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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일러스트

15화

평원 한가운데.

수만 명의 병사들이 싸우고 있었지만, 그 중심에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공간이 생겨 있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그곳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아르케시아의 왕 카엘.

그리고

브라트 제국의 황제 카르도스 3세.

바람이 풀을 스쳤다.

황제가 먼저 입을 열었다.

“광대 왕.”

카엘이 말했다.

“황제.”

황제가 천천히 말했다.

“너는 흥미로운 사람이다.”

그는 카엘을 위아래로 살펴보았다.

“왕관도 없이 전쟁터에 나오고.”

“황금 갑옷도 없다.”

카엘이 말했다.

“전쟁터에서는 필요 없다.”

황제가 웃었다.

“좋다.”

그는 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검은 강철 검.

황제의 검이었다.

“그럼 보자.”

카엘도 녹슨 칼을 들어 올렸다.

녹이 슨 낡은 칼.

하지만 그의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잠시 침묵.

그리고.

황제가 먼저 움직였다.

검이 번개처럼 내려왔다.

카엘은 한 걸음 옆으로 비켰다.

황제의 검이 땅을 스쳤다.

황제가 바로 두 번째 공격을 했다.

옆으로 베기.

카엘의 칼이 움직였다.

쨍—

두 검이 부딪혔다.

불꽃이 튀었다.

황제의 눈이 조금 좁아졌다.

“막는군.”

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황제가 다시 공격했다.

이번에는 빠르게.

세 번.

네 번.

다섯 번.

황제의 검은 매우 빨랐다.

그리고 매우 강했다.

카엘의 발이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

황제가 말했다.

“왕이 되기에는 아직 부족하군.”

그는 더 강하게 공격했다.

검이 카엘의 어깨를 스쳤다.

피가 조금 튀었다.

루드릭이 멀리서 외쳤다.

“폐하!”

카엘은 여전히 침착했다.

그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

황제가 말했다.

“왜 공격하지 않지?”

카엘이 말했다.

“보고 있다.”

황제가 웃었다.

“무엇을?”

카엘이 말했다.

“검.”

황제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황제가 다시 돌진했다.

이번에는 전력.

검이 머리를 향해 내려왔다.

카엘의 몸이 움직였다.

아주 짧은 움직임.

녹슨 칼이 황제의 검을 비껴냈다.

그리고.

카엘의 칼이 황제의 갑옷 틈을 스쳤다.

황제가 멈췄다.

피가 조금 흘렀다.

황제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건…”

카엘이 말했다.

“빈틈.”

황제가 웃었다.

“좋다.”

그는 검을 다시 들었다.

이번에는 더 빠르게.

검이 번쩍였다.

두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쨍—

쨍—

쨍—

검이 계속 부딪혔다.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두 사람의 검이 춤추고 있었다.

잠시 뒤.

황제의 숨이 조금 거칠어졌다.

카엘의 숨도 거칠었다.

황제가 말했다.

“이런 전투는 오랜만이다.”

카엘이 말했다.

“나도.”

황제가 물었다.

“왜 그렇게 강하지?”

카엘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나는 평생 사람들 앞에서 싸웠다.”

황제가 물었다.

“광대로서?”

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웃지 않으면…”

그는 잠시 멈췄다.

“…죽는다.”

황제가 잠시 웃었다.

“재미있는 삶이군.”

그는 마지막으로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럼 끝내자.”

카엘도 칼을 들었다.

바람이 평원을 스쳤다.

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검이 번쩍였다.

한 번.

아주 짧은 순간.

그리고.

황제의 검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황제가 멈춰 섰다.

카엘의 녹슨 칼이 그의 목 앞에 멈춰 있었다.

전쟁터가 완전히 조용해졌다.

황제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졌군.”

카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황제가 말했다.

“광대 왕.”

카엘이 말했다.

“황제.”

황제가 잠시 웃었다.

“대륙이 바뀌겠군.”

카엘이 말했다.

“그럴지도.”

잠시 침묵.

그리고 카엘이 말했다.

“전쟁은 끝났다.”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평원 위의 전쟁이 멈추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검을 내렸다.

루드릭이 조용히 말했다.

“끝났습니다.”

마티온이 평원을 바라보았다.

“대륙의 왕이 탄생했습니다.”

카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녹슨 칼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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