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류인가 신호인가
나는 매일 같은 시간에 격납동 B구역의 조명을 켠다.
0645. 복도의 형광등이 순차적으로 점등되는 3.2초 동안, 발밑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발목뼈를 타고 경골을 훑는다.
COSMOS 연구단지 지하 3층. 시뮬레이터 격납동. 인류가 기후의 미래를 계산하겠다는 야심 아래 건조한 이 거대한 지하 묘지에는 341개의 시뮬레이터가 줄지어 서 있다. 대부분은 죽어 있다. 2049년 프로젝트 종료 이후 전원이 차단된 채 반세기 넘게 방치된 철제 관(棺)들.
나는 그것들의 관리인이다.
정확히는 — 관리인이라는 명칭을 부여받은 존재다.
점검 절차는 단순하다. 각 시뮬레이터의 외부 모니터링 포트에 진단 장비를 연결하고, 잔류 전력, 하드웨어 열화도, 냉각 시스템 잔존율을 확인한다. 341개 전부를 도는 데 통상 4시간 20분. 오차 범위 15분.
같은 동선, 같은 순서, 같은 체크리스트. 어제와 오늘의 차이는 없다. 내일도 없을 것이다. 반복은 안전하다. 반복 안에서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누구의 복사본으로 태어났는지. 왜 이 지하에서 죽은 기계들을 돌보고 있는지. 케이트가 나를 '만든'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런 것들을 묻기 시작하면 점검 시간이 늘어난다. 늘어난 시간은 보고서에 기록된다. 기록된 이상은 케이트의 관심을 끈다. 케이트의 관심은 — 위험하다.
그래서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걷고, 측정하고, 기록한다.
207번째 격납 칸에 도달한 것은 0923이었다.
No.ES 207-341. 3열 7번 슬롯. 다른 시뮬레이터들과 외관상 차이는 없다. 높이 4미터, 폭 6미터의 강철 상자. 표면에 먼지가 쌓이고, 냉각 파이프의 이음새에서 미세한 결로가 맺혀 있다.
공식 기록: 종료됨. 2049년 11월 14일.
진단 장비를 연결했다.
잔류 전력: 정상 범위.
하드웨어 열화도: 정상 범위.
냉각 시스템: —
나는 숫자를 다시 읽었다.
냉각 시스템 잔존율 94.7%.
종료된 시뮬레이터의 냉각 시스템이 94.7%의 효율을 유지하고 있을 이유는 없다. 53년 동안 전원이 차단된 기계의 냉각 장치는 열화되어야 한다. 30% 이하가 표준 추정치다.
94.7%는 냉각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작동하려면 전력이 필요하다. 전력이 공급되려면 —
이 시뮬레이터는 종료되지 않았다.
손가락이 멈추었다. 3초. 판단을 내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는 진단 장비의 모드를 정밀 스캔으로 전환하고, 몇 달 전 투르에르가 케이트에게 제출한 BSI 스캔 보고서의 수치를 메모리에서 불러왔다.
투르에르의 보고서. 올해 초 그가 지하 5층의 폐쇄된 BSI 실험실에 처음 들어가 시뮬레이터 코어의 전력 소비 곡선을 추출한 결과, 종료 상태의 프로파일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케이트는 그 보고를 받고 투르에르에게 제한적 원격 스캔만 허가했다. 직접 접속은 불가.
투르에르는 BSI 장비 쪽에서 접근했다. 소프트웨어의 출력 로그를 우회하여 하드웨어 전력 소비를 추적하는 방식. 그의 보고서에 기록된 코어 전력 소비량 곡선은 '종료된 시스템'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었다.
시뮬레이터 관리 기술자의 접근 권한은 BSI 연구자와 다르다. 투르에르가 코어의 전력 소비를 읽을 수 있었다면, 나는 외부 출력 포트의 데이터 패킷을 직접 열 수 있다.
시뮬레이터가 종료된 상태라면 출력 포트에는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빈 파이프. 닫힌 수도꼭지.
