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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205화. 존재하지 않는 퇴근자와 비상 계단 0-B 일러스트

204-205화. 존재하지 않는 퇴근자와 비상 계단 0-B

204화. 존재하지 않는 퇴근자

손바닥에 새겨진 검은 우산 자국이 맥박에 맞춰 꿈틀거렸다. 박동할 때마다 혈관을 타고 얼음장 같은 냉기가 뇌수까지 치밀어 올랐다. 단순히 아프다는 감각이 아니었다. 내 존재의 밑바닥을 받치고 있던 아주 사소하고 당연한 풍경들이, 젖은 도화지 위의 물감처럼 번지며 지워지고 있었다.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1번 출구. 그 앞의 낡은 만두 가게에서 풍기던 생강 섞인 고기 냄새. 집으로 가는 길목에 늘 서 있던, 간판 글자가 반쯤 나간 편의점의 이름이 뭐였더라. CU였나, GS였나. 아니면 세븐일레븐?

“……아.”

입술이 달싹였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현관문의 비밀번호 네 자리를 떠올리려 애썼다. 1, 0…… 그다음이 기억나지 않았다. 내 손가락이 수천 번은 눌렀을 그 숫자들이, 마치 태어날 때부터 알지 못했던 암호처럼 생소하게 느껴졌다.

퇴근하면 돌아가야 할 장소. 내 삶의 유일한 안전가옥이 시스템상에서 ‘삭제’되는 감각은 형용할 수 없는 공포였다.

“강도윤 씨, 정신 차려요! 눈 초점 맞춰!”

윤서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그녀는 이미 내 손바닥과 팔에 번진 검은 기운을 휴대용 플래시로 비추고 있었다. 자판기 옆의 알루미늄 반사판을 각도기로 잰 듯 비틀어 내 그림자의 농도를 확인하는 손길이 기계처럼 정확했다.

“괜찮아, 윤 팀장. 그냥…… 오늘 퇴근은 글렀다는 예감이 좀 세게 들어서 그래. 내일 연차라도 써야 할 것 같은데, 결재해 줄 상사가 없네.”

농담을 던지려 했지만 말끝이 보기 좋게 씹혔다. ‘퇴근’이라는 단어를 뱉는 순간, 혀끝에서 모래알이 씹히는 서글픈 맛이 났다. 이제 나에게 퇴근이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니까.

“농담할 상황 아니에요. 당신 그림자가 지금 지면에서 2밀리미터 정도 떠 있어. 광학적인 굴절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당신의 위치 좌표를 거부하고 있다는 증거예요.”

윤서하가 내 손바닥의 우산 자국과 자판기 배출구를 번갈아 보며 말을 이었다.

“‘퇴근 처리 취소’는 단순한 상태 이상이 아니에요. 이건 귀가 기록의 말소가 아니라, 당신이라는 개체가 돌아갈 ‘종착지’ 자체를 데이터베이스에서 도려낸 겁니다. 지금 강도윤 씨는 이 시설 안에는 존재하지만, 이 시설 밖으로는 나갈 수 없는…… ‘고립된 데이터’가 됐어요.”

“쉽게 말하면, 집 없는 귀신이 됐다는 소리군.”

옆에서 킁킁거리던 반가온이 내 소매 끝을 붙잡았다. 녀석의 코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저씨한테서 냄새가 없어져.”

“뭐? 나 오늘 아침에 샤워했는데.”

“그런 게 아니라. 아저씨 옷에 배어 있던 세제 냄새, 현관 신발장에서 나던 퀴퀴한 흙 냄새, 냉장고 구석에 박혀 있던 오래된 김치 냄새 같은 거…… 아저씨가 ‘사람’으로 살던 냄새가 다 빠져나가고 있어.”

반가온이 내 손등을 만졌다. 녀석의 눈동자에 어린 것은 단순한 걱정이 아니라, 기괴한 것을 보았을 때의 생리적인 거부감이었다.

“지금은 장례식장에서나 나는 향 냄새랑, 수천 년 된 도서관 서고에서 나는 곰팡이 낀 종이 냄새밖에 안 나. 아저씨, 꼭 박물관에 박제된 물건 같아.”

반가온의 말은 사형 선고보다 차가웠다. 기록 대리인의 목소리가 그 위로 겹쳐졌다. 치익, 하는 노이즈와 함께 스피커 너머의 목소리는 한층 더 사무적으로 변해 있었다.

