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장 실사
“그럼 냄새부터 팔아야지.”
옆에 섰던 오크가 비웃음을 터뜨렸다. 코를 킁킁거리며 조나단을 내려다보는 눈에 경멸이 가득했다.
“냄새? 꼬맹이가 돌았나. 뭔 냄새를 팔겠다는 거냐?”
조나단은 대꾸 대신 몸을 돌렸다. 페니와 오크 둘을 데리고 향한 곳은 포만죽 배식소의 뒤편이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냄새는 공짜로 안 나온다.”
배식소 뒤편은 앞쪽의 질서정연함과 정반대의 풍경이었다. 거대한 솥을 씻어낸 물이 흘러나가는 배수로 주변은 질척한 어둠에 잠겨 있었다. 솥 바닥에 눌어붙었던 곡물 찌꺼기가 시커먼 덩어리가 되어 땅에 엉겨 붙었고, 그것을 긁어내다 부서진 탄 가루가 사방에 흩날렸다. 역한 시큼함과 함께 설명하기 힘든 단내가 코를 찔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폐액이 고인 웅덩이마다 날벌레가 새까맣게 들끓었다. 땅에는 몇 종류인지 알 수도 없는 수레바퀴 자국이 깊게 파여, 그 틈으로 끈적한 폐수가 천천히 흘렀다.
조나단은 배수로 가장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직접 손을 대는 대신, 근처에 굴러다니는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폐액을 젓기 시작했다. 검고 붉고 누런 것들이 뒤섞이며 덩어리가 떠올랐다. 온갖 음식물 쓰레기와 정체불명의 부유물이 뒤섞여 만들어낸 끈적한 액체. 그는 나뭇가지를 들어 올려 코앞까지 가져왔다.
“우욱.”
페니가 자기도 모르게 헛구역질을 했다. 오크들조차 인상을 찌푸렸다. 조나단은 미동도 없이 냄새를 확인하고는 나뭇가지를 던져버렸다.
“너무 섞였다. 상한 것과 안 상한 것,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심지어 쥐새끼 시체까지. 이건 못 쓴다. 위험하기만 하지.”
그의 목소리는 감정 없이 사실만을 나열했다. 그는 폐액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내는 ‘결과’를 보고 있었다. 이걸 무작정 태우거나 끓이면 어떤 끔찍한 독무가 피어오를지 눈에 선했다. 조나단은 망설임 없이 일어섰다. 다른 가능성을 찾아야 했다.
그가 발걸음을 옮기자 페니가 툴툴거리며 뒤를 따랐다.
“이건 진짜 너무하잖아요! 코 썩은 값, 구두 밑창 녹은 값, 장부 밖으로 끌려나온 값까지 전부 붙일 거예요. 이런 심부름값으론 안 돼요.”
“심부름값은 이미 주고 있다.”
“이런 데서 일하면 목숨값을 더 얹어줘야죠!”
페니가 악착같이 외쳤지만, 조나단은 못 들은 척 시장의 폐기물 수레 쪽으로 걸어갔다. 시장 한쪽 구석에는 상인들이 내다 버린 것들을 모아두는 큰 수레가 여러 대 놓여 있었다. 도시 외곽의 폐기장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모이는 곳이었다.
첫 번째 수레는 채소전에서 나온 것들이 가득했다. 누렇게 시든 배춧잎, 물러터진 토마토, 흙 묻은 감자 싹, 질겨서 아무도 안 먹는 줄기 따위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대부분은 썩어가는 과정에서 나는 흙냄새와 물비린내뿐이었다. 조나단은 잠시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태워봤자 별다른 향을 만들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그는 두 번째 수레로 이동했다. 여기는 좀 더 잡다했다. 빵집과 과일 가게, 심지어 향초 가게에서 나온 쓰레기까지 섞여 있었다. 조나단의 눈이 처음으로 미세하게 빛났다. 그는 오크들에게 명령했다.
“이거, 전부 땅에 쏟아.”
오크 둘이 투덜거리면서도 수레를 기울이자, 온갖 잡동사니가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딱딱하게 굳어 돌덩이 같은 빵 조각, 푸른 곰팡이가 핀 빵, 과일 가게에서 깎아 버린 사과 껍질과 상큼한 과일 껍질, 그리고 부서지거나 끝부분만 남아 쓸모없어진 향초 조각들이 뒤섞여 있었다.
