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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고객은 없다 일러스트

버려진 고객은 없다

“장부.”

조나단의 말에 오크 하청상의 입가가 비틀렸다. 지배인이라 불린 오크는 코웃음을 치며 되물었다.

“웬 놈이 와서 장부를 내놓으라 마라야?”

우락부락한 팔뚝이 조나단의 앞을 막아섰다. 포만죽을 젓던 국자에서 끈적한 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오크의 뒤로, 길게 늘어선 고블린들의 줄이 미세하게 술렁였다. 그들은 조나단과 오크를 번갈아 쳐다보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오크가 다시 한번 으르렁거렸다.

“여긴 마몬 길드 직영 구역이다. 외부인은 썩 꺼져.”

그때였다. 조나단의 뒤에 얌전히 서 있던 페니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방긋 웃으며 양피지 뭉치를 오크의 코앞에 펼쳐 보였다.

“외부인 아니고요. 본사에서 파견 나온 공식 가맹점주인데요.”

양피지 위에는 지옥의 상징이 새겨진 인장과 함께, ‘마몬 길드 연대 보증’이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거기에 전날 받은 고블린 구역 사업권 문서까지 겹치자, 오크의 표정이 싹 굳었다. 지옥 본사에서 바로 내려온 종이라는 뜻이었다.

“마몬 님의… 보증?”

“네. 이 구역 장부를 열어 볼 권한까지 같이 받았어요. 안 보여 주면, 마몬 이름 걸고 받은 밥줄부터 흔들리겠죠?”

페니는 상냥한 목소리로 계약서의 가장 무서운 조항을 읊었다. 오크의 이마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그는 조나단과 페니, 그리고 마몬의 인장을 번갈아 보다가 마지못해 배식소 뒤편의 궤짝으로 손을 뻗었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름때와 손때로 번들거리는 두꺼운 가죽 장부가 탁자 위에 던져졌다.

“……보면 뭘 안다고.”

오크는 투덜거리며 자리를 비켜섰다. 조나단은 그 어떤 분노나 연설도 없이, 그저 묵묵히 장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이 가장자리가 닳아빠진 가죽 표지를 천천히 쓸었다. 분노보다 먼저, 이 장부가 얼마나 많은 손을 탔고, 얼마나 많은 계산을 담고 있는지 가늠하려는 듯했다.

조나단은 장부를 펼쳤다. 안쪽은 바깥보다 더 심했다. 페이지마다 고블린들의 이름으로 보이는 기호 옆에, 잉크와 피와 정체 모를 액체로 찍힌 도장들이 빼곡했다.

도장 하나가 식권 한 장, 즉 포만죽 한 그릇이었다. 대부분의 이름 옆에는 도장 너머로 ‘노동 담보: 반나절’, ‘은조각 셋 담보’ 같은 글자들이 작게 적혀 있었다. 어떤 페이지는 아예 ‘외상 장부’라고 이름 붙어, 빚이 갚일 때까지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표식까지 달려 있었다.

조나단은 장부의 각 페이지를 조용히 넘겼다. 식권 도장 옆에는 더 지저분한 기록들이 눌어붙어 있었다.

장부의 각 열 맨 위에는 이름 대신 고블린을 특정하는 조악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귀 한쪽이 떨어져 나간 녀석, 유난히 코가 큰 녀석, 왼쪽 손목에 늘 밧줄을 감고 다니는 녀석. 각인을 찍듯 새겨둔 그 표식들은 한눈에 봐도 누굴 가리키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아래로 도장이 빼곡했다. 하지만 하루에 한 번이 아니었다. 아침을 상징하는 해 뜨는 그림, 점심을 뜻하는 정오의 그림, 저녁을 의미하는 해 지는 그림 옆에 각각 도장이 찍혀 있었다. 한 고블린이 하루 세 번씩 꼬박꼬박 식사를 타갔다는 뜻이다. 죽을 퍼준 시각과 되받아 갈 빚을 묶어 둔 기록이었다. 식사 간격까지 훤히 보였다.

조나단은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이번에는 도장 대신 다른 것이 적혀 있었다.

[톱니귀: 구리 동전 한 닢]

[외팔이: 수레 끌기 한 시간]

[애꾸눈: 깨진 식권 조각(반의반 장)으로 대체]

모든 것에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 오크 주방장은 고블린들에게 공짜로 밥을 퍼주며 선심 쓰는 척했지만, 손해 보는 칸은 한 줄도 남기지 않았다. 그 가격표가 동전 대신 시간과 몸으로 적혀 있을 뿐이었다.

