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op Banner Ad(reader-top)
D-Day 일러스트

D-Day

디지털 공간, 화면이 깨어지며

D-00:00:00 카운트다운이 점등됐다.

"시험 시작이에요."

화면이 갈라졌다.

수십 개의 윈도우가 동시에 열린다.

율도고등학교 보안 시스템. 결계 관제 서버. 교내 통신 네트워크.

세 개의 핵심 인프라가 화면 위에 나란히 놓였다.

"이번에는 모두를 초대했어요."

손가락이 아니었다.

코드가 흘렀다.

보안 시스템이 꺼졌다.

결계의 50%가 사라졌다.

통신 주파수가 엉켰다.

동시에. 3초 만에.

"1학기는 정찰이었거든요."

화면에 율도고의 전경이 떴다.

학교 도면 위에 빨간 화살표들이 세 방향에서 수렴하고 있었다.

"이번은 실전 평가예요."

새벽 3시. 교관 숙소.

운소하가 눈을 떴다.

경보음이 아니었다.

경보음이 울려야 하는데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 침묵이 경보보다 무서웠다.

경보 시스템이 안 울리는 게 아니다. 꺼져 있다.

운소하가 벌떡 일어난다.

태블릿을 켜 보니 화면은 먹통.

통신도. 결계 상태 확인도 접속 불가.

"……!"

창문을 열었다.

찬 공기가 밀려들었다.

12월의 새벽. 입김이 하얗게 피어올랐다.

그리고.

학교 정문 너머.

금속의 행렬이 보였다.

쿵. 쿵. 쿵.

일정한 간격으로 대지를 밟는 발소리.

진동이 창틀까지 올라왔다.

철귀대.

운소하의 얼굴이 굳었다.

1학기 때와 달랐다.

숫자가. 열. 아니, 스무. 세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금속의 빛이 줄지어 빛나고 있었다.

정문만이 아니었다.

후문에서도 움직임이 보인다.

상공에도, 도깨비드론의 날개가 별빛을 가리고 있었다.

검은 실루엣이 낮은 고도에서 원형 대형을 이루고 있었다.

운소하가 비상벨을 손으로 직접 눌렀다.

수동. 기계가 죽었으니 사람이 해야 한다.

벨이 긴 울림 소리를 냈다.

기계 경보보다 둔탁하지만 확실한 소리.

교무주임실로 뛰었다.

"레오나르도 교무주임!"

문을 두드렸다.

"외부 침입입니다!

보안 시스템 전체, 내부에서 꺼졌습니다!"

문이 열렸다.

레오나르도 교무주임이 이미 전투복이었다.

잠을 자지 않았거나, 잠에서 깨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거나.

"알고 있어."

운소하를 봤다.

"운소하 교관. 수동 방송 준비해.

비상 대책본부는 교무회의실에 설치한다.

빅토리아 교장에게는 내가 보고한다."

레오나르도가 마이크를 들었다.

스피커에 잡음이 끼었다.

디지털 방송은 죽었다.

아날로그 회선만 살아 있었다.

"전교생 즉시 기상."

목소리가 묵직했다.

교관 시절의 목소리.

"전투 배치."

"외부 침입. 반복한다, 외부 침입."

금이 간 스피커에서 교무주임의 목소리가

교정 전체를 울렸다.

운소하가 창밖을 봤다.

1학기와 다르다. 이건 정찰이 아니다.

공격이다.

새벽 3시 10분. 기숙사.

은명이 뛰쳐나왔다.

잠옷 위에 전투조끼.

한 손에 태블릿.

화면을 두드렸다. 접속 불가.

통신이 안 된다.

"위노나!"

복도에서 위노나가 달려오고 있었다.

태블릿 두 개를 양손에 들고.

이미 작업 중이었다.

"은명 씨!

메인 서버가 외부에서 잠겨 있어요!"

달리면서 화면을 보여줬다.

"우회로를 찾고 있는데, 7중 암호화예요!"

은명의 눈이 좁아졌다.

7중. 저번엔 3중이었다.

천기가 2배 이상 업그레이드했다는 뜻이다.

쿵!

계단 아래에서 발소리가 터져 올라왔다.

한 번에 세 칸씩.

태산이었다.

"은명아!"

달리면서 외쳤다.

교복 위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맨주먹.

"밖에 뭔가 있어!

1학기 때 그 기체들이야!"

은명이 태산을 봤다.

"철귀대. 진짜로 왔어."

태산이 은명 옆에 섰다.

숨이 차지 않았다.

"몇이야?"

"몰라. 세기 전에 통신이 끊겼어."

태산이 씩 웃었다.

이 상황에서 웃는 건 이 녀석뿐이다.

"세면 뭐 해. 때리면 되는데."

은명이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

기숙사 로비.

올가, 카이, 리오, 위노나, 아르준, 태산까지 전원이 모였다.

3일 전까지 갈라져 있었다.

빈 의자가 있었다. 사과가 있었다. 눈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부 모였다.