조나단은 다시 쪼그려 앉아 분류를 시작했다. 그의 손은 망설임이 없었다. 곰팡이가 핀 빵은 전부 한쪽으로 던져버렸다. 독소는 위험하다. 먹기에는 너무 딱딱해도, 그냥 마르기만 한 빵 조각은 따로 모았다. 이건 수분을 날리면 훌륭한 땔감이 되면서, 곡물이 타는 고소한 향을 낼 수 있었다.
그는 향이 아직 남아있는 과일 껍질들을 골라냈다. 특히 상큼한 과일 껍질은 말리기만 해도 상쾌한 향을 뿜어낼 터였다. 향초 조각은 크기별로 구분했다. 녹여서 섞으면 그럴듯한 향 덩어리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버려진 쓰레기 더미는 ‘쓸모없는 것’과 ‘쓸모 있는 것’으로 나뉘었다.
페니는 처음엔 코를 막고 한 걸음 떨어져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저 더러운 걸 왜 만지나 싶었다. 조나단이 무슨 연금술사라도 되는 것 같았다. 버려진 것들 속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손길.
바로 그때였다. 한 상인이 작은 양동이를 들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폐기물 수레 중 하나에 양동이 안의 쓰레기를 버리려고 했다. 그러자 수레 옆을 지키던, 도시 소속의 감독관처럼 보이는 자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감독관은 아무 말 없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상인은 익숙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품에서 작은 동전 하나를 꺼내 감독관의 손에 올려주었다. 그러고 나서야 쓰레기를 버릴 수 있었다.
페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조나단 쪽을 돌아봤다. 그는 여전히 쓰레기 더미에 집중하고 있었다. 다시 상인과 감독관을 봤다. ‘버리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 ‘버릴 곳’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돈을 내고 있었다.
지금껏 페니의 상식 속에서 돈이란,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얻는’ 쪽이 ‘주는’ 쪽에게 지불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눈앞에서는 반대였다. 버리는 자가 돈을 낸다. 폐기물은 버리는 쪽에겐 골칫덩어리다. 그걸 치워주는 손이 곧 돈을 받는다.
페니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쩍했다. 그녀의 시선이 조나단이 열심히 분류하고 있는 ‘쓸모 있는 쓰레기’ 더미로 향했다.
‘만약 저걸… 돈을 받고 가져올 수 있다면?’
버리는 사람은 돈을 내고 골칫거리를 치운다. 가져가는 쪽은 동전까지 받고 재료를 얻는다. 페니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걸렸다. 처음으로, 그녀는 조나단이 하려는 일의 편린을 엿본 것 같았다. 버려진 냄새가 다시 솥 앞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눈앞의 쓰레기 더미가 동전 더미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시장의 소란이 한풀 꺾이자, 사람의 발길이 뜸한 후미진 공터에 악취가 고이기 시작했다. 코를 찌르는 시큼한 냄새의 근원지는 한쪽에 아무렇게나 쌓인 폐기물 더미였다. 조나단과 페니는 그로부터 조금 떨어진 그늘에 서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채소전의 주인이 끙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그는 들고 온 커다란 바구니를 폐기물 더미에 거칠게 엎었다. 시든 잎사귀와 무른 과일, 흙 묻은 뿌리채소의 끝동이 후드득 쏟아졌다.
“에이, 퉤! 이놈의 냄새는 정말이지.”
그는 바닥에 침을 뱉고는 주머니를 뒤적여 작은 동전 하나를 던졌다. 정해진 수거함도, 지키는 사람도 없었지만 그들만의 규칙인 듯했다. 동전은 폐기물 더미 앞의 낡은 나무 상자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페니가 수첩에 작게 적었다. ‘녹색 지붕 채소가게.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동전 한 닢.’
채소전 주인이 사라지자 조나단이 움직였다. 그는 폐기물 더미를 뒤적이지 않고, 방금 버려진 것들을 살폈다.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겉잎 몇 장을 집어 들고 냄새를 맡았다.
“이 잎은 오늘 밤 안으로 수프에 넣으면 괜찮아. 저 무른 토마토는 안 돼. 이미 단내가 아니라 시큼한 내가 나기 시작했어.”
그의 손끝이 몇 가지를 더 가리켰다. “저기 섞인 허브들은 따로 모으면 말려서 쓸 수 있다.”
