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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127화. 이름을 부른 대가와 윤서하가 나를 잊는 방법 일러스트

126-127화. 이름을 부른 대가와 윤서하가 나를 잊는 방법

제목: 126-127화. 이름을 부른 대가와 윤서하가 나를 잊는 방법

제목: 126화. 이름을 부른 대가

“도윤 씨!”

그 짧은 세 음절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순간, 점장실의 공기가 비틀렸다. 아니, 비틀린 건 내 존재 쪽이었을지도 모른다.

벽면에 걸린 역대 점장들의 명패가 미친 듯이 덜덜 떨리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책상 위에 놓인 구식 출퇴근 기록기가 마치 심장 박동처럼 붉은 빛을 내뿜으며 요란한 경고음을 울렸다. 귓가에서 금속이 긁히는 듯한 소음이 몰아쳤다.

내 몸 안쪽에서 무언가 뒤집히는 감각이 느껴졌다. 장갑을 낀 손가락 끝부터 서서히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이질감이 차올랐다. 마치 내 몸이라는 폴더 안에 전혀 다른 실행 파일이 강제로 덮어쓰기 되는 기분이었다.

[인식 코드 확인: 윤서하]

[호명 트리거 성립: 대상 ‘강도윤’]

[원본 KDY 회수 프로세스 1단계 개시]

[주의: 존재 값 재정렬 중…….]

시야 전면에 반투명한 시스템 창이 쏟아졌다. 망할, 내 이름이 무슨 금기어라도 되는 모양이다. 볼드모트도 아니고, 이름 한 번 불렸다고 세계가 멸망할 기세라니.

“서하 씨, 다음부턴 그냥 ‘어이’나 ‘임마’라고 불러줘요. 그게 제 건강에 훨씬 이롭겠네.”

입술이 파들거렸지만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농담이라도 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내 영혼이 이 좁은 점장실 바닥 밑, B-04 구역의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으니까.

윤서하는 안색이 창백해진 채 굳어 있었다. 자신이 부른 이름이 어떤 재앙의 방아쇠가 되었는지 깨달은 눈이다. 하지만 그녀는 무너지지 않았다. 서하 씨는 떨리는 손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자신의 시스템 권한을 강제로 끌어올렸다.

“아니요, 아직 안 끝났어요. 제게 부여된 ‘대체 승인 거부권자’ 권한으로…… 이 프로세스를 동결합니다! 승인되지 않은 회수 절차를 즉시 중단하세요!”

그녀의 외침과 함께 기록기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 빛이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시스템의 대답은 차가웠다.

[권한 충돌 발생. ‘최초 점장(Origin_Manager)’의 프로토콜이 최우선됩니다. 거부권 실행이 지연됩니다.]

“형, 정신 차려요! 이건 부활 같은 낭만적인 게 아니야!”

이현우가 데이터 패드를 미친 듯이 두드리며 소리쳤다. 평소의 능청스러움은 온데간데없는, 절박한 비명이었다.

“원본 KDY가 돌아오는 게 아니라, 지금 형의 존재 값 자체를 그쪽으로 재정렬하고 있다고요! 쉽게 말하면 형이라는 데이터를 지우고 그 자리에 원본을 덮어씌우는 작업이라고요. 이대로 두면 형은…… 그냥 사라져요!”

옆에서 이진하가 이를 악물었다. 이미 반투명해진 그의 팔이 더욱 흐릿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미수 기록의 파편들을 억지로 움켜쥐어 기록기의 톱니바퀴 사이에 처박았다.

“이번엔…… 안 늦는다고 했지.”

진하의 몸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기록 조각들이 비명을 지르며 프로세스를 억지로 늦추고 있었다. 기록기의 톱니바퀴가 삐걱거리며 멈춰 섰지만, 그 대가로 진하의 발목 아래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미해졌다.

“도윤아, 이건…….”

내 그림자 속에서 강도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보다 훨씬 더 깊고, 슬픈 울림이었다.

“원본은 알고 있었어. 검은 우산이 널 추적할 거라는 걸. 그래서 안전장치를 걸어둔 거야. 윤서하의 인식 코드, 그리고 ‘보호자 0번’이라는 권한. 그 두 개가 네 이름표와 묶여야만 자기가 돌아올 수 있게 말이지. 넌 그저…… 그가 돌아오기 위해 잠시 빌려 쓴 껍데기에 불과했던 거야.”

