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op Banner Ad(reader-top)

97-99화 합본. 번호표의 가죽 냄새에서 목격자용 미끼의 붉은 실까지

97화. 서문 납골 작업장의 셋째 종

금속 회수표의 끝자락이 바스라질 듯 손끝에서 맴돌았다. 로웬은 갱지 위에 휘갈겨진 숫자들을 훑으며 미간을 좁혔다. 작업장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청동종은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서문 납골당의 규칙대로라면 이미 셋째 종이 울려 퍼져 작업자들의 교대를 알렸어야 할 시각이었다.

“일정이 늦어지는 건가? 아니면 죽은 자들이 아직 잠들 준비가 안 된 건가.”

로웬이 텅 빈 납골함 하나를 툭 치며 건조하게 내뱉었다. 농담 섞인 말이었으나 주변을 감도는 공기는 유독 무거웠다. 그늘진 구석마다 들어찬 잿가루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소리 없이 피어올랐다.

모르그는 평소답지 않게 품 안에서 커다란 기록지를 펼쳤다. 장엄한 납골의 역사나 위령의 문구를 적어 내려가려던 그의 펜촉은, 그러나 엉뚱한 곳에서 멈췄다. 그는 작업대 위에 흩어진 빈 관 번호표와 끊어진 봉인 끈들을 하나하나 대조하기 시작했다.

“이상하군요. 기록된 번호와 여기 남겨진 태그의 순서가 맞지 않습니다. 마치 누군가 서둘러 알맹이만 빼간 것처럼 말입니다.”

모르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는 관 번호 402번과 407번 사이의 공백, 그리고 셋째 종이 울려야 했을 시각을 초 단위로 여백에 적어 넣었다. 역사를 쓰는 손길이 실무적인 증거 채집의 손길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피핀이 코를 킁킁거리며 잿더미가 쌓인 마차 근처로 다가갔다. 납골당 특유의 마른 뼈 타는 냄새와 퀴퀴한 먼지 속에서, 피핀은 전혀 이질적인 무언가를 포착해 냈다.

“형, 여기 이상한 냄새가 나요. 그냥 잿가루 냄새가 아니에요.”

피핀이 마차 바퀴와 신발틀이 놓인 선반 사이를 가리켰다. 로웬이 다가가 손가락으로 선반 가장자리를 훑자, 끈적하고 매끄러운 감촉이 묻어났다. 가죽 기름이었다. 그것도 신발 공장에서 가죽을 부드럽게 만들거나 신발틀을 닦을 때 쓰는 진한 농도의 기름 냄새가 납골의 잿가루와 뒤섞여 기괴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가죽 기름이라. 여기는 뼈를 갈고 재를 모으는 곳이지, 장화를 수선하는 곳이 아닐 텐데.”

로웬의 시선이 종탑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옮겨졌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종 망치를 발견했다. 망치의 타격면에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발라놓은 듯한 두꺼운 잿가루 반죽이 엉겨 붙어 있었다. 종을 쳐도 둔탁한 소리밖에 나지 않도록, 혹은 소리가 멀리 퍼지지 않도록 조작된 흔적이었다.

“누군가 종소리를 죽였군.”

이네스가 검 손잡이를 쥔 채 로웬의 앞을 막아서며 한 걸음 나아갔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차가운 금속음이 정적을 깼다. 종탑 계단 위, 그림자 속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화강암을 깎아 만든 것처럼 메마르고 각진 얼굴 위로 검은 그을음을 훈장처럼 뒤집어쓰고 있었다. 몸에는 수많은 세월의 흔적이 겹겹이 쌓인, 기름때와 잿가루로 얼룩진 두꺼운 통가죽 앞치마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 끝단은 이미 갈기갈기 헤져 너덜거렸다. 거칠게 마디가 굵어진 그의 손가락은 마치 마른 나뭇가지처럼 경련하듯 움츠러들었다가 펴지기를 반복하며 허리춤에 매달린 낡은 철제 고리를 만지작거렸다. 움푹 들어간 눈덩이 속에서 번들거리는 눈동자는 살아있는 사람의 활기보다는 차갑게 식은 화로의 잔불 같은 기색을 띠었으며, 입을 열 때마다 목구멍 깊은 곳에서 맷돌이 맞물려 돌아가는 듯한 거칠고 낮은 파열음이 흘러나왔다.

