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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일러스트

9화

왕궁의 전투가 끝난 다음 날 아침.

아르케시아의 하늘은 놀라울 정도로 맑았다.

밤새 타오르던 횃불은 꺼졌고, 왕궁의 마당에는 아직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깨진 창, 부서진 방패, 그리고 말없이 누워 있는 병사들.

하지만 전쟁은 끝났다.

반란군은 항복했고, 공작 발렌의 군대는 흩어졌다.

왕궁의 큰 종이 천천히 울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왕이 죽었을 때 울리는 종이었다.

왕궁 대전.

귀족들과 기사들, 성직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대전 중앙에는 왕좌가 있었다.

하지만 그 왕좌는 비어 있었다.

마티온이 앞으로 나왔다.

늙은 점술가는 천천히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아르케시아의 왕 레오르 4세께서 어젯밤 돌아가셨다.”

사람들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마티온이 다시 말했다.

“왕께서는 유언을 남기셨다.”

대전 안이 긴장으로 가득 찼다.

귀족들의 눈이 서로를 향했다.

마티온의 목소리가 울렸다.

“왕의 유언.”

“아르케시아의 왕은 카엘이다.”

대전 안이 술렁였다.

몇몇 귀족들이 속삭였다.

“광대…”

“정말로…”

마티온이 손을 들었다.

“왕께서는 이미 그를 선택하셨다.”

루드릭이 앞으로 나왔다.

기사단장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말했다.

“왕국 기사단은 왕의 명령을 따른다.”

그는 카엘을 바라보았다.

“폐하.”

기사들이 하나둘 무릎을 꿇었다.

철갑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울렸다.

대전의 절반이 무릎을 꿇었다.

나머지 귀족들은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대주교 세르반이 앞으로 나왔다.

그는 잠시 카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왕국은 혼란 속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왕이다.”

세르반도 무릎을 꿇었다.

“폐하.”

그 순간.

남아 있던 귀족들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하나둘 무릎을 꿇었다.

대전 안에 울려 퍼진 목소리.

“폐하.”

“폐하.”

“폐하.”

카엘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넝마 같은 옷.

허리에는 녹슨 칼.

마티온이 말했다.

“왕좌로 오십시오.”

카엘은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왕좌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화려했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왕좌.

수백 년 동안 왕들이 앉아왔던 자리였다.

카엘은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왕좌 앞에서 멈췄다.

마티온이 말했다.

“무릎을 꿇으십시오.”

카엘이 무릎을 꿇었다.

대주교 세르반이 왕관을 들었다.

아르케시아의 왕관.

무거운 황금 왕관이었다.

세르반이 말했다.

“이 왕관은 아르케시아의 왕에게 주어진다.”

그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왕관을 카엘의 머리 위에 올렸다.

“오늘부터 그대는 아르케시아의 왕이다.”

왕관이 내려왔다.

카엘의 머리 위에 놓였다.

대전이 울렸다.

“왕이시여!”

“폐하 만세!”

“아르케시아 만세!”

하지만 카엘은 조용히 서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나는 왕이 아니다.”

사람들이 멈췄다.

마티온이 그를 바라보았다.

카엘이 말했다.

“나는 광대였다.”

“그리고 검객이다.”

그는 녹슨 칼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왕이 아니라…”

“이 검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루드릭이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폐하를 그렇게 부를 것입니다.”

카엘이 물었다.

“어떻게?”

루드릭이 말했다.

“녹슨 칼의 왕.”

대전 안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곧 사람들이 외쳤다.

“녹슨 칼의 왕!”

“녹슨 칼의 왕!”

“녹슨 칼의 왕!”

카엘은 그 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녹슨 칼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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