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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맛 테스트 일러스트

첫 맛 테스트

지옥 본사 제7사업부의 구내식당 주방은 주방이라기보다는 연금술사의 폐기물 처리장에 가까웠다.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유황 냄새가 코를 사납게 찔렀다. 바닥은 검게 그을려 미끄러웠고, 조리대 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시푸르딩딩한 찌꺼기들이 말라붙어 있었다.

조나단 강은 소매를 걷어붙였다. 주방 한가운데에 버티고 선 거대한 무쇠 솥에는 어제 끓이다가 만 유황 스튜 잔해가 식어서 굳어 있었다. 기름 막이 허옇게 굳은 그 표면 위로 초록색 기포가 간간이 솟아올랐다.

“충분해. 주방 꼴은 늘 이랬으니까.”

그의 목소리에는 실망도, 긴장도 없었다. 한국에서 수십 개의 망해가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돌며 주방을 갈아엎었던 시절에 비하면, 이 정도는 익숙한 난장판에 불과했다. 시궁창 같은 위생 상태와 대책 없는 식자재 관리. 망하는 주방의 공식은 지옥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딸각, 딸깍.”

조나단의 뒤에서 가볍고 경쾌한 쇳소리가 울렸다. 페니가 커다란 장부와 주판을 품에 안은 채 싱글벙글 웃으며 걸어왔다. 검은 꼬리가 양옆으로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자, 지부장님! 테스트 시작이에요! 제한 시간은 딱 30분. 예산은 0골드예요. 여기 있는 재료로 중급 악마 직원 50명을 먹이셔야 해요. 먹고 끝이면 탈락! 악마들이 제 손으로 골드를 꺼내서 ‘한 그릇 더’라고 외쳐야 통과예요!”

페니가 붉은 입술을 말아 올리며 눈을 반짝였다.

“만약 이 가혹한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고 실패하신다면?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지부장님의 영혼은 저희 제7사업부에 영구 압류됩니다. 남은 위약금은 지옥 주방에서 평생 뼈 빠지게 설거지만 하며 갚으셔야 해요. 활기찬 지옥 노동의 시작이죠!”

조나단은 페니의 무시무시한 경고를 가볍게 무시했다. 그는 조리대 위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재료들을 하나씩 뜯어보았다.

먼저 검은 포만죽 멀티 팩. 끈적끈적한 전분 덩어리로 만든 대체 식량이다. 냄새를 맡아보니 젖은 종이상자를 오래 처박아 둔 듯한 텁텁한 냄새가 났다. 악마들이 배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쑤셔 넣는 가장 값싼 탄수화물 베이스였다.

그 옆에는 죄인의 뼈로 만든 호밀빵이 있었다. 수분이 전부 날아가 돌덩이처럼 단단했다. 손으로 두드려보니 탁탁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던지면 무기가 될 수준이었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냉동 고기 덩어리. 성에가 하얗게 껴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누렇게 변색된 비계 비율이 너무 높았다. 겉면에 낀 성에 탓에 쾌쾌한 냉동고 냄새가 진동했다. 조미료라고는 굵은 암석 소금 한 줌과 입 안이 아릿할 정도로 쓴맛이 나는 정체불명의 마른 잡초가 전부였다.

식당 홀에는 벌써 하급과 중급 악마 직원 수십 명이 웅성거리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늘도 포만죽인가. 퉤, 차라리 사흘 굶고 말지.”

“귀찮아서 대충 끓인 스튜는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아파. 폭식의 사업부라면서 먹을 건 마몬네 구멍가게보다 못해.”

그들의 투덜거림이 주방 안까지 새어 들어왔다. 악마들에게 구내식당 음식은 맛을 보는 물건이 아니라, 움직이기 위해 억지로 집어넣는 연료에 가까웠다.

조나단은 무쇠 솥에 숟가락을 집어넣어 굳어 있던 찬 유황 스튜를 조금 떠서 입에 넣었다. 시큼하고 매스꺼운 유황 냄새가 혀끝에 들러붙더니 속까지 뒤집었다. 역한 고기 누린내와 유황 특유의 달걀 썩는 듯한 악취가 뒤엉켜 있었다.

조나단이 차갑게 진단했다.

“맛은 포기하고 대충 만든 냄새군.”

지옥이니까 맛이 없어야 한다는 게으른 생각. 배를 불려야 하니까 대충 전분을 뭉쳐 던져준다는 무책임한 공급자 마인드.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스튜였다.

그는 여러 요리를 난잡하게 펼쳐놓을 생각이 없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악마들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가장 본능적인 후각과 미각을 찌르는 단 한 가지 메뉴에 힘을 실어야 했다.

조나단이 목표를 정했다.

“유황 스튜 하나만 제대로 고친다. 나머지는 들러리다.”