“외지인들이 올 곳이 아니다. 여긴 이미... 정리가 끝난 곳이야.”

남자의 목소리엔 경계와 피로가 동시에 묻어났다. 이네스는 그의 동선을 예리하게 차단하며 로웬과 피핀을 등 뒤로 숨겼다. 종지기는 이네스의 서슬 퍼런 기세에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손에 든 낡은 등불을 들어 올려 일행을 비췄다.

“셋째 종은 왜 울리지 않았지? 망치에 잿가루를 발라놓은 건 당신인가?”

로웬의 질문에 종지기는 대답 대신 품 안에서 구겨진 종이 한 장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 그것은 아까 모르그가 발견했던 것과 같은 관 번호표였다. 하지만 뒷면에는 붉은 안료로 휘갈겨 쓴 기괴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피핀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 종이를 집어 들었다. 아이의 눈이 커졌다.

“형, 이거 봐요.”

종이 뒷면에는 날카로운 송곳으로 긁어낸 듯한 글씨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발 없는 증인 셋, 지하 식당으로.]

로웬은 번호표의 번호를 확인했다. 97번. 오늘 아침 회수 목록에서 가장 먼저 지워졌어야 할, 그러나 끝내 비어있던 칸의 번호였다. 로웬이 고개를 들어 종지기를 바라보자, 그는 이미 지하로 통하는 육중한 철문을 가리키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다. 그 발 없는 것들이.”

종지기의 기괴한 예언과 함께, 작업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억눌린 진동이 발바닥을 타고 전해지기 시작했다. 셋째 종은 울리지 않았으나, 다른 종류의 시작을 알리는 소음이 지하 식당 쪽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로웬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식사 대접치고는 좀 살벌하군.”

98화. 발 없는 증인 셋의 지하 식당

발 없는 증인 셋, 지하 식당으로.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가 눅눅한 공기에 먹혀들었다. 코끝을 찌르는 건 오래된 곰팡이와 먼지 냄새뿐이었다. 식당이라 부르기엔 지나치게 고요했고, 무엇보다 식욕을 자극할 만한 향기가 단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발이 없다면 기어서라도 왔다는 뜻일까. 아니면 공중 부양이라도 하는 걸까.”

로웬이 앞장서며 건조하게 중얼거렸다. 긴장을 털어내려는 실무적인 농담이었으나, 뒤를 따르는 피핀의 어깨는 더 움츠러들었다. 이네스는 아무 말 없이 검 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뒤를 살폈다. 그녀의 침묵은 언제나 가장 든든한 방패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침묵마저 서늘한 지하의 냉기와 닮아 있었다.

식당 내부는 기묘했다. 홀에는 의자들이 제멋대로 나뒹굴고 있었으나, 중앙의 공간만은 마치 무대처럼 비어 있었다. 피핀은 멈춰 서서 코를 킁킁거렸다. 공포가 감각을 날카롭게 벼려놓은 덕분인지, 평소라면 놓쳤을 미세한 냄새가 뇌리를 스쳤다.

“저기…… 음식 냄새가 아니에요.”

피핀이 손가락으로 홀 구석,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곳을 가리켰다.

“가죽을 닦을 때 쓰는 기름 냄새, 그리고 물에 젖은 나무 냄새가 나요. 아주 오래된 것 같은데, 누군가 최근에 다시 칠한 것 같아요.”

로웬이 램프를 높이 치켜들었다. 빛이 닿은 곳에는 세 개의 커다란 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처음에는 기괴한 짐승의 사체거나, 소문대로 발이 잘린 유령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빛이 선명해질수록 정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식탁이었다.

상판은 멀쩡했으나, 네 다리가 톱으로 정교하게 잘려 나간 육중한 나무 식탁 세 개가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다리가 없으니 움직일 수 없고, 움직이지 못하니 증언할 입도 없을 터였다. 하지만 로웬은 식탁 아래를 살피더니 헛웃음을 터뜨렸다.

“발이 없으니 증인을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반대군. 발을 없애서 여기서 나가지 못하게 붙잡아둔 거야.”

로웬이 식탁 상판의 이음새를 비틀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숨겨진 공간이 나타났다. 그 안에는 낡은 가죽 상자가 고정되어 있었다.

