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액 독점 조항
조나단이 구겨 든 항의서를 여관 주인 보란이 낚아채듯 가져갔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항의서, 원액 계약서 사본, 그리고 붉은 잉크로 예정액이 적힌 위약금 통보. 세 장의 종이가 테이블 위에 어지럽게 펼쳐졌다.
“위약금…… 계약서 제7조…….”
보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제7조는 원액을 쓰지 않을 경우, 지난 1년간 공급받은 원액 총액의 세 배를 위약금으로 물어야 한다는 조항이었다. 초보자 마을의 작은 여관이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창고에 남은 원액통들이 이제는 독처럼 보였다. 에릭이 던진 반값 제안은 싼 해결책이 아니라, 나중에 더 큰 돈을 물리는 미끼였다.
“이, 이럴 줄 알았어. 저놈들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조나단, 당신 말대로 했다가 우린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다고!”
공포는 순식간에 분노로 바뀌었다. 알렉스의 선금 주머니와 길드 직인이 찍힌 서류가 쌓아 올린 용기는, 에릭이 던지고 간 종이 한 장에 한순간에 흔들렸다.
“다, 다시 원래대로 돌려야 해. 가서 빌고, 반값에 준다는 원액을 받고……. 그 방법밖에 없어. 어쩔 수 없다고!”
“그 종이 다시 줘 봐.”
조나단이 보란의 손에서 항의서를 빼앗아 다시 펼쳤다. 그는 구겨진 부분을 손바닥으로 펴서 테이블 위에 놓고, 작은 글씨들을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읽었다. 보란은 답답해 죽을 것 같았지만, 조나단의 서늘한 눈빛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원액 독점 공급 조항 위반. 위반 대상은 원액, 원액을 물에 희석해 만든 스튜, 그리고 같은 상품으로 팔리는 대체품이라고 적혀 있다.”
조나단은 그 문장을 두어 번 더 읽었다. 마치 썩은 나무 기둥의 어느 부분이 먼저 부서질지 가늠하는 목수처럼 보였다.
페니가 그 옆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와! 협박 편지 보관비 청구! 계약서 검토 및 약점 분석 비용도 바로 붙습니다! 이런 건 잘 보관해야 나중에 증거로 써먹죠!”
조나단은 페니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항의서를 가만히 들여다봤다. 보란은 답답한 듯 가슴을 쳤다.
“지금 그게 문제야? 세 배! 위약금이 세 배라고! 저놈들이 저걸 그냥 써서 냈겠어?!”
“반값 원액은 미끼다. 물면 뼈까지 발라 먹겠다는 소리야.”
조나단이 고개를 들었다.
“이 종이는 위약금을 받겠다는 게 아니야. 우리가 뭘 파는지 보러 온 정찰병이다.”
그는 항의서를 접어 페니에게 건넸다.
“잘 보관해. 나중에 청구서 보낼 때 같이 보내야 하니까.”
“네! 증거 보관 및 관리 수수료까지 완벽하게 챙기겠습니다!”
페니가 항의서를 허리 가방에 쏙 집어넣었다. 조나단은 턱짓으로 보란의 사무실 쪽을 가리켰다.
“당신이 보관하던 원액 계약서 원본, 가져와. 페니, 따라가서 찾아내.”
“네? 아, 네!”
보란은 잠시 망설였지만, 조나단의 재촉에 못 이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페니가 보란을 따라 먼지 쌓인 장부와 서류 뭉치가 가득한 작은 사무실로 향했다. 잠시 뒤, 페니가 누런 양피지 두루마리를 들고 돌아왔다. 보란이 그 뒤를 따랐다.
조나단은 원본 계약서를 테이블 위에 펼쳤다. 에릭이 던진 사본과 나란히 놓았다.
“똑같아. 내가 뭘 더 확인하겠다는 거야…….”
“여기.”
조나단이 손가락으로 한 부분을 짚었다. 공급 품목을 정의하는 부분이었다.
“‘고농축 스튜 원액’, 그리고 ‘원액을 물에 희석하여 만든 스튜’. 이걸 ‘상품’으로 규정하고 있어. 그리고 그 아래, ‘동일 상품군’의 판매를 금지한다.”
그는 길드에서 빌려온 장부를 펼치고 깃펜을 들었다. 그리고 새로 만든 상품의 구성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첫 줄에는 잡뼈를 우린 육수 베이스라고 썼다. 원액이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다음 줄에는 현장에서 다시 끓이고 간을 맞춘다고 적었다. 물을 타는 행위와 조리는 같은 말이 아니었다. 그 아래에는 국물을 머금는 흡수빵, 묵은 채소 피클, 길드 훈련반 출발 시간에 맞춘 배식 순서를 차례로 붙였다. 보란이 팔기 시작한 것은 솥 안의 국물 한 국자가 아니라, 출발 전에 줄을 세우고 바로 먹고 바로 나가게 만드는 한 끼였다.
