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가 판 건 맛이 아니라 겁이야
여관의 낡은 문이 열리자, 아침의 소란이 잠시 멎었다. 기름 먹인 가죽장화를 신은 남자가 성큼 들어왔다. 원액 납품업자였다. 그는 두툼한 손으로 카운터를 탁 치며 여관 주인을 향해 턱을 까딱했다.
“주인장, 이번 달 물건이요. 10통. 늘 두던 창고에 내릴까?”
평소와 같은 거만함. 평소와 같은 자기 집 안방인 양 구는 태도. 하지만 여관 주인은 평소와 달랐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옆에 쌓인 동전 그릇을 곁눈질했다. 어제와 오늘 아침, 이 동전들은 원액 없이 벌어들인 돈이었다. 그 사실이 간신히 그의 허리를 펴게 만들었다.
“어… 그게, 일단 마차는 밖에 세워두고….”
우물쭈물하는 주인의 태도에 납품업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거래처가 갑자기 말을 더듬는 건 좋은 신호가 아니다. 그가 의심의 눈초리로 여관 내부를 훑는 순간, 주방 쪽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날아왔다.
“가져온 통부터 썩었어.”
조나단이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주방 입구에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납품업자가 아니라, 문밖에 세워둔 마차의 원액 통을 향해 있었다.
“마차 덮개는 반쯤 열려 있고, 통은 기울어져 있다. 저 상태로 반나절만 햇볕을 받아도 냄새가 돌기 시작하지.”
납품업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자기 일에 대한 모욕이었다.
“뭐, 뭐야, 이놈은? 주인장, 이 작자가 누구요? 어디서 굴러먹던 개뼈다귀인데 남의 물건에 대고…”
“당신 통에서 나는 냄새와 똑같은 냄새가 이 주방에서도 났어. 어제까지는.”
조나단이 말을 잘랐다. 그는 그제야 납품업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당신, 계약서 들고 왔나?”
“뭐? 계약? 당연하지! 매달 10통씩 받기로 한 계약 말이야! 안 받으면 위약금 세 배 물어야 하는 거, 잊었어?”
납품업자가 품에서 꼬깃꼬깃한 양피지 뭉치를 꺼내 보란 듯이 흔들었다. 그에게 계약서는 법이고, 위약금은 칼이었다.
그 순간, 조나단의 등 뒤에서 작은 환호성이 터졌다.
“계약서!”
페니였다. 그녀는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달려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깨끗한 새 양피지와 깃펜, 잉크병이 들려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린 축제를 맞이하는 아이 같았다.
“증거 보존 들어갑니다! 원본 대조 필사본 제작비, 청구 항목 추가!”
페니는 납품업자가 채 제지하기도 전에 계약서를 낚아채 카운터에 펼쳤다.
납품업자는 코웃음을 치며 마차로 향했다. 그는 짐칸에 실린 통 중 하나를 끙 소리와 함께 마룻바닥으로 굴렸다. 통이 굴러오며 쿵, 하고 멈추자 조나단이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는 통을 살피는 게 아니라, 부검하듯 훑었다.
“이거.”
조나단이 통의 입구를 막은 마개를 손가락으로 툭 건드렸다. 헐겁게 박힌 마개가 들썩였다. 이미 공기가 드나들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는 마개 주변에 말라붙은 검붉은 원액 자국을 손톱으로 긁어냈다. 가루가 되어 부서지는 자국은 이게 오래된 흔적임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거.”
그가 통을 살짝 기울였다. 밑바닥에서 끈적한 침전물이 천천히 한쪽으로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그는 통에 매달린 납품 기록표를 확인했다. 잉크가 번진 글씨는 출발 일자와 시간조차 제대로 명기하지 않았다.
“당신,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쓰레기를 떠넘기고 있어. 돈 받고.”
조나단의 말에 납품업자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놈이 진짜! 주인장, 저놈 안 치워? 계약서에 명시된 독점 공급 조항 못 봤어? 다른 데서 물건 들이는 순간 위약금이고, 우리 연합에 소문이라도 돌아봐. 이 여관에 누가 발이나 붙일 것 같아?”
협박이었다. 여관 주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카운터 위에 놓인 동전 그릇에 닿았다. 어제와 오늘 아침, 겁 없이 벌어들인 정당한 대가였다. 그 무게가 허리를 펴게 했다. 조나단이 일어서며 납품업자를 향해 말했다.
