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op Banner Ad(reader-top)
잡음 일러스트

잡음

며칠이 지났다.

활빈당의 활동이 쌓였다.

보호 세 건. 예방 두 건. 부상자 없음.

소문은 더 빨라졌다.

"활빈당이 또 움직였대."

"이번에는 사건이 아예 안 일어났다고?"

"어떻게?"

"모른대. 일어나기 전에 막았다는데."

교실. 복도. 식당.

반응은 둘로 갈렸다.

편입생 쪽.

"활빈당 덕분에 이번 주는 아무 일도 없었어."

"진짜 든든하다."

"근데 활빈당 누구야? 만나본 적 있어?"

"나는 한 번. 1학년이래."

"1학년이?"

"응. 그 아이가 말했어. '금방 끝나'라고."

편입생들 사이에서 활빈당의 이름이 작은 희망처럼 돌았다.

명문가 쪽. 온도가 달랐다.

"비공인 조직이 야간에 돌아다녀?"

"교칙 위반이잖아."

"좋은 의도?

의도가 좋다고 교칙을 무시해도 되는 거야?"

"편입생만 보호하면 명문가는 뭐가 돼?"

"균형이 깨지잖아."

익명 게시판에도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활빈당 때문에 학교가 더 시끄러워진 거 아님?'

'실적 좋으면 규칙 무시해도 되는 거?

그럼 우리도 비공인 조직 만들면 되겠네.'

댓글이 열댓 개 달렸다. 찬반이 반반이었다.

쉬는 시간.

A반 명문가 학생이 전태산에게 시비를 걸었다.

"너 활빈당이라며?"

전태산이 웃었다.

"소문이 빠르다."

"편입생 편드는 거야?"

"편 안 들어. 맞는 걸 막는 거야."

"그게 같은 거 아니야?"

전태산이 팔짱을 끼고 상대를 봤다.

"달라."

시비를 건 학생이 뒤에 있던 친구를 봤다.

대답을 찾지 못한 얼굴이었다.

전태산의 등 뒤에서 은명이 걸어왔다.

"전태산."

전태산이 돌아봤다.

"뭐."

"시간낭비."

"오케이~"

전태산이 돌아서며 시비를 건 학생에게 말했다.

"얘기하고 싶으면 공식적으로 해.

우리 비공식이지만 대화는 공식적으로 하거든."

은명이 한숨을 쉬었다.

"……방금 네가 한 말 이해 돼?"

"안 돼."

"그럼 닥쳐."

"오케이~"

뒤에 남은 학생이 중얼거렸다.

"……활빈당. 진짜 뭐 하는 놈들이야."

학생회실.

이자벨라가 창밖을 보고 있었다.

제갈린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주간 보고입니다."

보고서를 건넸다.

'활빈당 활동 현황.

보호: 3건, 예방: 2건.

교칙 위반 항목: 야간 무단 활동(7조 13항), 비공인 조직 운영(8조 2항).

그러나 피해 건수: 전주 15건 → 금주 8건.

전주 대비 47% 감소.'

이자벨라가 보고서를 읽었다.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가락이 '47%' 위에서 멈췄다.

잠시.

"……47%."

"네."

이자벨라가 펜을 내려놓았다.

"체제 밖에서."

"……네."

제갈린이 시선을 떨구었다.

학생회가 스물세 건의 보고서를 올려도

단 한 건도 조치되지 않았던 것을

이 비공인 조직이 2주 만에 거의 절반으로 줄였다.

데이터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자벨라가 보고서를 내려놓고 창밖을 봤다.

"체제 안에서 해결하겠다고 했어."

"기억합니다."

"그런데 체제 밖의 조직이 체제보다 먼저 결과를 냈어."

제갈린이 입을 다물었다.

이자벨라의 얼굴에 처음으로 미세한 균열이 갔다.

분노가 아니었다. 당혹이었다.

"……선도부에 전달해. 활빈당 감시 강화."

"회장님."

"뭐."

제갈린이 펜을 돌리던 손을 멈추었다.

전략이 없는 힘은 폭력이고, 힘이 없는 전략은 망상이다.

그런데 이 경우 전략도 힘도 가진 쪽이 체제 밖에 있다.

"……수치상으로는 활빈당의 활동이

학교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자벨라가 돌아봤다.

"그래서?"

"비공인 조직이 아닌

공인 활동으로 흡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안 돼."

단호했다.

"교칙을 어기는 활동을 공인하면 선례가 된다.

규칙이 규칙이 아니게 되는 그런 선례."

제갈린이 고개를 숙였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 채 제갈린의 눈이 흔들렸다.

이해는 하는데. 납득은 안 돼.

……홍은명.

네가 만든 그 조직. 전략적으로 완벽해.

인정할 수밖에 없어.

그래서 더 짜증나.

수업이 끝난 B반.

인티 유팡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을 보고 있었다.

"인티, 같이 밥 먹자."

솔로몬이 불렀다.

"……먼저 가."

인티가 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왔다.

교정. 오후의 햇살이 강했다.

피부에 새겨진 문양이 희미하게 반응했다.

태양.