그때였다. 반가온이 들고 있던 감정 나침반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가온이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윤서하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아저씨…… 서하 언니한테서 이상한 게 읽혀요. 죄책감 말고, 그 뒤에 아주 오래된 감정이 숨어 있어요.”

가온이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누군가가 언니의 이름표 안에 아주 깊숙이 숨겨둔 메시지예요. ‘돌아오지 마’. 이건 서하 언니의 마음이 아니에요. 아주 예전에, 윤희라는 분과 연결된 누군가가 남긴…….”

윤희. 서하 씨의 언니이자, 이 비극의 시작점에 서 있던 인물. 그 이름이 나오자 점장실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검은 우산의 그림자가 벽면을 타고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보관자의 형체는 보이지 않았지만, 기록기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음이 그의 조롱 섞인 목소리로 변했다.

『호명은 곧 계약이다. 이름은 부른 자의 책임으로 처리되지. 강도윤, 네가 가진 그 가짜 이름표의 대가는 윤서하의 상실로 지불될 것이다. 얼마나 공평한 회계인가?』

“공평 좋아하시네. 난 외상 전문이라 그런 건 체질에 안 맞거든.”

나는 가슴팍에 달린 ‘강도윤’이라는 이름표를 움켜쥐었다. 손바닥에서 뜨거운 피가 배어 나왔다. 출근 기록부를 만지며 베인 상처가 터진 모양이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피 묻은 손으로 이름표를 문질렀다. 그리고 바닥에 흩어진 B-04 특별 구역의 출근 기록 위에 내 피를 쏟아부었다.

“이름이 트리거라고? 그럼 그 이름을 ‘임시 별칭’으로 바꿔버리면 그만이지.”

[시스템 오류 발생!]

[대상 ‘강도윤’의 식별 데이터 훼손.]

[호명 트리거 ‘도윤 씨’의 참조 대상이 불분명합니다. 프로세스 일시 정지.]

“……성공인가?”

현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려는 찰나였다. 기록기의 붉은 빛이 꺼지고 진하의 몸이 다시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안의 이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고 서늘한 곳에서 무언가 치밀어 올랐다.

가장 오래된 출근 기록, 원본 KDY가 남긴 첫 번째 메모 옆에 새로운 글자가 떠올랐다. 내 피가 스며든 자리에서 서서히 잉크처럼 번져가는 두 번째 메모였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숨을 쉴 수 없었다.

[두 번째 메모: 재분류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회수 프로세스는 멈추지 않는다. 윤서하를 지키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나는 떨리는 눈으로 다음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윤서하가 너를 잊어야 한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강도윤’이라는 이름이 지워지는 순간, 최초 점장은 비로소 퇴근할 수 있다.]

동시에, 내 시야에 붉은색 경고창이 다시 한 번 점멸했다.

[최종 승인 대기 중: 최초 점장은 현재 ‘윤서하’의 이름으로 출근 중입니다.]

제목: 127화. 윤서하가 나를 잊는 방법

머릿속에서 경보음이 울리는 것 같았다. 아니, 그건 시스템이 내뱉는 기계적인 파찰음이었다. 시야를 가득 채운 반투명한 시스템 창이 지직거리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최종 승인 대기 중: 최초 점장은 현재 ‘윤서하’의 이름으로 출근 중입니다.]

"출근... 중이라고?"

내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 나왔다. 나는 매일같이 야근에 시달리며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사는 일개 헌터 겸 임시 대리 점장인 줄 알았더니, 내 존재의 근간인 ‘원본 KDY’라는 인간은 아예 타인의 이름표를 빌려 쓰고 있었다는 소리다. 그것도 내가 가장 지켜야 할 사람의 이름을.

점장실의 풍경이 기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벽면에 걸린 수많은 역대 점장들의 명패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렸다. 금속판 위로 글자들이 덧씌워졌다. 강도윤, 혹은 이름 없는 공란이어야 할 자리들이 하나둘씩 ‘윤서하’라는 석 자로 바뀌어 갔다.

"도윤 씨, 그게 무슨..."

윤서하가 내게 다가오려 발을 내디뎠다. 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

"오지 마요. 그리고 내 이름, 더는 부르지 마세요."

"뭐라고요?"

