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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조직의 흔적은 왜 연구소 안에 일러스트

사라진 조직의 흔적은 왜 연구소 안에

3년이라는 시간은 데이터로 환산하면 의외로 가볍다. 서버 로그 1,095일치. 내가 생성한 추적 스크립트 347개.

그중 유의미한 결과를 반환한 것은 23개. 나머지 324개는 타임아웃이거나, 방화벽에 부딪혀 아무것도 건져 올리지 못한 빈 그물이었다.

2101년. 텍사스 COSMOS 연구단지 지하 4층 데이터 분석실.

3년 전과 변한 것은 거의 없었다. 냉각팬의 백색소음, 산화된 커피 냄새, 창문 없는 밀폐된 벙커. 변한 것이 있다면 내 모니터 뒤편에 쌓인 종이컵의 높이와, ByM이라는 세 글자가 내 신경 회로에 새긴 홈의 깊이뿐이었다.

나는 ByM의 실체를 쫓았다. 진유미가 로버트를 시켜 숨겨둔 47개의 파일. 그중 살아남은 16개의 잔해. 그 껍데기에서 벗겨낸 메타데이터의 파편들을 3년 동안 끈질기게 해독하고, 교차 대조하고, 재배열했다.

ByM이 해커 집단의 이름이라는 것까지는 확인했다.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활동한 흔적이 단편적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실체에는 닿지 못했다. 이름만 있고 얼굴이 없는 유령. 3년간의 추적이 건져 올린 것은 결국 더 정교해진 질문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방향을 바꿨다. ByM이라는 이름을 쫓는 것을 멈추고, 16개 파일 자체의 구조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군용 등급 비대칭 암호화의 본문은 여전히 뚫리지 않았지만, 헤더 파일의 메타데이터 층위에는 아직 긁어내지 못한 잔여물이 남아 있었다.

오늘 새벽, 세 번째 파일의 암호화 헤더를 해체하던 중이었다.

암호 레이어의 가장 바깥쪽, 파일이 최초로 생성될 때 자동으로 기록되는 디지털 서명 필드. 나는 그동안 이 필드를 무시하고 있었다. 군용 암호화에서 서명 필드는 대부분 위조되거나 공란 처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파일의 서명은 위조가 아니었다. 암호화 기술 자체가 너무 낡아서, 서명 필드를 별도로 마스킹하는 프로토콜이 아예 적용되지 않은 시대의 산물이었다.

[ 디지털 서명 필드 해독 완료 ]

[ 서명자 식별 코드 : ISR ]

세 글자. 나는 타이핑을 멈추고 그 코드를 응시했다.

ISR. 파일명 헤더에 반복되던 접두어와 정확히 일치한다. ISR-BYM-ENC-01부터 16까지. 이 서명 코드가 파일 생성자의 이니셜이라면, ByM 아카이브를 실제로 만들어 봉인한 사람의 이름 머리글자가 된다.

COSMOS의 전 직원 인사 기록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했다. 이니셜 ISR 또는 유사 배열로 검색. 결과는 공란이었다. 이 사람은 COSMOS 소속이 아니다. 외부인. 내부 네트워크에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나는 검색 범위를 확장했다. COSMOS가 사유화되기 전 상위 기관이었던 NASA의 공개 인사 아카이브, 미국 과학 연구 기관 통합 인명 색인, 2020~2050년대 학술 출판물의 저자 데이터베이스. ISR이라는 이니셜을 가진 인물 중, ByM과 접점이 있을 만한 배경을 지닌 사람.

여섯 시간이 걸렸다. 커피를 네 잔 더 마시고, 눈을 비비는 횟수가 분당 세 번으로 늘어날 즈음, 마침내 하나의 이름이 걸려 올라왔다.

이리스.

2020년대 중반, 비정부 과학 연구 지원 재단의 외곽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 본명은 기록에 없고, 'Iris'라는 단일 이름만이 산발적으로 등장했다.

학술 논문의 공저자도 아니고, 기관의 공식 직원도 아닌, 재단의 경계면에 머무른 그림자. 하지만 그 그림자가 생성한 디지털 서명의 해시 패턴이, 내 손에 쥐어진 16개 파일 헤더의 ISR 서명과 91.7% 일치했다.

이리스. ByM의 아카이브를 직접 만들어 봉인한 사람. 외부인. COSMOS의 어떤 기록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름.

