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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전선 일러스트

각자의 전선

새벽 4시, 체육관 방면으로

태산이 뛰고 올가와 카이가 좌우를 붙었다.

즉응팀. 공백 지대를 향해.

발소리가 세 개의 리듬으로 아스팔트를 쳤다.

태산이 가장 빠르고, 올가가 가장 조용했다.

달빛 아래 철귀대가 서 있었다.

셋인 줄 알았는데 다섯, 아니 그 이상이었다.

어둠 속에서 금속의 빛이 줄지어 반사되고 있었다.

1학기 때 봤던 것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다.

어깨 관절의 구조가 다르다.

장갑 두께가 달라 보였다.

태산이 숫자 세기를 포기했다.

"됐고!"

첫 번째 철귀대에게 주먹을 날렸다.

전태산의 주먹. 금강불괴의 강화를 받은 주먹.

랭킹전에서 테무진과 맞섰던 주먹.

쿵!

철귀대의 몸체가 2미터 뒤로 밀렸다.

발이 아스팔트에 홈을 팠다.

두 줄의 자국이 길게 남았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금속 관절이 삐걱거리며 자세를 잡는다.

동체 중앙의 코어 라이트가 빨간색으로 깜빡였다.

데미지 인식. 하지만 기능 유지.

태산의 눈이 변했다.

단단해졌다. 1학기 때 한 방이면 됐는데.

업그레이드됐다.

두 번째 주먹.

철귀대가 피했다.

상체를 옆으로 비틀었다.

학습한 것이다. 태산의 공격 패턴을 읽고 있었다.

1학기 때 수집한 전투 데이터가 반영된 것이리라.

"이 녀석들, 1학기 때보다 강해!"

태산이 외쳤다.

"학습한 거야?!"

세 번째 철귀대가 측면에서 돌진했다.

금속 발이 땅을 차는 소리.

무게감이 달랐다. 지면이 울렸다.

올가가 막았다.

팔로 쳐내며 후열로 물러섰다.

수호벽의 기감이 순간적으로 올라왔다.

올가의 팔에서 반투명한 막이 반짝이며 충격을 흡수했다.

바다의 수호벽. 올가의 가문이 전해준 방어 기술.

하지만 충격이 팔을 타고 어깨까지 올라왔다.

"태산! 후방에도 있어!"

카이가 지형을 읽었다.

체육관 벽면. 화단 경계석. 높이 차이 약 1.5미터.

뛰어올라, 위에서 내려찍었다.

중력을 더한 발차기.

철귀대의 어깨 관절이 꺾였다.

불꽃이 튀며 팔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하나!"

하지만 다음 순간.

배후에서.

풀숲이 움직였다.

아니, 풀숲이 아니었다.

가로등이었던 것이 사람의 형태로 일어섰다.

학생 교복을 입고 있었다.

얼굴에 표정까지 있었다.

웃고 있었다. 의미 없는 웃음이었다.

눈동자가 없었다. 눈 모양만 있었다.

구미호안드로이드.

카이가 소리쳤다.

"뒤야!! 근데 저거 사람이야 기계야?!"

변형체가 달려왔다.

달리는 방식이 사람과 같았다.

팔이 흔들리고, 보폭이 자연스러웠다.

교복 치마가 펄럭였다.

올가가 주먹을 멈췄다.

사람이면. 0.5초의 망설임.

그 0.5초에 변형체의 팔이 올가의 옆구리를 쳤다.

올가의 몸이 옆으로 밀렸다.

벽에 등이 부딪혔다.

"크!"

태산이 돌아서서 변형체를 걷어찼다.

쩡!

금속음이 울렸다.

발에 진동이 올라왔다.

"기계야! 사람이면 저 소리 안 나!"

새벽 4시 10분. 기숙사 로비.

위노나의 목소리가 복구된 통신에서 울렸다.

7중 암호화 중 3겹을 뚫은 것이었다.

완전한 복구는 아니지만 음성은 된다.

위노나의 손가락이 태블릿 두 개를 동시에 조작하고 있었다.

왼손은 암호 해독. 오른손은 데이터 분석.

"은명 씨!

구미호안드로이드의 변형 패턴 분석했어요!"

화면에 구미호안드로이드의 열 분포도가 떠 있었다.

인체: 36.5도. 기계: 12도 이하.

"열감지로 구분 가능합니다!

기계는 체온이 없어요. 차가운 건 적이에요!"

아르준이 옆에서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었다.