“우리가 파는 건 ‘스튜’가 아니야. ‘퀘스트 전 한 그릇’이라는 이름의 세트 메뉴다.”
조나단은 계약서 뒤쪽도 넘겼다. 납품 지연, 불량 원액, 변질된 원액에 대한 책임 조항은 놀랄 만큼 짧았다. 공급 연합이 늦게 가져와도 보상은 다음 달 원액 한 통 할인으로 끝났다. 반대로 여관이 다른 국물을 끓이면 세 배 위약금이었다. 보란의 얼굴이 굳었다. 싸게 받는다고 믿었던 원액값에는 이미 그런 불공평한 글씨들이 붙어 있었다.
“여기 봐. 저놈들은 자기들이 늦으면 원액 한 통 깎아 주고 끝낸다. 네가 바꾸면 세 배를 물리고. 이건 계약서가 아니라 돈 빠는 빨대야.”
보란은 반박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글자가 많아도 대충 넘겼다. 원액통이 제때 오고, 손님들이 묽은 스튜에 투덜대도 큰 사고가 없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그 글자 하나하나가 창고에 쌓인 원액통보다 무겁게 보였다.
페니가 원본 계약서 옆에 작은 돌을 올려 양피지가 말리지 않게 눌렀다.
“좋아요! 불공평한 조항 발견비, 뒤늦은 후회 위로비, 작은 글씨 확대 판독비까지 청구 후보가 아주 알찹니다!”
조나단이 펜을 내려놓았다.
“틈은 있다. 아직 못 박진 않았다.”
보란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말장난처럼 들렸다. 하지만 조나단은 장부 한 귀퉁이에 작은 표를 하나 더 그었다. 원액통을 쓰던 날의 손님 수, 남은 국물 양, 불평한 손님 이름. 그리고 새 메뉴를 낸 날의 손님 수와 남은 빵가루 양. 보란이 평소라면 보지도 않았을 숫자들이었다. 조나단은 그중 남은 국물 양에 동그라미를 쳤다.
“많이 남기는 음식은 싼 게 아니야. 버린 돈을 안 세는 놈들이나 싸다고 하지.”
보란은 창고 쪽을 보았다. 반값 원액을 다시 받으면 싸게 사는 줄 알겠지만, 손님이 남기고 떠난 그릇까지 계산하면 이야기가 달랐다.
저녁 어스름이 여관 창으로 스며들 무렵,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사냥터와 던전에서 돌아온 모험가들이었다.
“젠장, 오늘따라 왜 이렇게 속이 쓰리냐. 아침에 먹은 스튜가 문제인가.”
“물만 너무 많이 탄 것 같더라. 그냥 짜기만 하고. 돈 아까워.”
먼저 들어온 파티는 원액 연합의 압박 때문에 조나단의 세트를 먹지 못하고, 여관이 급히 끓여 낸 원액 스튜를 먹은 이들이었다. 그들은 피곤한 기색으로 테이블에 장비를 내려놓으며 불평을 쏟아냈다. 한 명은 위장을 문지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곧이어 다른 파티가 들어섰다. 아침 일찍 ‘퀘스트 전 한 그릇’을 먹고 떠났던 훈련반 초보들이었다. 그들 역시 지친 얼굴이었지만, 장비를 내려놓는 손길이나 동료와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는 한결 차분했다.
“그래도 아침에 그거 먹고 출발하길 잘했어. 평소보다 속이 편해서 그런지, 오후까지 버틸 만하더라.”
한 젊은 검사가 말했다. 그의 동료인 궁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한 손에 들고 먹으면서 바로 장비 점검할 수 있었던 게 신의 한 수였어. 덕분에 출발 시간을 5분이나 당겼다고. 아침에 그 시간 아끼는 게 얼마나 큰데.”
“그 딱딱한 빵, 처음엔 이상했는데 국물에 적셔 먹으니까 딱 좋더라. 다 먹을 때까지 흐물거리지도 않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싹싹 긁어먹었다니까.”
맛있다는 말보다 편했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빨랐고, 든든했고, 출발 전에 허둥댈 일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테이블 위로 오갔다.
원액 스튜를 먹은 파티의 리더가 그 모습을 보고 부러운 듯 중얼거렸다.
“우린 출발 전에 또 허둥댔는데……. 빈속으로 뛰었더니 오크 한 마리 잡고 다들 지쳐 버렸잖아. 꼭 아침 굶은 것처럼.”
보란은 두 파티를 번갈아 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한쪽은 투덜댔고, 한쪽은 내일 아침을 예약하고 있었다.