나는 손가락 끝의 미세한 저림을 무시하고 이리스의 흔적을 더 깊이 추적했다. 그녀가 남긴 파일 메타데이터의 참조 경로를 타고 들어가자, 또 하나의 코드가 반복적으로 출현하기 시작했다.

[ 참조 코드 : NEO-ARC ]

NEO. 나는 그 이름을 COSMOS 내부망이 아닌 공개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했다.

즉각적으로 수십 건의 결과가 쏟아졌다. NEO — 20세기 중반에서 후반에 걸쳐 활동한 비밀 조직. 공식적으로는 1990년대에 해체된 것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활동 영역은 모호했다. 과학 연구 지원, 정보 수집, 일부 기록에서는 국가 간 비공식 외교 채널이라는 추측도 달려 있었다. 그러나 확인된 것은 거의 없었다. 역사의 각주에 한 줄짜리 언급으로만 남아 있는 유령 기관.

문제는 시간이었다. NEO는 1990년대에 해체되었다. 그런데 ByM 파일의 생성일은 2028년이다. 해체된 조직의 참조 코드가, 해체로부터 거의 40년이 지난 시점에 생성된 파일 안에 살아 있다.

"해체된 조직의 기록이 왜 2028년에도 만들어지고 있는 거지?"

건조한 혼잣말이 냉각팬 소음 속에 묻혔다.

나는 NEO-ARC 코드가 참조하는 하위 경로를 다시 추적했다. 이리스의 파일에서 NEO-ARC는 단순한 분류 태그가 아니었다. 그것은 특정 인물의 활동 기록을 가리키는 색인 주소였다.

후안 구스타프.

외교관. 20세기 중반 활동. NEO와의 직접적 연관 기록은 공개 데이터베이스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리스의 파일 내부에서는 이 이름이 반복적으로 참조되고 있었다.

후안 구스타프의 기록이 NEO-ARC 코드로 분류되어 있고, 그 코드가 이리스의 서명이 찍힌 ByM 아카이브 안에 들어 있다.

나는 분석실 보조 모니터에 연결 지도를 그렸다. 세 개의 노드. 후안 구스타프. 이리스. ByM.

시간 순서로 배열하면 세대가 만들어졌다. 후안 구스타프는 20세기 중반. 이리스는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반. ByM은 21세기 초반 이후. 세 사람, 혹은 세 조직은 각기 다른 시대에 활동했지만 하나의 연쇄 고리로 묶여 있었다.

세 개의 고리가 공통으로 추적한 대상이 있다. 아직 그 대상의 윤곽은 보이지 않지만, 이 연결 구조 자체가 답의 일부였다.

나는 메인 모니터로 시선을 돌려 연결 지도의 전체 구조를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도의 끝점이 가리키는 곳에서 숨이 막혔다.

모든 경로의 종착지가 COSMOS였다.

후안 구스타프의 외교 활동 기록 일부가 COSMOS의 전신인 NASA 기후 연구 프로그램과 접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리스가 ByM 아카이브를 봉인한 서버의 원래 소유자는 COSMOS에 흡수된 하청업체였다. 그리고 ByM의 47개 파일은 진유미의 지시로 COSMOS의 심장부에 묻혔다.

외부의 해커 집단이 만든 봉인 아카이브가 왜 COSMOS의 격리 스토리지에 있는가. 로버트가 2086년에 우연히 발견해서 옮긴 것이 아니었다. 진유미가 의도적으로 여기에 숨긴 것이다.

그렇다면 진유미는 이리스를 알고 있었는가. ByM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가. NEO의 유산이 이 연구소 안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니 그것을 알기 때문에, 이곳을 선택한 것인가.

COSMOS는 정말로 기후 연구소인가.

"NASA에서 분리된 순수 기후 연구 프로젝트."

내가 입사할 때 받은 오리엔테이션 자료의 첫 문장이 떠올랐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문장이, 지금 이 순간 내 분석가의 뇌가 그 위에 붉은 경고등을 점멸시키고 있었다.

이 연구소의 공식 역사는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나는 연결 지도를 응시한 채 어금니를 물었다.

분석가의 본능은 더 깊이 파고들라고 소리쳤지만, 동시에 3년간 축적된 경험이 경고하고 있었다. ByM 파일에 접근한 뒤 시스템이 일괄 삭제를 단행했던 2098년의 기억. 유리모프가 새벽 복도에서 내게 던졌던 서늘한 시선. 이 연구소 안에서 진실에 가까이 다가간 자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로버트의 죽음이 이미 증명했다.