그가 불을 지폈다. 거친 지옥의 푸른 불꽃이 솥 밑바닥을 달구기 시작했다.

조나단은 재료들을 하나씩 집어 들었다.

유황 스튜 잔해는 악취가 먼저 튀었다. 코를 때리는 냄새와 달리 국물 밑에는 고기 기름이 남아 있었다. 버릴 맛은 아니었다. 냄새를 날리고 기름막을 다시 세우면 팔 수 있었다.

검은 포만죽은 끈적했다. 숟가락에서 떨어지는 속도만 봐도 전분이 과했다. 맛은 죽었지만, 점도 조절제로는 쓸 수 있었다. 공짜로 굴러다니는 재료가 베이스 역할을 하면 원가는 내려간다.

호밀빵은 씹기 전에 이미 답이 나왔다. 손끝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손님에게 내면 쓰레기고, 부숴서 끓이면 육수와 식감 보강재가 된다.

피눈물 와인은 시큼한 냄새 뒤에 떫은 끝맛이 남았다. 소스로 쓰면 망한다. 잡내를 누르고 산미만 빼 쓰면 된다.

조나단은 손을 씻고 칼을 들었다.

“냄새가 센 것과 향이 있는 건 달라.”

그는 냉동 고기 덩어리에서 비계 부위를 빠르게 도려냈다. 시뻘건 지옥의 불길 위에 달궈진 팬에 비계를 던져넣자, 누런 기름이 끓어오르며 주방 안을 가득 채웠다. 고기 누린내가 퍼지려 할 때, 조나단은 굵은 암석 소금과 쓴맛이 나는 마른 잡초를 으깨어 기름에 부었다.

타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름 속에서 잡초의 쌉싸름한 향이 기름에 배고, 소금기가 누린내를 눌렀다. 기름의 높은 온도가 고기 누린내를 태워버리고 짙은 고소함만 남겼다.

조나단은 이 뜨거운 향미유를 유황 스튜 솥에 들이부었다. 그리고 무쇠 솥의 뚜껑을 열어젖힌 채 센 불로 끓이기 시작했다.

유황 냄새는 휘발성이 강하다. 뚜껑을 열고 센 불로 끓이면 유황 성분은 공기 중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단순히 날려버리기만 하면 밍밍한 국물만 남는다. 조나단은 날아가는 유황 가스의 자리에 고소하게 태운 고기 기름막을 입혔다.

악취가 날아간 자리에 기름의 고소함과 마른 허브의 쓴맛이 섞여들며, 마치 참나무 장작으로 오랜 시간 훈연한 듯한 깊고 묵직한 고기 향이 나기 시작했다.

이어서 죄인의 뼈 호밀빵을 칼등으로 잘게 부수었다. 돌처럼 단단하던 빵 조각들을 기름에 달달 볶아 수분을 마저 날리고 고소함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텁텁한 맛의 원흉이었던 죄인의 뼈를 통째로 넣는 대신, 뼈를 쪼개어 안쪽의 골수를 긁어냈다. 그 골수를 피눈물 와인에 개어 솥에 넣었다. 와인의 시큼한 산미가 골수의 진한 감칠맛과 결합하자, 혀를 찌르던 날카로운 신맛은 사라지고 침샘을 자극하는 산뜻한 감칠맛으로 변했다.

마지막으로 검은 포만죽을 솥에 풀어 넣었다.

포만죽은 아무 맛도 없지만, 전분 성분이 가득해 국물의 농도를 잡기에는 최적의 재료였다. 밀가루를 볶아 루를 만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포만죽을 풀자 국물은 원가를 한 푼도 더 쓰지 않고 금세 걸쭉해졌다.

조나단은 포만죽을 맛의 중심에 두지 않았다. 포만죽은 양을 늘리고 농도를 맞추는 싸구려 베이스로만 썼다. 맛은 골수의 감칠맛과 기름에 잡힌 불향이 끌고 갔다.

주방 밖으로 흘러나가는 냄새가 완전히 달라졌다.

시큼하고 썩은 달걀 같던 불쾌한 냄새가 사라진 자리에는, 오래 고아낸 고깃국 같은 묵직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식당 홀에 앉아 있던 악마 직원들이 일제히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냄새야?”

“주방에서 뭐 하는 거지? 유황 스튜 끓이는 날 아니었나?”

“이런 냄새는 들어본 적도 없어. 침이 고이는데?”

그들의 붉은 눈동자에 탐욕스러운 식욕이 감돌기 시작했다.

테스트 종료를 알리는 모래시계의 마지막 모래알이 떨어질 때쯤, 조나단은 무쇠 솥의 불을 껐다.

완성된 스튜는 진한 갈색빛을 띠며 걸쭉하게 끓고 있었다. 그 위에는 바삭하게 튀겨내듯 볶은 호밀빵 크루통이 듬뿍 올라가 있었다.