‘쪼개진 가격이구나.’

조나단은 알아챘다. 오크는 돈 없는 고블린들에게서도 받아낼 방법을 찾아냈다. 노동력, 자투리 동전, 심지어 이전에 지급했던 식권 조각까지. 그는 죽 한 그릇값을 어떻게든 긁어냈다. 집요하고 기괴할 정도로 철저했다.

장부 곳곳에서 고블린을 향한 경멸이 뚝뚝 묻어났다. 그들을 이름 대신 흠집이나 신체 특징으로 기록한 것부터가 그랬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 끼 식사를 위해 그들이 긁어모아 온 모든 것을 악착같이 기록하고 있었다. 그게 오크 주방장의 방식이었다.

고블린들은 그냥 불쌍한 빈민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값을 치르는 손님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하찮아 보여도, 이 구역에선 그 조각들이 밥값으로 통했다. 오크는 그 사실을 알고도 한 그릇짜리 빚문서로만 묶어 두었다.

페니가 조나단의 어깨너머로 장부를 들여다보며 속삭였다.

“살벌해요. 식권 하나에 반나절 노동이라니, 거의 노예 계약인데요?”

“아니.”

조나단이 짧게 반박했다. 그의 시선은 ‘반나절’이라는 글자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그는 그보다 더 작은 단위들을 보고 있었다.

‘벽돌 나르기 30분.’

‘수레 끌기 한 시간.’

‘구리 동전 두 닢.’

‘깨진 식권 조각 반 개.’

장부는 비어 있지 않았다. 값이 너무 잘게 쪼개져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한 그릇 값을 통째로 못 낸 자들이 한 숟가락 값을 시간, 등가죽, 마지막 동전 조각으로 떼어 내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오크 하청상이 비웃음을 터뜨렸다.

“거 보라고. 돈 없는 것들이 무슨 고객이야. 그냥 하루하루 목숨만 붙여주는 거지.”

조나단은 장부에서 눈을 떼고 오크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돈 없는 고객이 아니라, 네놈들이 계산 못 하는 고객이다.”

“뭐, 뭐라고?”

“한 번에 한 그릇 값을 낼 현금이 없을 뿐이야. 이들은 매일, 어떻게든 값을 치르고 있어. 네놈들이 그걸 한 번에 받아낼 그릇이 안 될 뿐이고.”

조나단의 말에 오크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마몬의 인장 앞에서 차마 주먹을 날리지는 못했다. 조나단은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고 다시 줄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 골목은 아직 아무도 제대로 세어 보지 않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조나단은 배식대 앞에서 죽을 받아가는 고블린들의 뒷모습을 좇았다. 그들은 허겁지겁 그릇을 비웠지만, 그 표정에는 만족감보다 초조함이 더 짙게 배어 있었다. 포만죽이라는 이름과 달리, 그 효과는 길지 않은 듯했다.

한 어린 고블린이 그릇 바닥까지 싹싹 핥아 먹고 일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배식소에서 피어오르는 멀건 단내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콧구멍이 벌름거렸다. 하지만 아이는 이내 자신의 손에 찍힌,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노동 담보 표식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다음 끼니를 위한 빚이 벌써 쌓여 있었다. 아이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다시 어두운 골목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세상에, 배고파지는 틈이 너무 짧아요.”

페니가 놀란 듯 중얼거리며 장부 한쪽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방금 먹었는데 또 배고파하는 거 보세요. 저건 죽이 아니라 그냥 배만 잠깐 부푸는 물풀이잖아요. 어머, 조나단. 냄새 감정료랑 코 썩은 값은 따로 붙여야겠어요.”

페니의 청구 농담에도 조나단은 대꾸 없이 고블린들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포만죽의 진짜 약점은 역한 맛만이 아니었다. 먹어도 먹어도 금방 돌아오는 허기, 그리고 그 허기를 자극하는 저급한 단내의 무한 반복. 그게 이 골목을 굴리는 방식이었다.

그때, 조나단이 품 안에서 작은 유리병을 하나 꺼냈다. 초보자 마을 여관에서 쓰던 지방 향미유였다. 그는 병뚜껑을 살짝 열어, 손가락 끝에 아주 극소량의 기름을 묻혔다. 그리고는 배식소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향해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치이익- 하는 소리는 없었다. 하지만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 속을 긁어 깨우는 향이 포만죽의 밍밍하고 역한 단내를 비집고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그 순간, 줄이 먼저 반응했다.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던 고블린들의 줄이 처음으로 흐트러졌다. 수십 개의 고개가 일제히 조나단이 있는 쪽을 향해 돌아갔다. 그들의 눈은 더 이상 죽 그릇을 향하지 않았다. 콧구멍은 경련하듯 벌름거렸고, 몇몇은 저도 모르게 줄에서 한두 걸음 벗어나기까지 했다. 본능이 이끄는 움직임이었다.