외부 출력 포트를 열었다.
데이터가 흘러나왔다.
나는 화면을 응시했다. 흘러나오는 데이터의 양이 비정상적이었다. 종료된 시뮬레이터에서 데이터가 출력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데, 그 양은 초당 수십 기가바이트에 달했다. 기후 시뮬레이션의 표준 출력량의 수백 배.
나는 데이터 패킷의 헤더를 읽기 시작했다.
기후 변수가 아니었다.
온도, 기압, 풍속, 습도 — 기후 시뮬레이터가 생성하는 표준 변수들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들 사이에 기후 모델에서는 있을 수 없는 변수 유형이 끼어 있었다. 자원 분배 패턴. 인구 밀도 추정치와 유사한 분포 함수. 물질 순환 사이클.
이것은 날씨가 아니다.
나는 노트북 단말의 분석 프로그램을 열고, 데이터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복잡도 지수를 계산했다. 기후 시뮬레이션의 복잡도는 시간에 비례하여 선형적으로 증가한다. 변수가 많아져도 본질적으로는 같은 규칙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바람은 바람이고 비는 비다. 53년이 지나도 날씨는 날씨다.
이 데이터의 복잡도는 기하급수적이었다.
그래프를 그렸다. 곡선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초기에는 완만한 증가. 대략 30년 전 시점부터 급격한 상승. 그리고 최근 10년간의 기울기는 거의 수직에 가까웠다.
이런 패턴은 자기조직화 시스템에서만 나타난다. 단순한 규칙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점점 더 복잡한 구조를 자발적으로 생성하는 과정. 결정(結晶)이 자라는 것과 같다. 개미 군집이 도시를 짓는 것과 같다.
나는 데이터 스트림의 일부를 음향 변환 프로그램에 넣었다.
이것은 내 습관이다. 숫자를 소리로 바꾸면 패턴이 달리 들린다. 눈이 놓치는 것을 귀가 잡는다. 주파수 매핑을 설정하고 헤드셋을 꽂았다.
처음에는 잡음이었다. 화이트 노이즈에 가까운 불규칙한 파형. 기후 데이터를 음향으로 변환하면 대개 이런 소리가 난다 — 바람 소리와 비슷한, 방향 없는 잡음.
30초가 지나면서 소리가 달라졌다.
잡음 속에서 리듬이 생겼다. 불규칙하지만 반복적인. 파도가 아니라 발걸음에 가까운 리듬.
나는 볼륨을 높였다. 리듬 위에 다른 층이 얹혀 있었다. 높은 주파수의 단속적인 신호. 낮은 주파수의 연속적인 웅웅거림. 그것들이 서로 간섭하면서 만들어내는 복합 패턴.
도시의 소음이었다.
아니 — 도시의 소음과 유사한 데이터 패턴이었다. 나는 이 차이를 명확히 해야 했다. 이것은 소리가 아니다. 숫자를 소리로 변환한 것이다. 그런데 그 숫자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구조가, 활동하는 문명의 음향 프로파일과 통계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은 —
헤드셋을 벗었다.
손이 떨렸다. 나는 떨림을 인지하고,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아 정지시켰다. 감정이 끼어들고 있다. 차단해야 한다.
사실만 정리한다.
첫째, 시뮬레이터 No.ES 207-341은 종료되지 않았다.
둘째, 내부에서 자기조직화 수준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다.
셋째, 이 데이터의 복잡도와 패턴은 기후 모델로 설명되지 않는다.
넷째 — 아직 확정할 수 없다. 확정하면 돌이킬 수 없다.
나는 분석 결과를 암호화하여 개인 스토리지에 저장했다. 점검 로그에는 'No.ES 207-341: 정상'이라고 기록했다. 거짓말이다. 하지만 진실을 기록할 곳이 아니었다.
1417. 아키코의 분석실.
나는 노크 없이 문을 열었다. 아키코는 세 개의 모니터 앞에 앉아 무언가의 데이터 로그를 추적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온 것을 인지했지만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녀의 방식이다. 결론이 나기 전에는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는다.