페니가 배식구를 열며 크게 외쳤다.

“자! 지옥 제7사업부 본사 구내식당, 오늘의 특식 배식 갑니다! 시식 비용은 단돈 12골드! 한 번 맛보면 멈출 수 없는 유황 스튜예요!”

구내식당 음식을 돈 주고 사 먹으라는 말에 악마들이 처음에는 투덜거렸다. 하지만 코를 찌르는 강렬한 훈연 향에 이끌려 가장 앞에 서 있던 중급 악마 하나가 마지못해 12골드를 냈다.

“맛없기만 해봐라. 당장 머리통을 깨버릴 테니까.”

악마는 투박한 나무 숟가락으로 스튜를 푹 떠서 입에 넣었다. 바삭한 빵 조각과 걸쭉한 국물이 입 안으로 쓸려 들어갔다.

악마의 움직임이 굳었다.

스튜는 뜨겁고 진했다. 걸쭉한 국물이 혀를 감싸 안으며 묵직한 감칠맛을 쏟아냈다. 유황의 불쾌한 냄새는 간데없고, 달군 돌판에 고기를 눌러 구운 듯한 불향이 입 안에 퍼졌다. 바삭하게 씹히는 빵 조각은 스튜의 국물을 잔뜩 머금어 씹을 때마다 고소한 즙을 뿜어냈다.

“어, 어어……?”

악마는 대답도 하지 않고 미친 듯이 숟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뚝배기 바닥을 긁는 소리가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 순식간에 한 그릇을 비워낸 그가 솥을 향해 소리쳤다.

“한 그릇 더!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까 더 담아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악마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주머니에서 골드를 꺼내 들고 배식구로 돌진했다.

“나도 줘! 12골드 여기 있다!”

“비켜봐, 내가 먼저 왔어!”

“대기표라도 팔아! 아니, 내 부서 예산에서 먼저 까!”

동전이 배식대 위로 쏟아졌다. 방금 전까지 포만죽을 욕하던 악마들이 서로 팔꿈치를 밀치며 자기 그릇부터 내밀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주방 너머에서 이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던 벨제부브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천천히 걸어와 조나단이 담아둔 스튜 그릇을 들었다.

숟가락을 들어 입에 넣은 벨제부브의 눈이 크게 뜨였다. 씹을 필요도 없이 넘어가는 걸쭉한 스튜가 혀와 목 안쪽에 뜨거운 고기 향을 남겼다. 지옥에서 이런 식감과 맛의 밸런스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흐음…… 유황 냄새가 잡혔어. 불 온도와 재료 비율만 맞췄는데, 구내식당 냄비에서도 이 정도가 나오는 건가.”

벨제부브가 감탄사를 터뜨리려던 찰나였다.

조나단이 짧게 끊었다.

“맛 평가는 됐고.”

“뭐라구?”

“한 그릇 원가.”

조나단이 조리대 위에 놓인 빈 식자재 봉투들을 툭툭 쳤다.

“중요한 건 맛이 아니야. 한 그릇 원가, 1.7골드. 버릴 스튜랑 뼈 빵, 남는 포만죽을 다시 썼으니까. 원가율은 14%대.”

그는 벨제부브의 붉은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판매가는 12골드. 마진은 85% 넘고, 전처리만 해두면 배식은 3분이면 끝나. 대량으로 끓여두고 퍼내기만 하면 되니까. 지방만 안 깨지게 잡아두면 보관도 6시간은 버텨. 맛있는 요리사는 많아. 돈 남는 주방을 짜는 사람이 드물 뿐이지.”

벨제부브는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방금 전까지 음식에만 꽂혀 있던 눈빛이 계산 쪽으로 돌아섰다. 이 인간은 한 그릇을 잘 만든 데서 멈추지 않았다. 원가와 배식 속도와 재구매까지 한 번에 계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벨제부브가 팔짱을 끼며 조나단을 내려다보았다.

“네가 천재적인 손재주로 이 맛을 냈다고 한들, 네가 주방을 비우면 끝나는 일 아닌가? 우리 사업부의 멍청한 악마 조리원들이 이 맛을 흉내 낼 수 없다면, 대량 생산도 가맹 사업도 불가능하다.”

매서운 지적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레시피가 있어도 조리사의 숙련도에 의존해야 한다면 그것은 프랜차이즈가 될 수 없다. 골목길의 이름 없는 맛집으로 끝날 뿐이다.

조나단은 대꾸 대신 옆에서 덜덜 떨고 있던 말단 악마 조리원 하나를 지목했다. 뿔이 반쯤 부러진, 주방에서 설거지나 하던 하급 악마였다.

“야. 이리 와.”

“예, 예?”

