 손을 꽉 쥐었다. 그의 위협은 더 이상 뒤뜰을 채우지 못했다. 고블린들은 그의 고함보다 솥의 김을 보고 있었다. 상인들은 그의 조끼보다 페니의 양피지를 보고 있었다. 폐기물 더미는 아직 더러웠지만, 그 더러움 위에 하얀 줄이 그어졌고, 줄 끝에는 동전과 식권 조각과 장작이 쌓이기 시작했다.
“두고 봐라.”
가름이 이를 갈았다.
조나단은 국자를 내려놓지도 않고 답했다.
“봐. 배울 머리가 있으면.”
가름은 더 버티지 못했다. 그는 부하 하나의 어깨를 거칠게 밀치며 골목 밖으로 나갔다. 마몬 상회 지부 쪽으로 향하는 걸음이었다. 그의 등은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작아 보였다. 조롱하러 온 수거꾼이, 빼앗긴 장부 줄을 보고 달려가는 심부름꾼처럼 변해 있었다.
해가 기울 무렵, 마몬 상회 지부의 장부 담당자는 이상한 빈칸을 발견했다. 푸른 용 여관에서 매번 들어오던 폐기물 수거 줄이 비어 있었다. 그 옆에는 가름이 급히 적어 넣은 글씨가 삐뚤게 박혀 있었다.
푸른 용 여관, 외부 수거꾼에게 넘어감.
같은 시각 포만죽 배식대에서도 짧은 전갈이 올라왔다.
포만죽 줄이 흐트러짐. 고블린 몇이 옆 솥으로 빠짐. 국물 냄새 때문으로 보임.
장부 담당자는 두 줄을 번갈아 보았다. 하나는 버리는 돈이 새는 구멍이었다. 다른 하나는 먹이는 돈줄에 난 금이었다. 아직 이름도 붙지 않은 작은 국물 솥 하나가, 마몬 상회의 장부 양쪽 모두에 얼룩을 남기고 있었다.
그날 저녁, 마몬 상회 장부의 폐기물 수거 줄에 처음으로 빈칸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