페니는 그의 말을 빠르게 받아 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에는 그저 썩어가는 쓰레기였지만, 조나단의 눈에는 달랐다.
다음으로 온 것은 빵집 견습생이었다. 앳된 소년은 양손으로 커다란 자루를 들고 와 낑낑대며 버렸다. 딱딱하게 굳은 빵, 실수로 태운 검은 빵, 부풀어 오르지 못한 반죽 덩어리가 쏟아졌다. 소년도 코를 막으며 서둘러 동전 하나를 던지고는 도망치듯 사라졌다.
페니가 ‘큰 길가 빵집. 오후의 시작. 동전 한 닢.’이라고 적는 동안, 조나단은 빵 더미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는 빵을 하나 집어 들어 반으로 쪼갰다. 딱딱했지만 안쪽은 아직 괜찮았다. 다른 빵 조각에는 희끄무레한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조나단은 미련 없이 곰팡이 핀 빵을 멀리 던져버렸다.
그 모습을 공터 반대편 구석에서 지켜보던 고블린 몇몇이 수군거렸다.
“저걸 버린다고?”
“아직 먹을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인간들은 참 이상해.”
조나단은 그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쓸 만한 빵과 아닌 빵을 눈으로 가늠했다. 굳은 빵은 물에 불리거나 갈아서 쓸 수 있었다. 부패가 시작되지 않은 것만 건졌다. 그는 버릴 것을 정확하게 골라내어 발로 툭, 더러운 쪽으로 밀어냈다.
잠시 후, 향초 가게의 점원이 코를 손수건으로 가린 채 다가왔다. 그녀는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작은 상자를 내려놓았다. 그 안에는 형태가 망가진 초나 색이 잘못 섞인 밀랍 덩어리, 향이 거의 날아간 말린 꽃잎 같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점원 역시 동전 하나를 상자에 넣고는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페니는 ‘향초 가게. 오후의 찻시간. 동전 한 닢.’이라고 적고는 조나단에게 물었다. “저건…… 쓸모가 있을까요?”
“지금은 아니야.”
조나단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관심은 오직 당장 먹을 수 있는 것, 혹은 조금 손보면 먹을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는 일어서서 폐기물 더미 전체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각기 다른 가게에서, 각기 다른 시간에, 비슷한 값을 내고 버리고 가는 폐기물들. 그 흐름 속에서 어떤 규칙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멀리서부터 묵직한 수레바퀴가 자갈길을 굴러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익, 덜컹거리는 소음과 함께, 다른 모든 냄새를 압도하는 비릿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실려왔다.
피비린내였다. 조나단과 페니는 동시에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도축장과 여관의 수레가 올 시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육중한 바퀴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는 두 대였다. 한 대는 도축장에서, 다른 한 대는 여관에서 온 수레였다. 퀴퀴한 악취의 결이 달랐다. 하나는 피비린내와 살점이 상해가는 냄새, 다른 하나는 음식물 쓰레기가 시큼하게 발효되는 냄새였다.
수레꾼들은 익숙하게 배식소 뒤편의 늘 버리던 자리에 폐기물을 쏟아부었다. 이번에도 지키는 자가 나와 동전을 받았다. 페니는 놓치지 않고 다가가 수레꾼과 지키는 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양피지 위로 깃펜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도축장, 잡뼈와 내장 찌꺼기, 동화 두 닢.’ ‘푸른 용 여관, 주방 폐기물, 동화 한 닢 반.’
조나단은 새로운 쓰레기 더미로 말없이 다가갔다. 그는 먼저 도축장에서 온 것들을 살폈다. 잡뼈, 살을 발라내고 남은 기름막, 질긴 힘줄, 그리고 바닥에 흥건하게 고인 핏물이 주를 이뤘다. 그는 허리를 숙여 손가락으로 핏물을 살짝 찍었다. 색은 검붉었고, 이미 굳기 시작한 부분도 보였다.
“어이, 거기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요?”
근처에서 폐기물 일을 맡은 수거꾼 우두머리가 인상을 쓰며 다가왔다. 그는 조나단이 입은 말끔한 옷과 이 지저분한 장소의 차이를 노골적으로 경계했다.
조나단은 대꾸 없이 다른 폐기물 조각을 살폈다.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고, 손끝의 질감을 확인했다. 날벌레가 유독 많이 꼬이는 부분은 따로 기억해두었다. 버려진 시각과 얼마나 빨리 썩는지를 가늠하는 듯했다.