[경고. 귀하는 현재 ‘귀속 불명 인원’으로 재분류되었습니다. 퇴근 경로가 소멸된 개체는 시설 내 ‘반출 오류물’로 간주합니다. 분류 코드 B-04-X. 즉시 현 위치에서 대기하십시오. 정화 수거반이 파견될 예정입니다.]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행정 언어. 그 냉혹함에 아이가 내 옷자락을 꽉 쥐었다. 아이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의 팔목에 채워진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그 안쪽, 내 퇴근 카드 조각과 반응했던 반쪽짜리 단추가 보였다.

아이가 떨리는 손으로 그 단추를 떼어내 내게 내밀었다.

“이거…… 이거 가져가요. 이거 있으면, 아저씨 안 없어져요?”

아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아이는 알고 있는 것이다. 이 물건을 남에게 주면, 자신을 지켜주던 마지막 표식이 사라진다는 것을. 엄마라고 불렀던 누군가처럼 자신도 흔적 없이 지워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아이의 작은 어깨를 짓눌렀다. 하지만 아이는 내가 사라지는 게 더 무서운 모양이었다.

나는 아이의 손을 덮어 단추를 다시 밀어 넣었다.

“아니, 이건 네 거야. 아저씨는 남의 물건 뺏어서 퇴근할 만큼 염치없지 않거든.”

“하지만…….”

“강도윤 씨, 무모한 짓 하지 마요.”

윤서하가 경고했다.

“그 아이의 원기록을 건드리는 건 위험해요. 아이의 팔찌와 당신의 카드 조각이 연결되는 순간, 어떤 피드백이 올지 모릅니다. 당신이 아이의 ‘소멸’까지 짊어지게 될 수도 있어요.”

“알아. 그래서 안 뺏는 거야.”

나는 주머니 속에서 여성용 라이터를 꺼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 이름 모를 주인의 온기가 남았을 이 물건에 손을 얹고, 억지로 잔향청취를 시도했다.

혀끝에서 사라진 이름의 공백 때문에 가슴이 턱 막혔다. 무리하게 마력을 끌어 쓰자 코끝에서 비릿한 피 냄새가 올라왔다. 시야가 붉게 점멸하는 찰나, 라이터의 금속 몸체에서 아주 짧은 비명이 들려왔다.

― 퇴근하지 말고 계단으로 와. 제발, 그 길은 안 돼…….

가냘픈 여성의 목소리.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잊을 수 없는 낮은 음성. 문태식이었다.

― 저 애 말고, 이 기록을 데리고 나가. 나머지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

환청은 거기서 끊겼다.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과 함께 나는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문태식. 그 노회한 팀장이 누군가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아이가 아니라, ‘어떤 기록’을 밖으로 빼내라고.

그렇다면 이 아이는 반출된 기록의 본체가 아니라, 무언가를 숨기기 위한 껍데기거나 혹은 그 이상의 복잡한 무언가라는 뜻인가.

[분류 실행. 수거반 진입 60초 전.]

기록 대리인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려던 그때, 덜컥하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자판기 하단 배출구였다. 카드 조각이 나왔던 그 구멍에서, 이번에는 플라스틱 캡슐 하나가 더 굴러떨어졌다.

윤서하가 재빨리 캡슐을 낚아채 열었다. 그 안에는 카드 조각이 아니라, 누군가 급하게 찢어 접어 넣은 듯한 종이 뭉치가 들어 있었다.

“이건…….”

윤서하의 눈이 커졌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종이를 펼쳐 바닥에 깔았다. 그것은 B4 보호자 대기실의 평면도였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있는 벽면의 구조와는 달랐다.

종이에는 우리가 등지고 서 있는 자판기 뒤쪽, 아무런 문도 장식도 없는 매끈한 벽면 너머에 숨겨진 공간이 그려져 있었다.

‘비상 계단 0-B’

낡은 잉크로 휘갈겨 쓴 글씨는 대부분 번져 있었지만, 그 명칭만은 또렷했다. 0층으로 가는 계단인가, 혹은 존재하지 않는 구역으로 가는 통로인가.

윤서하가 즉시 벽으로 다가가 너클로 벽면을 두드렸다.

통. 통. 텅.

“……비어 있어요. 이 뒤에 공동이 있습니다.”