"그냥 부르지 마요. 부탁이니까."

목소리가 떨렸다. 이건 단순히 정이 떨어졌다거나 싸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방금 뜬 시스템의 두 번째 메모가 내 뇌수를 긁어대고 있었다. 윤서하가 나를 잊어야 한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내 이름이 지워지는 순간, 최초 점장은 퇴근할 수 있다.

이게 무슨 퇴근이야. 이건 해고도 아니고, 존재의 소거다.

"점장실이 지금 팀장님을 먹어치우고 있어요."

이현우가 태블릿을 꽉 쥔 채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빠르게 방 안의 로그를 훑고 있었다. 출퇴근 기록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종이 테이프들이 마치 뱀처럼 윤서하의 발치를 감싸고 있었다. 기록기에서 흘러나오는 소음은 이제 기계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윤서하의 필체가 소리로 변환된 듯한, 기묘하게 닮은꼴의 목소리였다.

[...금일 업무 보고. 강도윤의 존재 값을 회수하여 원본으로 재정렬함...]

기록기가 토해내는 목소리는 윤서하의 것인데, 내용은 나의 파멸을 말하고 있었다.

"잊으라고요? 내가 당신을?"

윤서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충격과 분노, 그리고 알 수 없는 공포가 뒤섞인 눈빛. 그녀는 ‘대체 승인 거부권자’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저 소중한 동료를 잃기 직전의 인간일 뿐이었다.

"잊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면, 그걸 왜 당신 마음대로 결정해요? 내 기억이고, 내 마음인데. 왜 당신들이 내 선택권을 가져가냐고!"

윤서하가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점장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그녀는 결코 무너지는 타입이 아니었다. 오히려 위기 상황에서 가장 차갑게 불타오르는 쪽이지.

하지만 상황은 그녀의 의지만큼 낙관적이지 않았다. 반가온이 들고 있는 감정 나침반의 바늘이 미친 듯이 회전하다가 윤서하를 가리켰다.

"팀장님, 그... 이름표 안쪽에요."

반가온이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윤희 언니가 남긴 '돌아오지 마'라는 감정... 그거랑 비슷해요. 그런데 달라요. 훨씬 더 오래됐고, 훨씬 더 깊어요. 이건 윤희 언니 게 아니에요. 최초 점장이 팀장님의 이름표 위에 자기 감정을 덧씌워 놨어요. 마치... 보호막인 것처럼 속여서 실제로는 덫을 놓은 것 같아요."

"덫이라니?"

내가 묻자, 이현우가 로그를 낚아채듯 읽어내리며 보충했다.

"기억 삭제가 아니에요, 강도윤 씨. 이건 '인식 권한 회수'입니다. 시스템적으로 윤서하 팀장님이 당신을 '강도윤'이라고 인식하는 권한을 박탈하겠다는 거예요. 권한이 사라지면 기억은 데이터 쪼가리가 되어 흩어지겠죠. 하지만 그 대가로 당신의 존재 값은 원본에게 돌아가지 않고 이 자리에 고정될 수 있습니다. 대신..."

"대신?"

"팀장님은 당신을 영원히 보지 못하게 되겠죠. 옆에 있어도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가 되는 겁니다."

젠장, 차라리 깔끔하게 죽는 게 낫지. 투명 인간 취급받으며 사는 게 무슨 헌터 라이프란 말인가. 내 방어기제가 작동해 썰렁한 농담을 던지려 했지만,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으윽...!"

신음소리가 들렸다. 이진하였다. 반투명해진 그의 몸이 마치 깨진 유리처럼 조각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쥐고 있던 미수 기록 조각을 기록기의 톱니바퀴 사이에 필사적으로 처박고 있었다.

"오래... 못 버텨. 이름표 조각이... 다 떨어져 나가고 있어."

그의 팔 하나가 명패 조각처럼 바닥에 떨어져 내려 가루가 됐다. 기록기의 브레이크가 비명을 지르며 불꽃을 튀겼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강도윤. 아니, '나'인가."

강도원이 멍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그의 입에서 피 섞인 기억 파편들이 흘러나왔다.

"원본은 윤서하를 안전장치로 쓴 게 아니야. 최초 점장이... 그녀의 이름을 훔친 거지. 안전장치를 오염시켜서, 네가 도망치지 못하게 묶어둔 거야. 그녀가 너를 부를 때마다 너는 원본에게 한 걸음씩 끌려가게 설계됐어."