포만죽의 밋밋하고 달콤한 내음 위로 칼날처럼 날카로운 향이 겹쳐졌다. 진한 육즙을 머금은 고기를 바싹하게 구워낼 때 피어오르는, 허기를 바로 찌르는 고소한 향기였다. 바람을 타고 퍼져나간 향 한 방울이 고블린들의 식사 시간에 급제동을 걸었다.

쩝쩝거리던 소리가 멎었다. 질척한 죽을 삼키던 목구멍들이 일제히 멈칫했다. 낡은 식권을 접어 주머니에 넣으려던 손가락, 빈 그릇을 겹쳐 들고 일어서려던 발, 다음 배식을 기다리며 무심하게 늘어섰던 줄이 동시에 굳어졌다. 수백 개의 푸른 코가 벌름거렸다. 수백 쌍의 노란 눈이 소리 없이 한곳을 향했다. 조나단이 서 있는 쪽이었다.

그들의 익숙한 세계를 침범한 낯선 냄새의 근원을 찾으려는 듯, 고요한 탐색의 물결이 광장을 훑었다. 맨 앞줄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어린 고블린 하나가 들고 있던 나무 수저를 떨어뜨렸다. 쨍, 하는 소리 대신 흙바닥에 툭, 하고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녀석은 그 소리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저 홀린 듯이 코를 킁킁거리며 마른침을 꿀꺽 삼킬 뿐이었다. 텅 빈 눈에 아주 잠시, 이해할 수 없는 생기가 스쳤다.

배식 줄 뒤편, 그늘진 벽에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던 병든 고블린의 앙상한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늘 축 늘어져 있던 고개가 힘겹게 들렸다. 감염된 상처에서 풍기는 역한 악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살아 있는 것의 냄새. 오래전 마지막으로 맡았던 그 감각이 꺼져가던 의식을 붙잡았다. 녀석은 냄새가 불어오는 쪽으로 한 발짝이라도 다가서려는 듯, 바싹 마른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러나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은 부들부들 떨리기만 할 뿐, 상체를 일으키지 못했다.

식사를 마치고 수레에 짐을 싣던 고블린은 반응이 달랐다. 그는 킁, 하고 코를 한 번 울렸을 뿐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대신 무거운 자루를 어깨에 들쳐메던 동작이 순간 멈췄다. 단단하게 뭉쳐진 등 근육이 꿈틀거렸다. 매일같이 수레를 끌며 단단해진 몸이었다. 포만죽 따위로는 채워지지 않는 깊은 허기를 등에 매달고 사는 몸이었다. 그는 새로운 냄새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환상이 아님을 확인하려는 듯,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 짧은 순간, 그의 눈빛은 허기보다 짙은 경계심과 체념으로 물들어 있었다. ‘우리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어린 놈은 먼저 코를 들었다. 병든 놈은 몸을 일으키려 했다. 일하던 놈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조나단은 그 차이를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냄새 한 방울이 줄의 결을 갈라놓았다.

조나단의 옆에 서 있던 페니가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녀는 코를 찡긋거리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냄새 감정료 따로 청구할 거예요. 제 코가 썩은 값에, 장부 뒤진 수고비까지 얹어서.”

농담이었지만, 조나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광장에 고정되어 있었다. 한 방울의 향이 만들어낸 정적. 그러나 그 고요함은 폭풍전야처럼 위태로웠다. 눌려 있던 허기가 광장 바닥 밑에서 꿈틀거렸다.

“이, 이 냄새는 뭐냐!”

오크 하청상이 소리쳤다. 그는 그 낯선 냄새가 자기 밥줄을 흔든다는 걸 직감했다.

“어딜 봐! 그건 네놈들 먹을 게 아니야! 돈도 없는 것들이 냄새는 맡아서 뭐 하게!”

오크의 고함에 고블린들은 움찔하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들의 눈동자에 떠오른 갈망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맛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다른 그릇 앞에 서 본 적이 적었을 뿐이다.

고블린들의 줄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들은 이전보다 더 깊이 고개를 숙이고, 더 빠르게 죽 그릇을 받아들고 흩어졌다. 하지만 그들의 발걸음에는 아까와는 다른 미련이 묻어 있었다.