인티가 나무 아래서 반쯤 눈을 감았다.

……활빈당. 소문을 들었다.

편입생을 보호하는 비공인 조직.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는 놈들.

규칙 밖에서 약자를 보호한다.

식민지 역사가 머릿속에서 흘렀다.

잉카가 무너졌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규칙이 있었지만 규칙은 약자를 보호하지 않았다.

규칙 밖에서 싸운 자들만이 마지막까지 남았다.

……태양은 모두에게 빛을 내린다.

강한 자에게도. 약한 자에게도.

인티가 눈을 떴다.

교정 건너편에서 1학년 학생이 걸어가고 있었다.

전태산. 키가 크고 걸음이 자유분방한 놈.

인티의 눈이 그를 따라갔다.

……저놈. B반 후배.

피지컬이 좋다고 소문이 났던 놈.

활빈당이라고 했나.

전태산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마주쳤다.

인티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전태산이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선배~!"

인티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돌아섰다.

걸어가면서 인티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재미있는 놈.

아직은 보겠다. 어디까지 가는지.

태양이 구름 뒤로 숨으면 그때 판단한다.

선도부실.

테무진이 의자에 깊이 앉아 있었다.

제갈린이 전달한 보고서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활빈당 감시 강화.'

테무진이 펜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일정한 리듬.

"부장."

"뭐."

부원이 서류를 건넸다.

"야간 순찰 기록입니다.

동쪽 복도, 서쪽 복도 두 건의 활동 흔적이 확인되었습니다."

"증거는."

"CCTV 데이터에 노이즈가 있었습니다.

의도적 교란으로 보입니다."

테무진이 서류를 읽었다.

"의도적 교란이라. 꽤 계획적이네."

부원이 물었다.

"즉시 단속할까요?"

테무진이 서류를 내려놓았다.

"아니."

"예?"

"좀 더 수집해.

단속은 증거가 충분해지면 한다."

부원이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테무진이 혼자 남았다.

……1학년.

산토스 볼리바르가 떠올랐다. 3학년.

2학년 때 혼자 반기를 들다가 선도부에 제압된 선배.

그놈은 혼자였다.

근데 이번 놈들은 다르다.

조직을 만들었고,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결과를 내고 있다.

47%.

……인정하기 싫지만. 대단하긴 해.

테무진이 펜을 내려놓았다.

"그래도."

혼잣말.

"체제 밖은 체제 밖이야.

결과가 좋아도 방법이 틀리면 우리가 막아야 한다."

그건 선도부의 존재 이유니까.

테무진의 눈이 차가워졌다.

자정. 은명의 방.

태블릿을 열었다. 활빈당 기록.

'보호: 3건. 예방: 2건.

부상자: 0명.

피해 발생률: 전주 대비 47% 감소.

학교 반응: 양분.'

양분.

은명이 스크롤을 내렸다. 익명 게시판.

'활빈당 덕분에 안전해졌다.'

'비공인 조직이 학교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편입생만 보호하면 명문가는 적이 되는 거야?'

'규칙이 무너지면 누구도 안전하지 않아.'

지지와 비판. 둘 다 늘고 있었다.

전태산 메시지.

'내일도 있어?'

은명이 답장을 쳤다.

'내일은 쉬는 날.'

전태산: '훈련?'

은명: '아니. 진짜 쉬는 날.'

전태산: '리오랑 축구해도 돼?'

은명: '……활빈당 활동이 아니면 마음대로 해.'

전태산: '오케이~!'

태블릿을 접었다. 창밖을 봤다.

달이 구름에 반쯤 가려져 있었다.

……원래 이런 거겠지.

옳은 일을 해도 모두가 좋다고 하지는 않아.

은명의 머릿속에서 운소하 교관의 말이 떠올랐다.

'때로는 조용한 게 평화가 아니라

포기일 때가 있다.'

……그래.

우리가 만든 소음이 아니야.

원래 있던 소음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만든 거야.

그래도 이 잡음의 무게를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건 맞아.

은명이 눈을 감았다.

알림.

위노나 메시지.

'은명.

게시판 서버 로그 추적 결과.

외부 접속 포인트를 하나 찾았어.

이전에 잡았던 외부 서버와 동일 오리진이야.

내일 알려줄게.'

은명이 답장을 쳤다.

'알겠어. 내일 보자.'

태블릿을 닫았다. 어두운 방.

활빈당의 존재가 학교를 바꾸기 시작했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그리고 그 변화를 지켜보는 눈이 늘어나고 있었다.

기사. 지략가. 태양전사. 선도부장. 학생회장.

그리고

어딘가의 서버에서 데이터 로그가 갱신되었다.

'비공식 조직 활동 5건.

피해 발생률 47% 감소.

학교 내 여론 분화 확인.

관찰 우선순위: 최상위.

→ 다음 데이터 수집 주기: 72h 후 자동 갱신.'

이 데이터를 처리한 것은

이전의 외부 서버와 같은 곳이었다.

사람이 아닌 무언가.

아직은.

작가의 말

3차수정

Advertisement
Bottom Banner Ad(reader-bottom)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해주세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