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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11화. 점장실의 빈 명패와 새 점장의 인수인계 일러스트

110-111화. 점장실의 빈 명패와 새 점장의 인수인계

제목: 110-111화. 점장실의 빈 명패와 새 점장의 인수인계

“윤 팀장님!”

내 목소리는 지하로 꺾여 들어가는 어둠 속에서 허망하게 찢어졌다. 윤서하, 아니 지금은 윤희의 잔향에 절반쯤 잠긴 그녀가 계단 아래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뒤를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콰드드득!

위쪽 매점에서 우산살들이 짐승의 이빨처럼 바닥을 씹어먹었다. 냉동고 유리가 터지고, 진열대가 엎어지고, 컵라면들이 마지막 재고 조사처럼 사방으로 굴러다녔다.

“도윤 씨, 뛰어요!”

반가온이 내 등을 밀었다. 이현우는 태블릿을 품에 안은 채 거의 굴러서 계단으로 떨어졌다. 우리가 마지막 발을 내딛는 순간, 위쪽 바닥이 무너져 입구를 반쯤 막았다.

쿵.

어둠이 문 닫는 소리였다.

“하…… 오늘 퇴근길은 왜 항상 지하철 막차보다 험하냐.”

농담을 했지만 목 안쪽이 바짝 말랐다. 계단은 생각보다 좁았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폭인데, 벽면이 숨 쉬듯 안쪽으로 밀려왔다. 뒤에서 반가온이 욕을 삼켰고, 이현우의 태블릿 모서리가 벽에 긁혀 파란 불꽃을 튀겼다.

“통로가 좁아져요!”

“알아! 살도 빠지기 전에 압축 포장될 것 같으니까 조용히 해!”

몇 계단 더 내려가자 냄새가 바뀌었다.

오래된 믹스커피의 들큰한 향. 누군가 방금 비를 맞고 들어온 듯한 젖은 우산 냄새. 거기에 장례식장 지하 특유의 찬 먼지가 섞여 있었다. 10년 전 시간이 아직 썩지 못하고 컵 바닥에 눌어붙은 냄새였다.

계단 끝에는 방이 있었다.

점장실.

그 단어가 이렇게 지옥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걸 나는 오늘 처음 알았다.

사방 벽면에는 책장 대신 출퇴근 카드와 명패가 꽂혀 있었다. 수천 장인지, 수만 장인지 세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파란 형광등이 지직거리며 깜빡일 때마다 카드 모서리들이 일제히 번쩍였고, 그 짧은 빛 안에서 이름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김무열. 박지수. 미등록. 대리자. 폐기 보류. 퇴근 실패.

이름표가 아니라 묘비 같았다.

방 한가운데 윤서하가 서 있었다. 그녀는 책상 위에 놓인 빈 명패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동자는 비어 있었지만, 손끝은 미세하게 떨렸다. 오른손 검지가 자신의 허벅지를 긁듯이 움직였다.

서하 씨가 버티고 있다.

그 사소한 떨림 하나가, 내가 아직 그녀를 윤희라고 부르지 않아도 되는 이유였다.

“윤서하.”

내가 다가가려 하자 반가온이 내 팔을 잡아챘다.

“건드리지 마요. 지금 저 사람 파동, 안쪽에서 서로 물어뜯고 있어요.”

반가온의 감정 나침반은 미친 듯이 돌고 있었다. 아니, 돌다 못해 바늘이 뒤집혀 자기 배를 찌르는 모양으로 꺾였다. 나침반이 아프다는 표정을 지을 수 있다면 딱 저랬을 것이다.

“감정도 셀프 계산대 쓰는 세상이냐.”

“농담할 때 아니거든요?”

“농담 안 하면 토할 것 같아서 그래.”

윤서하의 입술이 달싹였다.

“교대…… 하러 왔습니다.”

목소리는 윤서하의 성대에서 나왔지만, 끝부분이 포스기 스피커처럼 지직거렸다. 그녀가 천천히 손을 뻗어 빈 명패를 문질렀다.

명패에는 아무 이름도 없었다. 매끄러운 수정 조각처럼 보였다.

하지만 잔향청취가 내 뒤통수를 붙잡고 그 안으로 처박았다.

[……아직 퇴근 전인가요?]

[이름을 적으면, 나갈 수 없어.]

명패 표면 위로 글자들이 떠올랐다. 누군가 펜으로 쓰고, 손톱으로 긁어 지우고, 다시 다른 필체로 덧쓴 흔적들. 수십, 수백 개의 필적이 서로 겹쳐 하나의 말이 되었다.