반가온이 벽면에 코를 대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녀석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여기서 문태식 팀장님 냄새가 나. 아주 오래됐는데…… 엄청나게 진한 피 냄새랑 섞여서 나.”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손바닥의 우산 자국은 이제 팔꿈치까지 뻗어 올라와 내 존재를 갉아먹고 있었다. 시스템은 나를 지웠고, 집으로 가는 길은 끊겼다.

하지만 문태식이 숨겨둔,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열렸다.

“수거반한테 분리수거 당하기 싫으면 선택지는 하나뿐이군.”

나는 아직도 떨고 있는 아이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 문태식의 냄새가 난다는 그 벽을 향해 눈을 번뜩였다.

“퇴근 대신, 지옥 탐방이나 계속하자고.”

벽 너머에서, 무언가 긁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우리가 오기를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것처럼.

205화. 비상 계단 0-B

사각, 사가각.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날카로운 괴물의 발톱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차라리 규칙적인 박자에 가까웠다. 무언가 단단하고 뾰족한 도구로 벽면을 일정하게 긁어내리는 소리. 아주 오래전부터, 혹은 아주 먼 곳에서부터 이곳에 닿기 위해 누군가 남겨온 절박한 신호였다.

[수거 절차 개시 60초 전. 대상: 귀속 불명 인원 및 반출 오류물.]

머리 위 스피커에서 기록 대리인의 건조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대기실의 형광등이 기분 나쁜 붉은색으로 점멸하기 시작했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판기의 배출구가 폐쇄되고, 우리가 들어왔던 입구의 셔터가 무거운 금속음을 내며 내려앉았다.

“퇴근길 막히는 건 평생 겪어온 일이지만, 아예 길을 지워버리는 건 상도덕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

나는 농담조로 중얼거렸지만, 입안에는 모래를 씹는 듯한 까끌한 감각이 가득했다. ‘퇴근’이라는 단어를 뱉을 때마다 뇌 한구석이 정전된 것처럼 깜빡거렸다. 내 이름, 내가 살던 집의 층수, 자주 가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얼굴 같은 것들이 손바닥의 검은 우산 자국이 맥박칠 때마다 한 줌씩 증발하고 있었다.

왼팔에는 여전히 아이가 매달려 있었다.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버티려니 어깨가 뻐근했다. 육아 퀘스트와 강제 던전 탈출을 동시에 받다니, 내 팔자에 없는 멀티태스킹이다.

“도윤 형, 냄새가 이상해.”

반가온이 코를 킁킁거리며 벽면으로 다가갔다. 녀석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

“문 팀장님 냄새가 섞여 있어. 근데 그것만 있는 게 아냐. 아주 오래된 담배 연기, 병원 소독약, 피 묻은 비닐 장갑… 그리고 비 오는 날 억지로 접어 넣은 검은 우산 냄새.”

검은 우산. 그 단어가 나오자마자 내 손바닥의 낙인이 화상이라도 입은 듯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흉터 자체가 놈들이 남긴 이정표라는 뜻인가.

“윤 팀장, 이거 부술 수 있겠습니까?”

내 물음에 윤서하는 벽면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은 이미 배치도 조각과 자판기의 배선, 그리고 비상등의 위치를 계산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냥 벽이 아니에요. 이건 기록망이 의도적으로 숨긴 ‘공백’이에요. 물리적인 타격으로는 공간만 일그러질 뿐, 길은 열리지 않아요. ‘비상 계단 0-B’… 이건 문이 아니라, 이 세계의 퇴근 경로 자체를 데이터 밖으로 빼돌린 통로예요.”

[45초 전. 정화 수거반이 구역에 진입합니다.]

붉은 조명이 더 빠르게 명멸했다. 아이가 내 옷자락을 꽉 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저씨, 저 소리… 엄마가 팔찌 안쪽을 두드리던 거랑 똑같아요. 엄마가… 여기서 기다리라고 할 때 내던 소리.”

아이의 기억 파편이 긁는 소리와 공명하고 있었다. 나는 그 리듬을 따라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짧게 두 번, 길게 한 번. 벽 너머의 누군가가 우리 쪽으로 같은 박자를 돌려줬다.

“승인된 관찰자 윤서하. 당신의 권한은 현상 유지에 국한됩니다. 탈출 절차에 개입하는 것은 프로토콜 위반입니다.”

기록 대리인의 목소리에 살기가 어렸다. 윤서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판기 하단의 비상 배선을 뜯어내며 차갑게 대꾸했다.