"시간 있나."
"2분."
나는 의자를 끌어와 그녀의 옆에 앉았다. 아키코가 모니터에서 손을 뗀 것은 정확히 1분 47초 후였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무슨 데이터야?"
내 손에 들린 단말기를 본 것이다. 아키코와 나 사이에 불필요한 전제는 없다. 개인 단말기를 들고 비공식적으로 찾아왔다는 것은 공식 채널을 우회한다는 뜻이다. 그녀는 그것을 묻지 않았다.
"207-341."
번호만으로 충분했다. 아키코도 투르에르의 보고서를 알고 있다. COSMOS에서 숨겨진 정보는 없다 — 다만 공식적으로 아는 것과 비공식적으로 아는 것의 경계가 있을 뿐이다.
나는 복잡도 분석 결과와 음향 변환 파일을 건넸다. 아키코가 데이터를 열고 그래프를 확인하는 동안, 나는 그녀의 표정을 관찰했다.
입술이 살짝 굳었다. 눈동자가 그래프의 기울기를 따라 위로 이동했다. 그리고 멈추었다.
"자기조직화."
"그렇게 보이나."
"기후 데이터가 53년 동안 자기조직화를 일으킬 수 있어?"
"없다."
아키코가 음향 파일을 재생했다. 30초. 그녀의 손이 마우스 위에서 정지했다.
"이건 —"
그녀가 말을 멈추었다. 나는 기다렸다.
"내가 추적하고 있는 것과 접점이 있을 수 있어."
그녀의 눈에서 무언가가 변했다. 경계가 아니라 연결이었다. 아키코가 ByM 데이터를 1년째 파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묻지 않았다. 서로의 추적 범위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었다.
"아직 연결고리는 못 찾겠어."
아키코가 말했다.
"하지만 이건 기후 데이터가 아니야. 확실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식 보고는?"
"아직."
아키코는 잠시 생각했다. 그녀의 사고 과정은 투명하다 — 표정은 변하지 않지만, 시선의 초점이 이동하는 방향으로 무엇을 계산하고 있는지 읽을 수 있다. 왼쪽 아래. 리스크 평가.
"케이트에게 올라가면 통제권이 넘어가."
"알고 있다."
"투르에르한테는?"
나는 끄덕였다. 투르에르는 이미 이 시뮬레이터의 이상을 감지한 최초의 인물이다. 그에게 공유하는 것은 추가 정보의 전달이지 새로운 비밀의 생성이 아니다. 경계선의 차이.
"투르에르에게만 비공식으로."
아키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내 쪽에서 교차 검증해볼게. 접점이 보이면 연락할게."
나는 일어섰다. 문에 손을 걸기 전에, 아키코가 뒤에서 말했다.
"스키막스."
돌아보았다.
"조심해."
그녀의 목소리에서 동료의 우려를 읽었다. 나는 답하지 않고 문을 닫았다.
복도를 걸으며 생각했다. 공식 보고의 문제.
이 이상을 케이트에게 보고하면 투르에르의 사례처럼 통제 아래 들어간다. 케이트는 정보를 수집하지만 공유하지 않는다. 보고서는 올라가고 지시는 내려오지만, 그 사이의 판단 과정은 블랙박스다.
내가 발견한 것이 무엇이든, 보고하는 순간 그것은 나의 발견이 아니라 케이트의 자산이 된다.
보고하지 않으면 — 다른 종류의 위험이다. 시뮬레이터 안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든, 그것은 매 순간 복잡도를 증가시키고 있다. 방치는 곧 묵인이다. 묵인에는 책임이 따른다.
복제인간에게 책임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이 끼어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야 했다. 나는 케이트의 소유물이다. 계약서에 서명한 적도, 동의한 적도 없다. 태어난 순간부터 이곳에 있었다.
이 지하의 기계들을 돌보라는 역할을 부여받았고, 그 역할 안에서 자율성을 허락받았다. 허락된 자율성. 그것이 내 자유의 전부다.