그때였다. 구석의 어둠 속에서 검은 우산 그림자가 지팡이처럼 바닥을 짚었다. 보관자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빈 명패들이 부딪히며 그의 목소리를 냈다.

"선택은 간단해, 강도윤."

"그녀가 너를 기억하고 네 이름을 부르면, 너는 원본의 부품이 되어 사라진다. 그녀가 너를 잊으면, 너는 이름 없는 괴물로 살아남겠지만 그녀는 평온해지겠지. 어느 쪽을 택하겠나? 너의 그 고결한 자기희생은 어느 쪽을 향해 있지?"

보관자의 조롱 섞인 질문에 윤서하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의 손이 내 피 묻은 이름표를 꽉 쥐었다.

"아니, 틀렸어."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잊지도 않고, 죽게 내버려 두지도 않아. 내 권한이 '대체 승인 거부'라면, 나는 이 프로세스 자체를 거부하겠어."

"팀장님, 안 돼요! 그러다간 팀장님 존재 자체가 삭제될 수도..."

이현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윤서하는 자신의 가슴에 달린 이름표를 뜯어냈다. 헌터 관리국 소속, 팀장 윤서하. 그 단단한 이름표를 그녀는 내 가슴팍의 피 묻은 '강도윤' 이름표 위에 겹쳐 눌렀다.

"기억은 유지한다. 하지만 호명 권한만 잠그겠어."

그녀가 자신의 권한 코드를 강제로 입력하기 시작했다. '보호자 0번'의 권한이 발동하며 이름표 주위로 푸른 안개가 감돌았다. 그녀의 손끝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이건 기억을 지우는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운 작업일 터였다. 스스로 자신의 목에 자물쇠를 채우는 일이니까.

"윤서하 씨, 멈춰요! 그러다간 당신..."

"조용히 해요, 강도윤 씨. 아니... 이제 당신을 그렇게 부를 수도 없겠네."

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마지막 문구를 새겨넣었다.

[시스템 메시지: 인식 트리거 '강도윤'에 대한 호명 권한을 무기한 잠금 처리합니다.]

[잠금 시행자: 윤서하 (Alternative Approval Denier)]

순간, 나를 끌어당기던 거대한 인력이 툭 끊어졌다. 내 몸 안쪽에서 뒤집히던 감각이 멈추고, 반투명했던 이진하의 형체도 더는 부서지지 않았다. 출퇴근 기록기가 덜컥거리며 멈춰 섰다.

성공인가?

나는 숨을 헐떡이며 윤서하를 바라봤다. 그녀는 여전히 내 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깊은 상실감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고 있었지만, 내 이름을 부르려 할 때마다 목이 막히는 듯 컥 소리를 냈다.

기억은 한다. 하지만 부를 수 없다. 인식은 하지만 정의할 수 없다.

시스템은 다시 조용해졌다. 보관자는 흥미롭다는 듯 우산을 접어 옆구리에 끼웠다.

"호명 권한의 봉인이라... 꽤 영리한 수를 뒀군. 하지만 이건 임시방편일 뿐이야."

윤서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내 가슴팍에 겹쳐진 두 개의 이름표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내 이름은 그녀의 권한 아래 잠겨버렸다. 나는 살았지만, 동시에 그녀의 세계에서는 '이름 없는 자'가 되었다.

적막이 감도는 점장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멈춰 있던 출퇴근 기록기의 톱니바퀴가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방금 전의 기계적인 목소리나 윤서하의 목소리도 아닌, 전혀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너무나도 잘 아는, 그리고 이 상황에서 결코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였다.

[...그 잠금은 최초 점장이 원하던 마지막 문이다.]

윤희의 목소리였다. 아니, 윤희의 목소리를 빌린 원본 KDY의 것일지도 몰랐다.

[서하야, 네가 직접 자물쇠를 채웠으니... 이제 아무도 안에서 나가는 문을 열 수 없게 되었구나.]

기록기에서 검은 퇴근 카드가 천천히 밀려 나왔다. 그 카드에는 내 이름도, 윤서하의 이름도 아닌, 붉은색으로 단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경고: 퇴근 경로가 영구 폐쇄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야근'만 허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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