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훈련장이 조용해진 뒤에도 귀족들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남아 있었다.
광대가 기사단장을 이겼다.
그 사실은 그들에게 단순한 패배가 아니었다.
모욕이었다.
훈련장이 비워지자 공작 발렌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말없이 밖으로 나갔다.
몇 명의 귀족들이 그를 따라갔다.
왕궁의 복도 끝, 사람들의 눈이 닿지 않는 작은 방.
문이 닫히자 발렌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주교 세르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광대가 왕이 되는 것을 교회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기사단장 루드릭도 방 안에 있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조용히 서 있었다.
발렌이 그를 바라보았다.
“루드릭.”
“예.”
“저 광대… 어떻게 생각하나.”
루드릭은 잠시 침묵했다.
“검술은 진짜입니다.”
발렌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세르반이 말했다.
“왕이 죽으면 왕국은 새 왕을 세워야 합니다.”
“그 왕이 광대라면?”
발렌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귀족들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발렌이 천천히 말했다.
“그 전에 끝내면 된다.”
방 안의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그날 밤.
왕궁의 복도는 조용했다.
카엘은 작은 객실에 머물고 있었다.
왕의 명령으로 머무는 방이었다.
광대에게는 너무 화려한 방이었다.
카엘은 창가에 앉아 있었다.
달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녹슨 칼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었다.
“왕이라…”
그는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문 밖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
아주 조심스러운 발소리였다.
카엘의 눈이 조용히 움직였다.
그리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이 살짝 열렸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둘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암살자였다.
첫 번째 암살자가 단검을 들었다.
그 순간.
카엘의 칼이 번쩍였다.
쨍.
단검이 날아갔다.
두 번째 암살자가 달려들었다.
카엘은 몸을 살짝 틀었다.
녹슨 칼이 한 번 움직였다.
암살자가 바닥에 쓰러졌다.
모든 것이 몇 초 만에 끝났다.
카엘은 조용히 서 있었다.
그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렸다.
왕의 점술가 마티온이었다.
마티온은 바닥에 쓰러진 암살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생각보다 빠르군.”
카엘이 그를 바라보았다.
“알고 있었습니까.”
마티온이 웃었다.
“귀족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카엘은 잠시 생각했다.
“그럼 왕도 알고 있습니까.”
마티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말했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
카엘의 눈이 조용히 좁아졌다.
“시작이라.”
마티온이 말했다.
“귀족들은 검보다 정치에 능하다.”
그는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곧 왕국 전체가 움직일 것이다.”
카엘은 녹슨 칼을 다시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상관없습니다.”
마티온이 그를 바라보았다.
“왜지?”
카엘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어차피 저는 평생 싸워 왔습니다.”
그는 칼을 천천히 칼집에 넣었다.
“이번에는 상대가 귀족일 뿐입니다.”
마티온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래서 왕이 되는 자인가.”
그 순간.
왕궁 어딘가에서 종이 울렸다.
늦은 밤의 종이었다.
그리고 왕궁 깊은 곳에서.
늙은 왕 레오르 4세는 창가에 서 있었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왕은 천천히 중얼거렸다.
“그래… 시작되었군.”
그의 눈은 어둠 속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