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겨울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아르케시아 왕국의 북쪽 평원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가득했고, 멀리 산맥에는 눈이 쌓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평원 위에
두 개의 군대가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있었다.
한쪽에는 아르케시아 왕국의 군대.
수천 명의 병사와 기사단, 그리고 새로 조직된 왕국군이 전열을 갖추고 있었다.
전열 중앙에는 검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녹슨 검이 그려진 왕의 깃발.
그 아래에 카엘이 서 있었다.
그의 갑옷은 여전히 화려하지 않았다.
왕관도 쓰고 있지 않았다.
허리에는 여전히 그 칼이 있었다.
녹슨 칼.
루드릭이 말했다.
“폐하.”
카엘이 평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드릭이 말을 이었다.
“저쪽입니다.”
카엘의 시선이 멀리 움직였다.
평원 반대편.
끝없이 이어진 철갑의 물결.
브라트 제국의 군대.
수만 명의 병사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창의 숲이 평원을 뒤덮고 있었다.
그 중앙에는 황금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황제의 문장.
마티온이 조용히 말했다.
“저 군대는 대륙에서 가장 강한 군대입니다.”
루드릭이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황제가 직접 왔습니다.”
브라트 군대의 중앙.
황제 카르도스 3세가 말을 타고 있었다.
그의 갑옷은 검은 강철로 만들어져 있었고, 망토는 붉은색이었다.
황제의 눈이 평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제국 장군들이 서 있었다.
한 장군이 말했다.
“폐하.”
“아르케시아 왕입니다.”
황제의 눈이 움직였다.
그는 멀리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화려한 갑옷도 없는 왕.
왕관도 없는 왕.
하지만 그 손에는 검이 있었다.
황제가 말했다.
“저 사람이군.”
장군이 말했다.
“예. 녹슨 칼의 왕입니다.”
황제가 잠시 웃었다.
“광대 왕이라더니.”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검을 들고 있군.”
잠시 뒤.
두 군대 사이의 평원 중앙.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황제였다.
그는 말을 타고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아르케시아 군대 쪽에서도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카엘이었다.
루드릭이 말했다.
“위험합니다.”
카엘이 말했다.
“괜찮다.”
그는 평원 중앙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몇 걸음.
황제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네가 광대 왕인가.”
카엘이 말했다.
“그래서 당신이 황제인가.”
황제가 웃었다.
“대담하군.”
카엘은 조용히 말했다.
“전쟁터에서는 다 같은 병사다.”
황제가 말했다.
“왕과 황제도?”
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 앞에서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바람이 평원을 지나갔다.
황제가 말했다.
“왜 싸우는가.”
카엘이 말했다.
“왕국을 지키기 위해.”
황제가 말했다.
“제국은 질서를 만든다.”
카엘이 말했다.
“질서가 아니라 지배다.”
황제가 웃었다.
“그래서 광대가 왕이 되었군.”
카엘이 말했다.
“그래서 황제가 전쟁을 시작했군.”
황제의 눈이 번뜩였다.
잠시 침묵.
그리고 황제가 말했다.
“좋다.”
그는 말을 돌렸다.
“오늘 끝내자.”
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두 사람은 동시에 돌아섰다.
각자의 군대로 걸어갔다.
루드릭이 물었다.
“어땠습니까.”
카엘이 말했다.
“강하다.”
마티온이 말했다.
“황제도 폐하를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평원 반대편.
황제도 말했다.
“재미있는 왕이다.”
장군이 물었다.
“전투를 시작할까요?”
황제가 천천히 검을 뽑았다.
검은 강철이 햇빛을 받았다.
“시작하라.”
그 순간.
두 군대의 북이 동시에 울렸다.
쿵—
쿵—
쿵—
수만 명의 병사들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