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은 영수증을 검토한다
폭식 사업부 정산실은 눅눅한 유황 연기와 시큼한 검은 잉크 냄새로 숨이 막혔다.
인간들이 사는 세상의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이나 투명한 유리창 같은 것은 이곳에 없었다. 사방을 굳건하게 버티고 선 화강암 기둥들은 그을음으로 시커멓게 덮여 있었다. 천장을 가린 거대한 석조 아치는 무겁게 내려앉아 정산실 내부를 짓눌렀다.
화로마다 가득 담긴 붉은 숯이 딱딱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그 어스름한 불빛이 어두운 방 안을 핏빛으로 붉게 물들였다.
머리에 뿔이 돋고 가죽이 질긴 마족 서기들이 무쇠 책상 뒤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다. 그들이 쥔 깃펜이 양가죽 종이를 사납게 긁는 소리가 사방에서 서걱거렸다. 서기들이 거칠게 휘두른 펜촉 끝에서 떨어진 검은 잉크 방울이 누런 장부 위로 번졌다.
방 구석에 놓인 거대한 황동 저울이 쇳소리를 내며 덜컹거렸다. 한쪽 접시에 얹힌 시뻘건 영혼석들의 무게에 따라 둔탁한 구리 주화들이 철그럭거리며 쏟아졌다. 마족 서기들의 거친 발톱이 주화를 세며 맞부딪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귓전을 긁었다.
쾅.
놋쇠로 만든 육중한 문이 거칠게 열렸다.
페니가 양팔 가득 마차 한 대는 족히 채울 법한 종이 더미와 낡은 나무 판때기들을 안고 걸어 들어왔다. 발을 내딛는 동작마다 땀 냄새와 기름때 냄새가 훅 풍겼다.
“비켜요, 비켜! 폭식 사업부 역사상 가장 큰 계약서가 들어갑니다!”
페니가 조나단이 앉은 검은 무쇠 책상 위에 서류 더미를 내던지듯 내려놓았다.
쿵 하는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묵은 먼지가 허공으로 부옇게 피어올랐다.
가장 위쪽에 놓인 것은 붉은 봉왁스로 두껍게 밀봉된 양가죽 종이였다. 여관 주인의 떨리는 친필 서명이 짓눌려 박힌 ‘개척자의 여관 1호 지점권 계약서’였다.
그 밑으로 은화가 가득 찬 가죽 주머니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짤랑이는 소리가 묵직했다. 여관 손님들이 미리 내고 간 아침 식사 예약금 주머니들이었다.
거기에 나무로 깎아 만든 반품 꼬리표들이 우수수 굴러떨어졌다. 에릭이 이끄는 상인 연합의 원액 독점 납품을 거부하고, 더는 쓰지 않겠다며 돌려보낸 원액통의 표식들이었다.
여관 주방에서 버려지던 식재료의 낭비가 급격히 줄어들었음을 입증하는 수거 대장, 그리고 글씨를 모르는 모험가들이 거친 손으로 X표를 눌러 쓴 아침 식사 대기 명부까지 책상 위를 빈틈없이 메웠다.
조나단은 등받이가 높은 무쇠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그 산더미 같은 종이 더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어떠한 감흥도 없었다. 조나단은 곧바로 손을 뻗어 개척자의 여관 계약서 위에 굳어 있는 붉은 봉왁스를 뜯어냈다. 가죽 종이가 바스락거리며 활짝 펼쳐졌다.
계약서에 박힌 서명의 깊이, 체결 날짜, 그리고 지옥 상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확인하는 그의 눈빛은 도축업자의 칼날처럼 정확하고 날카로웠다.
조나단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나지막이 말했다.
“장부에 적어라.”
페니가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었다.
“올리는 김에 이것도 같이 장부에 올려야죠. 제가 이번에 현장에서 구르면서 며칠 밤을 새우며 쓴 청구서거든요.”
* * *
페니가 품에서 길게 둘둘 말린 양가죽 두루마리를 촤르륵 풀었다.
풀려 나간 종이는 화강암 바닥을 질질 기며 어두운 복도 밖까지 뱀처럼 길게 뻗어나갔다.
“지옥의 정밀 회계 방식에 딱 맞춰 항목을 나누어 정리했어요. 이름하여 첫 현장 정산 청구서!”
페니는 손에 쥔 붉은 깃펜을 지휘봉처럼 흔들며 항목들을 하나씩 읊기 시작했다.