“그 연합이라는 게, 불량식품 유통업자 모임인가?”
***
조나단은 카운터 위에 냄비 두 개를 나란히 올렸다. 하나에는 납품업자가 샘플이라며 마지못해 따른 원액을, 다른 하나에는 어젯밤 자투리 재료로 만든 국물을 한 컵씩 부었다.
“자, 직접 봐.”
그는 같은 화력의 화덕에 냄비 두 개를 동시에 올렸다. 납품업자는 팔짱을 낀 채 코웃음을 쳤다.
“같잖은 짓을. 그딴 멀건 국물이 내 비법 원액이랑 비교가 될….”
납품업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냄새가 피어올랐다.
원액이 담긴 냄비에서는 역한 풀 비린내가 먼저 올라왔다. 물에 젖은 잡초를 억지로 끓이는 듯한 불쾌한 냄새였다. 곧이어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정체불명의 침전물이 뿌옇게 떠오르며 국물이 흙탕물처럼 탁해졌다. 조금 더 끓자 시큼하고 쓴맛 섞인 냄새가 주방 전체로 퍼졌다.
반면, 자투리 국물은 구수한 채소와 고기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끓을수록 국물은 더 진해졌고, 배고픈 사람의 위장을 자극하는 따뜻한 냄새를 만들어냈다.
마침 아침을 먹으러 온 모험가 하나가 코를 킁킁거렸다.
“어, 이쪽은 어제 먹던 그 국물이네. 속 편하고 좋았지. 근데 저건 무슨 냄새야? 음식물 쓰레기통이라도 엎었나?”
여관 주인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저 냄새를 참고 손님들에게 팔아왔다는 사실이 새삼 부끄러웠다.
조나단은 아무 말 없이 빵 한 조각을 각각의 국물에 담갔다 뺐다.
자투리 국물은 빵 표면에 진득하게 달라붙어 흘러내리지 않았다. 국물이 빵의 기공 사이로 스며들어, 한입 베어 물면 따끈한 국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원액은 달랐다. 멀건 액체처럼 빵을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빵은 거의 아무것도 흡수하지 못했다.
여관 주인의 머릿속에 지난 아침들이 스쳤다.
시큼한 냄새를 잡겠다고 원액을 더 끓이던 날. 국물 맛이 이상하다며 손님들이 숟가락을 내려놓던 날. 어쩔 수 없다고 중얼거리며 빈 테이블을 닦던 날.
그 기억들이 눈앞의 냄비 두 개와 나란히 놓였다.
카운터의 동전 그릇이 시야에 들어왔다. 원액 없이 받은 동전이었다. 손님들이 국물을 비우고 놓고 간 돈이었다.
조나단은 장부와 냄새를 번갈아 확인하더니, 짤막하게 결론 내렸다.
“장부의 폐기량과 주방의 악취가 딱 맞아. 정직한 쓰레기지.”
“이쪽이 더 배부르겠는데.”
모험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는 주저 없이 자투리 국물 쪽을 가리켰다.
“주인장, 난 이걸로 줘. 저건 영….”
다른 손님들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몇몇은 아예 코를 막고 인상을 찌푸렸다. 납품업자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이, 이건 사기야! 내 영업을 방해하려는 수작이라고!”
“사기?”
조나단이 처음으로 납품업자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이걸 국물이라고 팔았으면 사기보다 요리 모독이 먼저야.”
그는 원액이 담긴 냄비를 바닥에 부어버렸다. 탁한 액체와 함께 가라앉아 있던 끈적한 찌꺼기가 여관의 낡은 나무 바닥에 흉측하게 드러났다.
“네가 판 건 맛이 아니라 겁이야. 이거라도 없으면 장사를 못 할 거라는 겁.”
***
“찾았습니다!”
페니가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납품업자의 계약서를 조심스럽게 펼쳐놓고, 특정 조항을 손가락으로 콕 찍었다.
“제7조 2항! ‘공급자는 일관된 품질의 원액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일관되게 나쁜 품질이었으니, 이건 명백한 계약 위반입니다!”
납품업자가 버럭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품질은 늘 똑같았어!”
“네, 똑같이 썩었죠.”
페니가 생긋 웃으며 받아쳤다.
