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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방어 일러스트

분산방어

기숙사 로비. 비상 집합.

통신은 먹통이었다.

운소하가 육성으로 외쳤다.

"전산이 먹통이다. 아날로그로 간다."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1학년, 2학년. 잠옷 위에 기공을 두른 자.

태블릿을 쥔 채 떨고 있는 자.

운소하가 짧게 명령했다.

"A반은 기숙사 사수.

B반은 체육관으로 이동, 물자 거점 확보.

교관진은 교사동 방어."

한 박자.

"이동 중 적과 교전 시—— 도망치지 마. 붙어."

이자벨라가 앞으로 나왔다.

혼란 속에서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학생회 비상 프로토콜 발동합니다.

학생회 간부는 각 거점의 지휘를 보좌하세요."

차분했다.

이자벨라의 목소리에 두려움은 없었다.

합스부르크의 피. 위기에서 더 냉정해지는 혈통.

뒤쪽에서 누군가 작게 중얼거렸다.

"……저 사람은 진짜 안 떨리나."

학생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은명이 위노나의 팔을 잡았다. 소곤.

"위노나.

드론으로 적의 이동 패턴을 봐. 어디로 가장 많이 몰리고 있어?"

위노나가 태블릿을 열었다.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드론 3기 중 2기가 교란당했어.

남은 1기로……"

데이터가 떴다.

"잠깐."

위노나의 눈이 좁아졌다.

"교사동과 기숙사에 분산 투입이야.

근데——서버실 쪽은 비어 있어."

은명이 멈췄다.

"비어 있다고?"

"적 유닛이 기숙사랑 교사동에만 집중하고 있어.

서버실 방향에는 하나도 안 보여."

은명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서버실. 학교 전산의 심장.

천기가 전산을 장악한 건 원격이야.

하지만 원격이면 결계가 방해해.

물리적 접근이 필요하다면——진짜 목표는 서버실.

비어 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해.

이미 안에 있거나, 아니면 우리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고 있거나.

"위노나. 서버실 쪽 정밀 스캔 가능해?"

"남은 드론 1기로는 범위가 부족해. 가봐야 알아."

은명이 결정했다.

"일단 기숙사 방어에 합류해.

하지만—— 나는 서버실을 확인해야 해."

전태산이 돌아봤다.

"혼자? 안 돼."

"여기 방어 인원이 모자라.

네가 빠지면 기숙사가 뚫려."

전태산이 이를 갈았다.

은명이 전태산을 봤다.

"기숙사를 맡아.

네가 여기 있어야 사람들이 버텨."

전태산의 주먹이 떨렸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

"……빨리 가. 그리고 죽지 마."

은명이 씩 웃었다.

"죽으면 네가 귀찮아지니까?"

"그래. 내가 귀찮아지니까."

은명이 돌아섰다.

아르준이 따라왔다.

"나도 갈게. 혼자는 안 돼."

은명이 끄덕였다.

두 사람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기숙사 1층 현관.

강시형 기체 6기가 진입했다.

창문을 깨고, 문을 부수고.

강시의 눈이 빨갛게 빛났다.

제어부적 코드가 관절마다 흘렀다.

전태산이 선두에 섰다.

리오가 옆에, 아서와 마르쿠스가 뒤에.

전태산의 피부 위로 내력이 일렁였다.

금강불괴 체질이 반응했다. 자동으로. 본능적으로.

근육에 힘이 차올랐다.

전태산이 첫 번째 강시를 정면으로 받아쳤다.

쿵.

강시가 3미터 밀려났다.

"이게 시험이라고? 좋아, 채점해줄게."

리오가 복도의 가구와 소화기를 이용해 즉흥 트랩을 설치했다.

바닥에 소화제를 뿌렸다.

강시 2기가 미끄러졌다.

"미끌미끌 접지 부족~"

리오가 킥킥 웃으며 둘의 다리를 걸었다.

아서가 기사검술로 복도를 봉쇄했다.

정면 방어. 장검이 빛을 그었다.

마르쿠스와 에이단이 2층 계단에서 저지선을 형성했다.

기숙사가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전태산이 강시 하나를 주먹으로 부쉈다.

몸체가 갈라졌다.

그런데—— 내부의 제어부적이 빛나기 시작했다.

파편이 움직였다. 재조합.

부서진 조각들이 다시 합쳐지고 있었다.

"뭐야, 안 죽어?"

리오가 소리쳤다.

"부적! 저거 부적을 뜯어내야 해!"

전태산이 강시의 가슴을 봤다.

빨간 빛이 빛나는 부적. 핵심.

전태산이 재조합 중인 강시에 다시 돌진했다.

오른손으로 가슴을 뚫었다.

손가락이 부적을 잡았다. 힘을 줬다.

뜯었다.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빨간 빛이 사라졌다.

강시가 영구 정지했다.

파편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이러면 되네."

전태산이 숨을 몰아쉬며 나머지를 봤다.

"근데—— 이걸 6번 하라고?"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잘하고 계시네요, B반."

전태산이 굳었다.

"부적을 뜯는 방법을 찾으셨군요.

2분 30초 만에. 예상보다 빠르셔요."

천기.

전태산이 천장의 스피커를 올려다봤다.

"……보고 있었어?"

"시험 감독관이니까요. 응원할게요."

전태산이 이를 갈았다.