“첫째, 기본 경호 비용입니다. 모험가 녀석들이 여관 주방에 들이닥쳐 난동을 피우려 했을 때 저희가 직접 주먹을 쓰고 방어막을 쳐준 노동력의 대가죠. 둘째, 솥이 닳은 값입니다. 잡뼈를 우려내느라 주방 화덕과 솥을 보통 쓸 때보다 세 배는 더 강하게 돌렸거든요. 냄비 바닥이 닳았으니 당연히 받아내야 합니다. 셋째, 원료 수송비입니다. 정육점 마당에 쓰레기처럼 버려져 썩어가던 잡뼈를 직접 수레로 실어 나른 인건비죠. 여기에 쓰레기더미 뒤진 값도 붙습니다. 그대로 뒀으면 버려졌을 쓰레기 더미에서 쓸 만한 뼈와 채소를 골라내 쓸모 있는 물건으로 바꾼 노동이니까요.”
페니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높은 화강암 천장을 때렸다.
“거기에 여관 주인을 첫 지점주로 세우기 위해 들인 설득 비용, 에릭 측의 불공정 독점 공급 계약서를 법적으로 뜯어보고 반박한 계약서 뜯어본 값, 소금 한 홉의 무게까지 저울로 달아 기록한 계량표 작성비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깡패 같은 모험가들이 소란을 피우며 엎어 버린 나무 의자들을 제가 제자리에 돌려놓은 원위치 수수료 세 번입니다. 제 손가락 마디가 움직인 횟수만큼 정산받는 건 상식 아닌가요?”
조나단은 바닥에 길게 누운 청구서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의 손가락 끝이 단단한 책상 위를 딱, 딱, 규칙적으로 두드렸다. 검은 잉크가 묻은 붉은 펜을 쥔 그의 손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슥. 슥.
무자비한 붉은 줄이 페니가 길게 늘어놓은 청구 항목들을 거침없이 지워 나갔다.
“주방 솥과 화덕은 여관 주인의 소유다. 기물 감가는 여관 자체 장부에서 처리할 일이지, 폭식 사업부가 메워줄 비용이 아니다. 삭제한다. 뼈 수송 인건비는 원료 조달 단가의 10퍼센트를 초과했다. 과다 청구다. 절반으로 깎는다.”
“아니, 뼈는 공짜로 주워 온 거잖아요! 그럼 수송비라도 넉넉히 쳐줘야죠!”
“원료 값이 제로에 수렴하니 수송비도 낮추는 게 맞다. 그리고 의자 원위치 수수료는 뭐지?”
조나단의 서늘한 안광이 페니를 똑바로 꿰뚫었다.
“영업 방해를 한 놈들에게 손해 배상 청구서를 보냈다. 에릭 측 공급 연합에 손해액을 전부 물리도록 조치했으니 이건 이중 청구다. 장부에서 지워라.”
“그걸 벌써 보내셨다고요? 참 빠르기도 하셔라.”
페니가 입술을 퉁명스럽게 내밀며 구시렁거렸다. 하지만 조나단은 흔들림 없이 붉은 펜을 놀려 장부를 가차 없이 정리했다. 그가 최종적으로 장부에 남겨 놓은 항목들은 군더더기 없는 실질 자산들뿐이었다.
조나단이 굵은 잉크로 장부에 적은 자산 목록은 간결했다.
‘상표 자산: 퀘스트 전 한 그릇 간판 소유권’
‘제품 표준: 잡뼈 육수 베이스 제조법 및 지방 향미유 배합 비율’
‘보존 원료: 묵은 채소 피클과 현장 마무리 계량표’
‘유통 권리: 여관에 독점 납품하는 중앙 베이스 공급권’
‘운영 자산: 1호 지점권 계약서’
‘손님 기록: 아침 예약 대기 명단 및 단골 고객의 재방문 빈도 장부’
‘자산/사례 항목: 빵-스튜 아침 세트’
‘자산/사례 항목: 원액 의존 여관 회생 사례’
조나단이 깃펜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이번 현장에서 확보한 실질적인 자산은 이것들뿐이다. 장부에는 쓸데없는 감정이나 헛돈은 적지 않는다. 오직 이 핵심 목록들만이 앞으로 우리가 빼앗긴 모든 권리를 되찾기 위한 밑천이 된다.”
* * *
정산실 안쪽에 자리한 두껍고 검은 철문이 거친 쇳소리를 지르며 좌우로 열렸다.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매캐한 유황 냄새가 한층 더 무겁고 진하게 깔렸다. 바닥을 쿵쿵 울리는 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폭식 사업부의 지배자이자 지옥의 거두인 벨제부브의 강한 압박감이 온 방 안을 짓눌렀다.
어둠 속에서 드러난 그의 형상은 거대한 파리의 날개가 낮게 웅웅거리는 듯한 기괴한 소음을 뿜어냈다.
벨제부브의 붉은 눈빛이 조나단이 정리한 가죽 장부의 수치들 위로 떨어졌다.
“인간들 사이에서 그 스튜 맛이 제법 괜찮다는 말이 돈다.”
쇠가 긁히는 듯한 음침한 목소리가 정산실을 메웠다.