조나단은 그에게 자신이 작성한 쪽지 한 장을 건넸다. 거기에는 복잡한 설명 대신 선명한 수치와 기호만 적혀 있었다.

1. 팬을 강불에 올리고 연기가 나기 시작하면 비계 슬라이스 3개를 던져 넣는다. 모래시계가 절반 내려갈 때까지 볶는다.

2. 붉은 암염 한 스푼, 으깬 잡초 반 스푼을 넣고 10초간 젓는다.

3. 무쇠 솥의 국물을 세 국자 들이붓는다.

4. 부순 빵 조각을 넣고 불을 중불로 줄인 뒤 2분간 끓인다.

쪽지는 짧았다. 어느 불에서 몇 초를 볶고, 몇 국자를 붓고, 언제 불을 줄이는지만 남아 있었다.

“적힌 대로만 해. 간 보지 말고, 네 생각 더하지 마.”

조나단이 차갑게 명령했다.

하급 악마 조리원은 침을 꿀꺽 삼키며 쪽지에 적힌 순서대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팬에 비계를 던져넣고, 소금과 잡초를 넣었다. 기름이 튀는 소리와 함께 매운 연기가 솟았지만, 쪽지에 적힌 대로 정확히 모래시계의 눈금만 보며 시간을 재어 국물을 부었다.

악마 조리원의 손끝은 서툴렀다. 요리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녀석이었다.

조나단이 짜놓은 순서를 따라가자, 주방에는 조금 전과 닮은 탄 향과 고소한 육향이 피어올랐다.

3분 뒤, 완성된 스튜 한 그릇이 벨제부브의 앞에 놓였다.

벨제부브가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맛을 본 그의 눈이 좁혀졌다.

조나단이 만든 그릇이 100점이라면, 악마 조리원이 끓인 그릇은 85점쯤 됐다. 돈을 내고 줄 선 악마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같은 메뉴였다.

페니가 그 모습을 보며 주판알을 튕겼다.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갔다.

“어머나! 저 설거지 악마가 그대로 따라 했는데도 팔릴 맛이 나왔어요! 지부장님, 이거 돈 됩니다. 아주 많이요!”

조나단이 앞치마를 벗어 조리대 위에 툭 던졌다.

“천재가 만든 음식은 상품이 아니야. 멍청이가 똑같이 따라 해도 팔려야 상품이지. 난 그렇게 일해.”

식당 안은 여전히 스튜를 더 달라고 아우성치는 악마들로 가득했다. 테스트는 완벽한 성공이었다.

페니가 신나서 품에 안고 있던 장부를 펼쳤다. 장부 위로 붉은 마력이 흐르며 정산 숫자들이 선명하게 갱신되었다.

“정산 들어갑니다! 50그릇, 전부 팔렸어요! 그리고 다들 한 그릇 더 달라고 난리예요! 우선 받은 돈만 600골드, 원가 빼고 515골드 남습니다. 위약금 해제! 영혼 압류 취소! 축하드립니다, 지부장님. 숫자가 아주 예쁘네요!”

벨제부브가 조나단을 보며 이죽거리듯 웃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푸른 불꽃이 일더니, 공중에 계약서 한 장이 떠올랐다.

“좋다. 숫자로 증명했으니 내 약속도 지키지. 이세계 사업권을 발급한다. 하지만 안심하긴 일러. 본사 구내식당은 그저 연습 게임에 불과했으니까.”

벨제부브가 계약서에 손을 얹자, 허공에 거대한 차원의 문이 열렸다. 문 너머로 희뿌연 안개와 비포장도로, 그리고 초라한 판자벽으로 지어진 낡은 건물들의 풍경이 비쳤다.

페니가 허공에 뜬 자료를 낚아채듯 읽었다.

“지옥 제7사업부 이세계 첫 가맹 사업권 오픈! 대상지는 인간계 초보자 마을, 거점 매장은 ‘부서진 방패’ 여관 및 주점입니다. 가맹 등급은 부실 가맹 후보, 예상 개선 가치는 8,700골드네요. 와, 망한 냄새가 아주 수익성 있게 납니다!”

차원의 문 너머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초라한 여관 내부에서 모험가들이 묽어 터진 회색 스튜에 딱딱한 빵을 찍어 먹으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주방 안은 더 가관이었다. 조리원은 쓸데없이 넓은 동선 때문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땀을 흘리고 있었고, 창고 구석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들이 썩어가며 원가를 갉아먹고 있었다.

맛은 최악이고, 일하는 사람은 죽어 나가며, 주인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완벽한 삼중고의 현장이었다.

조나단이 차원의 문 너머의 주방을 가만히 응시했다.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맛은 형편없고, 동선은 죽었고, 원가는 새고 있어.”

그가 발걸음을 옮겨 차원의 문 너머로 디뎠다.

“좋아.”

“첫 가맹점으로는 충분히 망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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