불완전하지만 여기 있다.

은명이 말했다.

"시간 없어. 짧게 간다."

멤버들 얼굴을 한 번씩 보며.

"위노나, 통신 복구 최우선.

못 뚫어도 교란만 줄여."

"네."

"아르준, 데이터 분석.

적의 수, 동선, 잡히는 대로 보고."

"알겠습니다."

"태산, 올가, 카이. 즉응팀.

기숙사 외곽 방어."

태산이 주먹을 쥐었다.

올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가 어깨를 돌렸다.

"리오. 정찰. 체육관 방면 확인하고 와."

리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게."

은명이 전원을 봤다.

"활빈당 2.0. 실전이야."

태산이 말했다.

"됐고, 가자."

같은 시각. 학생회실.

제갈린이 문을 열었다.

이자벨라가 이미 서 있었다.

금발을 묶고. 학생회 완장을 차고.

"이자벨라 선배."

"알아. 외부 침입."

이자벨라가 창밖을 보고 있었다.

"1학기 패턴과 일치하지만."

제갈린이 태블릿을 꺼냈다.

오프라인 데이터.

통신이 끊겼지만 로컬에 저장된 1학기 침입 기록과

지금 상황을 비교했다.

"규모가 다릅니다. 최소 5배."

이자벨라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1초. 돌아왔다.

"체제파 배치 시작해.

교무주임 레오나르도 선생이 비상 대책본부를 가동했어.

최종 배치권은 대책본부에 있지만

학생 자율 방어 구역은 학생회가 판단한다."

제갈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교사동은 우리가 막아. 기숙사 방면은 교관진이 담당."

"활빈당은요?"

이자벨라가 멈췄다.

활빈당은 어디에 배치되지?

명령 체계 밖에 있는 조직이다.

하지만 싸울 것이다. 직접 판단해서.

그게 그들의 방식이니까.

"신경 쓰지 마."

제갈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5배. 교사동과 기숙사만으로.

이자벨라가 말을 끊었다.

"가."

제갈린이 돌아서서 뛰었다.

이자벨라가 혼자 남았다.

규모가 5배. 우리만으로는.

멈춘 자기 자신이 싫었다.

새벽 3시 30분. 율도고 전체.

전장이 펼쳐졌다.

정문.

철귀대 주력이 대열을 짜고 진입했다.

인간형 전투 병기.

1학기의 것들보다 한 뼘 더 크고, 한 뼘 더 빨랐다.

선두의 철귀 하나가 정문 기둥을 잡았다.

금속 손이 돌기둥을 쥐자 표면에 금이 갔다.

그 힘으로 자신의 몸을 앞으로 밀어넣었다.

후문.

두 번째 대열. 양면 침투.

정석적인 포위 기동이었다.

후문 결계가 이미 꺼져 있었으므로

저항 없이 진입했다.

그 사이, 결계의 틈으로

구미호안드로이드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3초 전까지 가로등이었던 것이 사람의 형태로 일어선다.

기만 특화. 이번에는 학생 교복까지 복제하고 있었다.

상공.

도깨비드론이 떼를 지어 날았다.

통신 교란. 정찰. 공중 사격.

날개 소리가 낮게 웅웅거렸다.

아래에서 방어 배치가 갈라져 있었다.

교관진은 핵심 시설.

체제파는 교사동과 행정동.

활빈당은 기숙사와 서버실 방면.

그 사이, 체육관에서 운동장까지.

텅 비어 있었다.

운소하가 지도를 봤다.

공백이 있다. 체육관 방면.

학생들이 따로 움직이고 있다.

체제파와 활빈당이 서로 다른 구역을 맡고 있지만

가운데를 아무도 맡지 않았다.

"공백이 있다!

체육관 방면, 양쪽 학생이 따로 움직이고 있어!"

늦었다.

철귀대 선발대가 정확히 그 공백을 노리고 진격하고 있었다.

선두의 철귀 세 기가 삼각 대형으로 체육관 쪽을 향했다.

천기가 학교 배치를 이미 알고 있다.

내부 데이터를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분열이 침투 경로가 됐다.

체육관 방면.

리오가 달려왔다.

숨이 차 있었다.

교복이 땀에 젖어 있었다.

"은명!"

"말해."

"체육관 쪽이 뚫려!

체제파가 교사동만 막고 있어서

가운데가 비어!"

은명이 이를 악물었다.

따로 막으면 뚫린다.

빈틈은 항상 '사이'에 생기니까.

같은 순간. 교사동.

제갈린이 달려왔다.

"이자벨라 선배."

숨이 가팠다.

안경이 미끄러져 내려와 있었다.

"체육관 방면, 적이 돌파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력으로는 교사동을 지키면서

동시에 막을 수 없습니다."

이자벨라가 멈췄다.

긴 침묵.

창밖에서 금속의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홍은명한테 연락할 수 있어?"

Advertisement
Bottom Banner Ad(reader-bottom)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해주세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