"즉응팀 현재 위치, 적 분포도와 교차 매핑 완료.

체육관 서쪽에 적 밀집. 동쪽은 아직 여유 있습니다."

은명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통신기에 대고.

"올가, 열감지 모드. 차가운 건 적이야.

망설이지 마."

"태산, 정면 유지. 카이, 리오와 배후 차단.

동쪽으로 밀어."

태산이 정면의 철귀대를 노려봤다.

"정면은 맡겨!"

주먹을 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둔탁한 소리를 냈다.

금강불괴가 있으니까 안 죽는다.

문제는 체력이다.

주먹 한 방에 안 쓰러지는 놈을

몇 방을 때려야 하느냐는 거다.

은명은 기숙사 로비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7명으로는 양면을 동시에 못 막는다.

교사동도 뚫리면 끝이다.

그리고 서버실. 인티가 말한 서버실.

지휘 신호의 출처.

그곳을 치면 철귀대의 통제가 끊긴다.

하지만 지금은 서버실까지 갈 여력이 없다.

같은 시간, 교사동.

테무진이 선도부 인원을 이끌고 서 있었다.

복도. 3열 방어진.

테무진 자신은 복도 가운데서 움직이지 않았다.

몽골 초원의 장군처럼.

부대 전체를 한눈에 보며 팔의 각도 하나로 지시를 내렸다.

"돌파 시도하면 즉시 반격!

1열 방패, 2열 타격, 3열 교대!"

선도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테무진의 지휘 아래서는 선도부가 하나의 기계처럼 돌아갔다.

제갈린이 뒤에서 진법을 펼쳤다.

팔진도 2.0.

비트 12기가 복도 양쪽에 팔각 결계를 만들었다.

안경 너머 눈이 집중되어 있었다.

비트 하나하나의 위치를 머릿속에서 계산하며.

12개의 점이 8각형을 이루는 최적 배치.

적 하나가 결계에 닿았다.

충격파. 파란 빛이 퍼지며 적이 튕겨나갔다.

벽에 부딪혀 멈췄다.

결계가 흔들리지 않았다.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이자벨라 선배."

제갈린이 말했다.

안경을 올리며.

"이상합니다.

적이 교사동에 집중하지 않아요.

주력의 70%가 체육관 방면으로 이동했습니다.

교사동에 남은 건 견제 병력뿐이에요."

이자벨라가 멈췄다.

"체육관 방면은."

"활빈당이 막고 있어. 7명이서."

제갈린이 말했다.

"7명으로는."

이자벨라가 끊었다.

"못 막아. 알아."

침묵.

복도 끝에서 선도부원이 적을 막아내는 소리가 들렸다.

금속과 부딪히는 충격음.

하지만 이쪽은 여유가 있었다.

적이 의도적으로 교사동을 비우고 있었다.

이자벨라가 창밖을 바라봤다.

빅토르 선배라면 이 상황에서

활빈당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라고 할 것이다.

적이 활빈당을 치는 동안

우리는 교사동만 지키면 되니까.

활빈당이 무너지면 체제파의 경쟁자가 사라진다.

적과 우리 양쪽에 이익이 된다.

긴 침묵.

하지만 그건 체스 말의 판단이다.

나는 학생회장이다.

체스 말이 아니라 학생회장이다.

"제갈린."

"네."

"홍은명한테 연락해.

학생 자율 방어 구역 임시 통합 지휘를 제안해.

작전 판단은 각자가 하되, 배치 정보를 실시간 공유한다.

지휘권을 넘기는 게 아니라 정보를 연결하는 거야."

제갈린의 눈이 커졌다.

"연합하자는 건가요?"

이자벨라가 말했다.

"연합이 아니야. 같은 적을 막는 거야.

그것밖에 안 돼."

빅토르 선배의 판단이 아니라 내 판단이다.

새벽 4시 30분. 2학년 기숙사 옥상.

인티 유팡키가 서 있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

하지만 동쪽 수평선에 여명의 빛이 가늘게 번지고 있었다.

하늘의 가장자리가 짙은 남색에서 회색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별이 하나씩 지고 있었다.

"아직 약해."

인티가 중얼거렸다.

호박빛 눈동자가 수평선을 읽고 있었다.

잉카식 직조 끈에 묶인 머리카락이 새벽바람에 흔들렸다.

"하지만 여명의 빛이면 충분해."

두 팔을 벌렸다.

태양 에너지. 새벽빛에서 미약한 기운을 모았다.