조나단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감정 없는 눈으로 벨제부브의 어두운 그림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건조하게 답했다.
“음식의 맛은 장부에 적히지 않는다. 중요한 건 표준화다.”
“호오, 표준화인가.”
“현장 마무리 계량표와 중앙 베이스 납품권이 장사의 대들보다. 주방장이 바뀌어도, 솥을 젓는 손이 서툴러도 같은 비용으로 같은 그릇을 낸다. 원가율은 기존 원액 독점 제품의 40퍼센트 아래로 눌렀다. 모험가들은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와서 은화를 낸다. 지점 하나의 매출 흐름이 장부에 박혔다.”
조나단이 장부의 한 줄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가리켰다.
반품 원액통 열일곱 개. 다음 날 아침 예약금 은화 서른 닢. 빵 폐기량은 여섯 바구니에서 한 바구니로 감소. 서기들이 그 숫자를 검은 장부에 박자, 장부 옆 황동 저울이 낮게 흔들렸다.
“이 여관 회생 방식을 옆 골목 여관에도 꽂으면 된다. 베이스와 소스는 폭식 사업부가 만들고, 지점은 솥만 데운다. 그 흐름이 쌓이면 폭식 사업부의 몸값도 오른다.”
벨제부브의 어두운 그림자가 기괴한 울림과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재미있다. 백만 명의 거지가 매일 먹는 사료는 한 명의 미식가가 찾는 요리보다 값이 크다. 폭식 사업부의 값이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벨제부브의 웃음은 길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가 채찍처럼 공기를 가르며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
“하지만 고작 초보자 마을의 여관 하나다. 마몬의 탐욕 사업부 연합이 이 정도 견제에 물러설 것 같으냐? 다음 분기 정산 보고 전까지 이보다 수십 배는 더 거대한 숫자를 내밀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첫 지점 역시 마몬의 압류 소송에 휘말려 통째로 빼앗기게 되겠지.”
조나단은 턱을 비스듬히 들었다.
“알고 있다. 이번 일은 솥이 실제로 돈을 끓이는지 본 첫 시험에 불과하다. 이제 돈이 밟히지도 않고 썩어 가는 시장으로 가야지.”
* * *
동시각, 탐욕 사업부 산하의 어느 화려한 사무소.
순금으로 장식된 벽면과 눈부신 보석들이 박힌 기둥들 사이에서 에릭이 식은땀을 흘리며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그의 앞에는 황금으로 짜인 의자에 거만하게 몸을 기댄 마몬 측의 고위 대리인이 불쾌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넘기고 있었다. 사치스러운 향수 냄새가 유황 향을 억지로 덮으려 하고 있었지만, 그 아래에서 나오는 중압감은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초보자 마을의 싸구려 스튜 하나 때문에 원액 납품망이 끊겼다?”
대리인이 코웃음을 치며 보고서를 테이블 위로 사정없이 집어던졌다.
“길바닥에 버려지는 잡뼈나 삶아서 만든 조잡한 물건에 우리 연합의 특제 원액이 밀렸다는 말이지. 에릭, 네놈 대가리에는 뇌 대신 썩은 고기가 찼나?”
“그, 그게 아닙니다! 조나단이라는 그 악랄한 인간 놈이 여관 주인을 계약서로 구속하고 위협하는 바람에...”
“닥쳐라. 구차한 변명 따위는 내 지갑을 채워주지 않는다.”
대리인의 손가락이 황금 테이블을 탁탁 두드렸다.
“하지만 보고서에 찍힌 수치는 가볍지 않다. 해당 구역의 원액 주문량이 지난주보다 급격히 줄었다. 주변 골목의 다른 여관 주인들까지 그 뼈다귀 국물인지 뭔지 하는 지점권 계약을 캐묻고 다닌다는 첩보도 들어왔다. 저소득 모험가들이 아침 식사에 쓰는 은화의 흐름이 꺾이기 시작했다. 놈들이 이 방식을 퍼뜨리면 우리의 독점 공급망 전체에 구멍이 생긴다.”
에릭이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납작 엎드렸다.
“제가 당장 사병들을 끌고 가서 그 건방진 여관을 불태워 버리겠습니다! 아니면 납품 중단 계약 위반 소송을 걸어...”
“멍청한 놈. 그 여관은 이미 폭식 사업부의 법적 자산으로 등록을 마쳤다. 대놓고 무력을 쓰거나 소송을 걸면 지옥의 상업 법원 규정에 걸려 우리가 먼저 벌금을 토해내야 한다.”
대리인의 입술이 비열하게 휘어졌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놈들이 다음 사업지로 눈독을 들이는 지역이 어디인지 보고받았으니까.”
“어디입니까?”
“고블린 빈민가.”
에릭이 고개를 번쩍 들며 멍청하게 입을 벌렸다.