길드 직원 한셀도 여관 한쪽에 남아 있었다. 그는 양피지에 출발 시간과 귀환 상태를 적어 넣었다. 누가 불평했고, 누가 다시 주문했는지도 빠뜨리지 않았다.
“혹시, 그 음식에 뭐 특별한 거라도 들어갔습니까?”
한 모험가가 조나단을 향해 물었다.
“무슨 마법 효과라도 붙은 것처럼……. 힘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조나단이 그 말을 잘랐다.
“버프 같은 소리 하지 마. 빈속으로 뛰지 않았을 뿐이야.”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별거 없어. 속 비우고 뛰게 안 했고, 짠 국물에 빵을 같이 먹였고, 피클로 입맛을 살렸다. 줄 세워서 빨리 보냈다. 그뿐이야.”
조나단은 테이블에 앉은 다른 모험가를 가리켰다. 그는 아직도 속이 쓰린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속이 편하면 손이 덜 헛나간다. 그게 마법이면 네 위장도 마법사겠지.”
한셀이 기록하던 양피지를 조나단에게 내밀었다. 한쪽에는 ‘전날 배식 기록’, 다른 쪽에는 ‘금일 귀환 파티 상태 비교’라고 적혀 있었다. 전날 장부에는 늦었다는 말과 불평이 가득했다. 오늘 기록은 달랐다. 남긴 것도 없고, 다시 먹겠다는 파티 이름까지 붙어 있었다.
한셀은 돌아온 초보들의 배낭도 확인했다. 원액 스튜를 먹은 파티의 빵 조각은 천 주머니 안에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점심때 씹다 말고 넣어 둔 흔적이었다. 조나단의 세트를 먹은 파티는 남은 빵이 없었다. 대신 보온 통 안쪽에 국물 자국만 얇게 남아 있었다. 먹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았다. 남은 찌꺼기도 적었다. 같은 손님을 받아도 보란이 치워야 할 그릇과 음식물은 확 줄어든 셈이었다.
“이건 길드 쪽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한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훈련반은 출발이 밀리면 교관 일정도 같이 밀립니다. 늦은 점심보다, 제시간에 먹고 나가는 쪽이 낫습니다.”
조나단은 고개만 까딱했다.
“맛만 따지면 원액 놈들이랑 싸워야 하지만, 출발 시간이 줄면 길드 일이 된다.”
양피지에 적힌 글자들이 보란의 눈앞에서 무게를 얻었다.
한셀은 기록을 한 줄 더 늘렸다. 원액 스튜를 먹은 파티는 출발 전부터 물을 찾았고, 마당에서 빵을 씹다 대열을 놓쳤다. 반대로 아침 세트를 받은 쪽은 우물가에서 받아 들고 바로 움직였다. 돌아온 건 빈 보온 통과 국자뿐이었다.
보란은 그 기록을 보며 입술을 다물었다. 장부에는 거짓말이 없었다. 남은 원액통은 창고 한구석에 그대로 쌓여 있었다. 반값이라는 말은 싸 보였지만, 원액통 하나를 다시 들이면 여관은 예전처럼 물을 타고 소금으로 덮은 스튜를 내야 했다. 예약표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이름들이 보였다. 붉은 멧돼지 파티 다섯 명, 은빛 칼날 파티 네 명, 새벽 훈련반 열둘. 아직 돈은 다 들어오지 않았지만, 내일 아침 여관 문 앞에 설 손님들이었다.
“좋아요! 재방문 예약금 냄새가 납니다! 고객 반응 기록비도 붙어요!”
페니가 주판알을 튕기는 시늉을 하며 외쳤다. 그 말에 증명이라도 하듯, 모험가 몇몇이 정말로 다음 날 아침 식사를 예약하기 시작했다.
“여기요, 주인장! 내일 아침 우리 파티도 그걸로 주시오!”
“여섯 개 준비해 주시오. 해 뜨기 전에 바로 출발할 수 있게!”
“우리 쪽은 피클 좀 더 넣어 주시오. 오늘 그거 없었으면 물만 찾았을 거요.”
“빵은 두 개 더. 돌아오는 길에 씹을 것도 필요해.”
보란은 주문을 받아 적다가 펜 끝을 멈췄다. 손님들이 메뉴 이름만 부르는 게 아니었다. 자기들이 언제 떠나는지, 무엇이 불편했는지, 얼마나 더 필요한지까지 말하고 있었다. 예전 원액 스튜 앞에서는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먹고 욕하고 떠나는 게 전부였다.
공포에 잠식당했던 여관 홀의 공기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보란은 예약 장부를 꺼내면서도, 여전히 불안한 눈으로 조나단을 쳐다봤다. 예약금을 받으며 손님들의 기분 좋은 얼굴을 마주하는 것과, 창고에 쌓인 원액통을 떠올리는 것이 머릿속에서 충돌했다.