손끝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미세한 입자가 손바닥 위로 떠올랐다.

따뜻했다. 아직 어둠 속인데도.

전파 감지.

교내에 퍼진 모든 신호가 들리기 시작했다.

잡음. 교란신호. 통신 잔해.

도깨비드론의 날개 주파수. 철귀대의 관절 구동 신호.

위노나가 복구한 통신의 음성 파형.

그 속에서.

잡았다.

인티의 눈이 떠졌다.

"철귀대의 통신 주파수.

지휘 신호가 있어. 중앙 통제야.

모든 철귀대가 같은 주파수에서 명령을 받고 있어."

손끝에 집중했다.

주파수를 추적했다.

신호가 교내에서 발신되고 있었다.

외부가 아니라 내부.

신호 세기가 가장 강한 지점.

"서버실이야. 서버실에 뭔가 설치돼 있어.

이 신호를 끊으면 철귀대의 중앙 통제가 무너져."

인티가 뒤를 돌아봤다.

솔로몬이 서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조용히 옥상에 올라와 있었다.

188cm의 그림자가 여명의 빛에 길게 늘어져 있었다.

금빛 눈동자가 인티를 보고 있었다.

"솔로몬. 서버실이야.

적의 지휘부가 서버실에 있어."

솔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인티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여기서 통신을 계속 감시할게.

전파가 바뀌면 즉시 알려야 하니까.

네가 전해줘."

솔로몬이 돌아서며 말했다.

"내려와."

인티가 수평선을 봤다.

여명이 조금 더 밝아져 있었다.

빛의 띠가 수평선 위로 1센티미터 올라왔다.

"태양이 뜨면 나도 내려갈게. 곧이야."

새벽 4시 40분. 3학년 기숙사.

산토스가 전투복을 갖춰 입는 동안,

마리아는 슬리퍼를 벗고 전투화를 꺼냈다.

전투화 안에 양말이 개어져 있었다.

준비해둔 것이다. 언제 올지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마리아."

"응?"

"이번엔 뒤에서 보기만 하지 않을 거야."

마리아가 전투화를 신으며 씩 웃었다.

"당연하지.

후배들이 싸우는데 Ate가 빠질 수 없잖아?"

전투화 끈을 묶었다.

해류를 조종하는 손이 끈을 정확하게 묶었다.

산토스가 전투복의 단추를 잠갔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한 번 봤다.

2학년 때 빅토르에게 졌다.

동료를 의심하게 만들어서 자유파가 해체됐다.

내가 자유파의 리더였고,

내가 의심을 멈추지 못했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

이번엔 내가 싸운다.

마리아가 물었다.

"산토스 오빠. 아이들 잘 크고 있지?"

산토스가 멈췄다.

"어. 홍은명은 나보다 나아.

빅토르한테 안 무너졌으니까."

마리아가 산토스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럼 우리가 해줄 건 하나야.

길을 열어주는 거지."

둘이 기숙사를 나섰다.

복도에서 3학년 학생 여섯 명이 이미 전투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산토스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필요 없었다.

3학년의 전력이 전장으로 향했다.

체육관 방면.

활빈당이 밀리고 있었다.

태산이 피를 닦았다. 입술이 터져 있었다.

왼쪽 팔에 멍이 들어 있었다.

금강불괴가 안 깨지니까 버티는 거지,

순수한 숫자 차이를 체력으로 메우고 있었다.

올가의 수호벽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반투명한 막이 깜빡이고 있었다.

기감이 흔들리면 벽도 흔들린다.

올가의 숨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카이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있었다.

높이에서 내려찍는 공격이 효과적이었지만

매번 뛰어오를 때마다 다리가 떨렸다.

"은명아!"

태산이 외쳤다.

피가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 이상은!"

바로 그때.

위노나의 목소리가 통신에서 갈라졌다.

"은명 씨!

학생회에서 연락이에요!

이자벨라 학생회장이."

은명의 귀에 이자벨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잡음 사이로.

"홍은명."

"같은 적을 막자. 지금 당장."

은명이 1초 멈췄다.

그리고 미소.

"왔어."

교사동 방면에서 체제파 병력이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제갈린의 비트가 하늘에서 파란 빛을 내며 앞서 날아오고 있었다.

12개의 빛점이 팔각형을 이루며

체육관 방면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3학년 기숙사 방향에서.

산토스와 마리아가 달려오고 있었다.

산토스의 뒤에 3학년 여섯 명이 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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