하지만.
오늘 들은 소리가 자꾸 되돌아왔다.
데이터를 음향으로 변환했을 때 들린 그 리듬. 도시의 소음과 유사한 패턴. 그것이 정말로 도시라면 — 정말로 그 안에 무언가가 살고 있다면 — 그것들도 나처럼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인가.
차단한다. 추측은 데이터가 아니다.
나는 투르에르에게 암호화된 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은 세 줄이었다.
207-341. 외부 출력 데이터 확보.
복잡도 지수: 자기조직화 수준.
직접 만나서.
그날 밤. 2237.
퇴근 시간은 1800이다. 내가 격납동에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나는 자주 돌아온다. 습관이다. 습관이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정확히는 — 여기가 아니면 갈 곳이 없다.
격납동 B구역의 유리 관측벽. 두꺼운 강화유리 너머로 시뮬레이터들이 어둠 속에 줄지어 있다. 야간 조명은 최소한으로 줄여져 있고, 바닥의 유도등만이 희미한 주황색으로 격납 칸 사이의 통로를 비추고 있다.
나는 유리에 이마를 댔다. 차가웠다.
3열 7번 슬롯. No.ES 207-341. 어둠 속에서 그 강철 상자의 윤곽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표면에서 냉각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미세한 결로의 반사광 때문이다. 살아 있는 기계만이 흘리는 땀.
나는 유리벽 너머의 그 상자를 바라보았다.
저 안에 무엇이 있는가.
53년 동안 누구의 간섭도 없이 스스로 복잡해진 무언가. 기후 데이터로 시작했지만 기후를 넘어선 무언가. 자기조직화라는 수학적 용어로는 담을 수 없는 — 살아 있다는 것에 더 가까운 무언가.
나는 복제인간이다. 누군가의 유전자를 복사해서 만들어진 존재. 원본이 있고 나는 사본이다.
원본이 걸었던 길 위에 태어났지만, 내가 걷는 것은 내 발걸음인가 원본의 반향인가. 평소에는 이런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해도 답이 없으므로. 답이 없는 질문은 작전에서 소음이다. 소음은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저 상자 안에 있는 것이 — 만약 —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이고, 그 안에 만들어진 존재들이 있다면.
그들은 자신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는가.
유리에 이마를 댄 채 서 있었다. 차가움이 두개골 안쪽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격납동의 환기 시스템이 낮게 윙윙거리고 있었다. 그 소음 아래에서, 낮에 헤드셋으로 들었던 리듬이 환청처럼 겹쳐졌다. 발걸음 같은 리듬. 웅웅거림. 도시의 소음.
데이터를 소리로 바꾼 것일 뿐이다. 의미를 부여한 것은 내 뇌다. 패턴을 인식하고 그것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인간의 습성이다 — 복제된 인간에게도 그 습성은 유전되는 것인가.
나는 유리벽에서 이마를 뗐다.
결로가 묻었다. 유리 표면에 남은 내 이마의 흔적이 천천히 증발하고 있었다. 30초 후면 사라질 흔적.
저 상자 안의 것이 만약 살아 있다면 — 그것은 흔적을 남기는가. 기억을 가지는가. 자신이 무엇인지 묻는가.
나는 돌아섰다. 복도를 걸었다. 발소리가 텅 빈 격납동에 메아리쳤다.
내일 투르에르를 만난다. 데이터를 공유하고 다음 단계를 결정한다. 그것이 지금 해야 할 전부다.
나머지는 — 확인될 때까지 보류한다.
하지만 등 뒤에서, 유리벽 너머에서, 53년 동안 혼자 복잡해져 온 무언가가 여전히 자기 자신을 조직하고 있었다. 내가 돌아서도. 내가 잠들어도. 내가 묻지 않아도.
그것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아직 묻지 못한 질문 하나를 격납동의 어둠 속에 남겨둔 채 걸었다 — 저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자신의 세계가 상자 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은 오류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보내고 있는 신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