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왕이 바뀌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하지만 왕이 바뀐다고 해서 세상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카엘이 왕관을 쓴 지 한 달이 지났을 때, 아르케시아 왕국은 여전히 혼란 속에 있었다.
왕궁의 회의실에는 귀족들과 장군들이 모여 있었다.
탁자 위에는 왕국의 지도와 보고서들이 쌓여 있었다.
마티온이 한 장의 두루마리를 펼쳤다.
“현재 상황입니다.”
그는 차분히 말했다.
“남부에서는 도적들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부에서는 귀족들이 세금 징수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북부에서는 기사단 일부가 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카엘은 지도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왕관을 쓰고 있었지만 옷차림은 여전히 단순했다.
허리에는 여전히 녹슨 칼이 걸려 있었다.
공작 자리를 대신 맡은 귀족 하나가 말했다.
“폐하, 군대를 보내 도적들을 모두 토벌해야 합니다.”
다른 귀족이 말했다.
“세금을 거부하는 귀족들도 처벌해야 합니다.”
루드릭이 말했다.
“북부 기사단도 정리해야 합니다.”
카엘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물었다.
“도적이 얼마나 되지?”
마티온이 대답했다.
“수백 명 정도입니다.”
카엘이 다시 물었다.
“그들이 왜 도적이 되었지?”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귀족 하나가 말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카엘이 그를 바라보았다.
귀족은 말을 멈췄다.
마티온이 말했다.
“대부분 농민입니다.”
“귀족들에게 땅을 빼앗긴 사람들입니다.”
카엘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말했다.
“그럼 그들은 도적이 아니라…”
그는 지도를 바라보았다.
“…굶주린 백성이다.”
귀족들이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카엘이 말했다.
“군대를 보내지 않는다.”
회의실이 술렁였다.
“폐하!”
“그럼 왕국의 법은 어떻게 합니까!”
카엘이 말했다.
“그들을 부른다.”
루드릭이 물었다.
“왕궁으로 말입니까?”
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티온이 물었다.
“그리고?”
카엘이 말했다.
“선택하게 한다.”
“도적이 될지…”
그는 잠시 멈췄다.
“…병사가 될지.”
루드릭의 눈이 조금 커졌다.
마티온이 조용히 웃었다.
“재미있는 생각입니다.”
며칠 뒤.
왕궁 앞 마당.
수백 명의 도적들이 모여 있었다.
왕의 부름을 받고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긴장한 눈으로 왕궁을 바라보고 있었다.
성문이 열렸다.
카엘이 나왔다.
그의 뒤에는 루드릭과 기사들이 서 있었다.
도적들 사이에서 속삭임이 흘렀다.
“저 사람이 왕인가.”
“광대 출신 왕.”
카엘이 말했다.
“나는 너희를 잡으러 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카엘이 말했다.
“나는 너희를 죽이려 하지 않는다.”
그는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선택해야 한다.”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카엘이 말했다.
“도적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그는 뒤에 있는 기사들을 가리켰다.
“…왕국을 위해 싸울 것인가.”
잠시 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한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거친 얼굴의 사내였다.
“정말 우리를 병사로 받아주겠습니까.”
카엘이 말했다.
“검을 들 줄 아는 사람은 모두 필요하다.”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는 싸우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앞으로 나왔다.
“저도.”
“저도.”
“저도.”
마티온이 조용히 말했다.
“폐하.”
“도적들이 군대가 되고 있습니다.”
카엘이 말했다.
“아니.”
그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백성이 군대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