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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일러스트

예측

예측

방과 후. 전산실.

은명과 위노나가 나란히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위노나의 드론이 천장에서 저전력 모드로 떠 있었다.

"패턴을 찾았어."

위노나가 데이터 시트를 은명 쪽으로 밀었다.

"익명 게시판.

피해자 정보가 올라온 뒤 평균 48시간 안에 사건이 발생해.

최근 7건 기준이야."

은명이 시트를 읽었다.

날짜, 게시 시각, 사건 발생 시각, 간격.

숫자들이 일정한 폭 안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48시간. 오차 범위 ±6시간.

꽤 정확하네."

은명이 턱을 괴었다.

"예측 가능하다는 거야."

"그래."

위노나가 새 창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 게시판에 새 정보가 올라왔어.

B반 편입생. 무공 등급 하위."

은명의 손이 멈췄다.

"언제?"

"오늘 아침."

48시간. 마이너스 6.

"……내일 밤이 위험해."

위노나가 끄덕였다.

은명이 태블릿에 기록했다.

'사후 대응 → 사전 예방.'

"이게 활빈당의 진짜 힘이야.

사건이 터지기 전에 막을 수 있으면."

위노나가 모니터를 보며 눈을 좁혔다.

"은명."

"응."

"게시판 출처. 여전히 외부야."

은명이 고개를 돌렸다.

"외부?"

"서버 로그 추적 중인데……뭔가 인공적이야."

"인공적이라면?"

위노나가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 아직 확신은 없지만."

침묵이 흘렀다.

은명의 머릿속에서 이름 하나가 지나갔다.

천기.

……그 가능성은.

"열어둬. 그 가능성."

위노나가 은명을 봤다.

"알고 있는 거 있어?"

"아직은 감이야."

태블릿을 접었다.

"근데 그 감이 맞으면

우리 상대가 학교 안에만 있는 게 아니야."

위노나의 드론이 미세하게 떨렸다.

다음 날. 자정.

기숙사 서쪽 복도.

활빈당 4인이 이미 위치를 잡고 있었다.

은명의 작전. 어젯밤과 달랐다.

"이번에는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개입한다."

위노나의 드론이 가해자들의 이동을 실시간 추적했다.

"가해자들 서쪽 복도로 이동 중.

피해자는 아직 방에 있어."

은명이 판단했다.

"피해자를 먼저 대피시켜. 리오."

"알겠~!"

리오가 계단을 뛰어내렸다.

카포에라 특유의 부드러운 착지. 소리 없이.

피해 예정 학생의 방. 노크.

"야, 잠깐 나와.

동아리 선배가 불러~"

편입생이 문을 열었다.

"……이 시간에요?"

"응~ 급한 거래. 나만 따라와."

리오가 편입생을 데리고 반대편 복도로 이동했다. 안전 구역.

잠시 뒤, 가해자 3명이 서쪽 복도에 도착했다.

방문을 열었다.

빈 방.

"……어? 없는데?"

"자는 시간 아니었어?"

"이상하네. 화장실?"

기다렸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키 큰 놈이 고개를 돌려 복도 양쪽을 살폈다.

"……짐이 그대로야. 밖에 나간 건 아닌데."

다른 놈이 이를 갈았다.

"누가 빼돌린 거 아니야?"

잠깐 정적. 하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가해자들이 돌아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체육관 뒤편.

전태산이 풀밭에 앉았다.

"끝?"

"끝."

"……너무 싱거운데."

은명이 고개를 저었다.

"최고의 보호는 사건이 아예 안 일어나는 거야."

전태산이 고개를 긁적였다.

"근데 이러면 아무도 몰라.

우리가 한 거라는 것도."

"그게 좋은 거야."

은명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활빈당은 영웅이 아니야. 사각지대를 메우는 거야."

전태산이 팔짱을 꼈다.

"……그래도 좀 아쉽다."

리오가 엄지를 올렸다.

"그 편입생 얼굴 봤어?

완전 안심한 표정이었다고~"

위노나가 드론을 회수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데이터가 맞았어. 다음에도 예측할 수 있어."

은명이 끄덕였다.

"보호 3건. 예방 1건. 이제 막 시작이야."

은명의 한숨이 밤공기에 섞여 사라졌다.

같은 시각. 기숙사 서쪽 복도.

피에르 보몽이 걸음을 멈췄다.

야간 자율 순찰. A반 에이스의 의무였다.

복도 끝에서 작은 움직임이 보였다.

1학년. 리오.

편입생 한 명을 데리고 반대편으로 이동 중이었다.

피에르의 눈이 좁아졌다.

……비공인 조직의 야간 활동. 교칙 위반이다.

발을 옮기려 했다.

리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걱정 마~!

안전한 곳으로 가는 거야."

편입생이 작게 웃었다.

떨리던 어깨가 처음으로 내려앉는 게 보였다.

"……감사합니다."

피에르의 발이 멈췄다.

……보호?

저들은 약자를 보호하고 있는 건가.

리오와 편입생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피에르가 서 있었다.

보고해야 했다.

비공인 조직. 야간 무단 활동. 교칙 7조 13항.

보고하면 된다.

그게 기사의 의무다.

……그게 기사의 의무인데.

피에르가 돌아섰다. 그냥 지나갔다.

자기 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평소보다 느렸다.

방. 문을 닫았다. 침대 끝에 앉았다.

오른손이 펜던트를 만졌다.

뒤랑달. 롤랑의 검.

……기사는 질서를 지킨다.

하지만 방금 본 것은

질서가 지키지 못한 사람을 누군가가 지키는 장면이었다.

이 둘이 충돌하면 어떡하지.

롤랑.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피에르가 펜던트를 움켜쥐었다.

금속이 손바닥에 자국을 남겼다.

눈을 감았다.

처음으로 보고하지 않은 밤이었다.

그날 밤 피에르 보몽은 잠들지 못했다.

활빈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만들었다.

그것이 최고의 보호였다.

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보호를 본 기사가 있었다.

그리고 그 기사는 보고하지 않았다.

대신 아침이 되자 피에르는

순찰 일지의 해당 시간대를 공란으로 남겼다.

지운 것도 아니고, 적은 것도 아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작가의 말

3차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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