[보호자 0번]

나는 홀린 듯 명패에 손을 올렸다.

차갑다.

아니, 차갑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누군가 퇴근 도장을 찍지 못한 손목들을 전부 갈아 넣어 만든 얼음 같았다.

잔향이 밀려왔다.

— 서하 이름은 빼요. 그 애는 출근한 적 없어요.

윤희의 목소리였다. 지금 윤서하의 입을 빌려 말하는 것보다 더 젊고, 더 절박했다.

— 출근하지 않았으면 퇴근시킬 수 없지.

남자의 목소리가 답했다. 낮고 부드러운데, 이상하게 사람 냄새가 없었다. 친절한 안내 방송이 장례식장에서 상주 노릇을 하는 것 같았다.

— 그래서 이름을 빌려야 해. 누군가는 이곳에 남아 있어야 문이 닫히니까. 윤희 씨, 당신이 서하의 이름으로 결제하면 그 애는 장부에서 빠져. 대신 당신은 영원히 퇴근하지 못해.

— 상관없어요. 그 애만 나갈 수 있다면.

나는 숨을 삼켰다.

점장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낯익었다. 아까 카드 속 남자가 “점장을 찾지 마라”고 경고했을 때의 그 음색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었다. 다만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같은 얼굴을 다른 유리창에 비춘 것처럼, 미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강도윤 씨!”

이현우의 외침이 잔향을 찢었다.

그는 책상 구석에 붙어 있던 낡은 단말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화면에는 녹슨 초록색 글자가 끊겼다 이어졌다.

“관리자 로그예요. 여기 규칙이 떠요. ‘점장 권한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만 위임 가능.’”

“살아 있는 사람만 점장이 될 수 있다. 훌륭하네. 죽어서까지 알바 뛸 필요는 없단 뜻인가?”

“반대예요.”

이현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10년 동안 이 점장실이 유지됐다는 건, 보호자 0번 중 최소 한 명이 아직 살아 있는 상태로 등록되어 있다는 뜻이에요. 진짜로 살아 있거나…… 시스템이 살아 있다고 우기고 있거나.”

그때 책상 첫 번째 서랍이 저절로 열렸다.

스르륵.

그 안에는 누렇게 변색된 장부 한 권이 들어 있었다. 표지에는 흐린 볼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교대 장부]

나는 장부를 열었다. 종이는 축축했고, 손끝에 오래된 커피 얼룩이 묻었다. 페이지마다 이름들이 있었다. 어떤 이름은 줄이 그어져 있었고, 어떤 이름은 아예 칼로 도려낸 듯 구멍만 남아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손이 멈췄다.

[근무자 : 윤희]

[대리자 : 윤서하]

[상태 : 미래 출근 예정]

“미래 출근 예정…….”

내 입에서 헛웃음이 샜다.

10년 전 장부에 10년 뒤의 출근이 찍혀 있다. 예언이라기엔 너무 행정적이고, 저주라기엔 양식이 너무 성실했다. 역시 사람 괴롭히는 데 제일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문서다.

윤서하의 손끝이 다시 떨렸다.

이번엔 허벅지가 아니라 내 쪽을 향해, 아주 조금.

도와줘.

말은 없었지만 그렇게 보였다.

나는 장부를 덮으려 했다.

그 순간, 벽면의 출퇴근 기록기가 혼자 움직였다.

드륵, 드륵.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카드 한 장이 허공에서 툭 튀어나와 투입구로 빨려 들어갔다.

탁!

붉은 잉크가 찍혔다.

[일시 : 기록 불가 / 22:14 / 출근]

[성명 : 강도윤]

“……내 이름?”

나는 주머니를 더듬었다. 있어야 할 F급 헌터 자격증 겸용 카드가 없었다. 대신 저 망할 기록기 입에 내 카드가 꽂혀 있었다.

[띠링!]

[점장 권한의 일시적 공백을 감지합니다.]

[긴급 대행 프로토콜 작동.]

[강도윤 님, 점장 대리 근무를 시작합니다.]

“이런 씨…… 누가 멋대로 취업을 시켜!”

카드를 뽑으려 손을 뻗은 순간이었다.

철벅.

지하 복도 끝에서 젖은 구두 소리가 났다.

형광등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검은 그림자가 파란빛 아래로 몸을 드러냈다. 남자는 젖지 않는 검은 우산을 지팡이처럼 짚고 있었다.

그가 나를 보고 웃었다.