수거꾼 우두머리는 조나단의 무시에 화가 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여긴 당신 같은 양반이 구경 올 만한 곳이 아니오. 썩은 내에 정신이 나갔소? 그건 고블린도 안 먹는 쓰레기다.”
그 말에 조나단이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썩은 건 버린다. 버리기 전까지는 재료다. 네놈들이 구분을 못 하는 거지.”
조나단의 서늘한 목소리에 수거꾼 우두머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조나단은 더 이상 그에게 신경 쓰지 않고, 발뒤꿈치로 바닥에 금을 긋기 시작했다. 그는 다섯 개의 구역을 나누고 각각 표식을 새겼다. 지나가던 고블린 하나를 붙잡아 숯 조각을 뺏어 들고 글씨를 썼다.
버림, 냄새만, 끓임, 말림, 기름.
분류는 즉시 시작되었다. 그는 가장 먼저 색이 변하고 코를 찌르는 지린내가 나는 내장 찌꺼기를 버림 구역으로 걷어찼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동작이었다.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고블린들이 움찔하며 그 광경을 지켜봤다. 저 인간은 위험한 것을 가려내고 있다. 아무거나 주워 먹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 그 광경만으로도 경고가 됐다. 저 인간은 아무거나 먹이지 않는다.
다음으로 그는 아직 덜 상한 잡뼈와 힘줄 일부를 끓임 구역으로 옮겼다. 살점이 거의 붙어 있지 않았지만, 푹 고아내면 국물 맛을 낼 수 있을 터였다. 비교적 깨끗한 지방 덩어리들은 기름 구역에 놓였다. 이것들은 깨끗이 녹여 등잔 기름으로도 쓸 수 있을 터였다.
여관에서 온 수레의 내용물은 더 신중하게 골랐다. 묵어서 딱딱해진 빵 조각들은 말림 구역으로 향했다. 잘 말려 가루를 내면 다른 곡물과 섞어 양을 불리는 가루로 쓸 수 있다. 싱싱한 채소 꼭지나 껍질도 일부 끓임 구역에 추가했다. 하지만 정체 모를 접시 찌꺼기나 국물 찌꺼기들은 미련 없이 버림 구역에 던져졌다.
수거꾼 우두머리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혀를 찼다.
“미친놈. 쓰레기더미에서 보물이라도 찾는 줄 알겠네.”
페니는 다르게 보았다. 조나단이 나눈 더미 하나하나가 돈으로 보였다. 버려진 것들, 남들이 돈을 내면서까지 치워달라고 부탁하는 것들 속에서 동전이 생기고 있었다.
분류 작업이 일단락되자, 조나단은 땀도 닦지 않은 채 말했다.
“버리는 놈이 돈까지 낸다면, 냄새는 더 싸진다.”
쓰레기 분류장에서 흘러나오는 냄새의 결이 달라졌다. 썩어가는 폐기물의 역한 악취를 뚫고, 맵싸하면서도 고소한, 정체 모를 향이 피어올랐다. 그 낯선 냄새는 마치 위험한 불꽃처럼 빈민가의 고블린들을 끌어모았다. 그들은 거리를 둔 채, 말 없는 반원형으로 늘어서서 이쪽을 주시했다.
갈비뼈가 앙상한 어린 고블린은 부풀어 오른 제 배를 움켜쥔 채 입가에 침을 흘렸다. 하루치 삽질을 포기한 인부 고블린들은 연장에 몸을 기댄 채 의심과 굶주린 기대가 뒤섞인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늘 속에서는 병든 고블린 무리가 희미한 기침을 뱉어냈다. 새로운 냄새가 잠시나마 열에 뜬 정신을 맑게 해주는 듯했다. 모든 시선은 인간과, 그가 자신들의 오물로 쌓아 올린 정갈한 더미들에 고정되어 있었다.
침묵을 깬 것은 아이처럼 작지만 늙어 보이는 고블린 하나였다. 그는 굶주린 짐승처럼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그의 눈은 버림 표식이 붙은 더미에 박혀 있었다. 검고 푸른 곰팡이로 뒤덮인, 한때 빵이었을 무언가의 덩어리. 그에게는 진수성찬이었다. 더럽고 갈라진 손가락이 파들거리며 뻗어 나갔다.