그때 분석실 내선 전화가 울렸다.

심박수가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이 분석실의 내선에 전화가 걸려온 것은 3년 만에 처음이었다. 모든 업무 연락은 내부 메신저로 처리되는 것이 이 연구소의 프로토콜이다. 내선 전화는 오직 한 경우에만 사용된다. 상부의 직접 호출.

나는 2초 동안 전화기의 녹색 점멸등을 바라보았다. 냉각팬 소음 사이로 벨소리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다.

"아키코 분석원. 케이트 부총괄의 비서실에서 연락드립니다."

여성의 목소리. 사무적이고 감정이 배제된, 기계처럼 정돈된 어조.

"내일 오전 10시, 본관 7층 면담실로 출석해 주십시오. 면담 사유는 현장에서 전달됩니다."

나는 대답하기까지 0.5초의 공백을 두었다. 그 0.5초 동안 내 뇌는 서른일곱 가지 시나리오를 동시에 연산했다.

"확인했습니다."

통화가 끊겼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내 손끝에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나는 그 떨림을 인지하고, 인지했다는 사실 자체를 불쾌하게 여기며 주먹을 쥐었다.

케이트. COSMOS의 실질적 권력자. 로버트의 뇌 스캔 실험을 지시한 자. 진유미 사후 이 연구소의 모든 것을 장악한 여자.

그녀가 나를 면담실로 부른다. 면담 사유는 현장에서 전달. 이것은 면담이 아니라 심문의 형식이다.

내 조사가 감지되었는가. 3년 동안 흔적을 지우며 추적해 왔지만, 이 연구소의 보안 시스템은 내가 만든 백도어보다 더 깊은 곳에 눈이 있을 수 있다. 아니면 유리모프가 보고한 것인가. 내선 전화의 타이밍이 너무 정확했다. 이리스라는 이름을 해독한 바로 그날.

하지만 확신은 금물이었다. 단순한 정기 인사 면담일 수도 있고, 내 기후 모델링 성과에 대한 평가일 수도 있다. 가능성의 가중치를 매기는 것은 내일 면담실의 케이트 앞에 앉은 다음이다.

나는 모니터로 돌아갔다.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메인 모니터에 띄워둔 ByM-이리스-NEO 연결 지도. 후안 구스타프의 노드까지 포함된 전체 구조. 나는 이 지도를 내 개인 암호화 드라이브에 복사했다. 원본은 분석실 터미널에. 사본은 내가 COSMOS 외부에 비밀리에 확보해 둔 클라우드 은닉 서버에.

복제인간으로서 9년간 이 연구소에서 살아남으며 익힌 생존의 제1원칙.

기록은 두 곳에 남겨야 한다.

하나가 지워져도 다른 하나가 살아남는다. 로버트는 이것을 몰랐다. 진유미는 알았을까. 그녀가 ByM의 아카이브를 COSMOS에 숨긴 것은 기록을 두 곳에 남기려는 행위였을까, 아니면 전혀 다른 목적이 있었을까.

모니터 전원을 끄고 터미널의 접근 로그를 삭제했다. 분석실이 어둠에 잠겼다. 냉각팬만이 여전히 돌아갔다.

의자에서 일어서며 목을 돌렸다. 경추가 건조하게 꺾이는 소리가 났다.

내일 오전 10시. 케이트의 면담실.

나는 그 자리에 무해하고 유능한 데이터 분석원의 얼굴을 쓰고 앉아야 한다. 3년간의 추적이 벌려놓은 거미줄을 한 올도 보여주지 않은 채. 이리스도, NEO도, 후안 구스타프도 모르는 얼굴로.

살아남은 16개의 파일이 내 은닉 서버 깊숙한 곳에서 가늘게 맥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슴 안쪽에 봉인한 채.

복도로 나서며 무의식적으로 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쥐었다.

내일, 케이트가 묻는 것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그녀가 기후 모델링의 성과를 물으면 나는 살아남는다. 그녀가 격리 스토리지를 언급하면 — 나는 로버트와 같은 길 위에 서게 된다.

분석실 문을 닫고 서늘한 복도를 걸었다. 보안등의 창백한 빛이 일정한 간격으로 바닥을 흘렀다.

지하 4층의 공기는 항상 2도쯤 낮다. 그 냉기가 오늘따라 피부가 아니라 경추 아래쪽을 향해 스며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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