“착각하지 마. 난 관찰자로 여기 온 게 아니라, 이 미친 현장의 책임자로 온 거니까. 내 구역에서 반출 오류가 나든 말든, 그건 내가 판단해.”

그녀가 배선을 꼬아 쇼트를 일으키자 지지직거리는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벽은 요지부동이었다. 무언가 결정적인 ‘인증’이 부족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여성용 라이터와 퇴근 카드 조각을 꺼냈다. 그리고 아이의 팔목에 채워진 팔찌를 보았다. 그 안쪽에 박힌 반쪽짜리 단추. 윤서하는 아이의 원기록을 직접 건드리는 건 위험하다고 했다. 기록이 섞이는 순간, 아이는 영원히 ‘누구의 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 소멸할 테니까.

“직접 합치지 않으면 된다는 거지.”

나는 아이를 고쳐 안으며 바닥으로 몸을 낮췄다. 자판기 배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스파크와 비상등의 붉은 광원이 내 등 뒤에서 비스듬한 각도로 쏟아지고 있었다.

“가온아, 라이터랑 카드 조각 들어. 내가 말하는 위치에 정확히 갖다 대.”

나는 왼손으로 아이의 팔목을 들어 올려 벽면에 그림자가 맺히게 했다. 반가온이 내 지시에 따라 라이터와 카드 조각을 허공에 배치했다.

세 물건은 서로 닿지 않았다. 하지만 벽면에 비친 세 개의 그림자는 마치 퍼즐 조각처럼 하나로 맞물리기 시작했다. 라이터의 곡선이 카드의 잘린 단면을 메우고, 아이 팔찌의 단추 그림자가 그 중심점에 박혔다.

그림자가 완성되는 순간, 아무것도 없던 벽면 위로 희미한 유령 같은 윤곽이 솟아올랐다.

[퇴근… 전용]

가운데 글자가 문드러져 보이지 않는 안내 문구. 그리고 그 아래에 차가운 금속제 손잡이가 나타났다.

[30초 전. 강제 수거 대상으로 확정되었습니다. 개체명: ‘ ’—오류. 임시 명칭 ‘강도윤’을 폐기합니다.]

내 이름이 시스템에서 지워지는 통보가 들렸다. 동시에 손바닥의 우산 자국이 요동치며 내 손가락을 강제로 펴게 만들었다. 검은 액체가 손바닥에서 흘러나와 벽면의 문손잡이를 타고 스며들었다.

기록 대리인의 경고음이 비명처럼 일그러졌다. 검은 우산의 자국은 기록망의 시스템을 공격하는 바이러스처럼 잠금장치를 강제로 뒤틀어버렸다. 놈들이 내게 남긴 낙인이, 아이러니하게도 시스템의 감옥을 부수는 열쇠가 된 셈이다.

철컥.

문이 열렸다. 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것은 우리가 아는 계단이 아니었다.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법한 좁고 가파른 서비스 통로. 벽면에는 누군가 손톱으로 긁어낸 자국과 굳어버린 피 묻은 비닐 장갑의 파편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비린내와 소독약 냄새가 훅 끼쳐왔다.

“가요! 수거반이 바로 뒤까지 왔어요!”

윤서하의 외침과 함께 우리는 어둠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나는 끝까지 아이를 내려놓지 않았다. 셔터 너머에서 무거운 장화를 신은 수십 명의 발소리가 대기실을 가득 메우는 소리가 들렸다.

통로의 첫 번째 계단에 발을 내디뎠을 때, 발끝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걸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집어 들었다. 낡고 깨진 플라스틱 케이스. 문태식의 이름이 박힌 감식반 출입증의 절반이었다. 그 뒷면에는 피로 쓴 듯한 갈겨쓴 글씨가 남아 있었다.

[강도윤을 계단 아래로 보내지 마라. 그곳은—]

뒷내용은 지워져 보이지 않았다.

“도윤 형, 왜 그래? 빨리 내려와야 해!”

아래쪽에서 반가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자, 방금 우리가 통과한 문틈으로 정체 모를 그림자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나를 보내지 말라는 경고와 나를 잡아먹으려는 추격자들.

선택지는 없었다. 나는 문태식의 경고를 주머니에 쑤셔 넣은 채, 나를 기다리는 어둠 밑바닥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내가 가야 할 유일한 퇴근길은, 이제 나를 보내지 말라고 경고된 그곳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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