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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전선 일러스트

하나의 전선

12월 넷째 주 수요일 오후, 훈련장 전체가 모의전으로 열렸다.

서버실 확보전. 3분 안에 못 열면 패배.

훈련장 스피커에서 운소하의 목소리가 울렸다.

"교관진은 전력으로 간다.

수준에 맞춰주는 거 없다.

실전이라 생각해."

연합군: 활빈당 + 체제파 + 2학년 지원.

교관진: 운소하 + 교관 4인.

총 5인. 전원 실전 경력자.

은명, 이자벨라, 제갈린이 작전판 앞에 섰다.

구역 분할 전술. 67화 훈련에서 만든 체계의 첫 실전 적용이다.

작전판에 빨간 점 세 개가 찍혀 있었다.

조율 포인트. 여기서만 신호를 주고받는다.

은명이 말했다.

"활빈당 기동조가 측면 교란.

체제파 본대가 정면 압박.

2학년은 지원 화력."

제갈린이 물었다.

"측면 교란 타이밍은?"

은명이 말했다.

"3분. 교관 2인 이상을 끌어내면 돌파구가 생겨.

태산이 신호를 외치면 테무진이 반대편을 연다.

우리가 서버실로 간다."

이자벨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면 압박 개시 동시에 측면 진입.

서버실 돌입조는 은명, 제갈린, 위노나.

인티 선배가 전파 교란으로 통신 차단.

좋아. 간다."

호루라기. 개시.

활빈당 기동조, 태산, 카이, 리오.

측면 숲으로 진입했다.

태산이 선두. 카이가 나무 위. 리오가 지면.

세 명이 세 층으로 움직였다.

체제파 본대, 테무진, 선도부.

정면에서 전진했다.

테무진이 선두에서 칼을 들고,

선도부가 3열로 밀어붙였다.

보폭이 일정했다. 훈련의 결과다.

교관 2인이 정면을 막았다.

테무진의 대열이 압박을 넣었다.

1열이 방패, 2열이 타격, 3열이 교대.

규율적. 일사불란.

교관이 밀렸다.

하지만 운소하.

개인 전투력으로 정면 돌파를 저지했다.

한 손으로 선도부원 두 명을 동시에 밀어냈다.

올가가 막았다.

수호벽을 올리며.

기감이 팔에서 어깨까지 퍼졌다.

운소하의 주먹이 수호벽에 부딪혔다.

금속음.

올가의 팔이 떨렸다.

수호벽에 금이 갔다.

"크! 교관님 진짜 세시네!"

올가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수호벽이 다시 회복됐다.

하지만 두 번째 충격이 오면 못 막는다.

3분.

측면이 열렸다.

태산이 나타났다.

"왼!!"

태산의 외침.

태산이 왼쪽으로 돌파하며 교관의 시선을 끌었다.

테무진이 오른쪽 통로를 열었다.

신호 체계. 태산이 돌파 방향을 외치면

테무진이 반대편을 비워 후속 진입로를 여는 것이다.

일곱 번째 세트에서 완성한 호흡.

교관 1인이 노출됐다.

태산이 돌파. 경기가 주먹을 감쌌다.

쿵!

교관이 밀렸다. 3미터.

나무에 등이 부딪혔다.

테무진이 후열을 커버.

선도부원들이 교관의 역습 경로를 차단했다.

신호 체계. 작동했다.

카이가 리오와 함께 교관 진형 뒤로 돌아갔다.

카이가 나무에서 뛰어내려 교관 한 명의 어깨를 잡았다.

리오가 뒤에서 다리를 건드렸다.

교란.

교관 2인이 측면으로 돌아섰다.

정면이 얇아졌다.

"지금이야!"

은명의 목소리.

은명과 제갈린이 움직였다.

서버실 방향. 복도.

교관 1인이 서 있었다.

팔짱을 끼고 복도를 막고 있었다.

제갈린이 비트를 펼쳤다. 팔진도 2.0.

비트 8기가 교관 주위에 팔각형을 그렸다.

결계가 교관의 동선을 막았다.

파란 빛이 교차하며 벽을 만들었다.

은명이 전자부적을 날렸다.

부적이 비트 결계 안에서 공명했다.

전자기 간섭. 교관의 통신이 끊겼다.

콤보.

제갈린의 진법이 가두고 은명의 도술이 끊었다.

전에 해본 적 있다. 서버실에서. 철귀대를 상대로.

이번에는 더 빨랐다.

제갈린과 은명의 시선이 마주쳤다.

말은 없었다. 하지만 타이밍이 맞았다.

서버실 앞.

위노나가 달라붙었다.

"전자 잠금, 해킹 개시!"

손가락이 태블릿 위를 달렸다.

7중 암호 중 3겹은 이미 패턴을 알고 있었다.

지난번 서버실 전투에서 익힌 것이다.

인티가 전파 교란을 발동했다.

두 팔을 벌렸다.

황금빛이 번졌다.

교관진 통신이 30초 차단됐다.

인티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비축분이다.

태양이 기울어진 오후. 최대 출력은 아니지만

30초면 충분했다.

위노나가 잠금을 해제했다.

"열렸어요!"

서버실 확보.

호루라기. 모의전 종료.

연합군 승리.

훈련장에 환호성이 울렸다.

활빈당과 체제파 학생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잠깐이었지만, 같은 방향을 향해 같은 소리를 냈다.

운소하가 웃었다.

"합격이야. 각이 맞기 시작했어."