“늦었군, 새 점장.”

점장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인수인계부터 시작할까?”

제목: 111화. 새 점장의 인수인계

검은 우산 끝이 바닥을 툭, 툭 쳤다.

그 소리만으로 점장실의 눅눅한 공기가 물결처럼 흔들렸다. 남자는 얼굴 절반을 그림자에 묻은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제갈후와는 달랐다. 제갈후가 대놓고 불을 지르는 쪽이라면, 이 남자는 불 꺼진 뒤 남은 재를 가지런히 봉투에 담아 보관할 타입이었다.

정중했다.

그래서 더 기분 나빴다.

“인수인계?”

나는 허리춤의 검창 쪽으로 손을 내리며 웃었다.

“난 여기 취업하러 온 적 없는데. 면접관 치고 복장이 너무 장례식장이잖아.”

“복장은 중요하지 않네.”

남자가 젖지 않는 검은 우산을 지팡이처럼 짚고 한 걸음 다가왔다.

“이미 카드가 찍혔으니까.”

그가 품 안에서 검은 파일철을 꺼냈다. 낡고 두툼했다. 다만 파일철이라고 부르기엔 묘하게 딱딱했다. 가까이서 보니 종이가 아니었다.

얇은 출퇴근 카드들이었다.

수백 장, 아니 수천 장의 카드가 링에 묶여 한 권의 서류처럼 포개져 있었다. 카드마다 모서리가 닳아 있었고, 어떤 것은 누군가 손톱으로 긁어낸 듯 이름 부분만 거칠게 벗겨져 있었다.

“늦게 온 만큼 절차는 빠르게 진행하지. 대리.”

남자는 끝내 자기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자신을 점장이라 부르지도 않았다. 그저 너무 익숙한 손놀림으로 파일철을 내밀었다.

첫 장에 붉은 글자가 떠올랐다.

[퇴근 불가자 목록]

목록은 짧았다.

짧아서 더 나빴다.

[윤희 / 상태 : 영구 근무]

[윤서하 / 상태 : 미래 출근 예정, 대리 근무 중]

[강도윤 / 상태 : 대리 점장 발령]

[이진하 / 상태 : 원 소유자 확인 대기]

내 시선이 마지막 줄에 못 박혔다.

이진하.

그 이름은 언제나 내 안쪽에서 먼저 반응했다. 기억보다 통증이 빠르다는 걸 그때마다 배운다. 원 소유자 확인 대기라니. 사람 이름을 택배 분실물처럼 처리하는 이 지하 행정 지옥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손바닥에 피가 안 났다면 진짜 쳤을지도 모른다.

“이걸 왜 나한테 보여주는데?”

“서명하게. 그래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

나는 파일철을 받지 않고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점장실 벽이 울었다.

끼이이익.

벽면에 꽂힌 수많은 명패들이 동시에 흔들렸다. 이름 없는 금속 조각들이 이빨 부딪치듯 떨었다.

“도윤 씨!”

뒤에서 이현우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돌아보니 위층 매점으로 이어지던 통로가 닫히고 있었다. 콘크리트가 내려앉는 게 아니었다. 검은 우산살 같은 그림자들이 서로 엮이며 입구를 꿰매고 있었다.

반가온이 감정 나침반을 손등에 찍듯 움켜쥐고 그림자를 후려쳤다. 그림자는 잠깐 찢어졌지만, 찢긴 자리에서 검은 물이 흘러나와 더 촘촘한 우산살이 되었다.

“이거 안 벌어져요! 점점 좁아져!”

이대로면 둘은 통로에 눌려 죽거나, 이 지하에 영구직으로 채용된다. 솔직히 둘 다 최악인데, 후자는 산재 처리도 안 될 것 같았다.

“윤서하!”

나는 책상 쪽으로 끌려가던 그녀를 불렀다.

윤서하의 고개가 느리게 돌아왔다. 텅 빈 눈동자 속에서 아주 잠깐, 내가 아는 사람의 초점이 떠올랐다. 그녀의 입술이 피가 날 듯 떨렸다.

“도윤…… 씨.”

숨이 끊어질 듯한 목소리였다.

“받지 마요. 그거 받으면 안 돼…….”

다음 순간, 같은 입에서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받아. 그래야 문이 열려.”

윤희였다.

“그들이 죽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

윤서하의 손이 자기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마치 목소리의 주인을 손으로 끌어내려는 것처럼. 손톱이 살에 박히고, 그녀의 이름표가 파랗게 번뜩였다.