조나단은 그 옆에서 지난 석 달 치 장부를 카운터에 펼쳐 보였다. 주인이 어젯밤 그에게 전부 넘긴 것이었다. 페이지마다 원가와 매출, 그리고 폐기된 원액의 양이 빽빽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장부상으로 지난 세 달간 원액 폐기율이 30%를 넘었다. 통을 열었을 때 이미 시큼한 냄새가 나서 버린 게 그 정도라는 뜻이야. ‘일관된 품질’이라는 게 통의 3분의 1은 버리는 품질을 뜻하는 건가?”
조나단은 특정 날짜들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원액 도착 지연’이라 적힌 날이었다.
“납품이 늦어진 날에는 장작 소비량이 두 배로 늘었다. 냄새를 잡으려고 억지로 더 끓인 거지. 그런데 그날따라 손님들 코멘트란에 ‘국물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불평이 더 많아. 돈은 돈대로 쓰고 욕은 욕대로 먹은 셈이야.”
마침 국물을 먹던 손님 하나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쩐지. 보름 전에 왔을 땐 국물에서 시큼한 맛이 나서 옆집 ‘붉은 멧돼지’ 여관으로 갔었지. 거긴 멀건 맹물이지만 최소한 상한 맛은 안 나니까.”
그 말에 납품업자의 어깨가 움찔했다. 페니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깃펜을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미사에 참여한 사제처럼 경건했다.
“인근 경쟁 업체로의 고객 이탈로 인한 평판 하락 손해, 청구. 과다한 장작 사용으로 인한 운영비 증가분, 청구. 고객 불만 응대에 소모된 감정 노동 비용, 청구!”
“그, 그건 보관을 잘못한 네놈들 책임이고!”
“제8조 4항!”
페니의 목소리가 한 톤 더 높아졌다. 마치 신나는 노래의 후렴구를 부르는 것 같았다.
“‘여관은 공급받은 원액 외의 재료를 국물 요리의 주재료로 사용할 수 없다.’ 이 독소 조항 때문에 다른 시도를 못 했으니, 방금 저 비교 시연으로 증명된 기회비용 손실은 전부 공급자 책임입니다! 비교 시연비, 청구! 컨설팅 비용, 청구!”
“이 악마 같은 년이…!”
납품업자가 페니에게 손을 뻗으려는 순간, 여관 주인이 그 앞을 막아섰다. 평생 누군가의 앞에서 큰 소리 한번 내본 적 없던, 구부정한 등과 핏기 없는 얼굴의 사내가.
“오늘은… 오늘은 그 물건, 받지 않겠소.”
주인은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더 이상 납품업자를 피하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이 카운터 위 동전 그릇을 스쳤다. 방금 받은 동전들이 따뜻했다. 그는 그 온기를 쥐고 납품업자 앞에 섰다.
***
밖의 소란은 아랑곳없이, 주방 안은 분주하게 돌아갔다.
“국물 한 그릇 더!”
손님의 외침에 토미가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그는 바닥의 분필 선 안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였다. 뜨거운 냄비에서 국자를 들어 올리고, 정량 그릇에 정확히 한 그릇을 담아냈다. 그의 옆에서 여관 주인의 아내가 갓 구운 빵을 건넸다.
카운터에서는 여관 주인이 동전을 받았다. 손님들은 이미 원액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 새로 나온 따끈한 국물을 받아들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들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떠올랐다.
납품업자는 이 광경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봤다. 그가 카운터를 치고 소리를 질러도 그릇은 계속 나갔다. 동전은 계속 쌓였다. 손님들은 원액 통이 아니라 솥 앞에 줄을 섰다.
“이, 이놈들! 남의 가게에서 뭐 하는 짓이야! 당장 그만두지 못해!”
그가 손님들을 향해 소리치려 하자, 조나단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네 가게가 아니야. 그리고 저들은 손님이고.”
하지만 토미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조나단이 바닥에 그어준 분필 선 안에서, 마치 세상에 자기와 국물 냄비만 남은 것처럼 움직였다. 조나단은 그런 토미의 동선을 잠시 지켜보더니, 바닥의 분필 선 하나를 발로 슥 지워 길을 수정했다. 국자를 든 토미가 그릇을 내어주는 동선이 반 보 짧아졌다. 그는 손 씻는 물통을 뒤쪽으로 보내고, 빈 그릇을 쌓아두는 위치를 주방 입구 옆으로 바꿨다. 아주 작은 차이였지만, 그만큼 병목이 사라졌다. 분주한 움직임 속에 효율이 더해졌다.