모르그는 이 기괴한 광경을 놓치지 않으려 서둘러 펜을 놀렸다. 평소라면 ‘다리 잘린 유령의 원혼’ 같은 자극적인 문구로 괴담집 한 페이지를 채웠겠지만, 지금 그의 눈은 그보다 훨씬 실무적인 정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식탁의 절단면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톱날의 간격이 일정합니다. 전문가의 솜씨군요. 상자 번호는 07, 09, 그리고 12. 상판 뒤쪽에는 ‘침묵하는 자만이 진실을 보관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모르그의 펜촉이 종이 위를 긁는 소리만 가득하던 그때, 이네스가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온다.”

식당 뒷문 너머, 주방으로 이어지는 계단 위에서 규칙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구두 굽이 돌바닥을 때리는 소리라기엔 지나치게 무겁고 둔탁했다. 쇠사슬이 끌리는 듯한 마찰음과 함께, 문틈 사이로 기다란 그림자가 스며들었다.

누군가 문고리를 잡고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문은 잠겨 있었으나 문고리를 돌리는 자의 완력에 경첩이 비명을 질렀다. 이네스는 피핀과 로웬의 앞을 가로막으며 자세를 낮췄다. 그녀의 시선은 오직 문틈 너머의 어둠에 고정되어 있었다.

“로웬, 상자만 챙겨. 모르그는 기록 끝나는 대로 피핀 데리고 퇴로 확보해.”

이네스의 명령은 짧고 단호했다. 문 너머의 존재는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안쪽에 누가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듯, 문고리를 돌리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았다.

로웬은 세 번째 식탁의 상자를 뜯어내며 안에 든 서류 뭉치를 훑었다. 그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서류에는 이곳을 거쳐 간, 혹은 ‘처리된’ 자들의 명단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명단의 가장 최근 페이지, 아직 잉크가 마르지 않은 듯한 대목에서 익숙한 이름 하나를 발견했다.

“피핀……?”

피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자신의 이름이 이런 불길한 기록 보관소에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제가…… 제가 왜 여기 적혀 있어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 그냥 시키는 대로 물건만 옮겼단 말이에요!”

피핀이 울먹이며 뒷걸음질 쳤다. 로웬은 서류를 꽉 쥐었다. 그는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와 서류의 내용을 번갈아 확인하며 차가운 결론에 도달했다.

문밖의 회수자는 식탁을 가지러 온 것이 아니었다. 식탁 안에 숨겨진 기록을 회수하러 온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더 효율적인 방식을 택했다.

로웬이 서류 하단에 덧붙여진 붉은 인장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거기에는 피핀의 이름 옆에 기묘한 주석이 달려 있었다.

피핀의 이름은 회수 대상이 아니다. 목격자용 미끼다.

99화. 목격자용 미끼의 붉은 실

“피핀의 이름은 회수 대상이 아니다. 목격자용 미끼다.”

로웬의 목소리는 지하의 냉기보다 더 차갑게 내리꽂혔다. 그 문장이 완성되는 순간, 피핀의 호흡이 멎었다. 아이의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잘게 떨렸다. 자신이 이름조차 되찾을 가치가 없는 존재로 분류되었다는 사실보다, 누군가를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로 던져졌다는 본질적인 공포가 피핀을 잠식했다.

이네스가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녀는 피핀의 가녀린 어깨를 감싸 안으며 로웬을 쏘아보았다. 무언의 질책이었으나, 로웬은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그는 감정이 거세된 수사관의 눈으로 피핀의 반응을 관찰할 뿐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저씨? 내가, 내가 미끼라니요?”

피핀의 목소리가 젖은 종이처럼 힘없이 찢어졌다. 로웬은 품 안에서 구겨진 담배곽을 만지작거리다 다시 집어넣었다. 이곳은 연기를 내뿜기엔 너무 폐쇄적이고, 아이의 정신 상태는 지나치게 위태로웠다.

“말 그대로다. 넌 살려둔 게 아니라 남겨진 거지. 더 큰 물고기를 낚기 위해 수면에 띄워둔 찌처럼.”

“로웬, 거기까지 해요.”

이네스가 낮게 경고했다.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피핀이 작게 움츠러들었다. 로웬은 어깨를 으쓱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더 말하지 않아도 된다. 억지로 기억을 끄집어내는 건 내 취미가 아니니까. 효율도 떨어지고.”