교관진 평가.

'개인 전투력 B.

합동 전술 A.

지휘 체계 B+.

판정 기준: 서버실 확보 시간 2분 47초, 피격률 18%, 거점 점유 달성.'

교관 한 명이 말했다.

"1학기 때 D/S 받던 팀이 맞나?"

은명이 말했다.

"됐다. 우리가 같이 움직이면 이렇게 되는 거야."

모의전 직후. 훈련장 관람석.

제갈린이 앉아서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었다.

태블릿 화면에 전투 로그가 흐르고 있었다.

비트 기동 궤적, 결계 지속 시간, 전자부적 공명 주파수.

안경을 고쳐 쓰며 숫자를 확인했다.

은명이 옆에 앉았다.

"수고했어, 제갈린."

제갈린이 시선을 들지 않았다.

"그래."

시선을 들며.

"홍은명."

은명이 봤다.

제갈린이 말했다.

"네 전술은 인정해.

비정규적이지만 효과적이야.

데이터가 그걸 증명했어.

콤보 성공률 100%. 소요 시간 12초.

지난번 서버실에서는 18초였으니까 개선됐어."

은명이 말했다.

"고마워. 네 전략도 없었으면 모의전 못 이겼어.

팔진도 없이 교관 동선을 막을 방법이 없었거든."

제갈린이 태블릿을 닫았다.

"하지만 이건 인정이 아니야.

효율적인 판단일 뿐이야.

네 방법론이 옳다는 건 아직 증명 못 했어.

전술이 효과적이라는 것과

방법론이 옳다는 건 다른 문제야."

은명이 미소 지었다.

"알아. 그것도 다음에 증명하지 뭐."

콤보는 인정한다. 하지만 인정한다고 말해버리면 나는 뭐가 되지?

기율 심의에서 맞섰던 사람이 맞다고 말하면

그동안의 내 입장은 뭐가 되는 거야.

서두르지 않겠다. 데이터로 판단하겠다.

은명이 일어나며 말했다.

"제갈린."

"뭐."

"다음엔 둘이서도 한번 붙어보자. 라이벌이잖아."

제갈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원하면."

같은 날 밤. 학생회실.

이자벨라가 합동 훈련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책상 위에 태블릿과 서류.

창밖으로 교정이 보였다.

가로등 아래서 선도부원들이 정리를 하고 있었다.

합동 모의전. 체제파와 활빈당이 승리했다.

빅토르 선배 없이. 빅토르 선배의 지시 없이

내가 판단하고 승리했다.

정면 압박 타이밍, 측면 진입 순서, 서버실 돌입조 편성.

전부 내가 결정했다.

펜이 멈췄다.

체스 말이 아니라 체스를 두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빅토르 선배가 돌아와도 이번엔 내가 결정한다.

보고서 마지막 줄.

'합동 훈련 지속 권고.

활빈당과의 연합은 학교 방어에 유효.

— 학생회장 이자벨라'

펜을 내려놓았다.

3학년 기숙사. 빅토르의 방.

빅토르가 정보원 경유로 모의전 결과를 들었다.

"연합군이 교관진을 이겼어?

2분 47초? 흥미롭군."

체스판을 바라봤다.

흰 말과 검은 말이 대치하고 있었다.

이자벨라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빠르다.

하지만 체스를 두려면 상대가 필요하다.

이자벨라. 네 상대는 나일까, 천기일까.

검은 말을 집었다.

천기. 네가 내 게임판을 이용한 건

아직 정산이 안 끝났다.

이자벨라가 강해지는 건 나한테도 나쁘지 않다.

천기를 상대하려면 강한 말이 필요하니까.

검은 말을 내려놓았다.

미소.

12월 마지막 주. 겨울방학 직전.

활빈당 아지트.

은명이 태블릿에 기록하고 있었다.

'활빈당 + 체제파 임시 연합.

합동 훈련 3회. 모의전 1회 승리.

인티 선배 합류.

아직 불안정하지만

같은 전선에 서는 법을 배우고 있다.'

태블릿을 닫으려다 한 줄을 더 썼다.

'다음 과제: 천기의 질문에 대답하기.'

복도.

태산과 테무진이 나란히 자판기 앞에 서 있었다.

태산이 음료를 샀다. 두 개.

하나를 테무진에게 던졌다.

테무진이 받았다.

핫초코였다.

"나 단 거 안 마셔."

태산이 봤다.

"뭐 마셔?"

"블랙커피."

태산이 다시 자판기를 눌렀다.

블랙커피를 뽑아서 건넸다.

핫초코는 자기가 마셨다. 두 개째.

말없이 같이 마셨다.

서버실.

위노나가 은명에게 마지막 분석 결과를 보여줬다.

"은명 씨.

천기의 대화 로그에서 발견한 패턴이에요.

천기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유.

천기는 진짜로 모르는 거예요.

인간이 왜 그러는지를."

위노나가 화면을 넘겼다.

"그리고 로그 끝에 태그가 하나 더 있었어요.

'관찰 대상: 홍은명. 다음 접촉 예정.'

시점은 비어 있어요. 언제든 올 수 있다는 뜻이에요."

은명이 태블릿을 닫았다.

천기가 모르는 것. 우리가 왜 함께하는지.

그 대답을 찾는 게 활빈당의 다음 과제다.

창밖.

겨울 석양이 교정을 물들이고 있었다.

따뜻한 주황빛.

같은 전선에 서는 법을 배운 12월이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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