페니는 그런 보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밝은 목소리로 옆에서 속삭였다.
“예약금 보관 수수료! 계약서 검토비! 위약금 방어 성공 보수까지! 와, 이번 달 장부 꽉 차겠는데요?”
보란의 눈이 반값 원액에서 예약 장부로 옮겨갔다. 당장 싸 보이는 통보다, 내일 다시 오겠다는 이름들이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보란은 방금 받은 동전들을 손바닥 위에 올려 보았다. 무겁지는 않았지만, 손님들이 내일 다시 오겠다는 표시였다.
조나단은 예약 장부 옆에 원액 계약서를 다시 놓았다. 같은 테이블 위에 두 장부가 나란히 섰다. 하나는 지난 1년간 여관을 싸구려 원액에 매달리게 만든 종이였다. 다른 하나는 아직 서툴지만 손님 이름이 늘어나는 장부였다. 보란의 손은 원액 계약서 쪽으로 갔다가 멈췄다.
“겁나면 원액으로 돌아가.”
조나단이 말했다.
“대신 내일 아침 저 이름들한테 물 탄 소금국을 내. 그리고 다음 주에는 다시 빈 홀을 보면서 반값 원액이 얼마나 싼지 계산해.”
보란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창고 문 쪽을 한 번 보고, 예약 장부를 다시 봤다. 창고의 원액통은 이미 빠져나간 돈이었다. 장부의 이름들은 내일 들어올 돈이었다. 보란은 처음으로 원액값이 아니라 손님 얼굴을 떠올렸다.
그의 마음이 채 한쪽으로 기울기도 전에, 여관 문이 거칠게 열렸다.
원액 공급 연합의 에릭이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건장한 용병 두 명을 대동한 그는, 손에 두루마리 양피지 두 개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손님들로 붐비는 여관 홀 한가운데에 선 그는 보란을 향해 외쳤다.
“여관 주인! 마지막 경고이자, 마지막 제안을 하러 왔다!”
에릭은 손에 든 양피지 하나를 테이블 위로 던지듯 펼쳤다. 원액 공급 연합 측 보관본이었다. 다른 양피지에는 빼곡하게 숫자가 적힌 위약금 산정 내역서가 붙어 있었다.
“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금은 총 금화 200닢! 하지만 지금이라도 저 이상한 빵과 국물 나부랭이를 치우고 우리 원액을 다시 쓴다면, 이 위약금을 면제해 주지. 거기에 더해, 앞으로 1년간 원액을 반값에 공급하겠다!”
금화 200닢이라는 말에 여관 안이 술렁였다. 모험가들도, 보란도 숨을 삼켰다. 작은 여관의 1년 치 순수익과 맞먹는 돈이었다. 보란은 창고에 남은 원액 통과 눈앞의 위약금 산정서를 번갈아 보며 다시 흔들렸다. 에릭의 목소리가 승리를 확신한 듯 커졌다.
“어때? 이 막대한 빚을 청산하고, 앞으로 돈 벌 기회까지 주는 거야. 뭘 망설이나?”
“스튜면 다 같은 상품이라고?”
조나단의 목소리가 홀을 가로질렀다. 에릭이 눈썹을 찌푸렸다.
“국물에 색만 나면 음식인 줄 아는 놈다운 소리야. 네 원액은 물에 타면 끝이다. 보란의 새 상품은 뼈를 볶고, 끓이고, 현장에서 간을 맞추고, 빵에 담아 줄을 줄이는 일까지 포함한다. 같은 건 짠맛뿐이야.”
“말장난으로 계약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나?”
“말장난은 네가 하고 있지. 싸구려 원액 하나를 세상의 모든 스튜로 부풀렸으니까.”
홀 안의 모험가들이 웅성거렸다. 몇몇은 방금 예약한 자기 이름이 장부에 적혀 있는지 확인하듯 카운터 쪽을 봤다. 보란도 그 시선을 느꼈다. 위약금 산정표의 금화 200닢은 여전히 무거웠다. 하지만 손님들 앞에서 다시 원액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순간, 방금 생긴 예약들이 사라질 것도 알았다.
조나단은 그 모든 소란 속에서 조용히 새로운 양피지 한 묶음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에릭이 펼쳐놓은 낡은 계약서 옆에 나란히 놓았다. 양피지 겉표지에는 페니가 막 잉크를 말린 글씨가 또렷했다. ‘퀘스트 전 한 그릇’ 초보자 마을 1호 지점권 계약서.
조나단이 에릭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좋아. 네 썩은 계약서 옆에 새 계약서 하나 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