로웬의 말투는 건조했다. 배려라기보다는 쓸모없는 노력을 아끼겠다는 실무자의 태도에 가까웠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냉정함이 피핀에게는 기묘한 닻이 되었다. 아이는 이네스의 품등 뒤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아니요. 말할게요. 기억났어요. 그 냄새랑…… 붉은 실요.”

피핀의 시선이 허공의 한 점을 집요하게 응시했다. 기억의 저편에서 비릿한 쇠 냄새와 오래된 곰팡이 향이 섞인 악취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저를 가둬두고 아무것도 안 할 때, 저는 바닥만 봤어요. 처음 본 건 지하 식당 문턱이었어요. 아주 얇고 붉은 실이 문턱을 따라 길게 붙어 있었거든요. 마치 누군가 경계를 그어놓은 것처럼요.”

로웬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는 모르그에게 눈짓했다. 기록관 모르그는 이미 펜을 들어 피핀의 말을 받아적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식당 문턱이라. 또 어디였지?”

“심부름할 때 쓰던 바구니요. 손잡이 안쪽에 거칠거칠한 게 걸려서 보니까, 거기도 똑같은 실이 감겨 있었어요. 매듭도 없이 그냥, 살 속을 파고드는 것처럼 딱 붙어서요.”

피핀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목을 긁었다. 마치 그 자리에 보이지 않는 실이 감겨 있기라도 한 듯이.

“마지막은…… 식탁 아래에 있던 상자 안쪽이었어요. 숨바꼭질하다가 숨었는데, 상자 구석마다 붉은 실이 엑스(X)자로 붙어 있었어요. 그걸 본 순간 숨이 막혀서 밖으로 뛰쳐나왔는데, 아무도 저를 혼내지 않았어요. 오히려…… 웃고 있었던 것 같아요.”

피핀의 증언이 이어질수록 모르그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는 자신이 들고 있는 오래된 기록문의 낡은 페이지와 피핀의 말을 번갈아 대조했다. 기록문에는 ‘미끼의 관리법’이라는 잔혹한 표제 아래, 산 사람의 감각을 마비시키고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주술적 매듭법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모르그는 갈등했다. 이 기록문에 적힌 ‘미끼는 공포를 먹을수록 선명한 빛을 발하며, 이는 곧 포식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는 구절을 그대로 읽어주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눈앞에서 떨고 있는 아이를 위해 적당한 거짓말로 갈음해야 할 것인가. 기록관으로서의 윤리와 인간으로서의 연민이 그의 안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다.

결국 모르그는 입술을 짓씹으며 기록문을 덮었다.

“……피핀의 기억은 정확합니다. 그 실들은 단순한 표식이 아니라, 목격자의 시야를 특정한 궤적에 묶어두는 매듭이에요. 피핀이 본 것들은 모두 ‘그들’이 보여주기로 선택한 풍경들입니다.”

로웬은 피핀이 말한 장소들을 하나씩 되짚었다. 식당 문턱, 바구니 손잡이, 식탁 아래 상자. 그것들은 모두 일상적인 공간인 동시에,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기 가장 좋은 사각지대였다.

그때, 조사를 이어가던 로웬의 시선이 지하 구석의 기둥 뒷면에 머물렀다. 그곳에는 피핀이 언급하지 않은 또 하나의 붉은 실이 엉겨 붙어 있었다. 실은 복잡하게 꼬여 하나의 거대한 매듭표를 형성하고 있었다.

로웬이 다가가 장갑 낀 손으로 매듭표를 훑었다. 매듭의 틈새로 검붉은 글자가 비죽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것은 피핀의 이름도, 실종된 다른 아이들의 이름도 아니었다.

모르그가 다가와 그 문구를 읽어내렸다. 그의 목소리는 현저히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기록관인 그조차 감당하기 힘든, 차마 기록문에 남기기 두려운 문장이었다.

매듭표에 새겨진 문구는 이 수사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음을 알리는 경고장과 같았다. 로웬의 입가에 비틀린 미소가 걸렸다. 그것은 농담이라기엔 너무나 서늘하고, 조소라기엔 지나치게 비장한 표정이었다.

붉은 실의 끝은 아직 아무도 찾지 못한 ‘다음’을 향해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 세 번째 목격자는 아직 울지 않았다. ]

Advertisement
Bottom Banner Ad(reader-bottom)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해주세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