“그만…….”

그건 윤서하인지 윤희인지 알 수 없는 신음이었다.

나는 검은 파일철을 노려봤다.

[잔향청취]

스킬을 억지로 끌어올리자 첫 장의 카드 묶음에서 10년 전 공기가 튀어나왔다.

점장실은 지금보다 조금 깨끗했다. 그래도 냄새는 같았다. 믹스커피, 젖은 우산, 오래된 형광등 먼지. 누군가 우산을 접고 있었다. 탁, 탁. 검은 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서 사라졌다.

“이제 끝인가?”

누군가 물었다.

우산을 접던 남자가 대답했다.

“아니. 보관의 시작이지.”

그 목소리는 지금 내 앞의 남자와 닮아 있었다.

“나는 점장이 아니라 보관자다. 점장은 이름을 잃은 사람이 맡는 법이니까.”

잔향이 끊겼다.

현실의 남자, 아니 보관자가 나를 보며 웃었다.

“시간이 없군. 대리.”

통로는 이제 어른 한 명이 겨우 빠져나갈 폭까지 줄었다. 이현우가 어깨로 벽을 버티고 있었고, 반가온은 이가 깨질 듯 이를 악문 채 나침반을 그림자 틈에 쑤셔 넣고 있었다.

내가 서명하지 않으면 저 둘은 죽는다.

서명하면 나는 이 시스템의 일부가 된다.

선택지가 두 개처럼 보이지만, 사실 하나뿐이었다. 나는 원래 인생에서 좋은 선택지를 받아본 적이 별로 없다. 대신 나쁜 선택지를 최대한 이상하게 망가뜨리는 데는 재능이 있었다.

나는 파일철을 낚아챘다.

“서명하면 되는 거지?”

“현명한 선택이야.”

보관자가 펜을 내밀었다.

나는 펜을 받지 않았다.

대신 파일철 가장자리의 날카로운 출퇴근 카드 하나를 세워 왼쪽 손바닥을 그었다.

치익.

피가 배어 나왔다. 하지만 내가 찍으려는 건 피가 아니었다. 내 몸에 들러붙어 있는 잔향들. 죽은 자의 농담, 현장의 마지막 숨, 이름을 잃은 사람들의 찌꺼기. 그 지저분하고 규격 외인 것들을 손바닥 상처로 밀어냈다.

그리고 첫 장의 서명란에 찍었다.

[시스템 오류 : 승인되지 않은 인증 방식입니다.]

[경고 : 데이터 오염 발생.]

[임시 권한이 강제로 활성화됩니다.]

“무슨 짓을…….”

보관자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웃음이 사라졌다.

점장실 벽면의 명패들이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닫히던 통로의 그림자들이 굳어버렸다.

“현우 씨! 지금!”

통로 너머에서 이현우가 단말기를 미친 듯이 두드렸다.

“로그 확인! 강제 점유 성공! 그런데 시스템이 바로 밀어내요!”

“그래서 몇 분?”

“대리 점장 권한, 3분 00초!”

“3분?”

반가온이 윤서하의 팔을 붙잡고 이를 악물었다.

“그 안에 이름표를 떼야 해요. 아니면 최소한 윤서하 쪽을 붙잡아야 해요!”

3분.

컵라면도 덜 익는 시간에 사람 하나를 지하 행정 저주에서 꺼내야 했다. 훌륭하다. 대한민국 헌터업계는 언제나 빠른 업무 처리를 요구한다.

나는 피 흐르는 손을 움켜쥔 채 책상으로 몸을 날렸다. 윤서하가 끌려가던 자리. 윤희의 잔향이 가장 짙게 고여 있던 곳. 책상 아래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낡은 사원증이었다.

사진 부분은 날카로운 것으로 긁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는 하얗게 패여 있었다.

하지만 이름 칸은 남아 있었다.

[이진하]

나는 숨을 멈췄다.

그 글씨는 내 필체였다. 지금의 내가 쓰는 글씨와 똑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획 끝을 비틀어 올리는 버릇, 받침을 조금 눌러 쓰는 습관, 급할 때 모음이 짧아지는 모양까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쓴 글씨였다.

“역시.”

등 뒤에서 보관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본인이 직접 찾는 편이 빠르군.”

그가 천천히 우산을 펼쳤다. 파란 형광등이 하나씩 꺼졌다.

“이제 기억이 좀 나나?”

어둠 속에서 그가 웃었다.

“왜 자네가 퇴근하지 못하고 이곳을 맴돌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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