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왕궁의 중앙 마당에는 전투의 소리가 가득했다.
검이 부딪히는 소리, 병사들의 외침, 갑옷이 깨지는 소리가 밤공기를 가르고 있었다. 횃불의 불빛이 흔들리며 사람들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그 한가운데.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보고 서 있었다.
공작 발렌.
그리고
카엘.
발렌은 말 위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그의 갑옷은 완벽하게 다듬어진 강철이었고, 허리에 찬 검은 왕국 최고의 대장장이가 만든 것이었다.
반면 카엘은 여전히 넝마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손에는 녹슨 칼 하나.
발렌이 웃었다.
“이게 왕이 될 자의 모습인가.”
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발렌이 검을 천천히 뽑았다.
강철이 횃불빛을 받아 번쩍였다.
“왕국은 귀족의 피로 만들어졌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광대가 앉을 자리가 아니다.”
카엘이 말했다.
“그래서 왕국이 썩었다.”
발렌의 눈이 번뜩였다.
“건방진 놈.”
그는 돌진했다.
발렌의 검이 번개처럼 내려왔다.
카엘은 한 발 물러섰다.
검이 돌바닥을 갈랐다.
발렌은 멈추지 않았다.
두 번째 공격.
세 번째 공격.
발렌의 검술은 빠르고 강했다.
그는 귀족이었지만 동시에 뛰어난 검객이었다.
하지만 카엘은 여전히 최소한의 움직임만 하고 있었다.
발렌이 이를 악물었다.
“도망만 다니는군!”
카엘이 말했다.
“아직 아니다.”
발렌이 다시 공격했다.
이번에는 전력.
검이 카엘의 어깨를 향해 내려왔다.
그 순간.
카엘이 움직였다.
녹슨 칼이 번쩍였다.
쨍—
두 검이 부딪혔다.
발렌의 눈이 크게 떠졌다.
녹슨 칼이 그의 검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게…”
발렌이 이를 악물었다.
“말도 안 된다!”
그는 다시 공격했다.
하지만 카엘의 움직임은 변하지 않았다.
간결했다.
정확했다.
그리고 무섭게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항상 먼저였다.
발렌의 검이 빗나갔다.
카엘의 칼이 그의 갑옷 틈을 스쳤다.
피가 조금 흘렀다.
발렌이 뒤로 물러났다.
“네 놈…”
그의 숨이 거칠어졌다.
“대체 누구냐.”
카엘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광대다.”
발렌이 비웃었다.
“거짓말이다.”
카엘이 말했다.
“맞다.”
잠시 침묵.
그리고 카엘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나는 평생 사람들을 웃게 했다.”
“그래서 사람을 잘 안다.”
발렌의 눈이 좁아졌다.
카엘이 말했다.
“귀족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발렌이 다시 검을 들었다.
“그럼 죽어라.”
그는 마지막 돌진을 했다.
모든 힘을 실은 공격이었다.
검이 내려왔다.
카엘의 칼이 움직였다.
한 번.
아주 짧은 움직임.
그리고.
발렌의 검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카엘의 녹슨 칼이 그의 목 앞에 멈춰 있었다.
마당이 완전히 조용해졌다.
발렌의 눈이 떨렸다.
“이건…”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카엘이 말했다.
“끝났다.”
발렌이 잠시 웃었다.
씁쓸한 웃음이었다.
“광대에게 왕국을 빼앗기는군.”
카엘은 말했다.
“왕국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잠시 침묵.
그리고 카엘이 말했다.
“백성의 것이다.”
녹슨 칼이 움직였다.
발렌의 몸이 무너졌다.
마당은 조용해졌다.
반란군 병사들이 하나둘 무기를 내려놓았다.
루드릭이 앞으로 걸어왔다.
그는 쓰러진 발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끝났다.”
왕궁 기사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카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왕궁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티온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반란이 끝났다.”
카엘이 물었다.
“왕국은?”
마티온이 말했다.
“왕이 필요하다.”
카엘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왕은 죽었다.”
마티온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는 카엘을 바라보았다.
“새 왕이 여기 있다.”
루드릭도 고개를 숙였다.
왕궁 기사들이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마당에 울려 퍼진 목소리.
“폐하.”
카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녹슨 칼이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