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북이 울렸다.
쿵—
쿵—
쿵—
두 군대의 북소리가 평원 전체를 뒤흔들었다.
차가운 바람이 풀을 흔들고, 수만 명의 병사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창이 올라갔다.
방패가 맞붙었다.
그리고 마침내.
두 군대가 충돌했다.
첫 번째로 부딪힌 것은 보병들이었다.
브라트 제국의 철갑 보병들이 창을 낮추고 전진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완벽하게 정렬되어 있었다.
루드릭이 말했다.
“저게 브라트 제국의 철벽 보병입니다.”
카엘은 평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드릭이 물었다.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카엘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뒤로 물러나라.”
루드릭이 놀랐다.
“지금요?”
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루드릭이 명령을 외쳤다.
“후퇴!”
아르케시아 보병들이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브라트 군대가 전진했다.
브라트 장군이 웃었다.
“겁을 먹었군.”
황제가 조용히 말했다.
“…아니다.”
평원의 중간 지점.
아르케시아 군대가 뒤로 물러나면서 전열이 조금 벌어졌다.
브라트 군대는 계속 전진했다.
그리고 그 순간.
카엘이 말했다.
“지금.”
루드릭이 외쳤다.
“좌우 전열!”
평원의 양쪽에서 갑자기 병사들이 튀어나왔다.
아르케시아의 기병대였다.
브라트 군대의 측면을 향해 돌진했다.
브라트 장군이 소리쳤다.
“측면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기병대가 창을 들고 브라트 보병의 옆을 파고들었다.
방패벽이 무너졌다.
그 틈으로 아르케시아 보병들이 다시 돌진했다.
루드릭이 외쳤다.
“전진!”
평원은 순식간에 혼란 속으로 들어갔다.
창이 부러지고, 검이 부딪히고, 말들이 뛰어다녔다.
브라트 군대의 전열이 흔들리고 있었다.
황제가 조용히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장군이 말했다.
“폐하, 전열이 흔들립니다.”
황제가 말했다.
“알고 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친위대를 준비시켜라.”
장군이 놀랐다.
“지금입니까?”
황제가 말했다.
“저 왕을 직접 보겠다.”
한편.
카엘은 평원 중앙에서 싸우고 있었다.
녹슨 칼이 계속 번쩍였다.
브라트 병사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루드릭이 옆에서 말했다.
“폐하!”
“황제의 친위대가 움직입니다!”
카엘이 고개를 들었다.
평원 반대편에서 검은 갑옷의 기사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황제의 친위대.
대륙에서 가장 강한 기사들이었다.
마티온이 말했다.
“저들은 전설적인 기사들입니다.”
루드릭이 말했다.
“그들을 뚫기는 어렵습니다.”
카엘은 잠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황제가 오고 있다.”
루드릭이 물었다.
“어떻게 아십니까.”
카엘이 말했다.
“저 군대는 길을 만든다.”
친위대가 앞으로 나오면서 평원이 갈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검은 갑옷.
붉은 망토.
황제 카르도스 3세.
마티온이 낮게 말했다.
“폐하…”
카엘이 녹슨 칼을 들었다.
“그래.”
루드릭이 물었다.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카엘이 말했다.
“군대를 맡아라.”
루드릭이 놀랐다.
“폐하는?”
카엘이 말했다.
“황제를 만나러 간다.”
마티온이 말했다.
“위험합니다.”
카엘이 말했다.
“왕은 전쟁 뒤에 숨지 않는다.”
그는 천천히 걸어갔다.
평원 중앙.
황제도 걸어 나오고 있었다.
수만 명의 병사들이 싸우고 있는 전쟁터 한가운데.
두 사람이 다시 마주 보고 서 있었다.
황제가 말했다.
“다시 만났군.”
카엘이 말했다.
“그래.”
황제가 천천히 검을 뽑았다.
검은 강철 검이었다.
“이 전쟁은 여기서 끝난다.”
카엘도 녹슨 칼을 들어 올렸다.
“그래.”
바람이 평원을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