손길은 허공에서 얼어붙었다. 손목을 잡힌 것이 아니었다. 눈앞에 난데없이 나타난 장화 때문이었다. 조나단은 소리 없이 움직여 그의 앞을 막아선 참이었다. 조나단은 고블린을 내려다보지 않았다. 그저 뻗어 나온 손을 차갑게 응시할 뿐이었다.
“그 손,” 감정 없는 목소리가 울렸다. “그걸 건드리면 팔부터 썩어 들어갈 거다. 그리고 천천히 죽겠지.”
조나단은 곰팡이 핀 빵 덩어리를 발로 툭 차서 진짜 폐기물 더미 깊숙이 밀어 넣었다. 고블린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다. 네 발로 허둥지둥 기어가 다시 무리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를 지켜보던 모두의 등을 따라 소름이 흘렀다.
조나단은 그들을 완전히 등지고 몸을 돌렸다. 페니에게 말하듯, 다른 더미들을 향해 손짓했다.
“하지만 이건 다르지.”
조나단은 향기로운 껍질 더미를 장화 끝으로 툭 쳤다.
“냄새만. 이걸 씹고 있으면, 향만으로도 배고픔을 속일 수 있을 거다. 사소한 위안이지.”
이어서 조나단은 뼈와 연골이 쌓인 더미를 가리켰다.
“끓임. 몇 시간이고 우려내면 묽은 국물이 나온다. 음식은 아니지만, 가장 약한 놈들이 쓰러지는 건 막아주겠지.”
페니는 더미가 아니라, 그의 말을 듣는 고블린들의 반응을 살폈다. 국물이라는 말에 그들의 눈에 스치는 희미한 이해와 갈망을, 그녀는 놓치지 않았다. 동전. 그리고 줄.
“그 국물을 공짜로 주면, 내일은 더 많은 걸 내놓으라고 폭동을 일으킬걸요.” 유리 조각처럼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한번 맛을 보여주면 절대 만족하지 못해요. 더 큰 문제를 만드는 셈이라고요.”
“아무것도 공짜로 주지 않아.” 조나단이 나직이 그녀의 말을 바로잡았다. “일해서 얻든가, 돈을 내게 할 거다. 저놈들도 살 수 있을 만큼 아주 작게 나눌 거니까.”
조나단은 구경하는 고블린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줄을 서게 되겠지.”
수거꾼 우두머리는 연극처럼 한숨을 쉬며 눈을 굴렸다. 이 말도 안 되는 짓에 얼마나 돈을 잃을지 셈하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지키는 자는 다르게 보았다. 소란을 줄로 세우고, 버려지는 것에 값을 매기는 방법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조나단을 단순한 손님이 아닌 사람으로 바라보았다.
페니는 그 변화에서 동전이 흐르는 길을 감지했다. 그녀는 포식자처럼 입꼬리를 가늘게 올리며 웃었다. 가방에서 티 하나 묻지 않은 양피지를 꺼냈다. 주변의 오물과 달리 새하얀 양피지 위로 잉크가 번졌다. 새 약속문을 적을 시간이었다.
페니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조나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이해했다. 돈을 받고 폐기물을 가져온다. 그 폐기물을 분류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든다. 앞뒤로 동전이 남는 길이었다.
“조나단 님의 말씀대로라면, 우린 이걸 아예 맡아도 되겠어요.”
페니는 신이 나서 자기가 들고 있던 양피지 뭉치 중 하나를 조나단의 눈앞에 펼쳐 보였다. 그것은 조나단이 폐기물을 분류하는 동안 그녀가 빠르게 작성한 문서 초안이었다. 조잡했지만 핵심은 또렷했다.
페니가 양피지 맨 위에 쓴 글자는 짧았다.
폐기물 수거 약속문.
버리는 쪽에는 가게 이름을 적는다.
가져가는 쪽에는 조나단과 페니의 이름을 적는다.
넘기는 물건은 그들이 돈을 내고 버리는 냄새 나는 물건들이다.
치우는 값은 냄새와 무게에 따라 그때그때 적는다.
가져간 뒤에는 가져가는 쪽이 삶든 말리든 태우든 마음대로 쓴다.
문구는 단순했다. 어려운 말 대신 버리는 쪽과 가져가는 쪽만 또렷이 갈랐다. 페니는 잉크도 마르지 않은 양피지를 활짝 펼쳐 조나단 앞에 내밀었다.
“자, 조나단. 냄새 나는 물건을 돈 받고 가져오는 약속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