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브라트 제국의 수도 아르바토르.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였다. 검은 돌로 만들어진 성벽이 도시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고, 그 중앙에는 황궁이 솟아 있었다.
황궁의 대전.
붉은 깃발이 천장에서 늘어져 있었고, 수십 명의 장군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브라트 제국의 황제, 카르도스 3세.
그의 눈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대전의 문이 열렸다.
전령이 들어왔다.
그는 피투성이 갑옷을 입고 있었다.
전령이 무릎을 꿇었다.
“폐하…”
황제가 말했다.
“말하라.”
전령의 목소리가 떨렸다.
“칼도르 평원 전투…”
잠시 침묵.
“패배했습니다.”
대전 안이 조용해졌다.
황제의 눈이 조금 좁아졌다.
“병력은?”
“절반 이상을 잃었습니다.”
황제의 손가락이 왕좌 팔걸이를 두드렸다.
“장군은?”
“전사했습니다.”
잠시 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황제가 말했다.
“상대는 누구지.”
전령이 대답했다.
“아르케시아 왕국의 왕…”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녹슨 칼의 왕입니다.”
몇몇 장군들이 낮게 웃었다.
“광대 왕 말입니까.”
황제의 눈이 번뜩였다.
웃음이 멈췄다.
황제가 말했다.
“광대가 내 군대를 이겼다는 말인가.”
전령이 고개를 숙였다.
“예, 폐하.”
황제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전 안이 긴장으로 가득 찼다.
황제가 말했다.
“군대를 준비하라.”
장군들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폐하께서 직접 나가십니까?”
황제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렇다.”
그는 천천히 말했다.
“대륙에는 질서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질서는…”
그의 눈이 어두워졌다.
“…황제가 만든다.”
한편.
아르케시아 왕국.
칼도르 평원의 전투가 끝난 뒤, 왕국에는 승리의 소식이 퍼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거리에서 환호하고 있었다.
“왕이 이겼다!”
“녹슨 칼의 왕 만세!”
하지만 왕궁의 전략실 분위기는 달랐다.
마티온이 말했다.
“브라트 제국이 조용합니다.”
루드릭이 지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카엘이 물었다.
“왜지?”
루드릭이 말했다.
“황제가 움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티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르도스 3세는 패배를 용납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카엘은 잠시 생각했다.
“그럼 결국…”
마티온이 말했다.
“황제와 싸워야 합니다.”
루드릭이 웃었다.
“왕과 황제의 전쟁이군.”
카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녹슨 칼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티온이 물었다.
“두렵습니까.”
카엘이 말했다.
“아니.”
루드릭이 말했다.
“그럼 왜 그렇게 조용하십니까.”
카엘이 말했다.
“황제라…”
그는 잠시 생각했다.
“그 사람도 검을 쓰겠지.”
루드릭이 웃었다.
“당연합니다.”
카엘이 말했다.
“그럼 괜찮다.”
마티온이 물었다.
“무엇이 말입니까.”
카엘이 조용히 말했다.
“결국 같은 전쟁터다.”
그는 천천히 일어났다.
창밖에는 왕국의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카엘이 말했다.
“황제가 오면…”
루드릭이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카엘이 녹슨 칼을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왕이 싸운다.”
몇 주 뒤.
대륙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브라트 제국의 군대가 집결하고 있었다.
수만 명의 병사.
황제의 친위대.
대륙 최강의 군대였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황제 카르도스 3세가 서 있었다.
그의 눈이 북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르케시아 왕국.
황제가 말했다.
“광대 왕…”
그는 조용히 웃었다.
“직접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