손님들은 이제 노골적으로 납품업자를 쳐다봤다. 아침 식사를 방해하는 불청객을 향한 짜증 섞인 시선이었다. 몇몇은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저 사람은 뭔데 아침부터 와서 소란이야?”
“새 국물 맛 좋은데, 괜히 와서 트집이네.”
여관 주인은 묵묵히 돈을 받았다. 짤랑, 하고 동전이 그릇에 떨어지는 소리가 날 때마다 어깨가 조금씩 펴졌다. 손님들이 국물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운 그릇을 내놓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졌다. 자신이 진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조나단이 납품업자를 향해 툭 던졌다.
“시끄럽게 떠들 시간에 네가 버린 고객 숫자나 세어보지 그래. 물론, 손가락이 모자라겠지만.”
그 사이에도 새 동전이 그릇에 떨어졌다.
납품업자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입술을 씹었다. 손님 앞에서 장사를 막는 공급업자라는 꼴만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
페니는 카운터 구석에서 즉석으로 임시 합의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상호 품질에 대한 이의가 해소되기 전까지 금월분 납품을 보류한다.’
그녀의 깃펜이 양피지 위를 사각거리며 나아갔다.
“누가 이런 종이 쪼가리에 서명할 줄 알고!”
납품업자는 버텼다.
하지만 그의 등 뒤에서 손님들의 수군거림이 밀려왔다.
“저 냄새 나는 걸 계속 팔았다는 거 아냐.”
그의 시선이 카운터 위의 비교 시연 냄비와 조나단이 펼쳐놓은 장부에 닿았다. 페니가 외친 ‘일관된 품질’ 조항도 아직 카운터 위에 남아 있었다.
조나단이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서명하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불량 원액 강매 미수로 경비대에 넘기지. 본사 변호사와 경비대장, 누구와 먼저 대화하고 싶지?”
결국 납품업자는 떨리는 손으로 펜을 잡았다. 그는 자기 이름을 휘갈겨 쓴 뒤, 펜을 던지듯 내려놓았다.
여관 주인은 그 옆 증인란에 자기 이름을 적었다. 손은 가늘게 떨렸지만, 글자는 끝까지 끊기지 않았다.
납품업자는 결국 10통의 원액을 마차에 실은 채 물러서야 했다. 물론 완전히 계약을 파기한 것은 아니었다.
“본사에 가서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겠다! 위약금은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는 엄포를 놓고 떠났지만, ‘품질 재검토 전까지 금월 납품은 보류한다’는 임시 합의서에 서명한 뒤였다. 그의 등 뒤에서 페니가 신나게 청구서를 작성했다.
“계약 검토 수수료, 불량 원액 비교 시연비, 강매 중지 성공보수, 증거 보존 필사본 제작비… 아, 행복해! 조나단 님, 오늘 저녁은 고기예요!”
여관 주인은 자신의 손으로 수년간 자신을 짓눌러온 납품업자를 돌려보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멍하니 문 쪽을 바라봤다.
조나단은 그에게 양피지 한 장을 툭 던졌다.
“이대로만 해.”
양피지에는 `아침 국물 표준 작업서`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자투리 재료 분류법, 국물을 끓이는 시간과 온도, 1인분 정량, 배식 동선, 동전을 받는 위치와 그릇을 치우는 순서가 줄마다 적혀 있었다.
토미가 그 양피지를 들여다보며 입술로 순서를 따라 읽었다. 여관 주인은 처음으로 장부가 아니라 작업서를 손에 쥐었다.
작업서 맨 아래에는 작은 칸도 있었다. `오늘 판매 그릇 수`, `버린 재료`, `남은 빵`, `손님 불만`. 여관 주인은 그 칸들을 보며 숨을 삼켰다. 그동안 그는 하루가 망하면 운이 나빴다고 넘겼다. 이제는 무엇이 망했는지 적어야 했다. 조나단은 그 빈칸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안 적으면 또 당한다. 멍청한 장사는 기억을 못 해. 오늘부터 적어.”
여관 주인은 작업서를 든 채 조나단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 처음으로 경외감이 어렸다.
“조나단 씨… 그럼, 다음은….”
조나단이 카운터에 놓인 딱딱한 빵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반으로 쪼갰다.
“아침은 국물과 빵. 점심은 뭘 팔아야 할까.”
그의 말은 질문이 아니었다. 여관의 다음 단계를 선언하는 통보였다. 원액 공급망과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