“빈민가라고요? 그 오물과 악취만 진동하는 버려진 늪지대 말입니까? 땡전 한 푼 없는 벌레 같은 고블린들만 사는 곳에서 대체 무슨 장사를 한단 말입니까?”
“그래,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폐기된 시장이지.”
대리인이 황금 잔에 담긴 붉은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돈이라고는 단 일 푼도 나오지 않는 쓰레기통이다. 그곳의 고블린들은 우리가 매일 지급하는 최악의 식권 대출과 대대손손 상환해야 하는 종신 채무 계약서에 얽매여 간신히 목숨줄만 붙잡고 있다. 놈들이 그 더러운 진흙탕에 스스로 기어들어가겠다면 마음대로 하라고 해라. 그곳은 우리가 빈틈없이 채무의 덫을 쳐놓은 지옥의 막다른 골목이다. 제 발로 무덤에 기어들어가 파멸하겠다는데, 굳이 우리가 나서서 말릴 이유는 없지 않으냐?”
대리인의 비아냥거리는 웃음소리가 사치스러운 황금빛 방 안을 메웠다.
* * *
폭식 사업부 정산실.
페니가 냄새나는 기름때와 오물이 얼룩진 가죽 지도를 책상 위에 거칠게 펼쳐 보였다.
“여기 다음에 손댈 구역 자료예요. 솔직히 말씀드리는데, 앞서 했던 여관하고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상황이 절망적이에요. 고블린 빈민가라고요!”
그녀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자료 더미는 잉크가 번지고 썩은 물이 든 가죽 조각들이었다.
조나단은 안경을 고쳐 쓰며 지도 위에 적힌 내용들을 조용히 훑어보았다.
낡은 가죽 조각마다 글씨가 삐뚤게 박혀 있었다.
고블린 빈민가.
하루 배급은 진흙 포만죽.
섞인 것은 대형 양조장에서 버린 찌꺼기와 황동 광산의 세척 폐수 찌꺼기.
빚줄은 마몬 계열 은행의 식권 대출 계약에 물려 있었다.
페니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어깨를 으쓱였다.
“하루 종일 먼지가 들끓는 광산에서 광석을 캐도 썩은 밀가루 한 줌 사 먹기 힘든 노예 수준의 고블린들이 가득한 곳이에요. 탐욕 사업부가 매일 아침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포만죽 식권을 이들에게 대출 형식으로 빌려주고, 그 대가로 평생 동안 이자를 뜯어내는 악랄한 채무 계약으로 속박해 두었죠. 주화라는 게 아예 유통되지도 않는 불모지라고요. 여기서 대체 뭘 팔아서 이익을 남기고 정산을 마칠 생각인가요?”
조나단은 지도 위에 꼼꼼하게 표시된 대형 양조장들의 폐기물 배출 경로와 도시 경계에 늘어선 곡물 처리 시설들을 검지 손가락으로 가만히 짚었다.
조나단은 자료와 장부만 봤다.
조나단의 머릿속에서는 숫자와 비용만 차갑게 맞물렸다.
도시의 양조장들이 매일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맥주박 찌꺼기.
그 거대한 쓰레기들을 매립지에 묻고 소독하기 위해 양조장 공장주들이 매달 환경 관청에 납부하는 막대한 폐기물 처리 영수증.
그리고 굶주림으로 인해 폭동 직전까지 몰린 수십만 마리 고블린들의 비참한 생존 욕구.
“버려진 시장이 아니다.”
조나단의 입꼬리가 굳게 가라앉았다.
“단지 가격표를 아직 붙이지 않은 미개척 시장일 뿐이지.”
“예? 거기에 어떻게 가격표를 붙인다는 건가요? 걔들은 낼 돈이 없다고요!”
“마몬이 뜯어가는 노동 값을 식권 장부에서 떼어내는 거다. 그리고 원료비를 생산 비용 아래로 떨어뜨리면 되지.”
조나단이 양조장의 폐기물 수거 계약서 사본을 가볍게 두드렸다.
“음식의 재료값보다 그것을 버리는 쓰레기 처리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그 폐기물들을 도맡아 수거해 주는 조건으로 양조장 주인들에게 매달 처리 비용을 받는다. 원재료를 손에 넣는 순간부터 금고가 찬다는 뜻이다. 버릴 것을 받아 오는 순간부터 돈이 들어온다.”
페니의 샛노란 눈동자가 순식간에 반짝이는 동전 모양으로 확대되었다.
“재료값이 한 푼도 안 드는 게 아니라, 받는 순간 돈이 들어온다고요?! 이건 진짜 상상을 초월하는 미친 짓이에요!”
조나단이 눈앞의 가죽 지도를 거칠게 덮었다. 철컥 소리가 나며 장부가 닫혔다.
“좋아. 이번엔 음식값보다 버리는 값이 먼저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