한 늙은 고블린이 조나단 쪽을 흘끗 돌아보며 옆의 동료에게 속삭였다.

“……우리 것이 아니다.”

고블린들은 물러나면서도 무언가를 만지작거렸다. 누군가는 윤기 다 빠진 동전 한 닢을, 누군가는 어디선가 굴러다니던 식권 조각을, 또 다른 이는 텅 빈 그릇의 가장자리를 매만졌다. 그들의 전 재산이었다. 그걸로는 저 굉장한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살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체념한 발걸음이 이어졌지만, 몇몇 어린 고블린들은 차마 떠나지 못하고 코만 킁킁거렸다. 한 그릇은 고사하고, 저 냄새를 한 번 더 깊게 들이마시는 데 얼마가 필요할지조차 상상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조나단은 그 모든 것을 빠짐없이 눈에 담았다. 저들이 만지는 동전, 저들이 내쉬는 아쉬움의 한숨, 허공을 붙잡으려는 듯한 필사적인 코의 움직임까지. 문제는 ‘한 그릇’의 가격이 아니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릇이 아니었다.

‘한 숟가락. 아니, 한 모금이라도.’

그의 눈이 빠르게 계산을 시작했다. 국물 한 국자, 건더기 한 줌. 저들이 가진 것으로도 살 수 있을 만큼 작게. 많이 팔려면, 먼저 살 수 있게 잘라야 했다. 값을 내리는 게 아니라, 쥘 수 있는 크기로 쪼개야 했다. 한 그릇의 포만감 이전에, 한 모금의 냄새를 팔아야 했다.

솥 앞에 멈춰 선 고블린 하나가 너덜너덜한 식권 조각을 폈다. 놈은 제 손에 들린 종잇조각과 김이 오르는 포만죽 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애처로운 눈빛이었다. 그 옆의 다른 고블린은 손톱으로 구리 동전 한 닢을 튕겼다. 땡, 하는 소리가 나자마자 얼른 다시 붙잡았다. 저들에겐 저것이 전 재산이리라.

조나단은 그 손끝을 보았다. 저들은 구경만 하는 게 아니었다. 살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를 가늠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한 그릇은커녕 반 그릇도 엄두를 못 내는 손님들.

‘한 모금의 국물이라도. 아니, 한 숟가락의 건더기라도 좋다.’

그들에게는 지금 당장 위장을 채울 한 줌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온전한 식사가 아니라, 다음 식사 전까지 버틸 최소한의 열량. 그것이 조나단이 팔아야 할 것이었다.

그때였다. 조나단의 옆에 선 페니가 나지막이 웃었다. 그녀의 코가 벌름거렸다. 돈 냄새, 그것도 아주 자잘한 동전들이 수없이 모여 산을 이루는 그런 종류의 냄새를 맡은 것이다.

“푼돈 냄새.”

페니가 짧게 속삭였다. 조나단의 눈이 번뜩였다. 정답이었다.

그 말은 체념이었다. 조나단은 그 끝에 남은 손을 보았다. 저 냄새가 자기 몫이 될 수만 있다면, 저 코와 저 손은 이미 값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만 그 값이 지금의 포만죽처럼 한 그릇 단위가 아닐 뿐이다.

조나단은 확신했다. 처음부터 한 그릇을 팔아서는 안 된다. 처음 팔아야 할 것은 한 끼가 아니었다. 한 모금, 한 숟가락, 한 줌이었다.

“찾았다.”

조나단이 나지막이 말했다. 페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네? 뭘요? 아, 이 냄새에 고개 돌린 코들요? 맞아요! 이건 냄새 감정료에 장부 뒤진 수고비까지 얹어서 본사에 청구를….”

페니가 신나서 청구서 항목을 읊기 시작했지만, 조나단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장부, 줄의 길이, 고블린들의 걸음걸이, 그리고 방금 전 냄새에 대한 반응. 조각들이 장부 한 줄처럼 맞물렸다.

오크 하청상은 그 모습을 보며 여전히 비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흥, 뭘 안다고. 저놈들은 그냥 돈이 없어. 아무리 좋은 냄새를 풍겨봐야 그림의 떡일 뿐이다.”

조나단은 그 말을 듣고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는 흩어지는 고블린들의 행렬과, 그들의 손에 들린 깨진 동전 조각과, 공기 중에 희미하게 남은 지방의 냄새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리고 마침내, 계산을 끝낸 사람처럼 짧게 입을 열었다.

“그럼 냄새부터 팔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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