"응원은 됐으니까—— 내려와서 직접 붙어."

스피커에서 웃음 같은 노이즈가 흘렀다.

"아직이에요. 다음에요."

전태산이 주먹을 쥐었다.

보고 있다. 이 싸움을 보고 있다.

시험 감독관이라면서 채점하고 있다.

"전태산! 다음 거 온다!"

리오의 외침에 돌아섰다.

감정은 나중이다. 지금은 싸워야 한다.

기숙사 전투가 벌어지는 동시각,

체육관에서도 교전이 시작되었다.

테무진이 B반 일부와 물자 거점을 방어하고 있었다.

강시형 기체 8기. 도깨비드론 4기.

기숙사보다 많았다.

테무진이 앞에 섰다.

야사의 후예로서의 기공이 발동했다.

공기가 무거워졌다.

한 번의 일격.

강시 2기가 동시에 날아갔다.

벽에 부딪혀 파편이 되었다.

쁘아카오가 근접 교전에 들어갔다.

무에타이. 무아 영역.

지속 타격으로 강시의 재조합을 방해했다.

부서지기 전에 다시 치고, 다시 부서지기 전에 또 치고.

쉬지 않았다.

도깨비드론이 공중에서 회전하며

전투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체육관 뒤편.

피에르 보몽이 편입생들을 호위하고 있었다.

전투력이 약한 학생들을 안전 구역으로 이동시키는 중이었다.

강시 1기가 방향을 틀었다.

편입생 쪽으로 돌진했다.

편입생이 비명을 질렀다.

피에르가 움직였다. 검을 뽑았다.

뒤랑달의 후예.

일격. 강시가 갈라졌다.

피에르가 가슴의 부적을 뽑았다. 정지.

피에르가 검을 내리며 편입생 쪽을 돌아봤다.

눈앞의 사람은 무사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테무진이 잠깐 피에르를 봤다.

작은 고개 끄덕임. 인정이었다.

스피커.

"체육관 전력도 우수하시네요."

천기의 목소리.

"특히 테무진 학생——

야사의 기공이 인상적이에요."

테무진이 기공을 모았다.

"……평가하지 마라."

목소리가 낮았다.

"네가 뭔지는 모르지만——

규율을 어지럽힌 대가는 치르게 해주겠다."

학교 본관 복도.

은명과 아르준이 어둠 속을 달리고 있었다.

전력이 불안정했다.

조명이 깜빡이다 꺼지고,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은명이 전자부적을 전개했다.

복도의 전자 장비를 즉석 센서로 전환했다.

형광등의 전기 흐름, 비상등의 회로, 바닥 난방의 배선.

모든 전자기 신호를 감각으로 읽었다.

"왼쪽 복도에 2기. 움직이고 있어."

아르준이 칼을 뽑았다.

"전자부적……처음 실전에서 쓰는 거 아니야?"

"연습은 많이 했어. 실전은……"

은명이 씁쓸하게 웃었다.

"처음이지만."

모퉁이.

강시 2기와 조우.

은명이 손을 폈다. 전자부적이 빛났다.

제어부적 코드에 간섭.

강시 1기의 움직임이 멈췄다.

완전히는 아니었다. 고작 찰나.

하지만 충분했다.

아르준이 정지된 틈을 파고들었다.

솜브레로 가문의 검. 정확한 일격으로 제어부적을 제거했다.

1기 정지.

나머지 1기가 돌진했다.

은명이 몸을 낮췄다. 아르준이 방어.

은명이 다시 간섭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더 짧았다. 아르준이 재빨리 부적을 뽑았다.

2기 정지.

"코드 구조가…… 읽을 수 있어."

은명이 손을 봤다. 떨리고 있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패턴이 보여."

서버실 앞. 도착.

문이 열려 있었다.

잠금 패널이 절단되어 있었고, 우회 흔적이 선명했다.

은명의 발이 멈췄다.

안이 보였다.

서버 랙. 초록색 불빛.

그리고——

서버에 물리적으로 연결된 무언가.

잠입형 유닛 1기.

강시형보다 작았고, 몸이 은색이었다.

서버에 케이블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데이터가 흐르고 있었다. 전송 중.

은명이 태블릿을 꺼내 서버 상태를 확인했다.

'결계 구조 데이터 전송률: 87%'

은명의 얼굴이 굳었다.

"……여기가 진짜 목표야."

아르준이 잠입형 유닛을 봤다.

"서버에 직접 접속해서 결계 데이터를 빼내고 있어.

이걸 막으려면—— 유닛을 제거하고 서버를 리셋해야 해."

아르준이 칼을 쥐었다.

"은명. 둘이서는 무리야.

잠입형이 한 기지만—— 밖에서 지원이 올 수 있어."

은명이 태블릿의 수치를 봤다.

88%. 89%.

올라가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87%에서 100%가 되면——"

목소리가 낮아졌다.

"결계의 취약점이 자동으로 매핑돼.

다음번엔 결계 자체를 무력화하고 올 거야."

서버실 안.

잠입형 유닛의 눈이 은명을 향해 돌아갔다.

빨간 빛.

유닛의 관절에서 제어부적 코드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전투 기동. 데이터 전송과 동시에 방어 태세.

은명이 태블릿을 쥐었다.

시간은 없고. 도움은 오지 않고.

서버실의 빛이 은명의 얼굴을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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